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 동안의 고독 - 1982년 노벨문학상 수상작 문학사상 세계문학 6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 지음, 안정효 옮김, 김욱동 해설 / 문학사상사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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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이 참 흥미로운 책이다. 고독을 몇 시간도 아니고, 몇 일도 아닌 자그마치 100년 동안 겪었다니 말이다. 이 책은 양피지에 예언된 그대로 아우렐리우스 가족이 겪는 100년 역사의 기록이자 시대와 국가를 아우르는 역사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입장의 차이에 따라 같은 집안에서 나고 자랐는데도 다른 길을 걸어간다. 그 속에는 약간의 행복도, 불행도 있지만 결국 왕성했던 집안은 예언대로 씁쓸한 결말을 맞게 된다.

 

  왜 이런 내용의 책을 썼을지 궁금한 마음이 들었다. 이 책을 읽는데 자그마치 한 달이 걸렸기 때문이다. 아우렐리아노라는 대를 이어 내려오는 이름 안에 갇혀 결국에는 틀을 벗어나지 못했던 가족구성원에게는 황당하리만치 신기한 일들이 계속 일어난다. 풍기는 향기 때문에 남자들이 넋을 잃고 나락에 빠지게 만드는 미녀 레메디오스는 결국 하늘을 날아 사라지기도 하고, 레베카는 흙이나 벽을 긁어먹기도 한다. 심지어 수의를 다 만든 아마란타는 자신이 죽을 때를 알고 죽은 사람들에게 줄 이웃들의 편지를 모아들고 최후를 맞기도 한다.

 

  평화롭던 마을에 문명의 이기가 들어오면서 점점 타락되어 가고 황폐화되어 간다는 의미 있는 메시지를 준다는 이 책을 읽으며 자꾸 <<돈키호테>>가 떠오르는 이유는 아마도 있을 수 없을 법한 심한 과장을 실제처럼 꾸며내는 능력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마술적 리얼리즘 소설이라 불리나보다. 오랜 세월 동안 외세의 지배와 정치적 혼란에 시달렸던 남미의 역사를 반영한 걸작이라고 한다. 기회가 된다면 남미의 역사에 대해 알아보고 싶어진다.

 

​  이 책은 인문학 모임 이번 달 도서다. 내일이면 회원들과 이 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다른 분들은 어떤 생각을 하며 읽으셨는지 궁금하다. 함께 읽고 나눌 수 있는 분들이 계신다는 게 행운이다.

- 말없이 조용한 나날을 보내며, 집안에 넘쳐흐르는 새로운 생명력에는 관심도 보이지 않고 아우렐리아노 부엔디아 대령은 노년기를 훌륭하게 보내는 비결이란 고독과 영광스러운 조약을 체결하는 길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는 아침 5시에 얕은 잡에서 깨어나, 부엌으로 가서는 언제나 변함없는 씁쓰레한 커피를 한잔 마시고 하루 종일 작업실에 들어앉아서 일을 하고, 오후 4시간 되면 의자를 끌고 테라스로 나가서는, 불타오르듯 강렬한 장미숲과 한낮의 밝은 태양과 끓는 주전자처럼 씩씩 소리를 내며 고집스레 우울을 짓씹는 아마란타는 의식하지도 않고, 어둠이 내리도록 그 자리에 앉아서 모기들의 성화에 못 이겨 쫒겨 들어갈 때까지 줄곧 앉아 있었다. (224-225쪽)

- "페르난다에게 작별인사를 하려무나." 우르슬라가 아마란타에게 빌었다. "한순간의 화해란 평생의 우정보다 훨씬 값진 것이란다." "이제는 다 쓸데없는 일이죠." 아마란타가 대답했다. (3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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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는 인문학 - 5000년 역사를 만든 동서양 천재들의 사색공부법
이지성 지음 / 차이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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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573927555


  한때 이지성님의 저작들을 즐겨 읽은 기억이 납니다마음에 불을 당기는 그의 책을 읽고 나면 정말 고전을 읽어야겠다자녀교육을 이렇게 실천해야겠다하는 실천 의지가 강해짐을 느낍니다그만큼 그의 주장에는 힘이 실려 있습니다.

 

  얼마 전 교육청에서 인문학 연수를 받았는데 마지막 날 모든 연수생들에게 이 책을 나눠주셨습니다다른 책들을 읽느라 그동안 책꽂이에 꽂아만 두었다가 이번에 눈에 띄어 읽게 되었는데 왜 이제야 읽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보석 같은 내용들이 많았습니다.

