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는 집
황선미 지음, 이철원 그림 / esteem(에스티임)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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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805385542


  아파트 생활이 늘어나면서 집이라는 개념이 유형의 형태보다는 가족이 모이는 곳이라는 의미로 많이 사용되는 것 같습니다과거에는 각자 다른 모양의 집이 있어 노란지붕 집대추나무 집 같은 특색을 이름으로 부르기도 했지만 지금은 몇 동 몇 호로 나타냅니다한편으로 편리하지만 정감이 사라진 집입니다.

 

  집에 돌아가면 할머니할아버지엄마아빠가 보글보글 된장찌개를 끓여 놓고 기다리던 옛날에 비하면 지금은 아이들만 들어가 시간을 보내는 집이 많습니다워낙 바쁜 세상인 데다 돈 없이는 잠시도 버티기 힘들어졌기 때문에 많은 부모님들이 생업에 종사하고 있습니다이 책을 읽으며 나도 많이 찔렸습니다직장이다공부다 하며 밖에 있는 시간이 많은 만큼 기다려야 할 부모가 아닌 기다리는 아이들을 만들어 놓은 건 아닌가 하는 생각에 미안해졌습니다.

 

  이 책은 어른과 함께 읽는 동화인데 내용은 무섭습니다가족들이 떠나고 노모가 혼자 지키다 돌아가시면서 집은 폐허가 됩니다한 때 따스한 가족이 살았을 그곳은 귀신이 나올 법한 흉물로 변합니다언제부턴가 들려오는 아이들 울음소리한 엄마가 아이들만 두고 떠납니다어느 날 집을 고치는 수상한 남자와 그를 지켜보는 동네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이웃에 누가 이사와도 신경쓰지 않는 요즘 시대에 이런 동네가 아직 있다는 것이 정겹긴 하지만 동네 사람들은 그만큼 새로운 인물에 경계를 하고 봅니다가족을 잃은 사람들은 비슷한 상처를 가진 사람을 찾기도 합니다낯선 남자 곁에서 일을 돕는 아이도 생기고그 아이를 괴롭히던 아이도 조금씩 변합니다이 마을은 과연 낯선 이를 이웃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이웃이 있다는 건 한편으로는 든든하지만 사생활이 노출된다는 점에서 불편함도 없진 않을 것 같습니다나쁜 어린이표와 마당을 나온 암탉으로 유명해진 작가의 작품인 이 책은 둘과는 조금 다른 느낌입니다짧은 이야기를 읽으며 이웃과 가족그리고 집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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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너에게 절대로 말하지 않는 것들
셀레스트 응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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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793119055

 

  이 책은 두 가지의 주제를 반복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첫 번째가 미국 사회에 어렵게 정착해 가는 이민자들의 생활, 그리고 두 번째가 이루지 못한 꿈 때문에 자녀를 편애하며 대신 이루어줄 것을 은근한 압력으로 강요하는 것입니다.

 

  조용하던 마을의 중국 이민 2세 제임스와 백인 메릴린 부부의 둘째 딸 리디아가 실종되는 사건이 일어납니다. 설마 들어오겠지, 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불안해집니다. 얼마 후 호수에서 발견된 딸 리디아. 그녀의 자의적인 선택이었을까요, 아니면 누군가에 의해 살해 당한 것일까요?

 

  이야기는 부모의 만남으로 거슬러 올라가 가족들의 역사를 이야기합니다. 평범해 보이던 이들의 평범치 않은 내력이 펼쳐집니다. 리디아에 대해 가족이 관심을 가질수록 말할 수 없이 괴로웠을 생전의 그녀가 조금씩 드러납니다.

 

  미국에서 인종차별이 없어진 지 오래 된 줄 알았는데 아직도 일부 지역에는 백인이 대부분인 학교나 마을이 있나 봅니다. 중국 출신끼리 어울릴 만도 한데 뼛속까지 미국인이고 싶었던 제임스는 아마도 그들만의 커뮤니티에 스스로 끼지 않았는지도 모릅니다.

