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의 집 - 천재 작곡가 20인, 그들의 삶 속으로 떠나는 여행 이상의 도서관 50
양기승 지음 / 한길사 / 2013년 3월
평점 :
품절


  오스트리아 빈에서 늦은 나이에 유학을 한 저자는 한 월간지의 제의를 받고 유럽 각국에 흩어져 있는 작곡가들의 생가를 찾아 그들의 발자취를 더듬어보는 일을 했다. 그 글들을 모은 것이 이 책이다. 익히 들어 본 적이 있는 유럽 작곡가들은 거의 다 있을 정도로 이 책에는 20명의 시대별 유명인들이 소개되어 있다. 신기한 건 모두 각자로 생각했던 이들이 스승과 제자로, 혹은 라이벌이나 친구로 관계를 가지기도 했던 것이다. 모차르트와 베토벤이 하이든의 제자였던 것, 베르디와 바그너의 라이벌 관계, 멘델스존과 교분을 가졌던 슈만……. 한 시대를 살면서 세인들의 입에 오르내렸을 이들이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음은 당연한 일이긴 하다.

 

  빈은 집집마다 음악소리가 들릴 만큼 많은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음악을 접하고 있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가족끼리 2, 3, 4중주를 할 수 있을 정도로 클래식이 대중화된 빈에 가 보고 싶다. 대중음악과 뮤지컬이 전 세계에 진출하고 있는 한류 열풍 속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의 클래식에 대한 열의도 높아지기를 바란다. 그리고 저자가 찾아다녔던 작곡가들의 생가에도 기회가 된다면 가보고 싶다. 빈에서 활동했던 사람들이 많아 저자가 사는 곳에서 멀리 여행하지 않아도 되었지만 어떤 작곡가들의 집은 너무 먼데다가 기차도 자주 없는 곳이어서 많은 고생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이 책을 읽고, 작곡가들의 생을 다룬 영화를 보면서 그들 대부분이 참 많은 고생을 했다는 것에 마음이 아팠다. 가난을 친구로 삼았던 이들은 당시 대중의 인정을 받기 어려웠던 선각자들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너무 앞서가는 음악들은 익숙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생소할 수도 있었을 테니까.

 

  무엇이든 그렇겠지만 작곡을 하는 데는 엄청난 집중력이 필요하다. 하나의 맥락으로 긴 곡을 쓰기 위해서는 그렇지 않을 수 없다. 작곡을 위해 산 속에 오두막을 지어 놓고 산길을 오르내렸던 말러나 산책을 즐겼던 베토벤처럼 자연 속에서 음악의 영감을 얻었을 것이다. 나도 언젠가는 그런 여유 속에서 창작활동을 하고 싶다.

- "나는 세상이 주는 명성이나 비판 따위에 전혀 관심이 없다. 오로지 나는 내 마음에 있는 것을 표현하기 위한 필수의 수단으로 작곡을 했을 뿐이다." 베토벤이 그의 제자 체르니에게 남긴 어록의 한 구절이다. (53쪽)



- 수많은 예술인들 틈에 19세기 국민음악파 작곡가들도 리스트를 찾아왔다. 보로딘은 그의 「피아노 소나타」를 들고 와서 구석구석 구체적인 리스트의 소견을 들었고, 그리그는 43세 때 자신의 「바이올린소나타」를 들고 이 방에서 리스트 앞에 선다. 피아노에 앉아 있던 리스트는 작곡자로부터 받은 악보를 펴기가 무섭게 초견으로 단숨에 전곡을 연주해버렸다. 그뿐이 아니었다. 피아노 파트 위에 적힌 바이올린 선율을 남김없이 동시에 연주하는 리스트의 음악에 그리그는 한 번 더 넋이 나갔다. 훗날 그리그는 당시의 상황을 다음의 한 줄로 회상했다. "나는 어린애처럼 그저 웃을 수밖에 없었습니다."(147-14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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