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스타일이다 - 책읽기에서 글쓰기까지 나를 발견하는 시간
장석주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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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산책, 음악, 햇빛, 바다, 대숲, 제주도를 좋아하고 서재와 도서관을 사랑한다.” (책날개) 저자가 말하는 취향이 어쩜 나와 이리도 닮았는지. ‘마흔의 서재’라는 책을 읽고 이분에 대해 알게 된 후로 줄곧 좋아해 왔고, 그가 쓴 책들을 즐겨 읽고 있다. 책도 얼마나 많이 쓰셨는지 기다릴 것도 없이 생각나면 찾아 읽을 책들이 즐비하다. 오래전 사 두고 수없이 팔아치운 책들 틈바구니에서 ‘글쓰기 책’이라는 명목으로 책장 자리를 지킨 책이다. 빛바랜 누런 표지와 만만치 않게 누르스름한 내지는 오히려 내 손때가 묻은 양 정겹다. 처음 읽을 때에도 밑줄을 그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밑줄 긋는 데 죄책감이 없었다. 같은 곳에 줄을 긋고 싶기도 했지만 그전에는 왜 이 부분을 놓쳤지, 싶은 명 구절들을 속속 발견하는 재미가 있었다.

그동안 수없이 많은 글쓰기 책을 읽었지만 그중 이 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니라 내 마음을 건드려 나를 글 쓰지 않고 못 배기게 할 만큼 영감을 주기 때문이다. 실제적인 자신의 경험을 바탕 한 글쓰기 방법과 함께 오랜 깊은 독서로 인한 통찰력을 듬뿍 담았다. 글쓰기를 위해 먼저 혼자만의 책 읽기가 필요하다는 의미에서 ‘밀실’이라는 첫 장과 글쓰기를 시작하기 위해 알아야 할 것들을 알려주며 ‘입구’를 보여주는 두 번째 장으로 시작한다. 꽉 막힌 네모와 입구를 나타내는 아래로 뚫린 삼면이 의미심장하게 그려져 있다. 세 번째 장은 글을 쓰다 보면 맞게 되는 수많은 역경을 ‘미로’라는 이름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출구’가 있다. 작가가 갖추어야 할 것들을 자세히 알려주는 바로 4장의 제목이다. 이걸로 끝이 아니다. 방법을 알았으면 이제 소통해야 한다. 누구와? 많은 작가들과. 책의 제목처럼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자기만의 문체 스타일을 가져야 한다. 책에는 김연수, 헤밍웨이, 김훈, 하루키, 피천득, 샐린저 등 국내외 명 작가들의 생애와 작품, 그리고 문체를 보여준다. 제5장 ‘광장’에서 말이다.

