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통 튀는 학부모와 당황한 교사 - 초등학교 상황으로 본 학부모와 교사 심리
한영진 지음 / 학지사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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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교 현장에서 학부모님을 대하다 보면 생각지 못한 일이 벌어지곤 합니다.사실 저 자신은 학부모님과의 큰 문제를 만나진 않았습니다하지만 다른 선생님이나 학부모님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서로 간의 오해로 인해 감정이 상하는 경우도 종종 있는 것 같습니다이 책에는 현장에서 접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상황들의 예를 놓고 학부모와 교사의 입장을 서로 바꿔 생각해 보고대안을 제시해 줍니다.

 

  이번에 제가 있는 학교에 새로 부임해 온 선생님들이 몇 분 계시는데 초임 발령이라 학교생활에 대해 질문을 많이 하십니다아이들이나 학부모님을 대하는 데 있어 조심스럽고대학교에서 배운 것과 실제 학교생활은 다른 부분이 많기 때문입니다이 책에는 그 선생님께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들이 가득 들어 있어 선물하려고 합니다.

 

  역지사지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 보면 이해 못 할 일은 없습니다교사가 학생이나 학부모의 입장이 되어 보거나 학부모님이 교사의 입장이 되어 생각한다면 오해나 감정의 소모가 아닌 이해의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하지만 그게 말처럼 쉽지 않기 때문에 트러블이 생기게 됩니다그리고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이 있어 서로 대화를 해야 할 때도 서로를 존중하는 언어를 사용한다면 문제는 쉽게 해결될 텐데 막무가내인 분들에게까지 존중하는 마음으로 대하기는 쉽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그래서 교사들 중에는 상한 마음을 치유하기 위한 연수를 일부러 가는 경우도 있습니다.

 

  새학기마다 교사학부모학생은 저마다 약간의 스트레스를 받습니다어떤 학생어떤 선생님어떤 학부모를 만나게 될까 하는 생각에 그럴 것입니다교사이자 학부모인 저로서는 어떤 상황에 있더라도 절대 아이 앞에서 담임교사를 욕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는 소신을 가지고 있습니다선생님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아이 앞에서는 훌륭한 선생님이라고 하고아이가 선생님의 안 좋은 점을 이야기하더라도 일단 선생님이 그러셨을 리가 없다고 선생님께 상담을 해 자초지종을 알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교사로 오래 생활하다 보니 아이를 보면 가정 상황을 알 수 있습니다허용적인 가정 분위기인지 억압적인지 아이들의 표정에서 드러나기 때문입니다.학교에서 아이들을 교육하는 것이 맞긴 하지만 가정에서의 협조 없이는 반쪽뿐인 교육입니다서로를 존중하는 분위기의 학교라면 이 책에서 묘사한 여러 가지 문제들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 믿습니다.

- ​성품은 다른 사람의 입장과 처지를 고려하여 자신의 고유한 성격을 조정하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깨달음이나 훈련에 의해 길러지는 것으로 타인과 함께 잘 어울리기 위해서 꼭 필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196쪽)

- ​부유하거나 가난하거나 생존에 대한 의지와 자존감은 확실해야 한다. 평생 일을 안 해도 쓸 것이 준비된 사람들도 있다. 그렇다고 일을 안 하고 소비만 할 것인가? 반면 보조를 받지 않으면 생계도 곤란한 가난한 사람들이 우리 사회에 섞여 살고 있다. 재산과 관계없이 자기 먹을 것은 직접 일을 해서 사겠다는 생각을 가져야 하고, 공짜에 대한 기대심리로 혹시 삶의 자세가 게을러지는 일은 없어야 한다. 이런 것들을 염두에 두면서 복지정책이 실현되어야 할 것이다. (2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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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의 온도 - 청소년 테마 소설 문학동네 청소년 22
김리리 외 지음, 유영진 엮음 / 문학동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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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의 황금 시기를 맞기 전 동틀 녘쯤 되려나? 우리들의 청소년기는 길고도 아리게 지나간다. 질풍노도라는 사춘기 시절을 제외하고서라도 많은 변화와 넓어지는 관계로 인한 갈등의 깊이가 감당할 수 있는 것보다 크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청소년기의 관계는 그래서 더 복잡하고 난해하다. 이 책에서는 특수한 시기의 여러 가지 관계에 대해 일곱 작가의 입을 빌어 운을 띄운다.