 

  오래 전부터 기나긴 시대를 내려오며 사랑받은 고전을 통해 우리는 과거 천재들과 만날 수 있습니다읽기도 전에 지레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생각보다 재미있고깊이있어 오늘날의 책들과는 비교할 수 없는 매력을 느낍니다.

 

  고전들은 해설서가 많이 나와 있습니다그리고 인문학 입문서들도 계속해서 나옵니다하지만 저자는 그런 책들을 많이 읽기보다 직접 원전을 읽으라고 합니다사실 논어를 한자 그대로 읽는다거나외국 서적들을 원어로 읽는 것을 실천하기는 쉬운 일이 아닐 거라 생각됩니다저자가 고전을 읽고 필사해 두뇌를 개발했듯 우리도 조금만 노력한다면 보다 나은 두뇌를 가질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이 책은 책을 읽는 것만 강조하지 않습니다책만 읽고 남을 따라 하기만 하는 건 의미가 없습니다그 책의 내용을 곱씹어 생각하고 사색하며 다른 사람들과 토론하는 과정을 거쳐 온전한 자신만의 것으로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과거 천재들이 자연 속에서 노닐며 사색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자연의 품에 더 자주 안기고 싶어집니다이 책을 읽으며 꼭 읽고 싶은 책이 생겼습니다논어와 고백록그리고 소크라테스의 변명입니다원문으로 보기는 어렵겠지만 제대로 된 번역서를 읽어보고 싶습니다. 주중에 만날 인문학 모임 회원들과 이 책에 등장하는 고전들 중 하나를 선정해 함께 읽고 토론하고 싶습니다.

 

  이 책을 읽으며 오늘날 교육의 문제점들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았습니다늘 그래왔기 때문에 앞으로도 그렇게 한다라는 생각을 버리고 어떻게 하면 보다 나은 사회살 만한 나라를 만들 수 있을 것인지 내가 속한 교육에 대해 깊이 있게 반성하고 개선책을 찾아보고 싶습니다



- 일제는 경제적 수탈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일환으로 식민지 교육 정책상 인문교육보다는 실업교육을 강조함으로써 한민족의 우민화를 꾀하고, 저급한 노동력을 양성하고자 하였다. (26쪽)

- 기억하라. 인문학의 본질인 ‘생각’은 인문학의 목적인 ‘행복’을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그러면 다시 마음이 편안해질 것이다. 그리고 깨닫게 될 것이다. 인문학의 우주는 책이 아닌 당신의 내면에 있음을. (88쪽)

- 자연과 자주 만나라. 위대한 작가들과 위대한 사상가들과 위대한 예술가들과 위대한 건축가들의 공통점은 자연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러니 수시로 도시를 벗어나 자연 속으로 들어가라. 그리고 당신의 내면과 만나라. (91쪽)

- 데카르트는 도망쳤다. 우정을 내세우면서 자신을 술과 도박과 파티와 천박한 여자들이 있는 곳으로 이끄는 친구들에게서. 그는 파리를 떠나 한 시골 마을로 숨어들었다. 그러고는 1년 동안 그 누구도 만나지 않았다. 그는 오직 책과 만났다. (196쪽)

- 토머스 J. 왓슨이 설계한 IBM의 ‘Think!`는 독서하라, 경청하라, 토론하라, 관찰하라, 생각하라로 이루어져 있다. (22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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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형제 동화집 허밍버드 클래식 6
야코프 그림.빌헬름 그림 지음, 허수경 옮김 / 허밍버드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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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552514156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헨젤과 그레텔빨간 모자룸펠슈틸츠 헨백설공주라푼첼브레멘 음악대 등 많은 동화들을 쓴 사람이 독일의 그림 형제라는 것을 모두 알고 있을까요저는 이번에 이 책을 읽으면서 그림 형제가 이렇게 많은 동화를 썼다는 건 처음 알았습니다각각 다른 저자들이 있는 걸로 착각하고 있었거든요하지만 이 이야기들은 순수한 그림형제의 창작물은 아니라고 합니다구전되어 오던 이야기나 다른 지역에서 온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종합해 그들만의 방법으로 바꾸어 썼다고 합니다.

 

  익히 알고 있는 이야기들을 포함해 처음 읽는 이야기까지 작은 책 속에16개의 흥미진진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습니다신데렐라와 비슷한 아셴푸텔을 읽으며 우리나라의 콩쥐팥쥐를 떠올렸습니다너무 어리석은 사람의 이야기지혜로운 딸의 이야기말하는 동물들 이야기 등 재미있긴 하지만 어린이들을 위한 동화라기에는 너무 잔인하기도 하고 무시무시한 장면도 있습니다디즈니에서 각색한 라푼첼이 얼마나 원작과 많이 다른지 알 수 있었습니다우화적인 요소와 교훈적인 이야기들을 통해 그림 형제가 우리에게 들려주고자 했던 의미가 무엇이었을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단순한 재미를 넘어서는 무언가를 주고 싶었을 것 같습니다.