방대한 책의 내용을 짧은 서평에 다 담을 수는 없는 일이니 글쓰기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꼭 밑줄 그으며 읽어보기를 권한다. 책 속 보석 같은 부분들이다. 책 읽기는 이해와 공감의 능력을 키우는 지름길이다. 이해와 공감 없이는 어떤 글도 쓸 수 없다. 글쓰기의 동기는 자기 내면에서 나오는 것이지만 그것을 자극하고 촉발하는 것은 다양한 책 읽기이다. 훌륭한 작가들이 쓴 책들을 두루 읽다 보면 어느새 자신도 그런 글을 쓰고 싶다는 욕구를 느끼게 된다. (16쪽) 독서를 할수록 뇌의 시각 피질이 달라지고, 문자나 문자 패턴, 단어 등 시각적 이미지를 담당하는 세포망이 가득 채워져 자극에 대한 반응을 효율적인 신경회로망으로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숙련된 독서가의 뇌는 이렇게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뇌 전체에 퍼져 있는 네트워크 시스템을 가동시키면서 지적 능력을 발휘하게 한다. (22쪽) 끊임없이 자신의 정체성을 따져 묻고, 자의식에 대한 투명한 인식에 이른 사람만이 글을 쓸 수 있다. (19쪽) 작가의 재능이란 다름 아닌 글쓰기의 고통을 견뎌내는 것, 고통 속에서도 쓰기에 대한 열정이 고갈되지 않는 것이다. 그들은 살아남기 위해 쓰고, 쓰고, 또 쓴다. 사자의 심장을 갖고 도전하고, 도전하고, 다시 도전한다. (64쪽) 글을 쓴다는 것은 자아를 세상에 드러내는 일인 동시에 자아로부터 벗어나는 일이기도 하다. 글쓰기, 특히 문학은 어떤 식으로든 타자와 교감하고 연대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 연유로, 글을 못 쓰는 사람일수록 자기중심적이고 자기 안에 갇혀 있는 경우가 많다. 글을 잘 쓰고 싶다면 편향이나 왜곡 없이 더 많이 사랑하라! 세상을 향한 애정이 충만할수록 글도 거침없이 쓸 수 있다. (70쪽) 글은 내면의 동기가 강력할수록 더 잘 써진다. 대개의 글쓰기는 자기 생각을 분출하는 것이다. 타율이 아니라 자율일 때, 즉 독자적이고 자유롭게 이루어지는 행위일 때 더 즐겁고 보람도 크다. (100쪽) 작가란 모름지기 날마다 뭔가를 써야 한다. 쓰고, 지우고, 다시 써야 한다. 한 번 쓴 것은 다시는 들여다보고 싶지 않을 만큼 진절머리가 나지만 그걸 억누르며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 그걸 끝없이 반복해야 한다. 그래야만 작가라 할 수 있다. (119쪽) 멋진 문장을 쓰기 위해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진실되지 못한 글을 아름답게 하기 위해 현란한 수사로 치장을 하게 되면, 그것은 고운 헝겊을 누덕누덕 기워 만든 보자기로 오물을 싸놓은 것처럼 흉한 냄새를 풍기게 된다.” 대개 현란한 수사는 사실을 흐릿하게 만들고 진실을 장막으로 가린다. 불필요한 장식들은 독자의 반감을 부른다. 글이란 아무 꾸밈없이 평이한 문장으로 시작하는 게 좋다. 늘 평이한 어휘들로 쉽고 간결하게 쓰는 버릇을 들이라. 간결하고 담백하며 함축적일 때 문장은 힘차고 읽을 만한 것이 된다. (183쪽)

헤매지 않고 작가라는 길을 건너라는 의미로 방대한 정보를 요령 있게 정리해 주면서 무엇이 글쓰기에 이로운 일인지 가르쳐주는 나침반과 같은 책, 바로 장석주 시인이 스스로 말하는 이 책을 쓴 이유(83쪽)이다. 내가 글을 쓰는 동안 이 책은 나에게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다. 들고 나는 수많은 책들 중 나의 책장 좋은 자리를 지키는 책이 될 것이다.

* 목소리 리뷰

https://www.youtube.com/watch?v=bdYyK0cJF9U


책 읽기는 이해와 공감의 능력을 키우는 지름길이다. 이해와 공감 없이는 어떤 글도 쓸 수 없다. 글쓰기의 동기는 자기 내면에서 나오는 것이지만 그것을 자극하고 촉발하는 것은 다양한 책 읽기이다. 훌륭한 작가들이 쓴 책들을 두루 읽다 보면 어느새 자신도 그런 글을 쓰고 싶다는 욕구를 느끼게 된다. (16쪽) 독서를 할수록 뇌의 시각 피질이 달라지고, 문자나 문자 패턴, 단어 등 시각적 이미지를 담당하는 세포망이 가득 채워져 자극에 대한 반응을 효율적인 신경회로망으로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숙련된 독서가의 뇌는 이렇게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뇌 전체에 퍼져 있는 네트워크 시스템을 가동시키면서 지적 능력을 발휘하게 한다. (22쪽) 끊임없이 자신의 정체성을 따져 묻고, 자의식에 대한 투명한 인식에 이른 사람만이 글을 쓸 수 있다.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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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영어 혁명 - 지금 바로 0원으로 AI와 함께 떠나는 어학연수
김영익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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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공부에 대한 부담은 비단 학생들만의 것은 아닐 것이다. 오랜 시간 영어를 배웠지만 막상 외국인을 만나면 입이 잘 떨어지지 않는 이들이 많다. 직업적으로 관련이 있거나 특별히 관심이 있지 않는 한 졸업과 동시에 영어와 점점 멀어진다. 하지만 영어를 놓지 않고 있다면 영어로 된 많은 정보에 수시로 다가갈 수 있고, 어쩌다 마주칠 수 있는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출판사로부터 이 책을 받게 된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교사 생활을 하면서 영어 연수 기회가 많아 영어의 명맥만 유지하고 있던 차에 심화 연수를 받으면서 영어 교육법을 외국인 선생님들에게 배우기도 했다. 영어 전담교사로 몇 년을 지냈지만 벌써 5년이 넘게 흐르는 동안 나의 영어 실력이 퇴보했음을 느낀다.

