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작가 연습 - 다시 시작하는 글쓰기 훈련
주디 리브스 지음, 김민수 옮김 / 스토리유 / 2012년 5월
평점 :
품절


  이 책은 나에겐 그야말로 보물단지다. 작가가 되고 싶은 사람이 읽으면 온통 줄 긋고 싶게 만드는 책이다. 저자는 이것 저것 너무 따지지 말고 무조건 일단 쓰고 보라고 한다. 계속 쓰다 보면 어느새 실력이 는다는 말이다. 게다가 밥을 먹을 때 망설이지 않듯 글쓰기도 습관이 되면 어렵지 않게 쓸 수 있다는 생각에 공감한다. 시작도 하지 않고 '나는 못해.' 하지는 말라는 뜻이리라.

 

  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관찰과 메모를 잘 해야 한다고 한다. 평소에 메모는 자주 하지만 다른 사람이나 사물에 대해 구체적으로 관찰해서 기록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앞으로는 사물, 사람, 기분 등 사소한 것도 메모해야겠다. 그 모든 것이 글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이 생각을 하고 어제 오늘을 보내니 나도 모르게 사람을 유심히 관찰하게 된다. 정말 재미있고 신기한 경험이다. 저자는 단어카드에 단어들을 써서 통에 넣고 뽑히는 단어로 글을 쓰라는 아이디어도 제시한다. 그만큼 어떤 것으로든 먼저 쓰는 게 중요하다는 뜻이리라. 나에게도 부끄럽지만 작은 작가노트가 있다. 여기엔 내가 평소에 생각하는 것들이 적혀 있다. 지금까지는 사람이나 물건을 자세히 보고 적지는 않았는데 앞으로 잘 관찰해서 적는 습관을 가져야겠다. 

 

  가장 재미있었던 부분은 실제 작가들의 글 쓰는 습관, 글 쓰기 전 의식 등을 적은 것인데 어떤 작가는 알몸으로 글을 쓸 때 잘 써진다는 말이 참 재미있었다. 누구든 글 쓰기 좋은 의식이나 습관을 지니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고 나도 어떤 때 글이 잘 써지는지 연구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저자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 하기보다 '나는 작가'라고 스스로 이야기하라고 한다. 내 블로그 소개 내용을 바꿔야 할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니 작가의 마음가짐을 갖추게 되는 느낌이다. 작가가 되고 싶은 분들께 강력히 추천한다.

 

 

 

 

 

---본문 내용---

 

 

* 글쓰기 훈련을 위한 12가지 지침(26-27쪽)
1. 멈추지 말고 계속 써라. -작가는 자신의 글에 대해 배우고, 자신의 글로부터 배워야 한다.
2. 관찰하고 기록하라. -기록과 메모로 공책을 가득 채우라.
3. 자신의 글을 판단하지 말라.
4. 말하지 말고 보여주어라.
5. 한 단어씩 앞으로 나아가라. 문법, 구두점, 문장 구조 때문에 고민하지 말라. -흐름을 놓칠 수 있다.
6. 자신의 재료를 철저히 알라.
7. 당신의 개구리에게 키스하라. -어찌됐건 종이와 얼굴을 맞대는 것이 중요하다.
8. 진실을 말하라. -당신의 손을 떨게 만들고, 쓰고 싶어 안달이 나는 이야기를 건드려라.
9. 세부 사항을 구체적으로 써라.
10. 자신에게 중요한 이야기를 써라.
11. 자신이 쓴 글을 소리 내어 읽어라.
12. 자기만의 글쓰기 재료 목록을 만들라.

