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의욕이 아이의 의욕을 꺾는다
오야노 치카라 지음, 장은주 옮김 / 예담Friend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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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지금까지 아이들을 내 마음대로 재단하고 바꾸려 했던 마음이 없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아이들을 소유물로 생각하고 아이들의 의사를 존중하기보다 내가 하는 대로 정해 놓고 따르기만을 강요하진 않았는지 이 책을 읽는 동안 반성하게 되었다. 아이들이 정말 하고 싶어 하는 것이 내가 생각하기에 가치 없어 보일 때 하지 못하게 하고, 유익해 보이는 것만 강요했던 일들이 떠올랐다.

 

  이 책에서는 아이들이 하고자 하는 것이 있을 때 그것을 할 수 있도록 지켜보고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아이들이 이렇게 몰입하는 활동은 한 가지에 머무르지 않고 또 다른 것으로 옮아가면서 관심과 지식의 밑거름을 완성해 나가기 때문이다. 높이 쌓기만 하는 지식은 언젠가 와르르 무너질 수 있지만 아이 스스로 몰입해서 쌓은 지식들은 넓은 들판처럼 지식의 토대가 되어 어른이 되었을 때 보다 창의적이고 스스로 어떤 일을 할 수 있는 자주적인 어른이 될 수 있다고 한다.

 

  부모가 원하고 강요하는 일만 하던 아이가 스스로 학습하는 것을 터득하는 일은 쉽지 않다. 처음부터 엄마의 잣대만으로 아이들을 재단하기보다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인정하고 북돋워 주고 그것이 또 다른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옮아가도록 도와주어야겠다. 지금 막내가 가루쿡을 열심히 하고 있는걸 보면서 딸이 찍은 동영상을 유튜브에 함께 올리기도 하고, 재료를 준비해 주기도 한다. 그전에 아들에게 공부 안 하고 비행기 만든다고 핀잔 주었던 게 너무 미안해진다.

 

 



 

 

--- 본문 내용 ---

 

- 아이의 몸을 억지로 잡아당겨 키를 늘릴 수 없듯이 능력도 억지로 늘릴 수 없다. 키도 좀처럼 자라지 않는 시기가 있고, 단번에 쑥쑥 자라는 시기가 있다. 자기관리력이나 지식도 마찬가지다. (43쪽)

 

- 아이에게는 아이 자신의 인생을 살아갈 권리가 있다. 엄마는 그 인생을 잠깐 맡아서 돌보고 있을 뿐이다. … 아이 자신이 하고 싶어 하는 것을 소중히 여기며 최대한 도와주는 것이 엄마의 의무다. (49-50)

 

- 자녀 교육에서는 면학의 욕망과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결국 책을 등에 짊어진 당나귀를 키우는 꼴이 되고 만다. -미셸 몽테뉴 (52쪽)

 

- 자녀교육의 핵심은 지식을 넓히는 것이 아니라 자존감을 높이는 데 있다. -레오 톨스토이 (134쪽)

 

- 사람이 사람을 바꾸려 하거나 조종하려는 자체가 이상한 일이다. … 애초에 자신 이외의 사람을 자기 마음대로 바꿀 수는 없다. 바꿀 수 있는 것은 본인밖에 없다. … 그러니 ‘아이를 이렇게 만들어야지’, ‘이렇게 시켜야지’ 하는 지나친 생각은 접자. 대신 엄마가 아이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하자. 남을 바꿀 수는 없어도 내가 바뀜으로써 남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는 있기 때문이다. (169쪽)

 

- 혼날 행동을 했더라도 누군가와 비교당하며 혼나는 것은 그냥 혼나는 것보다 훨씬 큰 상처가 된다. 누군가와 비교당하며 “넌 안 돼!” 라는 말을 듣는 것 자체가 아이에게는 엄청난 스트레스인 것이다. 특히 형제와 비교하는 것은 금물이다. ‘어쩌면 난 동생만큼 사랑받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고 엄마를 향한 불신감과 애정결핍을 갖게 되기 때문이다. (1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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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에게 길을 묻다 - 젊은 날을 위한 괴테 선집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박계수 옮김 / 석필 / 199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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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의 문호 괴테. 사실 나에겐 늘 거리감이 느껴지는 작가였다. 파우스트를 사 두고도 아직 읽어보지 못했다. 얼마 전 도서관에서 서고 사이를 지나가다 발견한 이 책을 가지고 오게 되었다.

