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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키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오근영 옮김 / 창해 / 2008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좋은 이웃 테츠쇼님의 추천으로 읽게 된 <<도키오>>. 3월의 마지막을 멋지게 장식하게 해 준 소설이다. 따뜻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나에게 딱 맞는 책이었다. 세상에도 없는 병명을 만든 작가의 발상처럼 병에 걸려 죽음을 맞이하기 직전의 아들의 영혼이 20년 전 아버지의 청년시절에 가사상태의 다른 사람의 몸을 입고 찾아가 한탕주의에 빠진 아버지의 출생에 얽힌 상처를 치유하고 함께 다니며 아버지의 사라진 애인을 찾기 위해 온갖 모험을 한다는 황당하기까지 한 이야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읽는 동안 모든 게 실제 상황인양 그들의 모험 여행을 따라 가슴 졸이며 읽어나가게 되는 흡인력을 가지고 있다.
아버지를 변화시키는 아들. 너무 멋진 도키오. 실제로는 몸이 점점 굳어져 죽어가는 유전병에 걸렸지만 과거로 간 그는 너무 완벽하고 착한 아들이다. '이런 아들이 있으면 얼마나 든든할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 책을 통해 내가 갖고 있었던 일본 작가에 대한 편견을 살짝 깨게 되었다. 소설 중간중간에 나오는 일본사회의 퇴폐문화와 평범하고 바른 일반 사람들의 모습을 보며 일본의 사회상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는 것도 재미있었다. 그리고 시간여행의 앞뒤를 맞춰 나가면서 예전에 보았던 '백 투더 퓨처'를 떠올려 비교해 보기도 했다. 이 소설의 작가가 사회의 병든 부분을 치유하고자 하는 생각을 거부감 들지 않게 작품 속에 녹여 놓았다는 것을 느끼고 참 근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백 번 주장하는 것을 듣는 것보다 소설을 통해 접하는 밝은 사회 만들기는 훨씬 설득력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을 읽은 건 처음인데 앞으로 다른 작품들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도 이런 작품을 써 보고 싶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3/0626/pimg_762781103867824.jpg)
----본문 내용----
"지금 시대는 궁상을 떨어봐야 나만 손해야. 허풍이든 뭐든 좋으니까 큰 건수에 승부를 거는 놈이 이기는 거야."
"하지만 인생은 돈이 다가 아니잖아요."
"무슨 소리야? 마지막에는 돈이라고. 그래서 일본이 전쟁 뒤에도 밑바닥에서 다시 일어선 거 아냐? 외국 놈들은 일본인을 갖고 토끼장 같은 집에 산다느니, 일벌레라느니 지껄인다지만 그거야 단순히 패자의 시샘이지. 그런 놈들은 돈다발로 따귀를 갈겨주면 돼."
다쿠미의 말에 도키오는 시선을 떨어뜨렸다. 그러고 나서 다시 창을 내다보면서 입을 열었다.
"그런 기세로 일본인은 전 세계를 상대로 돈을 벌어들일 거예요. 적어도 앞으로 10년 동안은. 경기가 좋아져서 모두들 다투듯 사치를 부리게 될 거라고요. 축제 분위기로 들뜨겠지요. 하지만 그 뒤에는 뭐가 남을 것 같아요?"
"뭐가 남느냐고? 그렇게만 되면 만만세 아냐?"
도키오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꿈이라는 건 항상 어느 순간 갑자기 깨어나는 법이거든요. 거품이 꺼지듯이 말이죠. 부풀대로 부풀었다가 툭, 하고 터지면 그걸로 끝. 그 뒤에는 허무함 외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아요. 성실하게 소박하게 쌓아올린 것이 없기 때문에 정신적으로나 물질적으로나 의지가 되어주는 게 없어요. 그때 일본인은 깨달을 거예요."
"뭘 말이야?"
"자신들이 잃은 것들에 대해. 앞으로 10년 남짓 지나면 누구나 소중한 것을 잃어버릴 거예요. 그중에는 아까 다쿠미 씨가 말한 '인정'이라는 것도 포함될 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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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도키오가 그렇게 말한 적이 있다. 미래에서 왔다고.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지만 어쩌면 그게 가장 적절한 대답 같다는 생각도 든다. 미래에서, 형편없는 아버지를 도와주러 나타났다... 참 그럴 듯한 이야기다. 그게 사실이라면 얼마나 멋질까 하고 생각했다.
뭐, 어때, 이 녀석이 누구인지는 언젠가 본인의 입으로 털어놓게 될 것이다. 초조해할 필요는 없다. 분명한 건 이 녀석과 같이 있으면 자신이 조금씩 변해간다는 사실이다. 물론 바람직한 방향으로. 그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은가. 다쿠미는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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