 

* 매일 글쓰기 훈련을 하면 좋은 점은무엇일까/ 글쓰기를 당신의 일과로 만들면 글쓰기가 더 쉬워진다.(35쪽)

 

* 나는 자판을 두들기며 컴퓨터로 작업하는 게 제일 편하다고 말하는 사람에게 속도를 늦추고, 존 업다이크(John Updike)가 "세상에서 가장 겸손하고 조용한 무기"라고 부른 연필을 집어 들고 한 달 동안 직접 손으로 써 보라고 권하고 싶다.(43쪽)

 

* 작가노트(45-46쪽)
  노트는 모든 작가에게 필요하다. 작가는 뭔가 다른 일에 집중하고 있을 때에도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들을 노트에 적는다. 이처럼 자신의 생각이나 주변세계에 주목하고 성실히 기록하는 행동은 자신의 삶의 부분들을 모으는 훈련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일에 대한 어떤 것이라도 공책에 적을 수 있다. 단어부터 시작해서 엽서, 신문기사 스크랩, 스냅사진, 입장권등 여러분이 작가로서 원하는 어떤 것이라도 작가 노트에 작성할 수 있다.--- 앤 타일러는 인물 노트를 쓰는 것으로 유명하다, 각 인물들의 프로필을 상세하게 적는다. 가족 배경, 역사, 자세한 겉모습 등 소설에서 보이는 것보다 훨씬 많은 정보들을 적는다. 그녀는 "나의 인물들에 구조와 뼈대를  마련해주면, 어찌된 일인지 인물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독립한다."고 말한다.

 

* 앤 라모트의 '글쓰기 수업'에 나오는 대목이다. "나는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 대해 많은 것을 기록했다. 우리 동네, 우리 가족, 나의 추억 속 사람들에 대해, 내 기분에 대해서도 상세히 기록했고, 나의 위대함에 대해서도, 낮은 자존심에 대해서도 썼다. 내가 전해들은 재미있는 이야기들도 빠짐없이 적었다. 그러면서 나는 배에 탄 생쥐처럼 귀를 쫑긋 세우고 사람들의 말을 엿듣는 법을 배웠고 그렇게 들은 이야기를 모조리 수첩에 갈겨썼다." (58-59쪽)

 

* 그러므로 사랑하는사람에게 입을 맞추고 포옹하는 순간에도 그의 목선과 등 근육을 기록하라. 당신의 세 살배기 아기가 정글짐에서 떨어지는 순간이 다시 떠올리기 싫을 만큼 무서웠더라도 그 작은 몸이 허공을 가르며 추락하는 모습과 아기의 놀란 표정을 기록하라. 겨울을 위해 다람쥐가 식량을 비축하듯 기록과 메모로 당신의 공책을 가득 채우라.  그러한 경험과 관찰은 당신의 글에 좋은 자양분이 될 것이다. 글쓰기는 당신의 작가적 기억 속에 저장된 실제 인생의 한 장면으로부터 다시 시작된다. 즉 창의적인 작업에 영양분을 공급해줄 씨앗은 당신의 인생 속에 있음을 기억하라.(59쪽)

 

* 스티븐 킹은 매일 아침 물 한 잔을 마시고 대개 8시에서 8시 30분 사이에 의자에 앉아 비타민을 먹고 음악을 틀고 종이를 정돈한다. 매일 아침 이런 일을 반복하는 목적은 마음에 말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이제 곧 꿈을 꾸게 될 거라고.'(74쪽)

 

* 카페는 작가들에게 분위기와 향기, 대화와 커피를 제공하고, 당신이 들을 수 있건 없건 좋은 배경 음악이흐르는 공간이다. 소리와 냄새, 가벼운 수런거림에서 전해지는 감각의 자극은 당신 주변에서 어슬렁거린다.(101쪽)

 

* 제임스 미치너(James Michener)는 마흔이 되어서야 글을 쓰기 시작했다. 1944년부터 1946년까지 한 섬에 머물면서 '남태평양 이야기'를 썼다. 그가 태어나서 처음 쓴 글이었다. 이 소설을 완성한 후 작가가 되기로 결심했다.(139쪽)

 

* 이야기나 책의 결론을 서둘러 정하지 말라. 당신이 알아야 할 것은 다음 장면 혹은 다음 몇 장면이다. 모든장면을 끝까지 알아야 할 필요는 없다. -- 당신이 읽고 싶은 책을 써라.-- 책에 실릴 작가 사진은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찍어 두어라.(143쪽)

 

