독불장군 상대하기 - 집과 직장에 꼭 있는
가타다 다마미 지음, 황선종 옮김 / 한국경제신문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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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에 대한 사랑이 강한 사람들이 많아졌습니다. 과거 자신감 없어 하던 사람들이 많았던 것에 비하면 저마다의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건 좋은 현상입니다. 하지만 지나치게 자기애가 강해져 자신만이 최고이고 다른 사람은 무시해도 된다는 식의 생각을 지닌다면 그 사람은 독불장군이 될 수 있습니다. 자신이 중요하고, 소중한 만큼 다른 사람도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이 책은 독불장군은 어떤 스타일이며, 어떻게 해서 만들어졌는지 알려줍니다. 그런 사람들에도 여러 유형이 있습니다. 자신의 의견과 다를 때 삐져서 말을 하지 않는 사람도 있는 반면 자신의 생각만 쉴 새 없이 말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다른 사람 앞에서 대놓고 무시하는 말이나 행동으로 무안을 주기도 합니다. 그런 사람들을 어떻게 대처하는 게 현명한 처사일까요? 이 책에서는 먼저 끊임없이 말하는 사람에게 기다리고, 다음으로 몸으로 메시지를 전달하고, 그게 안 되면 말로 확실하게 이야기하라고 합니다. 말하기는 쉽지만 실천하긴 어렵습니다. 삐지는 사람에게는 침묵한다고 해서 그 사람의 의사가 관철되는 것은 아님을 보여주라고 합니다.

 

  상대방을 바꾸는 건 어쩌면 불가능에 가까울 수도 있습니다. 어느 때는 그 사람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바꾸는 것이 최선책일 때도 있습니다. 사춘기 아이를 키우는 부모님은 아마도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이를 바꾸려고 하기 보다는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이가 바르게 자라는 건 아닐 것입니다. 받아주되 옳고 그름은 단호하게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도 그것입니다. 바뀌든 바뀌지 않든 그 사람에게 이야기는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도 바뀌지 않는다면 그 사람에게 거는 기대를 스스로 내려놓는 수밖에 없겠지요?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혹시 독불장군이 아닐까 하고 돌아보았습니다. 어쩌면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나에게 그런 모습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자신을 돌아보는 개인이 많아진다면 이 사회의 독불장군들이 줄어들겠지요? 정치하시는 분들이나 회사의 많은 사람들을 책임지는 CEO는 물론이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나 부서 책임자까지도 다른 사람들을 향해 귀를 열어 두어야겠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행복해지려면 말이죠.

 

- 대체 왜 ‘셀카’가 이렇게까지 유행하게 된 걸까? 바로 인정받으려는 욕구와 자기과시욕을 충족하기 위해서다. 대중에게 주목받기 위해 스타나 프로스포츠 선수, 심지어 정치가까지 셀카 사진을 SNS에 올리고 있다. (57쪽)



- 일본 학교는 동조 압력(직장 등 어느 특정의 또래 집단에서 의사 결정을 실시할 때 소수 의견을 가진 사람에게 암묵적으로 다수 의견에 동조하기를 강제하는 것)이 상당히 강하다. 다른 학생과 조금 다르게 말하거나 다르게 행동하면 ‘잘난 척한다’라는 딱지가 붙게 되고 교사에게 미운털이 박힐 수가 있다. 이런 색다른 학생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라 당혹스러워하는 교사가 많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여하튼 ‘개성 중시 교육’을 내세운 지 오래됐음에도 색다른 의견이나 학생을 받아들이지 않는 풍조가 학교 내에서는 여전히 강하다. (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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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랑 주떼 은행나무 시리즈 N°(노벨라) 2
김혜나 지음 / 은행나무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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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678978546

 