 

 

  청소년기의 가장 큰 관심인 친구 관계에 대해 이 책의 많은 부분은 이야기한다. 마냥 웃고 즐기던 초등학교 시절과는 달리 인생에 대해 뭘 좀 알 것 같은 나이인 청소년 시절에는 친구를 그저 좋기 때문에 사귀지는 않는다. 이 책을 읽으며 나의 학창시절을 떠올렸다. 고등학교 1학년이 된 나는 중창 동아리에 들어가서 일 년 동안 활동했는데 그 때 처음 만난 K와 웃고 즐기는 사이가 되었다. 중창 동아리는 가끔 봉사 연주를 했는데 어느 날 K가 다니던 작은 교회에 가서 노래를 했다. 교인 수가 너무 적어 열 댓명이던 우리 동아리 아이들보다 더 적은 것 같았다. 고생해서 찾아갔던 그 교회에서의 공연 이후 우리는 더 친해졌고 고등학교 3학년까지 쭉 같은 반을 하며 단짝으로 지냈다. 하지만 고3이 되면서 공부 스트레스에 시달리던 나는 늘 관심을 바라는 K가 조금씩 부담스러워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서로 다른 길을 가게 된 대학 시절 어느 날 우리는 다시 만났다. 입시 스트레스를 홀가분히 넘긴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좋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게 되어 아이 엄마들이 된 지금도 마음 깊은 곳까지 터놓을 수 있는 사이로 지내고 있다. 고등학교 친구가 가장 깊은 사이라는 말에 공감한다. 그래서 청소년기의 관계는 그 어떤 시기보다 중요하다,

 

 

  이 책에는 여러 가지 관계가 등장한다. 친구와 함께 일탈(우편함 속 편지들을 뜯어 돈을 훔친 일)을 저지른 주인공의 죄책감, 새 아빠라는 인물과의 묘한 거리감으로 고민하다 자신에게 다가오려고 하는 그에게 마음을 열기로 결심하는 한 소년, 세상을 먼저 떠난 친구를 잊지 못하는 마음, 차분히 뜨개질을 하며 반 전체의 분위기를 조용히 바꿔 놓은 소년……. 살아가면서 겪게 될 수많은 관계의 연습 기간인 청소년기에 죽음과 부모의 재혼 등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벌어지는 일들에 당황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런 과정을 통해 우리는 조금씩 성장해 나간다.

 

 

  청소년 자녀를 두고 있는 나는 이 책을 통해 요즘 그들이 생각하는 것을 어렴풋이나마 알 수 있게 된 것 또한 하나의 소득이다. 우리 아이들도 차갑거나 뜨거운 여러 관계들을 통해 성숙해 나가기를 바란다. 그동안 단편소설집을 즐겨 읽지 않았는데 이 책 속 단편들의 여운이 진하게 스민 뭉클한 끝부분들로 인해 단편의 매력에 사로잡혔다.

- 겨울방학을 며칠 앞둔 무렵엔 철용이 그다지 눈에 띄지 않았다. 교실 안에는 몸피가 작은, 머리카락이 긴, 키가 큰, 살빛이 흰 철용이들이 가득했으니 말이다. (89쪽)

- 진호가 축지법은 수건이랬지? 이렇게 수건을 반으로 접으면 두 지점이 만난다고. 그렇다면 그 남자는 나랑 만나고 싶은가. 이 수건처럼? (196쪽)

- 관계의 기본 속성은 갈등이라는 겁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면 의견이 다르고 의지가 충돌할 수밖에 없습니다. 갈등을 잘 조정하고 해결할 수 있는 지혜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긍정적인 관계를 맺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고통을 초래하는 부정적인 관계를 맺을 수밖에 없습니다. (202-20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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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저리 스티븐 킹 걸작선 10
스티븐 킹 지음, 조재형 옮김 / 황금가지 / 200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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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끝부분으로 가면서 책장이 더 남아 있었으면 하는 책이 있다. 이 책이 그 중 하나다. 며칠 전 다시 본 영화 속에서 작가 자신을 그려냈다는 <미져리(영화에서는 ‘져’로 번역했다)> 속 폴은 대중 소설을 썼지만 늘 순수문학을 하고자 했던 재능 있는 작가다. 애니에게 고통 받는 동안에도 그는 훌륭한 작품을 쓴다. 그가 글을 쓰는 장면 묘사를 자세히 보고 싶어 도서관에서 이 책을 빌렸다.

