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만, 내면의 풍경
미셸 슈나이더 지음, 김남주 옮김 / 그책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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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752484963

 

  출판업자의 아들, 촉망받는 음악가이자 평론가, 클라라와의 결혼을 위해 장인과 법정투쟁을 벌였던 사람, 그가 바로 슈만이다. 하지만 그의 말년은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는 성격 때문인지 그가 맡았던 연주단체의 무거운 책임감 때문인지 아니면 집안 내력으로 인함인지 정신병을 앓게 된다. 이 책의 시작은 그가 클라라에게 짐이 되지 않기 위해 선택했던 라인강 투신 장면이다. 그의 어린 시절이나 음악가로서의 성공기가 나오지 않고 어두운 인생 말년만 나와서 그의 음악도 그렇게 어두울까 했더니 어린이 정경을 떠올리면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고통 속에서도 창작활동을 놓지 않았던 슈만에게 음악은 치료책이었을까, 그를 망가뜨린 장본인이었을까? 글을 쓰며 슈만의 바이올린 콘체르토와 소나타를 들으니 왠지 고통스럽던 그의 숨결이 느껴지는 듯하다. 슈만을 사랑했던 클라라와 클라라를 사랑했던 브람스, 독일 낭만주의 음악가들의 로맨스라고 단정하기엔 그들이 겪었을 개인적 고통의 크기를 짐작하기 어렵다. 물론 사랑과 고통이 창작의 단초가 되기도 했을 것이다.

 

  음악가에 대해 조금씩 더 알게 될수록 그들의 음악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생각을 글이 아닌 음악으로 표현했던 작곡가들의 삶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게 그들의 작품들이니까. 그렇게 생각하면 요즘 음악하시는 분들이 모두 유럽으로 유학가길 꿈꾸고, 실제로 유럽에서 재능을 마음껏 펼치는데 그렇게 배우고 돌아와도 교수 자리나 공연 기회가 많지 않은 것이 아쉽다. 국가적인 지원으로 음악가들이 마음껏 연주하고, 작품 활동할 수 있도록 국제적 음악학교를 만들어 외국에서 우리나라로 유학을 오는 시대가 되기를, 우리나라의 수준 높은 클래식 공연을 보기 위해 주변 국가에서 여행을 오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 1839년, "즐거움과 고통, 나는 그것을 당신과 함께 나눌 거야"라고 슈만은 클라라에게 쓴다. 하지만 그는 고통이 누구와도 나눌 수 없는 것임을 차츰 알게 된다. "당신에게 고백하는데 나는 더는 기도를 할 수 없어. 그 정도로 고통이 나를 굴복시켰어. 고통은 나를 무감각하게 만들어버렸어." (6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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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타보 두다멜 - 세계를 정복한 엘 시스테마의 음악청년
장혜영 지음 / 미래를소유한사람들(MSD미디어)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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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745301348

 

  한 명의 스타가 불러일으키는 파장은 얼마나 될까? 우리는 익히 욘사마의 활약으로 한류가 주변 나라들에 얼마나 큰 영향력을 지켜본 바 있다. 우리나라의 드라마와 K팝스타가 인기의 주류라면 베네수엘라는 두다멜이라는 천재 지휘자로 인해 그들의 음악적 위상이 세계적으로 드높아가고 있다.

 

  사실 베네수엘라에는 가난한 사람들도 많고, 석유의 개발로 인한 이권 개입으로 무질서하고, 범죄가 난무하는 곳이었다. 그런 조국을 변화시키고자 작은 노력을 기울인 사람이 아브레우 박사다. 그는 엘 시스테마(시스템)’이라는 무료 음악 프로그램을 만들어 가난하고 위험지역의 아이들을 음악으로 구제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처음에 10명 남짓으로 시작한 이들은 지금 수십 만 명을 배출한 음악학교 시스템으로 성장하였고, 그 최대의 수혜자가 두다멜인 셈이다. 물론 그를 제외한 수많은 세계적 음악가들을 배출했지만 그는 미국, 유럽을 비롯한 베네수엘라와 적대적 국가인 이스라엘에서도 지휘를 하였다.

 

  어린 나이에 지휘를 시작하여 수많은 오케스트라를 거치면서 그가 쌓아올린 명성의 이유는 물론 그의 뛰어난 실력도 있겠지만 그의 친화력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과거의 전형적인 천재들은 음악에는 뛰어난 대신 괴팍하거나 독특하여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면이 있었다면 어린아이들로 이루어진 연주단부터 세계 최고의 연주자들까지 지휘해 온 그는 모든 사람을 아우르는 능력이 필수적이다. 예전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의 강마에와는 정반대적인 인물이라고도 할 수 있다.