* 여행일지를 써라. 당신이 관찰한 대상, 당신의 눈길을 끈 것, 장소와 사람의 이름, 인상적인 장면가 찰나의 감정을 묘사하라. 사랑과 두려움, 만남과 외로움에 대해 써라. 먹었던 음식과 차라리 먹지 않았으면 좋았을 음식에 대해 써라. 완벽한 이방인이라는 느낌을 받았던 곳과 감각으로 알게 된 것을 묘사하라. 기념품과 식단, 지도, 언어 속에 포착된 순간을 공책에 적어라.(161쪽)

 

* 우선 자신을 작가라고 불러라. 사람들이 직업을 물으면 "저는 작가입니다." 하고 대답하라.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생업을 따로 갖고 있다 하더라도 스스로 글쓰기가 본업이 아니라고 부인하는 것은 자신의 글에 합당한 대접을 하지 않는 것이다. "저는 작가입니다. 지금은 회계사무소 임시 직원으로 일하고 있어요" 하고 말하-- 자신을 소개할 때 작가가라고 먼저 말함으로써 당신의 삶에서 글쓰기가 우선순위임을 재확인하는 것이다.(173쪽)

 

* 존 바스는 전날 쓴 글을 소리 내어 읽는 것으로 하루의 글쓰기 훈련을 시작하라고 조언한다. "한편으로는 리듬을 타기 위해서고, 다른 한편으로는 일종의 마술을 위해서다. 다시 말해 소리 내어 읽으면 마치 지금 내가 글을 쓰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소리 내어 읽을 때는 웅얼거리지 말라. 큰 소리로 또박또박 읽으면서 내가 쓴 글에, 그리고 작가 자아에게 경의를 표하라.(243쪽)

 

* 당신이 쓰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당신보다 더 잘 쓸 수 있는 사람은 없다는 것을 기억하라. 지금까지 당신의 삶을 살아온 사람은 오직 당신뿐이다. 그 누구도 당신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당신의 목소리로 들려줄 수 없다. "누구나 재능이 있고, 독창적이며, 해야 할 중요한 말을 가지고 있다"고 브렌다 유랜드는 말했다: 누구도 당신에게 무엇을 써야 하는지 가르쳐줄 수 없다. 편집자도, 에이전트도, 발행인도, 선생도, 친구도, 연인도 가르쳐줄 수 없다. 글쓰기라는 여행에 나선 우리는 용감한 사람들이다. 우리는 내면의 안내자가 지시하는 대로 우리 앞에 놓인 길을 따라가지만 그 길이 우리를 어디로 데려갈지는 알 수 없다. 모퉁이를 돌자마자 어떤 일이 벌어질지조차 알 수 없다.(269쪽)

 

*제임스 미치너는 "내게는 두 가지 목표가 있다. 하나는 열심히 일하면서 내 심장을 자극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부지런히 글을 써서 내 영혼을 밝히는 것이다." 하고 글 쓰는 이유를 말했다.(27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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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소설수업 소설이란 무엇인가 소설수업 시리즈 14
최옥정 / 푸른영토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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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중지


  이 책은 소설을 쓰기 위한 방법을 상세하게 적은 것으로 숭실사이버대학교에서 현재 소설창작을 강의 중인 저자가 직접 강의를 들려주는 것 같은 명료하고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나에게 매우 유익한 책이다. 소설 쓰기에 대해 막연하던 부분들이 해소되었다. 소설에는 내 인생이 녹아 들어갈 것이며 그것을 통해 나의 상처가 치유됨을 느낄 수도 있다고 하였다. 하지만 소설가가 많지 않은 이유는 소설을 써서 먹고 살 만큼 돈을 벌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소설 쓰는 것이 너무 즐겁거나 소설을 쓸 수밖에 없는 사람은 보수와 상관 없이 이 일을 계속 하라고 한다. 어쨌든 이 일은 너무나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기본에 충실할 것을 수차례에 걸쳐 강조하고 있다. 매일 조금씩이라도 쓰는 것, 관찰력을 키우고 관찰한 것을 작가노트나 컴퓨터 폴더안에 기록해 두라는 것, 그리고 문법이나 단어의 기본 구사 능력 키우기 등이다. 자신의 글을 쓰는 것을 시작하는 순간부터 우리는 모두 작가라는 말이 마음에 든다. 그리고 독자의 반응에 대해 너무 일희일비 하지 말라는 당부를 잊지 않는다. 그것에 너무 좌우되면 자신의 페이스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소설 쓰기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방법들을 많이 알게 되었다. 이제 내가 할 일은 실천하는 것이다. 소개된 책들을 꾸준히 더 읽어 보고, 내가 쓰고 싶은 글들을 써 갈 것이다. 나의 기억의 조각들을 엮어 하나씩 세상에 띄워 보낼 것이다.