 

  독일에 유학을 가서 원서를 처음 접했다는 옮긴이는 친구에게 받은 이 책을 두고두고 읽으며 위안을 받았다고 합니다딸이 우리 옛이야기 100선을 그렇게 재미나게 읽으며 생각날 때마다 펼쳐보는 것과 비슷합니다. 19세기를 살았던 그림 형제의 소중한 산물이 하나로 모여 아름다운 삽화들과 함께 한국어로 접할 수 있다니 감사한 마음입니다언제 독일을 여행하게 되면 그림형제의 발자취를 찾아보고 싶어집니다.



- 왕비는 경악했고 시기심으로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했다. 그때부터 왕비는 백설 공주를 볼 때마다 몸속에서 심장의 피가 거꾸로 치솟는 것 같았고, 점점 더 백설 공주가 미워졌다. 질투와 오만은 그녀의 마음속에서 마치 잡초처럼 하루가 멀다 하고 높이 자라났고, 낮이든 밤이든 그녀를 붙잡고 못살게 굴었다. (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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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 나의 동양고전 독법
신영복 지음 / 돌베개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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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은 자신이 의식하든 하지 않든 자신이 가진 사상이나 신념에 바탕을 두고 행동하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독립을 위해 목숨을 버린 사람수많은 사람들을 죽음에 이르게 했던 나치목숨을 걸고 선교하는 사람들과 같이 특별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모두 자신만의 신념을 가지고 살아갑니다.

 

  동양의 고전을 남긴 이들도 그들만의 사상이 있으며 그에 따라 생각하고 행동하며 살았습니다예와 인간관계를 중시 여겼던 공자의를 강조한 맹자자연과 더불어 순리를 주장한 노자부강한 나라를 위해 법이 최고라고 했던 법가……이들의 사상은 서로 상반되기도 하며, 독자마다 특별히 자신에게 맞는 주장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이 책의 저자는 이들의 주장이 무조건 맞거나 틀렸다고 하지 않기를 바랍니다이들의 주장은 당시 시대 상황을 배경으로 한 것이기 때문입니.

 

  인문학 모임에서 함께 읽지 않으면 영영 읽지 않을 것 같은 좋은 책을 골라 읽는 편이라 이 책을 읽기로 한 후 한 달 동안 계속 짬짬이 읽었습니다생각했던 대로 방대한 고전만큼이나 독법을 역설한 이 책도 만만치 않게 심오했습니다읽을 당시에는 이해가 되어 고개를 끄덕이며좋은 말이 참 많다고 감탄했는데 한 달이 지나고 보니 여러 가지 말들이 섞이고잊혀 속상하기도 했습니다파트리크 쥐스킨트가 <<깊이에의 강요>>에서 말한 문학적 건망증을 실감하며 읽었습니다.

 

  내용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철학자가 있습니다바로 노자입니다. 저자가 역사상 최초의 진보라고 표현한 그의 주장 하나하나에 공감이 갔습니다모든 사람이 지킬 수 있는 법을 만들어야지 지킬 수 없는 법을 만들어 놓고 지키지 않는다고 비난하는 것은 이치에 어긋나는 일이라는 것입니다비합리적인 신호등이 있어 신호위반을 밥 먹듯 하게 만든다면 그 신호 체계를 바꿔야 하는 것이 옳다는 주장입니다백성을 두려워할 줄 아는 임금이 진짜 임금이며누군가의 기쁨이 누군가의 아픔의 대가라면 그 기쁨만을 취할 수 있는 권리는 아무에게도 없다는 저자의 주장에 힘이 실려 있습니다. (293)

 

  그릇이 가득 차 있으면 사용할 수 없듯어딘지 부족한 면이 있는 사람이 더 인간적입니다. ‘물의 철학이라고도 불린다는 노자의 주장처럼 인위적이기보다는 자연스럽게 마음을 비우고 살아가는 것이 인생의 멋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언젠가 다시 읽어야 할 책입니다.