 

  평범하고 유머러스한 그의 성공 비결은 무엇보다 악곡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와 노력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말러의 곡으로 각광받았던 그는 바그너의 오페라에도 도전한다. 다음 주에 볼 바그너의 오페라 탄호이저콘체르탄테(오케스트라가 무대 위로 올라가고 등장인물이 최소화된 형식)에 대한 설명도 있어서 반가웠다. 우리나라도 요즘 국가적으로 음악교육의 중요성을 깨닫고 지원 사업을 벌이는 것 같다. 하지만 몇몇 유명한 공연을 제외하고는 관객 동원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클래식으로 아이들의 정서가 보다 안정되기를, 클래식 사랑으로 우리나라에도 두다멜에 버금가는 스타들이 배출되기를, 그래서 우리나라 클래식 음악의 세계적 위상이 한결 높아지기를 기대해 본다.

 

 

- 두다멜은 천재지만,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전형적인 천재의 이미지에서도 벗어나 있다. 기행을 일삼지도 않으며, 삐딱하지도 않고, 독선적이지도 않고, 친화력이 좋다는 평이 자자하다. 사실 두다멜의 숨은 카리스마와 남다른 천재성은 바로 어린 나이답지 않은 천부적인 ‘소통’ 능력이다. 그것은 어쩌면 시대의 변화이자 클래식 음악계의 대변화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소통 능력은 클래식 음악가의 전형에서 벗어나 있는 그의 삶과, 그를 키워낸 땅 베네수엘라가 준 선물이기도 하다. (32쪽)



- 아브레우 박사는 단체 연습을 굉장히 중시했다. 오케스트라는 결국 하나의 공동체이고, 팀워크와 연대감 없이는 이 프로젝트를 실현할 수 없다고 봤기에 단원들이 다 함께 밤늦게까지 연습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6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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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의 집 - 천재 작곡가 20인, 그들의 삶 속으로 떠나는 여행 이상의 도서관 50
양기승 지음 / 한길사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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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스트리아 빈에서 늦은 나이에 유학을 한 저자는 한 월간지의 제의를 받고 유럽 각국에 흩어져 있는 작곡가들의 생가를 찾아 그들의 발자취를 더듬어보는 일을 했다. 그 글들을 모은 것이 이 책이다. 익히 들어 본 적이 있는 유럽 작곡가들은 거의 다 있을 정도로 이 책에는 20명의 시대별 유명인들이 소개되어 있다. 신기한 건 모두 각자로 생각했던 이들이 스승과 제자로, 혹은 라이벌이나 친구로 관계를 가지기도 했던 것이다. 모차르트와 베토벤이 하이든의 제자였던 것, 베르디와 바그너의 라이벌 관계, 멘델스존과 교분을 가졌던 슈만……. 한 시대를 살면서 세인들의 입에 오르내렸을 이들이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음은 당연한 일이긴 하다.

 

  빈은 집집마다 음악소리가 들릴 만큼 많은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음악을 접하고 있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가족끼리 2, 3, 4중주를 할 수 있을 정도로 클래식이 대중화된 빈에 가 보고 싶다. 대중음악과 뮤지컬이 전 세계에 진출하고 있는 한류 열풍 속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의 클래식에 대한 열의도 높아지기를 바란다. 그리고 저자가 찾아다녔던 작곡가들의 생가에도 기회가 된다면 가보고 싶다. 빈에서 활동했던 사람들이 많아 저자가 사는 곳에서 멀리 여행하지 않아도 되었지만 어떤 작곡가들의 집은 너무 먼데다가 기차도 자주 없는 곳이어서 많은 고생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 책을 읽고, 작곡가들의 생을 다룬 영화를 보면서 그들 대부분이 참 많은 고생을 했다는 것에 마음이 아팠다. 가난을 친구로 삼았던 이들은 당시 대중의 인정을 받기 어려웠던 선각자들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너무 앞서가는 음악들은 익숙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생소할 수도 있었을 테니까.

 

  무엇이든 그렇겠지만 작곡을 하는 데는 엄청난 집중력이 필요하다. 하나의 맥락으로 긴 곡을 쓰기 위해서는 그렇지 않을 수 없다. 작곡을 위해 산 속에 오두막을 지어 놓고 산길을 오르내렸던 말러나 산책을 즐겼던 베토벤처럼 자연 속에서 음악의 영감을 얻었을 것이다. 나도 언젠가는 그런 여유 속에서 창작활동을 하고 싶다.

- "나는 세상이 주는 명성이나 비판 따위에 전혀 관심이 없다. 오로지 나는 내 마음에 있는 것을 표현하기 위한 필수의 수단으로 작곡을 했을 뿐이다." 베토벤이 그의 제자 체르니에게 남긴 어록의 한 구절이다. (53쪽)



- 수많은 예술인들 틈에 19세기 국민음악파 작곡가들도 리스트를 찾아왔다. 보로딘은 그의 「피아노 소나타」를 들고 와서 구석구석 구체적인 리스트의 소견을 들었고, 그리그는 43세 때 자신의 「바이올린소나타」를 들고 이 방에서 리스트 앞에 선다. 피아노에 앉아 있던 리스트는 작곡자로부터 받은 악보를 펴기가 무섭게 초견으로 단숨에 전곡을 연주해버렸다. 그뿐이 아니었다. 피아노 파트 위에 적힌 바이올린 선율을 남김없이 동시에 연주하는 리스트의 음악에 그리그는 한 번 더 넋이 나갔다. 훗날 그리그는 당시의 상황을 다음의 한 줄로 회상했다. "나는 어린애처럼 그저 웃을 수밖에 없었습니다."(147-1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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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판본 진달래꽃 (1950년 숭문사) - 1950년 숭문사 오리지널 초판본 더스토리 초판본 시리즈
김소월 지음 / 더스토리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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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739644493