 

  폴의 ‘넘버 원 팬’인 애니는 폴이 마지막에 쓴 <<미저리>> 시리즈에서 여자 주인공 미저리가 죽는다는 것을 알고는 눈길에 미끄러져 뒤집힌 차에서 자신이 살려낸 폴을 가혹하게 대하기 시작한다. 사실 그녀는 살인 전력이 화려한 전직 간호사 출신이다. 영화에서와는 달리 폴은 애니를 처음 보는 순간부터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다. 시간이 갈수록 멍해진 뒤 정상이 아닌 행동을 하는 애니 앞에서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다리 부러진 환자 신세의 자신을 깨닫고 좌절한다. 하지만 엄청난 생명력으로 그는 온갖 고통을 참아내고 애니로부터 벗어날 날만을 기다린다.

 

  인정 사정 없는 애니에게 약한 부분이 있었으니 그건 바로 그녀가 사랑하는 소설 <<미저리>> 시리즈이다. 그걸 쓴 폴이니 그녀는 그를 죽일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마지막 편에서 죽은 미저리를 살려낼 사람은 바로 폴이기 때문이다. 타자기를 사 와 <<돌아온 미저리>>를 쓰게 한 그녀는 폴이 그녀에게서 벗어나려 할 때마다 잔혹한 행위를 하지만 책을 잘 쓸 수 있도록 돕기도 한다. 폴이 자신을 빗대어 세헤라자데를 떠올린 건 그 때문이다.

 

  이 책에는 그가 순수문학으로 쓴 <<과속 차량>>과 <<돌아온 미저리>>에 대한 부분도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그가 글을 쓰는 장면 묘사가 상당히 많이 나온다. 아이디어를 얻고 싶을 때 산책을 한다는 부분을 읽으며 참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과속 차량>>의 집필 아이디어도 비디오를 사러 나갔다 얻었기 때문이다. <<돌아온 미저리>>를 쓰는 폴은 인물들이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상상하며 글을 쭉쭉 써내려간다. 자다가도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타자기 앞으로 가는 장면을 읽으며 미친 듯이 글을 쓰는 작가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런 장면들이 잔인한 묘사와 욕이 심심찮게 나오는 이 책을 끝까지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이유다.

 

  영화와 다른 부분은 애니에 대한 묘사와 마지막 부분이 아닐까 한다. 영화에서의 애니는 느낌 따뜻한 배우의 이미지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귀여움과 섬뜩함을 오가는데 비해 책에서의 애니는 아주 잠깐 따뜻한 모습을 보이는 것 외에는 주로 이상하거나 폭력적인 것으로 나온다. 마지막 장면에서는 영화와 달리 깜짝 반전이 하나 더 등장한다.

 

  이 책을 읽으며 스티븐 킹의 독자를 사로잡는 스토리텔링 실력에 혀를 내둘렀다. 그의 책을 많이 읽어보진 않았지만 대중 공포소설 치곤 문학적인 면도 많이 느껴졌다. 소설 속 폴이 순수문학을 쓰고 싶어 했던 건 어쩌면 스티븐 킹 자신의 바람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의 다른 작품이 궁금하다.

- ‘미저리Misery'는 보통 명사로서 고통을, 일반적으로 길고 끝을 알 수 없는 고통을 의미했다. 그런 단어가 적당한 소설에 인용되면서 등장인물의 이름과 구성 방식을 의미하게 되었다. 확실히 끝을 알 수 없는 구성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곧 대단원을 맞을 참이었다. 미저리는 폴의 인생에서 마지막 4개월(어쩌면 5개월)을 관통하여 흘러왔다. 그렇다. 수많은 미저리가 있었고, 미저리의 날이 밝았다가 미저리의 날이 저물어 갔다. 확실히 너무나도 단순한 인생이었고, 확실히……. '오, 아니야, 폴. 미저리에 관해서라면 단순한 것은 하나도 없어. 네가 미저리에게 목숨을 빚졌다는 사실만 빼면. 아마도 넌…… 결국 세헤라자데가 되었기 때문에 그나마 목숨을 부지할 수 있었던 거야. 안 그래?’ (398-399쪽)