 

  이 책은 괴테가 직접 쓴 여러 가지 종류의 글들을 엮은 책이었다. 괴테 작품의 맛보기라고 할 수 있다. 1771년에 태어나 83세가 되기까지 남긴 수많은 작품들이 아직까지 읽혀지고 사랑받으며 현재에 적용된다는 사실이 놀랍다. 너무 편안하지 않은 인생을 위해 스스로 노력하는 삶의 자세가 엿보이는 이 책에는 그의 시, 잠언, 대화, 단편소설들이 들어 있다. 특히 단편 소설들은 지금 읽어도 재미난 사랑 이야기들이었다.

 

  인생의 혜안을 가지고 삶의 지향점을 제시하는 그의 문학에 빠져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우리나라 작가들도 세계적으로 오랫동안 사랑받는 사람들이 많았으면 하는 욕심이 생긴다.

 

 

 

 

--- 본문 내용 ---

 

 

- 일반적으로 작가의 문체란 작가 내면의 진실한 표현이다. 그렇기 때문에 명료한 문체를 사용하고 싶다면 우선 작가의 마음이 명료해야 하며, 훌륭한 문체로 글을 쓰려면 훌륭한 성격을 지녀야 한다. (13쪽)

 

- 사색하는 인간의 가장 큰 행복은 탐구할 수 있는 것을 철저히 탐구하고 탐구할 수 없는 것은 조용히 존중하는 것이다. (23쪽)

 

- 안락한 것은 모두 내 성격에 맞지 않는다. 내 방에는 소파가 없다. 나는 항상 낡은 나무의자에 걸터앉는다. 거기에 머리를 기댈 일종의 등받이를 설치한 것도 바로 몇 주 전 일이다. 안락하고 품의 있는 가구에 둘러싸여 있으면 생각을 하지 않게 되며 안이하고 수동적인 상태에 빠진다. 어렸을 때부터 거기에 습관이 되어 있는 사람들에게는 다를 수 있겠으나 화려한 방과 우아한 가구들은 아무 생각도 하지 않는 사람과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은 사람을 위한 것이다. (24쪽)

 

- 검열과 언론의 자유는 서로 투쟁을 계속할 것이다. 권력자들은 검열을 요구하고 실시하며, 권력이 없는 사람들은 언론의 자유를 요구한다. 권력자는 자신의 계획과 활동이 시끄럽게 반대하는 존재에 의해 방해받는 것을 원하지 않으며 복종을 원한다. 권력이 없는 자는 불복종을 정당화하는 그들 나름대로의 근거를 제시하려 한다. 사람들은 어디서나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약자, 즉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도 그들 방식대로 언론의 자유를 억압하려 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그들이 꾸며낸 음모가 발각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32쪽)

 

- 자기 방식 (76쪽)

인간은 누구나 자기 방식대로 생각해야 한다. 왜냐하면 인간은 평생 살아 가면서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진리나 진실한 어떤 것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다만 제멋대로 행동해서는 안 된다. 자기 자신을 통제할 줄 알아야 한다. 적나라한 본능의 표출은 인간에게 적합하지 않다. (76쪽)

 

- 인간의 활동에서나 자연의 활동에서나 특히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그 원래의 의도이다. (145쪽)

 

- 지향점 (156쪽)

우리는 결국 무엇을 지행해야 할까? 세상을 알고, 그것을 경멸하지 않는 일이다. 충고에 따라 이미 어떤 길을 선택했다면 권위에 압도당하거나, 여론에 흔들리거나, 시류에 휩싸이지 말아야 한다. 우리에게 접근해 오는 사람들을 우리는 제대로 파악할 수 없다. 그들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고 싶다면 우리가 그들에게 다가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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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인의 사랑
막스 뮐러 지음, 김선진 그림, 강명순 옮김 / 좋은생각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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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양학과 비교언어학의 대가 막스 뮐러가 남긴 유일한 소설인 <<독일인의 사랑>>은 그 이야기의 단순함에도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책이다. 그 비결이 어디에 있을까? 우리 모두가 추구하지만 쉽게 할 수 없는 순백의 사랑 이야기이기 때문이 아닐까?