  어린 시절에 겪은 아픈 상처는 언제까지 우리에게 영향을 미칠까? 이 소설의 주인공 예정은 8살에 모르는 아저씨에게 성폭행을 당한다. 너무나 착했던 소녀, 그저 아저씨를 도와주려는 마음에 따라가 돌이킬 수 없는 일을 당한 그녀는 이후 동네 사람들과 친구들 그리고 심지어 부모로부터도 질타를 받고 점점 자아가 쪼그라든다. 사촌오빠에게까지 성추행을 당한 이후 사랑하는 고모에게서까지 너는 뭐 했니?’라는 말을 듣다니, 그녀 주변의 어른들은 모두 미숙하다. 자신을 괴롭히는 짝에 대해 이야기했을 때 그 애가 널 좋아하나보다하고 대답하는 선생님마저도. (이 부분에서 찔리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아이들에게 어떤 어른일까?

 

  그 이후 그녀는 자존감에 커다란 상처를 입고, 단지 발이 발레하기에 좋겠다는 발레 선생님의 말을 듣고 춤추기로 결심한다. 모든 동작들을 익힐 수 있으나 연결시키지 못해 춤을 출 수 없는 예정은 학창시절 늘 아름다운 춤을 추는 리나를 부러워하고 소유하고자 한다.

 

  발레와 성폭행을 주제로 한 독특한 소설이다. 1인칭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조곤조곤 들려주는 100쪽 남짓 짧은 소설이 굉장히 강렬하다. 어느 모임에서 여자들끼리 꺼낸 과거 성폭행 경험 이야기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그로 인해 고통 받고 있음을 깨닫고 이 책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실제로 말하지 못한 채 혼자 아파하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있을까? 작가는 그들이 이 책을 통해 위로받기를 바란다. 나 또한 한 사람의 인생을 회복 불능인 상태로 흔들어놓을 수도 있는 성폭행이나 성추행 범죄가 사라지기를 바란다.

- 나는 서서히 사라져 갔다. 발이 사라지고, 발목이 사라지고, 종아리가 사라지고, 무릎이 사라지고, 허벅지가 사라지고, 가랑이가 사라지고, 골반이 사라지고, 배꼽이 사라지고, 허리가 사라지고, 가슴이 사라지고, 어깨가 사라지고, 목이 사라지고, 머리가 다 사라져 갔다. 모든 것이 사라지고 아무런 느낌도 생각도 떠오르지 않는 지금 이 순간만이 나에게 남았다. 물은 정말이지 차갑고 뜨거워, 나에게 떠오르는 수많은 감정과 생각들을 다 앗아가버렸다. (31쪽)



- 죽음과도 같은 시간. 외부의 시간은 흐르고 있으나 나에게는 모든 것이 정지되어 흐르지 않는, 흐를 수 없는 시간. 내 몸과 의식의 모든 시간과 기능이 다 멈춰버리고 마는 시간. (7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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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워드 툴레인의 신기한 여행 하트우드
케이트 디카밀로 지음, 김경미 옮김, 배그램 이바툴린 그림 / 비룡소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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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형이 사람들의 목소리를 알아듣고 생각을 한다? 한편으로 무서운 이야기입니다. 예전에 본 공포영화 속 처키가 생각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책 속 에드워드는 그렇게 무시무시한 인형은 아닙니다. 도자기로 된 관절이 움직이는 몸은 진짜 토끼털로 덮여 있고, 여러 벌의 비단옷을 가진 고급 인형입니다. 사실 에드워드는 인형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를 사랑하는 애벌린이 학교 간 동안 기다리기도 하고, 밤 새 별을 바라보기도 하는 낭만적인 존재입니다.

 

  에드워드는 애벌린의 사랑을 받았지만 감사하지 않았습니다. 그런 그의 마음을 알았을까요? 애벌린의 할머니는 그에게 끔찍한 예언을 담은 공주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없어 멧돼지로 변해버린 공주의 이야기를 들은 에드워드는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애벌린의 할머니까지도 싫어졌습니다.