영어공부 방법은 모두 다르겠지만 나는 영화를 반복해서 보면서 발음이나 연음을 익힌 것 같다. 오랫동안 출퇴근할 때 영어 라디오를 듣고 바로 따라 하는 쉐도잉을 했다. 영어 단어를 내 목소리로 녹음해 듣고 다니며 외웠고, 영어 원서를 읽으려고 노력했다. 영어 패턴책을 구입해 MP3 파일을 계속 들으며 문장의 구조를 문장으로 외우기도 했다. 이 책에서 역시 노출을 많이 하는 것이 좋다고 하였다. 그렇다고 계속 무작정 듣기만 하는 것은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원어민과 대화로 부딪히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겠지만 돈이 많이 들고 기회가 많지 않은 것이 흠이다. 그런 면에서 AI 선생님과 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은 정말 획기적이었다.

우리는 영어를 시험을 쳐 가며 배웠기 때문에 영어를 말하다가 틀리면 어떡하지, 하는 막연한 불안감이 있다. 하지만 영어 실력을 늘리기 위해서는 개의치 말고 많이 말해야 한다. 언어의 정확성보다는 유창성을 중요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책에는 40문항의 레벨 테스트가 실려 있다. 병원에서 차례를 기다리며 해 보았는데 생각보다 앞부분이 쉬워서 신나게 풀다가 뒷부분의 몇 문제는 헷갈려서 틀렸다. ‘would’의 용법에 대해 내가 잘 모르는 부분이 많음을 알 수 있었다. 앞으로 영어공부를 하며 보완해야겠다.

챗GPT로 무한 리스닝 자료를 쉽게 만들 수 있고, 개수를 지정하면 수준별 단어장도 만들 수 있다. 문법 공부도 할 수 있고, 이해하기 어려운 문법은 강의를 받을 수도 있다. 심지어 한국어로도 설명을 들을 수 있다. 레벨이나 주제를 지정하여 일상의 대화를 나눌 수도 있으며 책에는 대화 나누기 좋은 다양한 주제들을 제시하고 있다. 영작문 피드백이나 비즈니스 이메일 쓰는 것까지 도와주는 등 정말 기술의 발전이 눈부시다. 책에는 챗GPT를 활용한 영어공부 외에도 오프라인에서 랭귀지 파트너를 찾는 방법도 나와 있는데 실제로 만나는 것인 만큼 조심해야 할 것 같다. 과학, 교육, 역사, 뉴스 등 카테고리별 유튜브 영어 채널도 100개나 소개되어 있다.

책을 읽으며 실제로 모두 해 보면 좋겠지만 지금 당장 실천해보지는 못했다. 여유가 생겨 영어를 본격적으로 공부할 때 이 책에 나오는 방법대로 따라 하면 쉽게 영어공부를 할 수 있을 것 같아 유익했다. 당장 영어를 효과적으로 공부하고 싶은데 방법이 막연한 분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다.