 

 

--- 본문 내용 ---

 

* 소설은 실패자의 기록-실패하고 절망한 자에게 발언할 기회를 주는 것(24쪽)

 

* 소설을 쓰는 과정은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다. 글 쓰는 사람 자신의 인생에 들어 있는 모든 내용물이 소설의 소재라고 말하고 싶다. 처음부터 자기 인생을 스스럼없이 쓸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포장하고 감추고 왜곡해서 전혀 다른 것으로 만들려고 한다. 얼마든지 환영할 일이다. 소설에는 쓴 사람 본인만 아는 실핏줄들이 은밀하게 흐르고 있다. 아무리 목소리를 낮춰도 문장 곳곳에 작가의 흔적이 남는다.(27쪽)

 

* 남의 소설을 읽는 눈도 달라진다. 보는 눈이 정교해진다는 말이다. 파리의 택시운전사 홍세화의 말에 따르면 '독서는 사람을 풍요롭게 하고 글쓰기는 사람을 정교하게 한다.' (31쪽)

 

* 첫머리에서 독자를 사로잡아라. -가장 극적인 장면을 도입에 쓰거나, 작가의 의도나 주제를 담는 것이 일반적이다 도입의 성공은 독자를 끌어당기는 흡인력 여부에 있다.(89쪽)

 

* 토비아스의 경고(128쪽)
-등장인물은 세 명이 가장 좋다.
-결정적인 것을 사소하게 보이게 하라(숨겨두어라).
-첫 번째 극적 사건이 발생하기 이전에 등장인물을 소개하라.
-다이아몬드는 평범한 돌 밑에 숨겨라.
-이분법은 작품을 망친다.
-사자와 사자보다 사자와 여우의 대결이 더 흥미롭다.
-가장 중요한 단서는숨기지 않는다.

 

* 대상의 의미와 가치를 따지고 가리고 비판하는 새 안목이 필요하다. 새 안목은 기성작가가 보지 못한 방향에서 세상을 보고 새로이 해석하는 것을 의미한다. 많은 독서와 경험에서 얻어진 식견과 통찰에서 새 안목이 생겨난다. 동양 고전, 서양 고전, 철학, 종교, 역사, 사회, 인류문화학, 자연과학, 미생물학 등 우주 만상에 대해서 총체적으로 읽지 않으면 안 된다. 독서라는 양분 없이 어느 날 갑자기 새 안목이라는 꽃이 피지 않는다. 다른 일에서와 마찬가지로 소설 쓰기도 인풋과 아웃풋은 정확히 일치한다. 많이 읽고 생각하고 느낀 만큼 많이 쓸 수 있으며 잘 쓸 수 있다.(139쪽)

 

* 작가일지에 적어야 할 몇 가지들(171쪽)
-쓰고 싶은 소설의 개요 계획 세우기
-영화, 소설, 연극에서 스토리텔링의 전개과정 관찰
-새롭게 배운 시사용어, 외래어, 은어, 비속어, 사투리
-이야기에 효과적으로 쓰일 수 있는 거리 풍경, 장소의 상세한 묘사
-등장인물 묘사에 사용될 수 있는 사람들의 신체적 특징
-제목에 관한 아이디어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이 될 만한 후보들
-재미있고 평범하지 않은 어휘, 아직 존재하지 않으나 있어야 할 어휘
-생활 속의 부조리와 아이러니(순리대로 되지 않는 일, 있어서는 안될 곳에 있는 사람)
-마음을 사로잡은 노래 가사, 그림, 영화 장면
-묘사와 배경에 쓸 디테일! 디테일! 또 디테일!