- 폴은 한동안 생각에 잠긴 뒤 연습장을 열고 연필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종이 속에서 구멍을 발견해 냈다. 폴은 애니가 날카롭게 깎아 준 연필 세 자루가 전부 다 끝이 뭉뚝해질 때까지 네 시간 동안 흐트러짐 없이 글을 썼다. 그리고 나서 침대로 굴러 가 드러누웠고, 편안하게 잠들었다. (48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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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처럼 살라 다른 길, 자기만의 삶 1
박홍순 지음 / 한빛비즈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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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고등학교 교과서에서 만난 이후 잊고 지냈던 장자. 그 동안 '언젠간 읽어야지' 하는 마음은 있었지만 선뜻 손이 가지 않는 것이 노자, 장자, 논어 등 동양 철학 사상 서적이다. 이런 나에게 동양 철학에 대해 다시 관심을 갖게 한 것이 이 책이다. 시험에 나올 것을 대비하여 공자와는 반대되는 주장을 펼쳤다는 정도로 외웠던 것 같은데, 그가 어떤 주장들을 했는지, 무위자연을 주장한 그가 구체적으로 어떤 것에 대해 이야기했는지는 전혀 모르는 상태로 이 책을 만났다.

 

  인간은 시간이 지날수록 인위적인 틀에서 살아가게 된다. 자연과 더불어 살던 과거 우리의 조상들은 자연 그대로 살다가 갔지만 우리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온갖 물건들과 가치관 속에서 흐느적거린다. 작년에 본 영화 <헝거게임>은 지금보다 몇십 년 후가 배경인데 화장법이나 도구들이 지금보다 훨씬 더 인위적인 것을 보면 당분간은 인간이 만들어내는 개발과 창조물들 속에서 살 것이라고 상상하기가 어렵지 않다.

 

  장자는 유독 공자의 가르침을 반박하는 주장을 많이 했다. 유명한 공자를 등에 업고 덩달아 인기를 누리고자 한 것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우리나라가 오랜 시간 최고의 가치로 받아들였던 유교의 교훈들을 쓸모없는 것 또는, 인위적인 것으로 치부하여 자연으로 돌아가기를 주장한 장자는 심지어 국가도, 왕도 몇 몇 인간들이 만들어낸 자신의 부를 축적하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기도 한다.(큰 도둑) 

 

  그는 또한 요즘 시대에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자기계발과 사회적 성공에 목말라 하는 것도 인간 본연의 모습이 아닌 부질없는 노력으로 여긴다. 좋고 싫음의 경계를 짓지 않기를 바라고, 외모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으며, 모든 이들이 개성 없어져 감을 안타까이 여기던 장자는 시대를 넘어 대중의 생각을 뒤집어엎는 듯 용감하게 느껴졌다. 백성을 돌보지 않고 자신의 배만 채우고자 하는 정치인들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부분에서는 통쾌하기도 했다.

 

  지나치게 좋고 싫음을 구분하는 것, 요즘 시대의 감정의 과잉 등 현대인에게 경각심을 일으킬 만한 이야기들을 그 오랜 옛날 이미 했다는 것이 놀랍다. 어떻게 보면 지금 그의 주장을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것과는 정반대의 주장을 펼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사는 세상에 옳다고만 여겼던 여러 가치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이 책에는 장자뿐 아니라 동서양을 막론한 철학자들의 주장이 나와 비교하며 읽기에 좋았다.

 

- 마른 모래가 물을 빨아들이듯 왕성한 흡수력으로 인간과 세상을 만나는 시기에, 무려 15년 가까운 시간 동안 경제적 동기 안에서의 치열한 경쟁이라는 집단적 경험에 갇혀 살게 될 때, 향후 삶에서 무엇이 마음을 지배할지는 뻔한 노릇이다. (18쪽)

- "큰 그릇은 늦게 이루어지며, 큰 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다." -노자 (23쪽)

- 대학은 학문 탐구라는 본래 목적을 상실한 지 이미 오래이고 취업 학원으로 전락해 있다. 졸업을 전후하여 한두 해 안에 취직하지 못하면 기회조차 제대로 주어지지 않기에 필사적으로 매달린다. 학점 관리와는 별도로 있는대로 스펙 쌓기에 전념한다. (8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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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불량일기 - 고군분투 사고 치며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대학에서 살아남기
에릭 케스터 지음, 차백만 옮김 / 미래의창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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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왠지 거리감부터 느껴지는 하버드는 보통 사람들이 범접하기 어려운 대상으로 여겨진다. 수많은 유명인을 배출한 하버드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미국 학생들에게도 입학이 쉽지는 않다. 미식축구를 하면서도 좋은 성적을 유지하던 에릭은 하버드 합격 메시지를 보고 부모님과 함께 펄쩍펄쩍 뛴다. 나도 동생이 소위 명문대에 합격했을 때 동생과 부모님이 정말 뛰면서 기뻐하시던 모습 아직도 생생해 에릭과 부모님을 상상하기가 어렵지 않았다.