 

  어느 날 애벌린과 함께 여행길에 오른 에드워드는 장난치던 아이들 때문에 바다에 빠져버립니다. 바다 속에 박혀 오랜 시간이 지나는 동안 그는 많은 생각을 합니다. 우연히 건져 올려진 그는 여러 번 주인이 바뀌며 이름도 바뀌어 불립니다. 심지어 여자 토끼가 되기도 하지요. 더 이상 비싼 옷도, 깨끗한 외모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따스하게 안아주는 사랑이 그리워질 뿐입니다. 그를 사랑해 주던 사람들이 그립습니다. 고통스러운 일들 속에서 에드워드는 사랑하는 사람과 오랜 시간 함께 할 수 있을까요?

 

  도자기 인형이라 깨질까봐 걱정하며 읽었습니다. 온갖 수모를 당하는 에드워드는 가진 건 없지만 사랑을 가진 사람들을 만납니다. 사랑은 가진 것과 비례하지 않는 법인가봅니다. 행복도 마찬가지이겠지요? 사랑을 받기만 하고 감사할 줄 모르는 사람들을 부끄럽게 하는 책입니다. 마지막 장면이 특히 감동적입니다. 책의 내용도 좋지만 정교한 삽화도 아름답습니다. 디지털 온라인 세상에 평범한 사랑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는 이 책을 많은 분들이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 마녀가 물었어. ‘넌 누구를 사랑하지? 어디 이름을 대 봐.’ 공주는 거만하게 대답했어. ‘난 아무도 사랑하지 않아요.’ ‘넌 날 실망시키는구나.’ 곧 마녀는 손을 들고 이렇게 한마디 했어. ‘파스피거리.’ 그러자 아름다운 공주는 흑멧돼지로 변해버렸어. (38쪽)



- 에드워드는 귀가 축축해지는 것 같았어요. 애벌린의 눈물인가보다 생각했죠. 그리고 애빌린이 자기를 그렇게 꼭 껴안고 있지 않기를 바랐어요. 그렇게 꼭 껴안고 있으면 옷이 구겨지니까요. 마침내 할머니를 포함해 육지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사라졌어요. 어떤 면에서 에드워드는 할머니를 이제 더 이상 보지 않게 되어 마음이 놓였어요. (4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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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남겨두고 간 소녀
조조 모예스 지음, 송은주 옮김 / 살림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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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677926998

 

  2차 세계대전 중 나치에 짓밟힌 프랑스 한 마을에 남편을 군대에 보내고 동생들과 자녀를 키우며 살던 소피라는 강인한 여성이 살고 있었습니다. 먹을 것도, 가진 것도 별로 없는 그녀에게는 남편이 남긴 소중한 그림이 있었습니다. 화가였던 남편 에두아르가 가장 아름다웠던 시기의 소피를 화폭에 담은 것입니다. 그 그림이 너무 강렬해 마을에 주둔하고 있던 0독일군 사령관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독일군을 위해 식사 준비를 하다 남은 음식으로 가족이 허기를 면하던 어느 날 남편이 수용소에 갇혀 있다는 소식을 들은 소피는 큰 결심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일은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지요. 시간이 많이 흐른 후 여러 번 주인이 바뀐 그 그림은 남편을 잃은 리브의 집에 걸려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전쟁 통에 많은 문화재가 약탈당했듯 당시 예술품들도 많이 뺏겼었나봅니다. 전쟁 중에 약탈된 예술작품들을 원주인에게 돌려주는 일을 하던 폴은 우연히 만난 리브의 집에서 그가 찾던 그림을 발견하게 됩니다.

 

  남편을 잃고 남은 거라곤 대출 많은 집과 그림뿐인 그녀는 둘을 한꺼번에 뺏길 위기에 처합니다. 그녀가 그 그림을 지켜낼 수 있을지 궁금한 마음에 책을 놓을 수 없었습니다. 조조 모예스의 책을 세 번째로 읽었는데 앞의 두 책도 비슷한 이유로 순식간에 마지막 장을 맞은 기억이 납니다. 사랑 이야기이긴 하지만 거대한 주제를 함께 다루는 그녀의 이야기들이 마음에 듭니다.