 

* 뛰어난 작가가 되기 전에 먼저 기본에 충실한 작가가 되기를 바란다. 절대로 기본을 잊지 않는 작가야말로 소설을 제대로 이끌어갈 수 있다고 말하고 싶다. 문법적 오류를 범하거나 뜻이 명확하지 않은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금물이다. 오타 하나, 문장 부호 하나의 실수가 작품 전체를 망가뜨릴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하자. 올바른 문법과 어법의 구사와 정확한 단어의 사용은 작가의 기본이다. 이러한 자세를 먼저 갖추고 나서야 새롭고 자유로운 글쓰기가 가능하다. 책을 몇 권 낸 작가들도 글을 쓸 때 항상 사전을 뒤져 아는 단어도 찾아보며 의미에 가장 근접한, 적확한 어휘를 사용하려고 애쓴다. (173쪽)

 

* 비록 습작생이지만 자신의 글을 쓰기 시작한 이상 엄연히 작가다.(175쪽)

 

* 꼭 읽어야할 책 Best 10+10 (254-259쪽)
(소설)
<<금각사>>, 미시마 유키오
<<내 이름은 빨강>>, 오르한 파무크
<<리스본 야간열차>>, 파스칼 메르시어
<<위대한 개츠비>>, F.피츠제럴드
<<설국>>, 가와바타 야스나리
<<어두운 상점들의 거리>>, 파트릭 모디아노
<<자기 앞의 생>>, 에밀 아자르
<<슬픈 짐승>>, 모니카 마론
<<새벽의 약속>>, 로맹 가리
<<그리스인 조르바>>, 니코스 카잔차키스

(인문사회과학)
<<황금가지>>, 제임스 조지 프레이저
<<아케이드 프로젝트>>, 발터 벤야민
<<긍정의 배신>>, 바버라 에런라이크
<<오래된 미래>>,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가지 않은 길>>, 스코트 펙
<<진중권의 현대미학 강의>>, 진중권
<<불안>>알랭 드 보통
<<한시미학산책>>, 정민
<<나의 운명 사용설명서>>, 고미숙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 무라카미 하루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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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철학할 시간 - 소크라테스와 철학 트레킹
한석환 지음 / 유리창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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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좋은 이웃분 추천으로 좋은 책을 오랜만에 사서 보았습니다. 이 책은 소크라테스의 변명을 기초로 철학교수님이 소크라테스를 1인칭으로 들려주는 과거와 현대를 아우르는 철학과 정치, 인간의 삶과 죽음 등 관한 것입니다. 예전에 소크라테스의 변명을 읽을 때는 아직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들이 많아 마음에 와닿지 않던 곳도 많았는데 이 책은 소크라테스가 다시 살아 와서 강의를 들려주는 느낌이라 너무 생생하고 이해도 잘 되었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어투와 요즘 사용하는 용어들(멘붕, 자뻑 등)이 들어 있어 한편으로 재미있기도 하고 살짝 방해가 되기도 했답니다.

 

  이 책에는 성경이 많이 인용되어 있네요. 저는 괜찮은데 혹시 꺼리시는 분들이 계시면 넘어가라는 저자의 말도 씌어 있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두 성인이 비슷한 데가 있어서 인용한 모양입니다. 어쨌든 이 책을 읽으면서 철학은 퀘퀘한 냄새 나는 옛날 이야기 정도로 생각했던 제 오해가 많이 풀렸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에도 철학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우리 삶 깊숙히 철학이 자리잡고 있는 것을 어렴풋이나마 알게 되었다는 것, 그리고 소크라테스 말처럼 내가 모르는 게 너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어 기쁩니다.

 

 

----본문 내용----

 

<시인들의 나르시시즘>

시인, 넓게는 문인. 일상에서 느끼고 겪는 크고 작은 일을 담백한 시어로 감칠맛 나게 표현하는 언어의 귀재, 언어의 마술사다. 독자를 웃기고 울릴 뿐 아니라, 적의를 다지게 만들기도 하고 꽉 닫힌 마음의 빗장을 풀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그 정도가 전부다.