 

  꿈에 부푼 그의 하버드의 첫 해에 생각과는 다르게 우여곡절을 많이 겪게 된다. 이 책은 파란만장한 일 년 동안의 기록을 담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에릭과 함께 하버드의 구석구석을 누비며 탐험하기도 하고, 밖에서 보기에 신비하지만 그 내면에 산적한 수많은 문제들을 들추어내기도 한다. 낙제 수준의 시험 점수를 받고 하버드를 그만둘까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한 그는 책 날개에 졸업했다는 내용이 씌어 있는 걸 보면 계속 다닌 모양이다.

 

  그런가 하면 개인적으로는 비율적으로 적은 데다 공부만 하느라 꾸밀 줄 모르는 여학생들 중 여자친구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가 직접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글의 재미를 위해 허구를 더했다고 하는 이 책에는 '한 해 동안 어떻게 이렇게 재미난 일이 많았을까' 할 정도로 별 일이 다 일어난다. 그 중 인상적인 것이 기말고사 직전 옷을 다 벗고 함성을 지르며 달리는 ‘프라이멀 스크림’이었다. 하버드생들의 스트레스가 얼마나 컸으면 그런 행사를 통해 해소하고자 할까? 그의 '여자친구 만들기'가 프라이멀 스크림 중 결실을 맺기에 더 특별하게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애더롤'이라는 각성제를 상습적으로 사용하는 학생들이 많다는 하버드. 들어가기보다 졸업하기가 더 어렵다는 미국의 대학교는 우리나라와는 왠지 다른 풍경일 것 같다. 취업을 위해 도서관 자리를 데우는 수많은 학생들을 떠올리면 우리나라 학생들의 공부열의도 만만치 않음은 이해하지만 그것이 단지 스펙을 쌓아 좋은 회사에 취직하기 위함이라는 것이 마음에 걸린다. 진정한 학문을 위한 대학 본연의 존재 의미는 이제 점점 사라져 가는 것일까?

 

  이 책을 읽다 많이 웃었다. 웃음이 피식 나오는 게 아니라 정말 큰 소리를 내며 웃었다. 에릭의 바보스러운 에피소드들을 상상하기만 해도 재미있기 때문이다. 사건뿐 아니라 그의 툭 내뱉는 듯한 문체도 재미에 한몫 더한다. 불법과 비리가 판치고, 각종 파티의 공짜 술이 넘쳐나는 하버드는 내가 생각했던 것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었다. 물론 에릭의 개인적인 경험이므로 모두가 그렇게 지낸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읽으면서 하버드가 그렇게 오랫동안 세계의 최정상을 유지할 수 있는 데는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하버드에 대해 궁금한 사람들의 갈증을 어느 정도 해소시켜 줄 것이다. 묘한 건 이 책을 읽다가 내가 책으로 쓰고 싶은 이야기가 떠올랐다는 것이다. 나에겐 여러 가지로 의미있는 책이다.

- 하버드에서 부정행위는 뛰어난 학업 성과만큼이나 전통이 깊었다. 거짓말, 컨닝, 배신은 하버드에서 늘상 일어나는 일이었고, 하버드가 뛰어난 정치인들을 유달리 많이 배출한것도 어쩌면 그 때문일지도 몰랐다. (104쪽)

- 그녀는 등을 곧게 펴고 앉아서, 사람들과 얘기할 때면 상대방의 눈을 정면으로 응시했다. 상대방의 말에 진정으로 귀를 기울이는 모습이었다. 그녀의 표정에는 다른 하버드 학생들에게서는 볼 수 없는 진정성이 묻어났고, 그녀의 이러한 태도에 맞은편에 앉은 두 남학생은 신이 났다. (129쪽)

- 하버드 학생들은 심하다 싶을 정도로 타인을 냉정하게 평가한다. 학문적으로 뛰어난 재능을 보이는 까닭도 이런 비판적인 성향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지나치게 냉정하고 비판적이란 건 뒤집어 얘기하면 다른 사람의 부족함을 처참하게 깔아뭉갠다는 말이기도 하다. 교내 신문에 기고한 기사, 그림 전시, 아카펠라 공연 같은 사소한 일에서조차 흠을 잡아내서 비난한다. 한마디로 하버드에서 공개적으로 작품을 전시하거나 공연을 하려면 완벽해야 했다. (2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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