 

  슬픈 사건으로 인해 가족은 엄청난 풍파를 겪습니다. 이들 가족이 어떻게 될 것인지 궁금한 마음에 마지막까지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 매일 밤, 메릴린은 홀로 깨어, 엄마의 요리책을 다시 읽으며, 엄마의 소박하고 외로웠던 삶에 집중했고, 나는 그런 삶을 절대로 살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13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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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 문학나눔 우수문학도서 선정도서
고정욱 지음 / 애플북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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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795589880

 

 200권이 훨씬 넘는 책을 집필하셨다는 고정욱님의 책을 읽었다. 얼마 전에 본 <국가대표 2>로 인해 관심을 갖게 된 아이스하키 선수 이야기이다. 퍽은 아이스하키 선수들이 골대를 향해 날리는 공의 일종이다. 이 책에서는 후에 주인공으로 상징되기도 한다.

 

  고등학교 1학년인 영광은 고등부 랭킹 1위에 해당할 정도로 좋은 신체 조건과 운동 신경을 자랑한다. 주리라는 예쁜 여자친구도 있고, 부모님과 세 식구가 살고 있다. 부족한 것 없어 보였던 그에게 어느날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한다. 위태하던 부모님의 사이가 벌어지고, 주리를 좋아하는 동료 선수 때문에 시합에 지기까지 한다. 엄청난 위기를 맞게 되는 영광이 어떻게 난국을 극복하게 될지 궁금해졌다.

 

  교훈을 담고 있는 고정욱님의 책을 읽을 때마다 아동문학 시간에 배운너무 교훈을 주려고 하지 말라는 말이 생각나곤 한다. 이번 책에서도 주인공 영광이 펼쳐든 자기계발서를 통해 독자에게 많은 교훈을 주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을 아이들에게 정말 유익한 내용이기도 하다. 유익하지만 재미있는 이야기. 그것이 바로 고정욱님 작품들이 인기있는 이유가 아닐까?

 

  오늘 수업 후에 청소년 소설을 들고 있는 아이가 있어 <<>> 읽어봤느냐고 했더니 옆에 있던 친구가 그거 고정욱님 시리즈 소설 중 하나예요. 재미있게 읽었어요.’ 하는 게 아닌가. 재미있는 건 아이들이 먼저 알아차리나보다.

- 여러분이 진짜일수록 사람들은 여러분에게 신뢰감을 갖습니다. 그 신뢰감 때문에 그들은 자기 삶에 영향을 미칠 특권을 여러분에게 허용한 것입니다. 여러분이 덜 진짜일수록 사람들은 여러분에게 신뢰감을 덜 갖게 되고, 여러분은 더욱 빨리 영향력 있는 자리를 잃게 됩니다. (111쪽)

- 영광은 팔뚝에 다시 고개를 파묻고 마저 잠을 청했다. 그러나 마음 깊숙한 곳에서 아이스하키부라는 말에 다시 자도록 내버려두는 선생님의 처사가 왠지 모르게 섭섭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 사라들이 모두 혼탁할 때 나 혼자 깨끗하니 소외되었고, 세상 사람들이 모두 술 취해 있지만 나 한 사람만 깨어나 이지의 세상에 살고 있으니 소외됐다는, 어느 고전에 나오는 어부의 느낌이 바로 이런 것이리라. 물론 잠시 후 그런 생각도 몰려드는 졸음에 묻혀 가뭇없이 사라졌다. (12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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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기들의 도서관
김중혁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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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788739039

 

  얼마 전 작가와의 만남 행사 사회를 맡으셨던 김중혁 작가님에 대해 알게 되어 도서관에서 그의 작품들을 검색해 이 책을 빌려 읽었습니다. 초대 손님들의 작품에 비해 덜 난해하고 술술 읽히는 데다가 유머감각이 뛰어나 히죽히죽 웃으며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 책에 있는 8개의 작품들에는 음악이 스며 있습니다. 음반 수집광인DJ가 자신보다 더한 사람을 만나게 되는 것, 악기사에서 일하게 되는 바람에 여러 악기들의 다양한 소리를 녹음했다는 사람의 이야기, 그리고 항상 엇박을 놓는 사람, 혼을 싣지 않은 연주로 자동피아노 틀어놓은 것 같다는 평을 들은 피아니스트 이야기, 그리고 계속되는 취직 실패에도 짝을 이루어 면접을 다니는 남자들을 다룬 유리방패(가장 웃겼던 소설)와 같이 여성이 별로 등장하지 않고, 사랑이야기가 가미되지 않아도 얼마든지 재미난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그의 작품처럼 그의 입담도 좋을지 궁금한 마음으로 갔던 작가와의 만남 행사에서 입담은 물론이고, 초대 작가들에 대해 사소한 것까지도 놓치지 않고 미리 알아보고 준비한 꼼꼼함까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나와 비슷한 시대를 살아온 사람이라는 것 때문에 더 친근감을 가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도 어려운 시대를 유머를 가지고 꿋꿋이 이겨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써 보고 싶습니다. 