* 위 글은 출판사에서 무상으로 보내주신 책을 읽고 솔직한 마음을 적은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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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칠리아는 눈물을 믿지 않는다 여행자를 위한 인문학
김상근 지음, 김도근 사진 / 시공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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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출판사로부터 받고 오랫동안 읽었다. 혼자 여행에 데리고 가서 한참을 읽었는데 속도가 느렸다. 시칠리아라는 매력적인 이름의 장소에 대한 인문학 에세이라는 말에 왠지 읽기 편한 가벼운 내용일 줄 알았는데 BC 800년 그리스의 영향권에 있을 때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2800여 년의 역사를 생생하게 쓴 책이었다. 가볍게 읽으려던 나는 노트와 펜을 들고 적어 가며 공부하는 마음으로 읽었다. 지구 반대편 나에게 생소한 이곳의 이야기가 실제적으로 와닿은 것은 어느 정도 현재와 가까운 시기에 접어들면서부터이다. 괴테가 시칠리아에 다녀간 이후 뒤쪽은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우리나라도 외세의 침입을 많이 받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역사를 지니고 있지만 이 책을 읽으며 시칠리아를 따를 곳이 있을까 싶었다. 슬픔의 땅임을 묘사하고 싶었던 저자는 사진작가 동생이 찍은 시칠리아의 어부 사진을 표지에 담았다. 2800년 동안 14번의 외지인의 침략을 당해 수탈과 압제에 시달린 그야말로 슬픔이 가득한 땅이다. 현재도 정치적으로 외면당하고 경제적으로도 고립되어 있으며 지진과 가뭄, 화산 폭발과 해일의 두려움이 도사린 곳이다. 마피아의 근거지로 착취당하고, 오랫동안 유럽의 곡식창고로 수탈당하던 이곳이 지금까지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가 다른 이의 얄팍한 눈물을 믿지 않고 미래에 대한 지나친 희망에 기대지 않은 채 하루하루 묵묵히 살아왔기 때문이 아닐까?


지중해에서 가장 큰 섬인 이곳은 독일의 문호 괴테가 ‘모든 섬의 여왕’이라 불렀다고 한다. 그리스와 로마, 프랑스와 스페인 등 많은 나라의 지배를 받는 동안 만들어진 여러 문화의 자취가 남아 있어 아름다운 풍광과 함께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있다고 한다. 에트나라는 활화산이 있어 단테는 ‘신곡’에서 시칠리아를 ‘불의 섬’이라 이름 붙였다고 한다. 그리스 이주민이 정착하여 참주 시대를 거치며 헤라 신전, 콘코르디아 신전, 제우스 신전과 같은 도리스 양식의 신전을 남겼다. 페르시아전쟁을 그리스가 승리(영화 300의 주인공 스파르타 왕 레오니다스)했지만 동작 상잔의 비극인 펠로폰네소스 전쟁이 발발한다.


히에로니무스의 죽음으로 참주의 역사가 끝나고 로마의 지배를 받는다. 유클리드와 쌍벽을 이루는 ‘유레카’로 유명한 수학자 아르키메데스가 원주율을 발견하기도 한다. 로마 공화정에서 발생한 세 번째 노예전쟁인 스파르타쿠스 전쟁 동안 시칠리아는 로마의 곡물창고가 된다. 사도행전에 바울이 로마에 도착하는 내용이 나오는데 69년 시칠리아 시라쿠사항구에 정박해서 3일간 머물기도 했다. 468~902년에는 반달, 동고트, 비잔틴의 통치가 이어졌다. 그 후 백여 년 간 이슬람교도인 사라센이 통치했는데 문화의 흔적은 식문화에서 보인다. 파스타가 처음 소개되었고, 쌀, 멜론, 샤프란, 바나나, 귤, 아몬드 등이 처음 소개되었다. 오렌지가 대량 재배되었고 지금까지도 농업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시칠리아 특산품인 ‘무어인의 머리’에 대한 이야기가 이때 등장한다.


이후 시칠리아는 프랑스 노르만, 독일 호엔슈타우펜 왕가, 프랑스 카페왕조, 스페인의 아라곤까지 700년간 외세의 통치를 받는다. 그곳은 헤이그회담(1720) 이후 철수하던 스페인군이 불을 지르기도 한다. 400년간 상처를 남기고 떠난 스페인은 20년 후 ‘부르봉 왕조’라는 이름으로 다시 나타난다. 1787년 작가이자 바이마르 공국의 정치가였던 괴테는 부르봉 총독의 초대로 팔레르모에 도착하여 시칠리아의 돌과 흙에 관심을 기울였고 그리스 신전을 찾았다. 그리스어에 능통했고, 그리스 역사에 정통했던 그는 그 땅에서 자라는 각종 식물을 관찰하여 재배방식 등 자세한 설명을 기록했다고 한다.