 

  어린 시절 주인공은 신분이 다른 후작의 성으로 놀러 가서 병약한 마리아를 처음 만나게 되고 그녀의 손길이 닿을 때마다 감전된 것 같은 전율을 느낀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주인공은 마리아의 초청 편지를 받고 매일 그녀를 만나러 간다. 늘 누워 있던 그녀가 이미 세상 사람이 아닐 거라는 생각을 했지만 그녀는 아름다운 여인으로 아직 살아 있었고 그들은 시와 그림과 종교를 비롯한 여러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로부터 떠나 달라는 의사의 권유를 받고 고민 끝에 여행을 떠나지만 자석처럼 그는 다시 그녀에게 다가가게 된다.

 

  상대가 아프다는 것을 알고도 사랑한다는 게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다 예전에 본 영화 <A Walk to Remember>가 생각났다. 망나니 고등학생을 철들게 만들어 진정한 사랑을 깨닫게 한 여주인공은 결국 병에 걸려 점점 쇠약해지지만 남자 주인공은 그녀와의 결혼을 결심하고 청혼한다. 결국 결혼식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저 세상으로 가고 그는 평생 그녀를 추억한다는 이야기이다. 너무 재미있어서 원서를 사서 읽기도 하고 같은 영화를 열 번도 넘게 봤던 건 사람이 사랑으로 인해 변화되고, 어떠한 난관도 극복해내는 것이 멋있어서였을 것이다. 이 책에서도 아픈 마리아를 향한 그의 변치 않는 사랑은 결국 세상의 곱지 않은 시선도 멀리 할 수 있게 만든다.

 

  숭고한 사랑 이야기, 세상에 없을 것 같은 이야기이지만 우리가 읽고 좋아하는 건 우리 마음속에 늘 이런 순수한 사랑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세상에 아프지 않은 사랑이 없고, 견디지 못할 좌절이 없겠지만 그로 인해 인간은 더 성장하고 성숙한다. 우리의 사랑과 고난은 그런 것이어야 한다.

 

  

--- 본문 내용 ---

 

- 안타깝게도, 우리가 인생을 절반도 채 살기 전에 이런 사랑은 거의 사라져버린다. 타인이라는 존재를 알게 되는 순간 벌써 어린아이는 어린아이가 아닌 것이다. 사랑의 샘물은 마르기 시작하고, 세월이 흐르면서 샘물 위에는 흙모래가 켜켜이 쌓여간다. 우리의 눈은 빛을 잃어버리고, 시끌벅적한 거리에서도 우리는 심각하고 지친 표정으로 그냥 스쳐 지나간다. 서로 인사도잘 하지 않는다. 인사를 했는데도 반응이 없으면, 우리 마음에 얼마나 큰 상처가 남는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인사를 나누고 악수를 했던 사람들과 헤어지는 것이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지를 잘 아로 있기 때문이다. 그건 영혼의 날개가 깃털을 잃어버리는 것과 같으며, 꽃잎이 시들어 떨어져나가는 것과 마찬가지다. (34-35쪽)

 

- 인생이라는 강물이 고요히 흘러가는 동안에는, 언제나 같은 강물이 흐르는 것이고, 변하는 것은 단지 양쪽 강변의 경치뿐인 것 같다. 그러나 인생의 고비 길에서 만나는 폭포들을 한번 생각해 보라. 폭포는 언제까지나 우리 기억 속에 남아 있다. 심지어 폭포에서 완전히 멀어져 이제 물결 잔잔한 안식의 바다에 거의 다다랐는데도 불구하고 우리 귓가에서 여전히 폭포의 힘찬 물소리가 들려오는 경우도 있다. 그제서야 우리는 자신에게 남아 있는 생명, 우리를 앞으로 이끌어가는 힘의 원천은 바로 그 폭포였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57-58쪽)

 

