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스타일이다 - 책읽기에서 글쓰기까지 나를 발견하는 시간
장석주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5년 1월
평점 :
품절


“책, 산책, 음악, 햇빛, 바다, 대숲, 제주도를 좋아하고 서재와 도서관을 사랑한다.” (책날개) 저자가 말하는 취향이 어쩜 나와 이리도 닮았는지. ‘마흔의 서재’라는 책을 읽고 이분에 대해 알게 된 후로 줄곧 좋아해 왔고, 그가 쓴 책들을 즐겨 읽고 있다. 책도 얼마나 많이 쓰셨는지 기다릴 것도 없이 생각나면 찾아 읽을 책들이 즐비하다. 오래전 사 두고 수없이 팔아치운 책들 틈바구니에서 ‘글쓰기 책’이라는 명목으로 책장 자리를 지킨 책이다. 빛바랜 누런 표지와 만만치 않게 누르스름한 내지는 오히려 내 손때가 묻은 양 정겹다. 처음 읽을 때에도 밑줄을 그었기 때문에 이번에는 밑줄 긋는 데 죄책감이 없었다. 같은 곳에 줄을 긋고 싶기도 했지만 그전에는 왜 이 부분을 놓쳤지, 싶은 명 구절들을 속속 발견하는 재미가 있었다.

그동안 수없이 많은 글쓰기 책을 읽었지만 그중 이 책을 좋아하는 이유는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니라 내 마음을 건드려 나를 글 쓰지 않고 못 배기게 할 만큼 영감을 주기 때문이다. 실제적인 자신의 경험을 바탕 한 글쓰기 방법과 함께 오랜 깊은 독서로 인한 통찰력을 듬뿍 담았다. 글쓰기를 위해 먼저 혼자만의 책 읽기가 필요하다는 의미에서 ‘밀실’이라는 첫 장과 글쓰기를 시작하기 위해 알아야 할 것들을 알려주며 ‘입구’를 보여주는 두 번째 장으로 시작한다. 꽉 막힌 네모와 입구를 나타내는 아래로 뚫린 삼면이 의미심장하게 그려져 있다. 세 번째 장은 글을 쓰다 보면 맞게 되는 수많은 역경을 ‘미로’라는 이름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출구’가 있다. 작가가 갖추어야 할 것들을 자세히 알려주는 바로 4장의 제목이다. 이걸로 끝이 아니다. 방법을 알았으면 이제 소통해야 한다. 누구와? 많은 작가들과. 책의 제목처럼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자기만의 문체 스타일을 가져야 한다. 책에는 김연수, 헤밍웨이, 김훈, 하루키, 피천득, 샐린저 등 국내외 명 작가들의 생애와 작품, 그리고 문체를 보여준다. 제5장 ‘광장’에서 말이다.