  시 잘 쓴다고 국회의원 노릇까지 잘하는 건 아니다. 잘 팔리는 작품집을 펴냈다고 TV 프로그램 MC까지 잘하라는 법 없다. 분수를 알아야 한다. 재주만 믿고 촐랑대서는 안 된다. 물론 국회의원 역할, MC 역할을 잘 하는 시인도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좀 남다른 구석이 있어서이지 시인이기 때문은 아니다.

 

<장인들의 거짓된 완전무결>

장인. '마이스터' 혹은 기술자라고 해서 정치가나 시인과 다르냐 하면 그렇지 않다. 인간이 모두 거기에서 거기다. 좀 하네 싶은 기술자 가운데는 다른 영역의 일에도 전문가인 양 거드름을 피우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기술의 영역에서 탁월하다고 다른 영역까지 탁월하다는 보장은 없다. 그럴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자기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다. 완전무결한 앎이란 없다. 앎을 얻은 부분, 그러니까 왜 그런지 원인이 파악된 부분도 많지만 아직 그렇지 못한 부분이 훨씬 많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알면 알수록 겸손해져야 한다. 모르는 게 없는 양 건방을 떨어서는 안 된다. 아는 게 얼마 되지 않는 사람일수록 전문가입네 하는 데서도 전문가다. 진짜 기술자라면 '기술(손재주)'뿐만 아니라  '원리(이론)'도 알아야 한다.

  무엇보다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들이 미처 갖추지 못한 것은 바로 그것이다. 손재주만 있다고 기술자인가.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소리다.

 

<철학은 래디컬>

철학은 일종의 뒤집어보기다. 멀쩡한 상식의 세계를 뒤집어보기도 하고, 완전히 갈아엎기도 한다. 상식은 현실에 긍정적이고 현상 유지를 바라는 속성이 있다. 그러기에 우리 주변 어디에나 깔린 문제를 문제로 알아차리지 못한다. 상식에 찌든 사람은 문제가 크게 벌어지지 않으면 삶에 문제가 없다고 여기고, 정작 문제가 터지면 그 해결 방법을 찾지 못해 허둥댄다. 그러나 철학은 멀쩡한 상식의 텃밭을 갈아엎는다. 객토하는 것이다. 비옥하게 만들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철학은 이처럼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노력이기도 하지만, 더 크게는 문제가 없는 듯 여겨지는 삶의 현장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확산시키는 작읍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철학은 둘도 없이 귀중한 일이지만, 우리를 성가시게 한다.

  철학에 공격성이 없으면 '향기 없는 꽃' '팥소 없는 찐빵'이다. 철학은 사람의 마음에 꽂혀야 한다. 임팩트가 있어야 한다. 임팩트가 없으면 철학이 아니다.

 

<무지의 지는 지적 비움>

스티브 잡스의 "Stay hungry, stay foolish"는 내 철학의 브랜드 '무지의 지'의 잡스 버전이다. 잡스는 그런 의미에서 철학자, 애지자다.

 

<'의견'의 종잡을 수 없음과 오류 가능성>

감각은 종종 우리를 기만한다. 의견이 사실 세계와 대응 내지 부합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의견에 오류 가능성이 상존하는 것 역시 사실이다. 항상 거짓이라는 말이 아니라 거짓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말이다. 의견에는 참된 의견도 있고 거짓 의견도 있다.

 

<아고라>

시장이면서 정치 집회 장소였습니다. 시장으로서 아고라는 아테네인이 경제활동을 하는 중심지였습니다. 아테네 시민의 여론이 형성되는 공론의 장이기도 했지요. 아테네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아크로폴리스는 신들의 거주지라 함부로 다가갈 수 없는 경건한 곳이었습니다. 그에 반해 아고라는 떠들썩하고 자유분방했습니다. 한마디로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기는 곳이었습니다.

