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철학할 시간 - 소크라테스와 철학 트레킹
한석환 지음 / 유리창 / 2013년 2월
평점 :
절판


  좋은 이웃분 추천으로 좋은 책을 오랜만에 사서 보았습니다. 이 책은 소크라테스의 변명을 기초로 철학교수님이 소크라테스를 1인칭으로 들려주는 과거와 현대를 아우르는 철학과 정치, 인간의 삶과 죽음 등 관한 것입니다. 예전에 소크라테스의 변명을 읽을 때는 아직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들이 많아 마음에 와닿지 않던 곳도 많았는데 이 책은 소크라테스가 다시 살아 와서 강의를 들려주는 느낌이라 너무 생생하고 이해도 잘 되었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어투와 요즘 사용하는 용어들(멘붕, 자뻑 등)이 들어 있어 한편으로 재미있기도 하고 살짝 방해가 되기도 했답니다.

 

  이 책에는 성경이 많이 인용되어 있네요. 저는 괜찮은데 혹시 꺼리시는 분들이 계시면 넘어가라는 저자의 말도 씌어 있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두 성인이 비슷한 데가 있어서 인용한 모양입니다. 어쨌든 이 책을 읽으면서 철학은 퀘퀘한 냄새 나는 옛날 이야기 정도로 생각했던 제 오해가 많이 풀렸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에도 철학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우리 삶 깊숙히 철학이 자리잡고 있는 것을 어렴풋이나마 알게 되었다는 것, 그리고 소크라테스 말처럼 내가 모르는 게 너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어 기쁩니다.

 

 

----본문 내용----

 

<시인들의 나르시시즘>

시인, 넓게는 문인. 일상에서 느끼고 겪는 크고 작은 일을 담백한 시어로 감칠맛 나게 표현하는 언어의 귀재, 언어의 마술사다. 독자를 웃기고 울릴 뿐 아니라, 적의를 다지게 만들기도 하고 꽉 닫힌 마음의 빗장을 풀게 만들기도 한다. 그러나 그 정도가 전부다.

  시 잘 쓴다고 국회의원 노릇까지 잘하는 건 아니다. 잘 팔리는 작품집을 펴냈다고 TV 프로그램 MC까지 잘하라는 법 없다. 분수를 알아야 한다. 재주만 믿고 촐랑대서는 안 된다. 물론 국회의원 역할, MC 역할을 잘 하는 시인도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좀 남다른 구석이 있어서이지 시인이기 때문은 아니다.

 

<장인들의 거짓된 완전무결>

장인. '마이스터' 혹은 기술자라고 해서 정치가나 시인과 다르냐 하면 그렇지 않다. 인간이 모두 거기에서 거기다. 좀 하네 싶은 기술자 가운데는 다른 영역의 일에도 전문가인 양 거드름을 피우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기술의 영역에서 탁월하다고 다른 영역까지 탁월하다는 보장은 없다. 그럴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자기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다. 완전무결한 앎이란 없다. 앎을 얻은 부분, 그러니까 왜 그런지 원인이 파악된 부분도 많지만 아직 그렇지 못한 부분이 훨씬 많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 알면 알수록 겸손해져야 한다. 모르는 게 없는 양 건방을 떨어서는 안 된다. 아는 게 얼마 되지 않는 사람일수록 전문가입네 하는 데서도 전문가다. 진짜 기술자라면 '기술(손재주)'뿐만 아니라  '원리(이론)'도 알아야 한다.

  무엇보다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들이 미처 갖추지 못한 것은 바로 그것이다. 손재주만 있다고 기술자인가. 어림 반 푼어치도 없는 소리다.

 

<철학은 래디컬>

철학은 일종의 뒤집어보기다. 멀쩡한 상식의 세계를 뒤집어보기도 하고, 완전히 갈아엎기도 한다. 상식은 현실에 긍정적이고 현상 유지를 바라는 속성이 있다. 그러기에 우리 주변 어디에나 깔린 문제를 문제로 알아차리지 못한다. 상식에 찌든 사람은 문제가 크게 벌어지지 않으면 삶에 문제가 없다고 여기고, 정작 문제가 터지면 그 해결 방법을 찾지 못해 허둥댄다. 그러나 철학은 멀쩡한 상식의 텃밭을 갈아엎는다. 객토하는 것이다. 비옥하게 만들어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철학은 이처럼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 노력이기도 하지만, 더 크게는 문제가 없는 듯 여겨지는 삶의 현장에서 문제를 제기하고 확산시키는 작읍을 한다. 그런 의미에서 철학은 둘도 없이 귀중한 일이지만, 우리를 성가시게 한다.

  철학에 공격성이 없으면 '향기 없는 꽃' '팥소 없는 찐빵'이다. 철학은 사람의 마음에 꽂혀야 한다. 임팩트가 있어야 한다. 임팩트가 없으면 철학이 아니다.

 

<무지의 지는 지적 비움>

스티브 잡스의 "Stay hungry, stay foolish"는 내 철학의 브랜드 '무지의 지'의 잡스 버전이다. 잡스는 그런 의미에서 철학자, 애지자다.

 

<'의견'의 종잡을 수 없음과 오류 가능성>

감각은 종종 우리를 기만한다. 의견이 사실 세계와 대응 내지 부합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의견에 오류 가능성이 상존하는 것 역시 사실이다. 항상 거짓이라는 말이 아니라 거짓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말이다. 의견에는 참된 의견도 있고 거짓 의견도 있다.

 

<아고라>

시장이면서 정치 집회 장소였습니다. 시장으로서 아고라는 아테네인이 경제활동을 하는 중심지였습니다. 아테네 시민의 여론이 형성되는 공론의 장이기도 했지요. 아테네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아크로폴리스는 신들의 거주지라 함부로 다가갈 수 없는 경건한 곳이었습니다. 그에 반해 아고라는 떠들썩하고 자유분방했습니다. 한마디로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기는 곳이었습니다.

  아테네 민주정은 아고라의 자유분방한 분위기에서 태어났다고 하겠습니다. 아테네 민주정의 상징은 아크로폴리스가 아니라 아고라지요. 아테네인은 자신이 도시적 정치 공동체인 폴리스에 귀속된 존재라는 걸 일상생활에서 저절로 체득했습니다. 아고라가 공공 모임 장소 역할을 한 것은 기원전 6세기 초 솔론시대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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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log.naver.com/kelly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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