- 나는 이곳 밤의 정적 속에 홀로 서 있었다. 내 머리는 모든 기능이 완전히 멈춘 것처럼 멍했다. 아무 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 이 세상에 나 홀로 남겨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제 나를 상대해 줄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 같았다. 대지는 관처럼 생각되었고, 어두운 하늘은 관을 덮는 천처럼 느껴졌다. 내가 살아 있는 것인지, 벌써 죽은 것인지조차도 알 수가 없었다. (167쪽)

 

- 나를 그토록 행복하게 만들었던 지난 이틀간의 추억 세계는 실제로 그녀를 만나 그녀 곁에 머물 수 있게 되자 한낱 그림자처럼 아무 것도 아이었다는 듯이 사라지고 말았다. (183쪽)

 

- 막스 뮐러의 <<독일인의 사랑>>은 무수한 사랑의 빛깔 중 한 가지를 보여준다. 순수하고 깨끗한 사랑, 순종과 헌신의 사랑, 빛깔로 말하면 순백의 하얀색이라고 할 수 있는 그런 사랑을. 어쩌면 그런 사랑은 현실에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우리 모두의 기억 속에서, 그리고 마음속에서 이미 잊혀지고 사라진 것일지도…. -옮긴이의 말(2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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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박완서 지음 / 현대문학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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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전에 학교 도서관에서 한 번 빌려왔다가 읽지 못하고 다시 반납했던 박완서님의 책을 다시 빌려 읽게 되었다. 빌린 것들 중 이보다 나을 것 같은 책이 없을 때에야 손에 잡게 되니 완서님께 죄송한 생각이 든다. 그 때는 무엇에 밀려 열어보지도 못하고 다시 반납했는지. 이번에는 정말 설레는 마음으로 첫 장을 넘기고, 단숨에 마지막까지 읽어 내린 소중한 책이었기에 모든 책은 만날 만한 때가 따로 있다는 생각이 든다.

 

  박완서님은 이 책을 통해 전쟁 통의 피 말리는 아픔과 고통도 보여 주고, 학교 수업을 빼 먹고 영화를 보러 가는 여고생의 맹랑함도 엿볼 수 있게 해 주었다. 그런가 하면 뜰에 핀 우리 꽃과 풀의 아름다움에 대해서도 들려주고, 그녀가 책을 쓰기까지 밑거름이 된 책들에 대한 이야기도 해 주었다. 그녀가 마지막을 추모했던 박경리님도, 정작 자신도 이젠 세상에 없고 책만 남아서 못 다한 이야기들을 후세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있는 걸 보면 세월이 참 짧고 글의 생명력은 길다는 생각이 든다.

 

  그녀는 역사의 한 모퉁이에 서서 그녀의 눈으로 본 세상을 보여주기도 한다. 남대문 방화 사건, 2002년 월드컵 등 그녀가 들려주는 이야기들을 통해 나도 그 때를 다시 한 번 회상하게 되었다. 그런가 하면 내가 살아보지 못한 전쟁 이야기는 나로 하여금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만들었다.

 

  이 책을 읽으며 여성 문인의 따뜻함과 저력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다. 나도 그녀처럼 가슴이 뭉클뭉클한 에세이와 소설들을 쏟아놓고 싶다. 그녀로 인해 세상의 한 구석이 밝아진 것처럼 몇 명의 사람이라도 그 가슴 속에 반짝이는 보석들을 새겨보고 싶다.

 

 

* 박완서님의 또 다른 에세이

세상에 예쁜 것

작가
박완서
출판
마음산책
발매
2012.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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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 내용 ---

 

- 노후에 흙을 주무를 수 있는 마당이 있는 집에 산다는 것도 큰 복이다. 내 마당에 몸 붙이고 있는 것들은 하루도 나를 기쁘게 하지 않는 날이 없지만 손이 많이 간다. 그 육체노동 덕분에 건강을 유지한대도 과언이 아니다. (5쪽)

 

- 손뜨개질 옷은 풀어서 다시 뜨는 재미도 여간 아니다. 그러나 헌 옷 푼 오글오글한 실로는 게이지가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긴긴 겨울밤 방에서 주전자의 물을 끓여가며 그 증기로 오글오글한 헌 털실을 곧고 푹신한 새 실처럼 풀어내던 내 엄마 노릇의 고달픈 기쁨을 어찌 잊을까. (122쪽)