  아테네 민주정은 아고라의 자유분방한 분위기에서 태어났다고 하겠습니다. 아테네 민주정의 상징은 아크로폴리스가 아니라 아고라지요. 아테네인은 자신이 도시적 정치 공동체인 폴리스에 귀속된 존재라는 걸 일상생활에서 저절로 체득했습니다. 아고라가 공공 모임 장소 역할을 한 것은 기원전 6세기 초 솔론시대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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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에 빠지다 나의 문화 교과서 1
허영한 지음 / 미래엔아이세움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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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페라에 관심을 있지만 쉽게 관람 기회를 잡기 어려웠는데 오페라 음악에 대해 작년에 강의를 들으면서 더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페라를 지금까지 두 편정도 봤는데 미리 공부하고 가지 않았기 때문에 그 감동이 크지 않았던 것 같아 앞으로 오페라를 볼 기회가 있으면 미리 그 오페라와 작곡가에 대해 알아보고 가야겠다고 생각하던 차에 학교 도서관에서 이 책을 발견했다. 청소년을 위한 책이긴 하지만 오페라 초보인 나에겐 아주 유익한 책이었다. 이 책은 오페라 감상의 기초, 오페라 감상법, 그리고 명작 오페라에 대한 소개가 나온다. 내가 봤던 오페라 카르멘도 소개되어 있어 반가웠고 내가 미리 이 책을 읽고 갔다면 그 감동이 더 컸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는 오페라의 장면과 대사의 일부 그리고 줄거리가 친절하게 소개되어 있어 이해가 쉽다. 여기에 소개된 오페라에서 사용되는 음악도 들어보고 싶다.

 

  이 책을 읽으며 천재 모차르트가 작곡한 <<요술피리>>가 보고싶어졌다. 그 음악과 극의 어우러짐을 느껴보고 싶어서이다. 그리고 <<나비부인>>도 너무 보고 싶다. 예전에 본 뮤지컬 미스 사이공과 비슷한 내용이라고 하는데 오페라에서는 그 애절한 사랑이 일본을 배경으로 어떻게 표현해 냈는지 궁금해서이다. 앞으로 기회가 된다면 꼭 보고싶다.

 

 

---이 책에 소개된 작품들---

1. 어린 사랑 <<사랑의 묘약>> -가에타노 도니체티

2. 젊은 사랑 <<라 보엠>> -지아코모 푸치니

3. 사랑과 미움의 대결 <<마술피리>>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4. 순수한 사랑의 승리 <<시빌리아의 이발사>> -조아키노 로시니

5. 사랑과 희생 <<람메르무어의 루치아>> -가에타노 도니체티

6. 아버지와 딸 <<리골레토>> -주세페 베르디

7. 아버지와 아들 <<라 트라비아타>> -주세페 베르디

8. 동양 여인의 사랑 <<나비부인>> -지아코모 푸치니

9. 치명적인 사랑 <<카르멘>> -조르쥬 비제

10. 사랑을 모르는 여인 <<투란도트>> -지아코모 푸치니

 

---본문 내용---

-브라보! 브라보!

 오페라에서 성악가의 노래 끝에 외치는 '브라보(bravo)'는 이탈리아어로 우리말의 '멋지다'에 해당한다. 여자 성악가에게는 '브라바(brava)'라고 해야 한다. 둘 이상의 성악가에게는 '브라비(bravi)'라고 한다. 단 노래가 끝나기도 전에 브라보를 외치는 일은 삼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노래가 끝나면 잠시 감동의 여운을 음미한 다음 열광적친 박수를 보내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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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키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오근영 옮김 / 창해 / 2008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좋은 이웃 테츠쇼님의 추천으로 읽게 된 <<도키오>>. 3월의 마지막을 멋지게 장식하게 해 준 소설이다. 따뜻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나에게 딱 맞는 책이었다. 세상에도 없는 병명을 만든 작가의 발상처럼 병에 걸려 죽음을 맞이하기 직전의 아들의 영혼이 20년 전 아버지의 청년시절에 가사상태의 다른 사람의 몸을 입고 찾아가 한탕주의에 빠진 아버지의 출생에 얽힌 상처를 치유하고 함께 다니며 아버지의 사라진 애인을 찾기 위해 온갖 모험을 한다는 황당하기까지 한 이야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읽는 동안 모든 게 실제 상황인양 그들의 모험 여행을 따라 가슴 졸이며 읽어나가게 되는 흡인력을 가지고 있다.

