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인의 사랑
막스 뮐러 지음, 김선진 그림, 강명순 옮김 / 좋은생각 / 2004년 10월
평점 :
품절


  동양학과 비교언어학의 대가 막스 뮐러가 남긴 유일한 소설인 <<독일인의 사랑>>은 그 이야기의 단순함에도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책이다. 그 비결이 어디에 있을까? 우리 모두가 추구하지만 쉽게 할 수 없는 순백의 사랑 이야기이기 때문이 아닐까?

 

  어린 시절 주인공은 신분이 다른 후작의 성으로 놀러 가서 병약한 마리아를 처음 만나게 되고 그녀의 손길이 닿을 때마다 감전된 것 같은 전율을 느낀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주인공은 마리아의 초청 편지를 받고 매일 그녀를 만나러 간다. 늘 누워 있던 그녀가 이미 세상 사람이 아닐 거라는 생각을 했지만 그녀는 아름다운 여인으로 아직 살아 있었고 그들은 시와 그림과 종교를 비롯한 여러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로부터 떠나 달라는 의사의 권유를 받고 고민 끝에 여행을 떠나지만 자석처럼 그는 다시 그녀에게 다가가게 된다.

 

  상대가 아프다는 것을 알고도 사랑한다는 게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다 예전에 본 영화 <A Walk to Remember>가 생각났다. 망나니 고등학생을 철들게 만들어 진정한 사랑을 깨닫게 한 여주인공은 결국 병에 걸려 점점 쇠약해지지만 남자 주인공은 그녀와의 결혼을 결심하고 청혼한다. 결국 결혼식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저 세상으로 가고 그는 평생 그녀를 추억한다는 이야기이다. 너무 재미있어서 원서를 사서 읽기도 하고 같은 영화를 열 번도 넘게 봤던 건 사람이 사랑으로 인해 변화되고, 어떠한 난관도 극복해내는 것이 멋있어서였을 것이다. 이 책에서도 아픈 마리아를 향한 그의 변치 않는 사랑은 결국 세상의 곱지 않은 시선도 멀리 할 수 있게 만든다.

 

  숭고한 사랑 이야기, 세상에 없을 것 같은 이야기이지만 우리가 읽고 좋아하는 건 우리 마음속에 늘 이런 순수한 사랑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세상에 아프지 않은 사랑이 없고, 견디지 못할 좌절이 없겠지만 그로 인해 인간은 더 성장하고 성숙한다. 우리의 사랑과 고난은 그런 것이어야 한다.

 

  

--- 본문 내용 ---

 

- 안타깝게도, 우리가 인생을 절반도 채 살기 전에 이런 사랑은 거의 사라져버린다. 타인이라는 존재를 알게 되는 순간 벌써 어린아이는 어린아이가 아닌 것이다. 사랑의 샘물은 마르기 시작하고, 세월이 흐르면서 샘물 위에는 흙모래가 켜켜이 쌓여간다. 우리의 눈은 빛을 잃어버리고, 시끌벅적한 거리에서도 우리는 심각하고 지친 표정으로 그냥 스쳐 지나간다. 서로 인사도잘 하지 않는다. 인사를 했는데도 반응이 없으면, 우리 마음에 얼마나 큰 상처가 남는지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인사를 나누고 악수를 했던 사람들과 헤어지는 것이 얼마나 가슴 아픈 일인지를 잘 아로 있기 때문이다. 그건 영혼의 날개가 깃털을 잃어버리는 것과 같으며, 꽃잎이 시들어 떨어져나가는 것과 마찬가지다. (34-35쪽)

 

- 인생이라는 강물이 고요히 흘러가는 동안에는, 언제나 같은 강물이 흐르는 것이고, 변하는 것은 단지 양쪽 강변의 경치뿐인 것 같다. 그러나 인생의 고비 길에서 만나는 폭포들을 한번 생각해 보라. 폭포는 언제까지나 우리 기억 속에 남아 있다. 심지어 폭포에서 완전히 멀어져 이제 물결 잔잔한 안식의 바다에 거의 다다랐는데도 불구하고 우리 귓가에서 여전히 폭포의 힘찬 물소리가 들려오는 경우도 있다. 그제서야 우리는 자신에게 남아 있는 생명, 우리를 앞으로 이끌어가는 힘의 원천은 바로 그 폭포였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57-58쪽)

 

- 나는 이곳 밤의 정적 속에 홀로 서 있었다. 내 머리는 모든 기능이 완전히 멈춘 것처럼 멍했다. 아무 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 이 세상에 나 홀로 남겨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제 나를 상대해 줄 사람은 아무도 없는 것 같았다. 대지는 관처럼 생각되었고, 어두운 하늘은 관을 덮는 천처럼 느껴졌다. 내가 살아 있는 것인지, 벌써 죽은 것인지조차도 알 수가 없었다. (167쪽)

 

- 나를 그토록 행복하게 만들었던 지난 이틀간의 추억 세계는 실제로 그녀를 만나 그녀 곁에 머물 수 있게 되자 한낱 그림자처럼 아무 것도 아이었다는 듯이 사라지고 말았다. (183쪽)

 

- 막스 뮐러의 <<독일인의 사랑>>은 무수한 사랑의 빛깔 중 한 가지를 보여준다. 순수하고 깨끗한 사랑, 순종과 헌신의 사랑, 빛깔로 말하면 순백의 하얀색이라고 할 수 있는 그런 사랑을. 어쩌면 그런 사랑은 현실에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우리 모두의 기억 속에서, 그리고 마음속에서 이미 잊혀지고 사라진 것일지도…. -옮긴이의 말(204쪽)

 

http://blog.naver.com/kelly110/4019819513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