19세기 중반까지 나뉘어 통치되던 이탈리아는 나폴레옹의 워털루 전투 패배 이후 통일 이탈리아에 대한 꿈을 꾼다. 주세페 마치니와 가리발디는 공화제를 바라며 ‘젊은 이탈리아 당’을 이끌었으나 준비가 덜 된 혁명가들은 꿈을 이루지 못하였다가 시민 저항이 시작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가리발디는 다시 마르살라에 상륙(1860년)해 시칠리아를 탈환하고 나폴리로 입성하여 통일 운동의 영웅이 된다. 시칠리아는 1861년 통일 이탈리아 왕국에 최종 병합되어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의 통치를 받는다. 통일은 되었지만 전쟁으로 인해 경제적 손실이 많았기에 막중한 조세 정책으로 또 한 번 시칠리아는 고통을 겪는다.


경제 침체와 노상강도의 수탈로 고통받던 시칠리아 주민들은 1880년대부터 미국으로 이주했다. 1906년부터는 매년 10만 명 이상 이동했다고 한다. 이탈리아를 떠난 이민자 중 25%가 시칠리아 출신이라고 한다. 마피아와 무솔리니의 파시즘 간 충돌과 2차 세계대전을 겪고 현재는 ‘특별자치주’가 되었다. 영화 ‘대부’의 배경이이라는 내용을 읽으며 그 영화를 보고 싶어졌다. 수많은 세월 동안 외세의 침입을 받으며 공포에 질린 심리상태로 살았을 시칠리아인을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시칠리아에 여행을 가게 된다면 이 책을 가져가고 싶다. 저자는 이 책 외에도 세 권의 도시(로마, 베네치아, 피렌체)에 대한 책을 더 썼다. 이 세 도시는 오래전 이탈리아 여행 때 가 본 곳이다. 기회가 된다면 이 책들도 만나보고 싶다.


* 목소리 리뷰

https://youtu.be/dt4g0GblI8I


* 위 글은 출판사에서 무상으로 보내주신 책을 읽고 솔직한 마음을 적은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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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어딘가 조금씩 이상하잖아요 - 소심 관종 '썩어라 수시생' 그림 에세이
썩어라 수시생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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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책을 보내주신다는 메일이 오면 욕심껏 보내주시라고 해놓고 해야 할 일들에 밀리고 있다. 한 권은 여행 때 가져갔다 잃어버렸는지 사라져서 새로 사기도 했다. 이 책은 여행 간 사이 가족이 받아 두었다 뒤늦게 찾았다. 이 책도 새로 살 뻔했다. 유쾌한 표지처럼 내용은 짧은 그림 에세이로 이루어져 있다. 너무나 캐주얼한 그림과 글씨체가 오히려 정겹게 느껴졌다. 내용이 짧고 그림으로 되어 있어 미리 가서 내시경 기다리는 동안 다 읽었다. 따라 간 딸을 앞에 두고 어느 부분에서 빵빵 터졌더니 막내가 나의 내시경검사 전후로 이 책을 다 읽었다. 막내가 책을 하도 안 읽어 한 권 읽으면 4만 원 주기로 했던 터라 딸이 너무 쉽게 돈 버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성악을 전공하여 예고에 입학하고 대학교를 거쳐 이태리 유학까지 다녀온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 저자이다. 왜 이렇게 무시무시한 이름을 가졌는가 보니 노래 잘하고 싶어 하던 수험생 시절 친구가 썩지 말라고 붙여준 별명이라고 한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그림을 그려 놓고 돌려보던 그 시절에 붙여진 별명이라 아직도 사용한다는 것이 재미있다.


저자는 자신을 비롯한 우리 모두가 조금씩 이상하다고 하였지만, 우리는 이 책을 읽으며 이상하게 공감을 하게 된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이 조금 다르더라도 어떤 일을 보고 생각하거나 느끼는 감정이 비슷하기 때문일 것이다. 혼자 남겨지면 외롭고, 칭찬받으면 기분 좋고, 도전하는 일에 좌절하기도 하고, 우연히 행운을 만나기도 한다.