 

  아버지를 변화시키는 아들. 너무 멋진 도키오. 실제로는 몸이 점점 굳어져 죽어가는 유전병에 걸렸지만 과거로 간 그는 너무 완벽하고 착한 아들이다. '이런 아들이 있으면 얼마나 든든할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 책을 통해 내가 갖고 있었던 일본 작가에 대한 편견을 살짝 깨게 되었다. 소설 중간중간에 나오는 일본사회의 퇴폐문화와 평범하고 바른 일반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일본의 사회상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는 것도 재미있었다. 그리고 시간여행의 앞뒤를 맞춰 나가면서 예전에 보았던 '백 투더 퓨처'를 떠올려 비교해 보기도 했다. 이 소설의 작가가 사회의 병든 부분을 치유하고자 하는 생각을 거부감 들지 않게 작품 속에 녹여 놓았다는 것을 느끼고 참 근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백 번 주장하는 것을 듣는 것보다 소설을 통해 접하는 밝은 사회 만들기는 훨씬 설득력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을 읽은 건 처음인데 앞으로 다른 작품들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도 이런 작품을 써 보고 싶다.

 

 

 

 

 

----본문 내용----

 

  "지금 시대는 궁상을 떨어봐야 나만 손해야. 허풍이든 뭐든 좋으니까 큰 건수에 승부를 거는 놈이 이기는 거야."

  "하지만 인생은 돈이 다가 아니잖아요."

  "무슨 소리야? 마지막에는 돈이라고. 그래서 일본이 전쟁 뒤에도 밑바닥에서 다시 일어선 거 아냐? 외국 놈들은 일본인을 갖고 토끼장 같은 집에 산다느니, 일벌레라느니 지껄인다지만 그거야 단순히 패자의 시샘이지. 그런 놈들은 돈다발로 따귀를 갈겨주면 돼."

  다쿠미의 말에 도키오는 시선을 떨어뜨렸다. 그러고 나서 다시 창을 내다보면서 입을 열었다.

  "그런 기세로 일본인은 전 세계를 상대로 돈을 벌어들일 거예요. 적어도 앞으로 10년 동안은. 경기가 좋아져서 모두들 다투듯 사치를 부리게 될 거라고요. 축제 분위기로 들뜨겠지요. 하지만 그 뒤에는 뭐가 남을 것 같아요?"

  "뭐가 남느냐고? 그렇게만 되면 만만세 아냐?"

  도키오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꿈이라는 건 항상 어느 순간 갑자기 깨어나는 법이거든요. 거품이 꺼지듯이 말이죠. 부풀대로 부풀었다가 툭, 하고 터지면 그걸로 끝. 그 뒤에는 허무함 외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아요. 성실하게 소박하게 쌓아올린 것이 없기 때문에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나 의지가 되어주는 게 없어요. 그때 일본인은 깨달을 거예요."

  "뭘 말이야?"

  "자신들이 잃은 것들에 대해. 앞으로 10년 남짓 지나면 누구나 소중한 것을 잃어버릴 거예요. 그중에는 아까 다쿠미 씨가 말한 '인정'이라는 것도 포함될 거고요."

.

.

.

 

  언젠가 도키오가 그렇게 말한 적이 있다. 미래에서 왔다고.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지만 어쩌면 그게 가장 적절한 대답 같다는 생각도 든다. 미래에서, 형편없는 아버지를 도와주러 나타났다... 참 그럴 듯한 이야기다. 그게 사실이라면 얼마나 멋질까 하고 생각했다.

  뭐, 어때, 이 녀석이 누구인지는 언젠가 본인의 입으로 털어놓게 될 것이다. 초조해할 필요는 없다. 분명한 건 이 녀석과 같이 있으면 자신이 조금씩 변해간다는 사실이다. 물론 바람직한 방향으로.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은가. 다쿠미는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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