 

- 악은 생성되는 것이 아니라 소멸되는 것입니다. 어디에나 음악이 있습니다. 그 음악들이 어디서 시작되고 사라지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말입니다. 지금 이곳 어딘가에도 음악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피아니스트는 음을 만들어내서는 안 됩니다. 이 세상에 있는 음을 자신의 몸으로 소멸시키는 것이 피아니스트의 역할입니다. 그래서 저는 멀고 아스라한 소리들이 좋습니다. 콘서트홀에 가지 않는 이유는, 모든 소리들이 너무 가깝게 들리고 음악을 만들어내려는 피아니스트들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12-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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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조건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소설선집
앙드레 말로 지음, 김붕구 옮김 /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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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771496974


  평화로울 때는 물론이거니와 사회가 불안정하면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있기 마련이다사회적 어려움을 틈 타 사업으로 성공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자신의 소신을 위해 목숨을 버리는 사람들그리고 현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혁명을 누르려는 사람들아무 것에도 관심을 두지 않고 자신의 앞날만 걱정하는 사람들……중국의 대혁명기 각국의 출신으로 이루어진 혁명가들은 상하이를 중심으로 새로운 사회를 꿈꾼다코뮤니스트로 대변되는 이들에게는 살인도폭탄 테러도 정당한 일일뿐 아니라 명예로운 사건이다하지만 모든 일에 순조롭다면 세상은 너무 쉬울테지만 만만치 않은게 세상살이다이들이 바라는 혁명의 소원은 이루어질 것인가,좌절될 것인가?

 

  역사의 격동기에는 수많은 희생이 있기 마련이다결국 이기는 쪽은 영웅이 되고지는 쪽은 반역이 되며 역사는 이어지기 마련이다각국에서 모인 여러 종류의 사람들이 코뮤니즘이라는 노동 해방을 위한 투쟁의 목표는 많은 사람들의 죽음으로 점점 색깔을 잃어가고결국 남은 사람들은 자신들이 무엇을 위해 투쟁하는지도 모르는 채 상실의 아픔을 간직하고 살아간다.

 

  혼자였다면 읽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이 책을 이번 달 인문학 모임의 함께 읽는 책이라 읽으면서 소설 치고는 생소한 중국 역사의 한 장면을 다루고 있어 가볍지 않은 마음으로 오랫동안 접했다우리나라의 격동기와도 관련이 있는 중국의 혁명기 이야기를 읽는 내내 우리나라 독립투사들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다른 점이 있다면 민족의 해방을 위한 투쟁이 아니라 그들의 이념을 이루기 위한 다양한 출신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라는 점이다죽음과 가까이 있는 혁명가들의 불안정한 심리 상태를 접하며 처절함을 느끼기도 했다신념을 위해 죽음을 불사하던 이들을 역사는 어떻게 기억할까그들이 바라는 것처럼 영웅이 되었을까아니면 그냥 잊혀졌을까중국의 역사를 미리 알고 보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 첸으로서는 테러리즘이란 일종의 신비한 신앙이어야 했다. 우선 고독해야 한다. 테러리스트는 홀로 결단을 내리고 실천해야 한다. 경찰의 모든 능력이란 밀고에 의해 발휘된다. 단독으로 행하는 살인자는 밀고할 염려도 없으니 안심이다. 마지막에는 고독의 시련이 있다. 세상과 격리되어 사는 자라도 동료들을 찾지 않고 배기기란 무척 힘든 일이다. (385쪽)

- 혼자 죽지만 않는다면 죽기도 쉬운 법이다. 동지애에 넘친 떨리는 속삭임 속에서 죽는 죽음, 지금은 패배자들이 모여 죽는 죽음…. 이 참담한 피투성이의 전설이 나중에 찬란한 황금의 전설로 변모할 것이다! 이미 죽음과 대면한 이 마당에 어찌 재물로 바친 인간의 이 속삭임이 들리지 않을 것인가. 죽음에 대한 인간의 용감한 마음이야말로 죽는 사람들에게는 거룩한 영혼에 못지않는 피난처라고 그에게 외치는 그 속삭임을! (504-50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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