 

- 그가 그림을 그릴 동안 나는 그의 이목구비를, 팔레트에 그림을 섞으면서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모습을 눈여겨봤다. 그가 실제보다 더 나이 든 사람처럼 어기적거리며 돌아다니는 것도 봤다. 하지만 겉으로만 그런 척할 뿐이었다. 그는 상점에 들어오는 대부분의 남자들보다 더 젊고 강했다. 그가 음식을 먹던 모습을 떠올렸다. 탐욕스러운 기쁨이 뚜렷이 드러나던. 그는 축음기에서 나오는 노래를 따라 부르고, 내킬 때 그림을 그리고, 원하는 상대 누구에게나 말을 걸고, 생각하는 것을 이야기했다. 나도 에두아르처럼 순간을 골수까지 빨아먹으며, 너무 맛있어서 노래를 부르며, 그렇게 유쾌하게 살고 싶었다. (7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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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상자 - 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어른을 위한 동화 18
한강 지음, 봄로야 그림 / 문학동네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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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675989045

 

  우는 사람을 좋아하시나요? 아마도 늘 눈물을 달고 사는 사람을 좋아하진 않을 것 같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유독 눈물이 많은 아이가 있습니다. ‘눈물단지라고 불리는 아이입니다. 슬퍼서도 울고 기뻐서도 우는데 정작 자신의 가족은 그런 아이를 울보라고 무시합니다. 어느 날 마을에 찾아온 눈물을 모으는 아저씨를 만나 가족을 떠나게 됩니다. 아이의 눈물은 순도 높은 눈물이라 눈물단지를 찾은 것입니다. 하지만 아저씨 앞에서는 이상하게 눈물이 나오지 않습니다. 아저씨를 따라갈 결심을 한 아이는 가족에게 인사를 하러 가지만 아이가 빠진 가족은 행복해 보이기만 합니다. 아이는 아저씨와 함께 길에서 먹기도 하고, 자기도 하며 다른 마을로 갑니다. 도착한 마을에서는 어린 시절 이후로 눈물을 잃어버린 할아버지를 만나 눈물을 찾아주기도 합니다.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는 이 짧은 이야기책은 신비로운 내용이어서 이해하기가 오히려 어려웠습니다. 사건에 담긴 의미를 생각해 보느라 그랬나봅니다. 대학로에서 어린이극을 본 후에 이 이야기를 구상했다는 작가의 말이 인상적입니다. 우리가 접하는 사건들은 시간이 지난 후 숙성되어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우리에게 눈물은 어떤 의미일까요? 이 책을 읽으며 언제 눈물을 흘렸나 생각해 보았습니다.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으며 눈물을 흘린 적은 있지만 나 자신을 위해 언제 울었는지 기억나지 않았습니다. 나도 어쩌면 어린 시절 이후 눈물을 잃어버린 할아버지처럼 메마르게 살아가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슬퍼서도 울고, 좋아서도 울었던 어린 시절 같은 순수함을 잃고 사는 건 아닐까요? 눈물은 가끔 우리를 새롭게 만들어 주기도 하는데 말이죠.

- 엄마와 아빠, 동생들이 둘러앉아 저녁을 먹는 모습이 보이는 창 앞에서 아이는 한참을 서성거렸다. 문을 두드리려고 떨리는 손을 들었지만 이내 내려놓았다. 동생이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다들 와르르 웃음을 터뜨리고 있었다. 아이가 없으니 모두의 얼굴이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언제나 눈에 눈물이 고여 있는, 눈물 자국이 뺨에서 마르지 않는 아이가 없으니. (22쪽)



- "아기였을 때 이후로 나는 평생 눈물을 흘려보지 못했단다. 이유는 나도 모른다. 아무리 슬픈 일이 있어도, 가슴이 아프고 숨쉬기가 어려울 뿐 눈물만은 나오지 않아." (4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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