내용이 아기자기하고 귀엽고 공감가지만 그중 수상한 이비인후과 의사 이야기와 오렌지 방귀가 가장 재미있었다. 카페에서 혼자 엄청 웃었다. 간호사가 쉬는 날이라 접수대와 진료실을 바쁘게 왔다 갔다 의사를 상상만 해도 너무 귀여웠다. 성악을 공부하며 자신의 실력에 만족하지 못하는 것은 오랜 세월 바이올린을 하고도 내 소리에 만족하지 못하는 것과 똑같다는 생각에 지은이의 마음을 알 것 같았다. 돌아와서 영어 교사를 하고 있다니 저자가 생각했던 성악가로서의 꿈도 포기하지 말고 꼭 이루길 응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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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저 인간은 왜 저러는 거야?
노주선 지음 / 길벗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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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얼굴이 다르듯 성격도 모두 다르다. 서로 다른 사람들의 성격을 비슷한 것끼리 분류하는 연구들이 많다. 요즘 가장 인기 있는 것이 MBTI라 볼 수 있는데 나 같은 경우 때에 따라 결과가 다르게 나올 때가 있고, 답하기 애매한 문항도 있었다. 나와 맞는 사람과 맞지 않는 사람을 미리부터 선별하면 관계 맺기에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으므로 가끔 재미로 이야기 나누기는 하지만 크게 신뢰하지 않는 편이다. 자신의 성격을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척도라는 점에서는 좋은 것 같다. 이 책의 저자도 제대로 ‘성격 공부’를 하면 서로의 다름과 차이를 이해하는 눈이 생기므로 필요하다고 하였다.

MBTI와는 다르게 돌보는 것에 편안함을 느끼는지 돌봄을 받는 것이 편한지로 나누는 것이 흥미롭다. 우리가 볼 때 문제가 있다고 여겨지는 다양한 성격도 등장한다. 공격적 성격, 자기애적 성격(나르스시트), 완벽주의적& 강박적 성격, 편집적 성격, 경계선적 성격, 분열적 성격, 회피적 성격, 의존적 성격, 수동공격적 성격 등이다. 보통 이런 책을 읽으면서 ‘이건 내 이야기다’라고 생각하기가 어려운데 이 책에서는 ‘자신이 그 성격인 경우’에 대한 해결방법이 제시된 것이 독특하다. 사람마다 이런 다양한 성향을 모두 가지고 있다가 때에 따라 발현되는 것은 아닐까? 더 많은 부분이 어떻게 나타나느냐에 따라 그런 성향으로 규정지어지는 것이다. 만약 자신이 공격적 성격을 가졌다거나 강박적 성향이 자주 드러난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그런 행동들이 불쑥불쑥 나올 때마다 경계하며 자제하려고 노력하게 될 것이다. 그런 면에서 자신의 성격을 미리 알고 있으면 인간관계에 도움이 될 것이다.

학교는 스무 명이 넘는 아이들이 한 반에 있고, 아이들의 성격은 비슷한 것 같으면서도 저마다 다르다. 이렇게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진 아이들과 하루 종일 평화롭게 생활한다는 것은 어쩌면 기적에 가까운 일인지도 모른다. 교사로서 아이들 한 명 한 명을 돌아보며 공격성향을 띠는지 의존적인 성격인지를 파악하고 있으면 수업을 하고 학급을 운영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에는 여러 대처법들이 나오는데 자주 등장하는 해결방법이 바꿀 수 없으면 피하는 일이다. 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피할 수 없는 경우를 얼마나 많이 만나는가? 그럼에도 피할 수만 있다면 피하는 것도 비겁함이 아닌 하나의 해결방법이라는 것을 알고 그런 기회가 있다면 잡는 것도 현명하지 않을까? 사람을 바꾸는 일은 정말 어렵다. 자기 자신도 어려운데 남을 변화시키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이겠는가? 하지만 희망이 있다면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나의 성격을 잘 파악하고 바꾸고 싶은 것이 있다면 노력하여 이룰 수 있다. 하지만 다른 이에 대해서는 너무 큰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 기대치를 낮추는 것만으로도 행복을 찾을 수 있다. 책을 읽는 동안 비슷한 성품을 가진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떠올랐다. 독특한 성격을 가진 사람을 만났을 때 책을 뒤적여 해결방법을 찾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 위 글은 출판사에서 무상으로 보내준 책을 읽고 솔직한 마음을 적은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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