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처럼 살라 다른 길, 자기만의 삶 1
박홍순 지음 / 한빛비즈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고등학교 교과서에서 만난 이후 잊고 지냈던 장자. 그 동안 '언젠간 읽어야지' 하는 마음은 있었지만 선뜻 손이 가지 않는 것이 노자, 장자, 논어 등 동양 철학 사상 서적이다. 이런 나에게 동양 철학에 대해 다시 관심을 갖게 한 것이 이 책이다. 시험에 나올 것을 대비하여 공자와는 반대되는 주장을 펼쳤다는 정도로 외웠던 것 같은데, 그가 어떤 주장들을 했는지, 무위자연을 주장한 그가 구체적으로 어떤 것에 대해 이야기했는지는 전혀 모르는 상태로 이 책을 만났다.

 

  인간은 시간이 지날수록 인위적인 틀에서 살아가게 된다. 자연과 더불어 살던 과거 우리의 조상들은 자연 그대로 살다가 갔지만 우리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온갖 물건들과 가치관 속에서 흐느적거린다. 작년에 본 영화 <헝거게임>은 지금보다 몇십 년 후가 배경인데 화장법이나 도구들이 지금보다 훨씬 더 인위적인 것을 보면 당분간은 인간이 만들어내는 개발과 창조물들 속에서 살 것이라고 상상하기가 어렵지 않다.

 

  장자는 유독 공자의 가르침을 반박하는 주장을 많이 했다. 유명한 공자를 등에 업고 덩달아 인기를 누리고자 한 것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우리나라가 오랜 시간 최고의 가치로 받아들였던 유교의 교훈들을 쓸모없는 것 또는, 인위적인 것으로 치부하여 자연으로 돌아가기를 주장한 장자는 심지어 국가도, 왕도 몇 몇 인간들이 만들어낸 자신의 부를 축적하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기도 한다.(큰 도둑) 

 

  그는 또한 요즘 시대에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자기계발과 사회적 성공에 목말라 하는 것도 인간 본연의 모습이 아닌 부질없는 노력으로 여긴다. 좋고 싫음의 경계를 짓지 않기를 바라고, 외모를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으며, 모든 이들이 개성 없어져 감을 안타까이 여기던 장자는 시대를 넘어 대중의 생각을 뒤집어엎는 듯 용감하게 느껴졌다. 백성을 돌보지 않고 자신의 배만 채우고자 하는 정치인들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부분에서는 통쾌하기도 했다.

 

  지나치게 좋고 싫음을 구분하는 것, 요즘 시대의 감정의 과잉 등 현대인에게 경각심을 일으킬 만한 이야기들을 그 오랜 옛날 이미 했다는 것이 놀랍다. 어떻게 보면 지금 그의 주장을 받아들이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것과는 정반대의 주장을 펼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사는 세상에 옳다고만 여겼던 여러 가치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었다. 이 책에는 장자뿐 아니라 동서양을 막론한 철학자들의 주장이 나와 비교하며 읽기에 좋았다.

 

- 마른 모래가 물을 빨아들이듯 왕성한 흡수력으로 인간과 세상을 만나는 시기에, 무려 15년 가까운 시간 동안 경제적 동기 안에서의 치열한 경쟁이라는 집단적 경험에 갇혀 살게 될 때, 향후 삶에서 무엇이 마음을 지배할지는 뻔한 노릇이다. (18쪽)

- "큰 그릇은 늦게 이루어지며, 큰 소리는 잘 들리지 않는다." -노자 (23쪽)

- 대학은 학문 탐구라는 본래 목적을 상실한 지 이미 오래이고 취업 학원으로 전락해 있다. 졸업을 전후하여 한두 해 안에 취직하지 못하면 기회조차 제대로 주어지지 않기에 필사적으로 매달린다. 학점 관리와는 별도로 있는대로 스펙 쌓기에 전념한다. (8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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