 

- 제목만 보고도 처음 읽었을 때의 행복감이나 감동이 젊은 날 그랬던 것처럼 가슴을 설레게 하는 책은 못 버린다. 책으로 젊은 피를 수혈할 수도 있다고 믿는 한 나는 늙지 않을 것이다. (148쪽)

 

- 나는 그때나 이때나 책을 많이 읽는 편이다. 활자 중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주위에 읽을 책이 없으면 불안하고, 닥치는 대로 읽고 건지는 것도 있지만 잊어버리는 게 더 많다. 소설은 읽히기 위해 있는 것이지 꽂아놓기 위해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 때문에 빌려주기도 잘하고 안 돌려줘도 찾지 않는다. 그러나 이청준의 처음 책(별을 보여드립니다-일지사)을 아무도 안 빌려주고 여태까지 귀하게 간직하고 있는 건 초심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다. (222-2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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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에서 영성으로 - 최신개정판
이어령 지음 / 열림원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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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년 전 무신론자로 교회를 비판하던 지성인의 대명사 이어령 교수의 회심에 대한 소식을 들은 기억이 납니다. 그가 집필했던 많은 책들 중 '디지로그'라는 책을 너무 감명깊게 읽어 그에 대해 늘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오랜 기간 올케의 카카오 스토리 프로필을 장식했던 이 책을 이제야 읽게 되었습니다.

 

  이어령 교수가 회심하게 된 데는 다분히 개인적인 계기가 있었습니다. 사랑하는 딸로부터 늘 전해들은 복음과 그의 내면에 젊은 시절부터 가지고 있던 일말의 관심 때문이었습니다. 세례를 받은 것도 딸을 기쁘게 하기 위해서였다는 솔직한 고백만 봐도 알 수 있듯 그가 믿음을 가지게 된 것은 사실 자의 반 타의 반의 결과였습니다. 그는 이 책의 말미에도 자신은 아직 문지방에 서 있다고 말하며 지성과 영성의 중간 어디쯤 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짚어 줍니다. 최근에 그가 또 다른 책을 냈다고 하는데 그 책에서는 믿음이 얼마나 자랐을까 궁금해졌습니다.

 

  어릴 때부터 교회에 다녀서 그런지 갑작스런 회심을 겪어 보지 못해 내가 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개인의 믿음에는 크든 작든 신비하고 오묘한 계기가 있는 것 같습니다. 사실 그의 회심보다 더 관심이 간 건 딸의 믿음이었습니다. 세상에서 편안히 살 수 있었던 모두가 부러워하던 그녀는 몇 가지 일들을 거치면서 완전히 다른 삶을 살게 됩니다. 책이 나오던 당시에 그녀는 청소년 사역을 하고 있었나봅니다.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닌 온전히 다른 사람들을 위해 사는 삶은 숭고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나를 돌아보는 계기가 된 책입니다.

 

 

 --- 본문 내용 ---

 

- 지도력을 가지려면 반드시 문화를 알아야 합니다. 군사력, 경제력 다음에는 남을 감동시키는 매력이 필요합니다. 그 사람만 보면 즐겁고, 그 사람이 말하면 어려운 일도 함께하고 싶은 것. 이렇게 절로 우러나오는 힘은, 금전과 권력이 현실인 것처럼 보이는 이 세상에서도 돈과 권력으로 안 되는 일이 있다는 것을 가르쳐 줍니다. CEO분들께 이야기를 할 때 저는 늘 문화 마인드를 가지고 매력 있는 인간이 되어야 회사도 소비자도 좋아한다 라고 말씀드립니다. 원래 문화란 말은 문치교화(文治敎化)의 준말입니다. 무력이나 금력이 아니라 글의 힘으로 상대방을 교화시켜 다스리는 방법이 곧 문화라는 말의 원 뜻이었습니다. (96쪽)

 

- 의문은 지성을 낳지만, 믿음은 영성을 낳습니다. (2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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