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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기들의 도서관
김중혁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4월
평점 :
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788739039
얼마 전 작가와의 만남 행사 사회를 맡으셨던 김중혁 작가님에 대해 알게 되어 도서관에서 그의 작품들을 검색해 이 책을 빌려 읽었습니다. 초대 손님들의 작품에 비해 덜 난해하고 술술 읽히는 데다가 유머감각이 뛰어나 히죽히죽 웃으며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 책에 있는 8개의 작품들에는 음악이 스며 있습니다. 음반 수집광인DJ가 자신보다 더한 사람을 만나게 되는 것, 악기사에서 일하게 되는 바람에 여러 악기들의 다양한 소리를 녹음했다는 사람의 이야기, 그리고 항상 엇박을 놓는 사람, 혼을 싣지 않은 연주로 자동피아노 틀어놓은 것 같다는 평을 들은 피아니스트 이야기, 그리고 계속되는 취직 실패에도 짝을 이루어 면접을 다니는 남자들을 다룬 유리방패(가장 웃겼던 소설)와 같이 여성이 별로 등장하지 않고, 사랑이야기가 가미되지 않아도 얼마든지 재미난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그의 작품처럼 그의 입담도 좋을지 궁금한 마음으로 갔던 작가와의 만남 행사에서 입담은 물론이고, 초대 작가들에 대해 사소한 것까지도 놓치지 않고 미리 알아보고 준비한 꼼꼼함까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나와 비슷한 시대를 살아온 사람이라는 것 때문에 더 친근감을 가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도 어려운 시대를 유머를 가지고 꿋꿋이 이겨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재미있게 써 보고 싶습니다.
- 악은 생성되는 것이 아니라 소멸되는 것입니다. 어디에나 음악이 있습니다. 그 음악들이 어디서 시작되고 사라지는지는 알 수 없지만 말입니다. 지금 이곳 어딘가에도 음악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피아니스트는 음을 만들어내서는 안 됩니다. 이 세상에 있는 음을 자신의 몸으로 소멸시키는 것이 피아니스트의 역할입니다. 그래서 저는 멀고 아스라한 소리들이 좋습니다. 콘서트홀에 가지 않는 이유는, 모든 소리들이 너무 가깝게 들리고 음악을 만들어내려는 피아니스트들이 너무 많기 때문입니다. (12-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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