- 문학이란 그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의 내면을 파고 들어갈 수 있는 어떤 혼이 있어야 하는 것이지요. 『시경』의 시가 바로 이러한 진실을 창조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이란 결국 진실을 구성하는 조각 그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의 조합에 의하여 비로소 진실이 창조되는 것이지요. 이것이 문학의 세계이고 시의 세계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61-62쪽)

- 행정명령으로 백성을 이끌어가려고 하거나 형벌로써 질서를 바로 세우려 한다면 백성들은 그러한 규제를 간섭과 외압으로 인식하고 진심으로 따르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될 수 있으면 처벌받지 않으려고 할 뿐이라는 것이지요. 그뿐만 아니라 부정을 저지르거나 처벌을 받더라도 그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이와 반대로 덕으로 이끌고 예로 질서를 세우면 부끄러움도 알고 질서도 바로 서게 된다는 것입니다. (15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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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선문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6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 지음, 송영택 옮김 / 문예출판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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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486749543


  전쟁을 겪은 작가그는 전쟁을 빼고 다른 이야기를 글로 쓸 수 있을까레마르크는 아버지 때부터 혁명으로전쟁으로 도망 다니는 시대를 살았던 작가다그래서인지 그는 전쟁과 관련 있는 일곱 편의 소설을 남겼다. <<서부 전선 이상 없다>>를 시작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으며 작가 반열에 들어선 그의 다섯 번째 작품이며 앞의 작품들과 연결된다는 이 책을 인문학 모임 9월 책으로 읽게 되었다.

 

  모임 멤버 중 한 분이 가장 재미있게 읽은 책 중 하나라는 것이 선정 이유였는데 읽다 보니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독일인이지만 나치에 반대하다 수용소를 거쳐 프랑스에서 난민 생활을 하고 있는 라비크는 원래 큰 병원의 외과과장이었다하지만 프랑스에서 그는 존재를 숨긴 채 마취된 환자를 수술해 주는 것으로 생계를 유지한다.

 

  여권도 없이 여러 개의 가명을 가지고 사는 그에게 사랑이나 복수가 어떤 의미였을까언제 잡혀서 추방당할지 모르는 그에게는 사랑도집도,평범한 생활도 모두 너무 멀리 있는 신기루일 뿐이다혼자 호텔방에서 맞는 밤은 그에게 견디기 힘든 일과 중 하나다그래서 거리로 나간다.거리에서 자신과 비슷하게 휘청대는 여자를 만난다죽은 남자친구를 버려두고 도망 나온 조앙마두와의 첫 만남부터 인상적이다.

 

  그들이 계속 마시는 칼바도스(사과주)는 어떤 맛일까난민이지만 제법 돈도 가지고 멋있게 산다비록 그들이 갈 수 있는 곳이 한정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호텔과 술집을 전전하며 무료한 시간을 달랜다갑작스런 사고에 끼어들었다 추방당한 라비크가 다시 파리로 돌아왔을 때 조앙은 이미 다른 남자와 살고 있었다다가갈 수도 멀어질 수도 없었던 조앙이었지만 다른 남자의 여자가 된 이상 되찾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그녀의 집 앞,비오는 날의 그의 넋두리는 애절한 시가 되어 몇 장의 지면을 멋지게 채운다.

 

  그의 파리 생활을 개선문처럼 지탱해 온 것은 그와 동료들을 고문했던 하케에 대한 복수이다하지만 어설픈 그의 복수는 후회를 불러오고막상 고대하던 거사 이후에도 달라진 것 없음에 라비크는 허탈해 한다잃어버린 여인 조앙의 죽음과 함께 찾아온 전쟁 소식이제 그에게 어떤 미래가 펼쳐질까끝은 새로운 시작인 법이다개선문마저 보이지 않는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그는 종전 소식을 꿈꾸었을까?



- "잊어버려요. 후회란 이 세상에서 가장 무익한 것이오. 되찾을 수 있는 건 하나도 없소. 물론 보상할 수도 없소.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우리는 모두 성자가 되지요. 인생은 우리를 완전하게 만들겠다는 생각은 추호도 하지 않는단 말이오. 완전한 인간이 있다면, 그야말로 박물관 표본감이지요." (100쪽)

- 빛. 언제나 새로운 빛. 빛은 바다의 짙은 남색과 하늘의 연한 푸른색 사이에서 생겨나는 하얀 거품처럼 수평선 저쪽에서 날아온다. 숨도 쉬지 않고, 그러면서도 아주 깊은 숨을 쉬며, 빛나고 반사하며 이렇게 환하게, 이렇게도 반짝이는 행복, 아무런 실체도 없이 떠다니는 단순하고도 태곳적 그대로의 행복을 가득 싣고 날아온다……. (273쪽)

- 등 뒤에 있는 나라가 불행과 흉조와 위험의 안개 때문에 차차 잿빛으로 변해가는데, 여기선 태양이 빛나고 맑게 갠 이곳에 죽어가는 세계의 마지막 포말이 모여 찬연하게 빛나고 있다. (27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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