 

  어린 시절 김소월님의 시 한두 편 외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민요 시인이라는 이름을 가질 정도로 우리나라 사람들의 정서를 잘 반영한 시를 썼던 그는 가장 어려웠던 시대를 보내면서 수많은 아픔을 겪었을 것입니다. 일제 강점기 중에 그는 좌절하며 슬픈 최후를 맞습니다.

 

  하지만 그의 시는 아름답습니다. 어려운 한자어보다 아름답고 쉬운 우리말로 된 시어들을 읽다 보면 노래를 부르는 느낌이 듭니다. 자유로운 형식으로 시를 쓰는 요즘 시들에 비하면 운율이 맞는 시구들이 정겹습니다.

 

  어두운 시대에 혁명으로 세상을 변화시키기보다 어떤 의미에서는 슬픔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감성적인 모습이 당시 다른 시인들에 비해 조금은 은둔적인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살아남기조차 힘겨웠던 시절에 좌절을 노래한 것만으로도 민중의 삶을 대변한 것 같습니다. 짐승조차 꿈이 있는데 아름다운 세상을 꿈꾸지 못하는 자신을 한탄하던 시인의 아픔이 느껴집니다.

 

  이제는 고전이 되어버린 당시 시인들의 시가 정겹게 느껴집니다. 그 때의 시들을 더 읽어보고 싶습니다.

 

 

 

 

- 꿈 (53쪽)

닭 개 짐승 조차도 꿈이 있다고

이르는 말이야 있지 않은가,

그러하다, 봄날은 꿈꿀 때.

내 몸에야 꿈이야 있으랴,

아아 내 세상의 끝이여,

나는 꿈이 그리워, 꿈이 그리워.



- 옛 낯 (96쪽)

생각의 끝에는 졸음이 오고

그리움의 끝에는 잊음이 오나니,

그대여, 말을 말아라, 이 후부터,

우리는 옛 낯 없는 설움을 모르리.



- 엄마야 누나야 (224쪽)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뜰에는 반짝이는 금 모래빛,

뒷문밖에는 갈잎의 노래

엄마야 누나야 강변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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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크게 키우는 말 vs 아프게 하는 말 - 어떤 말로 자녀와 대화할 것인가?
정윤경.김윤정 지음 / 덴스토리(Denstory)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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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733461231

 

  아이들과의 관계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대화하는 태도와 말인 것 같다. 아이들이 나의 소유물이라고 생각한다면 아이를 내 마음대로 좌지우지하고 싶어져 욕심이 생긴다. 욕심이 생기면 아이들이 기대에 못 미치는 행동이나 말을 할 경우 용납하기가 어렵다. 마음의 여유가 없어지면 아이와의 관계를 망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런 경우 사춘기 시기가 다가왔을 때 아이와의 관계 형성에 어려움을 겪을지 모른다. 지금까지의 말은 모두 나의 경험 이야기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나의 부족했던 부분들을 떠올리며 아이들이 어렸을 때 이 책을 보았으면 좋았겠다, 하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은 크게 아이를 키우는 말과 아이를 아프게 하는 말의 두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아이를 크게 키우는 말에는 너의 도움이 큰 힘이 되었어, 네가 선택한 방법이 좋았다, 지금 네 마음이 어떤지 알아, 엄마 생각해 줘서 고마워, 이런 말들이 있고, 아프게 하는 말에는 어린 게 별소리 다 하네, 그런 식으로 하면 절대 용서 못한다, 그냥 하라는 대로 해, 가서 공부나 해, 이런 말들이 있다. 100점 맞아서 정말 자랑스럽다는 말이 아이에게 오히려 부담을 줄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님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은 책이다. 사랑하는 지인 분께 선물해야겠다.

 

- 아이에게 ‘책임감’ 있는 행동을 바라면서도 정작 부모의 양육태도가 아이의 책임감을 말살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안쓰러워서, 답답해서, 너무 예뻐서, 아이가 어떤 일을 책임지고 해나갈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한 채 엄마 아빠가 모든 일을 대신 다 해주는 것이다. 옷을 입혀주고 벗겨주는 것부터 시작해서 학교 준비물, 방학숙제, 학교 일정까지 부모의 관리가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하다못해 요즘에는 아이 대신 봉사활동을 해서 점수를 따는 부모도 있다고 한다. 그러고는 우리 아이가 책임감이 좀 있었으면 하고 푸념을 늘어놓으니, 이 얼마나 아이러니한 일인가. (1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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