방대한 책의 내용을 짧은 서평에 다 담을 수는 없는 일이니 글쓰기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꼭 밑줄 그으며 읽어보기를 권한다. 책 속 보석 같은 부분들이다. 책 읽기는 이해와 공감의 능력을 키우는 지름길이다. 이해와 공감 없이는 어떤 글도 쓸 수 없다. 글쓰기의 동기는 자기 내면에서 나오는 것이지만 그것을 자극하고 촉발하는 것은 다양한 책 읽기이다. 훌륭한 작가들이 쓴 책들을 두루 읽다 보면 어느새 자신도 그런 글을 쓰고 싶다는 욕구를 느끼게 된다. (16쪽) 독서를 할수록 뇌의 시각 피질이 달라지고, 문자나 문자 패턴, 단어 등 시각적 이미지를 담당하는 세포망이 가득 채워져 자극에 대한 반응을 효율적인 신경회로망으로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숙련된 독서가의 뇌는 이렇게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뇌 전체에 퍼져 있는 네트워크 시스템을 가동시키면서 지적 능력을 발휘하게 한다. (22쪽) 끊임없이 자신의 정체성을 따져 묻고, 자의식에 대한 투명한 인식에 이른 사람만이 글을 쓸 수 있다. (19쪽) 작가의 재능이란 다름 아닌 글쓰기의 고통을 견뎌내는 것, 고통 속에서도 쓰기에 대한 열정이 고갈되지 않는 것이다. 그들은 살아남기 위해 쓰고, 쓰고, 또 쓴다. 사자의 심장을 갖고 도전하고, 도전하고, 다시 도전한다. (64쪽) 글을 쓴다는 것은 자아를 세상에 드러내는 일인 동시에 자아로부터 벗어나는 일이기도 하다. 글쓰기, 특히 문학은 어떤 식으로든 타자와 교감하고 연대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 연유로, 글을 못 쓰는 사람일수록 자기중심적이고 자기 안에 갇혀 있는 경우가 많다. 글을 잘 쓰고 싶다면 편향이나 왜곡 없이 더 많이 사랑하라! 세상을 향한 애정이 충만할수록 글도 거침없이 쓸 수 있다. (70쪽) 글은 내면의 동기가 강력할수록 더 잘 써진다. 대개의 글쓰기는 자기 생각을 분출하는 것이다. 타율이 아니라 자율일 때, 즉 독자적이고 자유롭게 이루어지는 행위일 때 더 즐겁고 보람도 크다. (100쪽) 작가란 모름지기 날마다 뭔가를 써야 한다. 쓰고, 지우고, 다시 써야 한다. 한 번 쓴 것은 다시는 들여다보고 싶지 않을 만큼 진절머리가 나지만 그걸 억누르며 다시 들여다봐야 한다. 그걸 끝없이 반복해야 한다. 그래야만 작가라 할 수 있다. (119쪽) 멋진 문장을 쓰기 위해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하는 것은 어리석은 짓이다. “진실되지 못한 글을 아름답게 하기 위해 현란한 수사로 치장을 하게 되면, 그것은 고운 헝겊을 누덕누덕 기워 만든 보자기로 오물을 싸놓은 것처럼 흉한 냄새를 풍기게 된다.” 대개 현란한 수사는 사실을 흐릿하게 만들고 진실을 장막으로 가린다. 불필요한 장식들은 독자의 반감을 부른다. 글이란 아무 꾸밈없이 평이한 문장으로 시작하는 게 좋다. 늘 평이한 어휘들로 쉽고 간결하게 쓰는 버릇을 들이라. 간결하고 담백하며 함축적일 때 문장은 힘차고 읽을 만한 것이 된다. (183쪽)

헤매지 않고 작가라는 길을 건너라는 의미로 방대한 정보를 요령 있게 정리해 주면서 무엇이 글쓰기에 이로운 일인지 가르쳐주는 나침반과 같은 책, 바로 장석주 시인이 스스로 말하는 이 책을 쓴 이유(83쪽)이다. 내가 글을 쓰는 동안 이 책은 나에게 나침반이 되어줄 것이다. 들고 나는 수많은 책들 중 나의 책장 좋은 자리를 지키는 책이 될 것이다.

* 목소리 리뷰

https://www.youtube.com/watch?v=bdYyK0cJF9U


책 읽기는 이해와 공감의 능력을 키우는 지름길이다. 이해와 공감 없이는 어떤 글도 쓸 수 없다. 글쓰기의 동기는 자기 내면에서 나오는 것이지만 그것을 자극하고 촉발하는 것은 다양한 책 읽기이다. 훌륭한 작가들이 쓴 책들을 두루 읽다 보면 어느새 자신도 그런 글을 쓰고 싶다는 욕구를 느끼게 된다. (16쪽) 독서를 할수록 뇌의 시각 피질이 달라지고, 문자나 문자 패턴, 단어 등 시각적 이미지를 담당하는 세포망이 가득 채워져 자극에 대한 반응을 효율적인 신경회로망으로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숙련된 독서가의 뇌는 이렇게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뇌 전체에 퍼져 있는 네트워크 시스템을 가동시키면서 지적 능력을 발휘하게 한다. (22쪽) 끊임없이 자신의 정체성을 따져 묻고, 자의식에 대한 투명한 인식에 이른 사람만이 글을 쓸 수 있다.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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