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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혹하는 글쓰기 - 스티븐 킹의 창작론
스티븐 킹 지음, 김진준 옮김 / 김영사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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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스티븐 킹은 내가 좋아하는 작가가 아니었다. 그가 이 책을 쓸 당시 53세의 시력 나쁜 한쪽 다리를 저는 소설가였다. 이 책을 읽으며 고백하듯 쓴 그의 어린시절 이야기와 소설쓰기에 입문하는 과정에서 평범하지 않았음을 보고 그가 호러 장르의 글을 쓰게 된 이유를 조금 알게 된 듯 하다. 내 기준에서 도덕적이지 않거나 너무 선정적이거나 또는 잔인한 장면이 너무 많이 등장하거나 하면 왠지 그 소설이 읽기 싫어졌기 때문에 이 작가의 저서를 잘 읽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런데 읽다 보니 내가 오래 전 너무 재미있게 본 '미저리'라는 영화의 원작자가 바로 스티븐 킹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때 들었는지는 모르지만 까맣게 잊고 있었던 생각지도 않았던 그 책 제목을 보는 순간 원서를 사서 읽어 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미저리(Misery)'는 1985년부터 1986년 초까지 알콜과 코카인에 중독된 그가 쓴 책으로 정신이 이상한 간호사 팬에게 붙잡혀 고통 당하는 작가의 이야기이며 어떻게 보면 그의 자전적인 이야기라고도 볼 수 있다. 현실에서의 여주인공 미친 간호사 애니 윌크스는 그에게 바로 술이고 코카인이었다. 그런데 그동안 중독되어 있던 것들에서부터 헤어 나올 결심을 하게 된 것도 바로 그 캐릭터 때문이었다고 작가는 말한다. 그는 애나의 놀이개 작가 노릇도 지긋지긋하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고 하였다.

 

  그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힘든 일을 많이 겪는다. 그리고 학창시절 가난했던 것 때문에 소설을 간간히 써 용돈을 마련하기 시작하면서 그의 작가의 길은 시작된다. 처음에는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 3류 잡지에 글을 많이 싣지만 결국 여러 편의 소설을 써 작가로 인정받게 된다. '매력적인 부인을 만나 함께 교직에 있으면서 어떻게 보면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님답지 못한 적나라한 글들을 쓸 수 있었나?(사실은 다 읽어보지 않아서 정도는 잘 모른다.)' 라는 생각도 해 보기도 했다.

 

   이 책 속에는 글쓰기에 대한 그의 열정과 노하우가 녹아 있다. 그가 그때까지 걸어온 소설가로서의 기쁨과 슬픔 그리고 시행착오를 낱낱이 적어 두었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작가의 길에 조금 더 다가간 느낌이다.

 

   ---본문 내용---

 

-독서는 작가의 창조적인 삶에서 핵심적인 부분이다. 나는 어디로 가든지 반드시 책 한 권을 들고 다니는데, 그러다 보면 책을 읽을 기회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한 번에 오랫동안 읽는 것도 조힞만 시간이 날 때마다 조금씩 읽어나가는 것이 요령이다. 각종 대기실은 독서를 위해 마련된 공간이다. 그렇고말고! 그러나 알고 보면 극장 로비도 그렇고, 계산대 앞의 길고 지루한 행렬도 그렇고 누구나 좋아하는 화장실도 역시 그렇다.

 

-책을 읽는 사람은 작가의 나라에 입국하는 각종 서류와 증명서를 갖추는 셈이다. 꾸준히 책을 읽으면 언젠가는 자의식을 느끼지 않으면서 열심히 글을 쓸 수 있는 어떤 지점에(혹은 마음가짐에) 이르게 된다.

 

-나는 등장인물의 신체적 특징이나 옷차림 따위를 시시콜콜하게 묘사하는 방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내가 소설을 쓰면서 반드시 묘사해야 한다고 생각한 일은 많지 않았다. 용모나 체격이나 옷차림에 대해서는 독자들의 상상에 맡겨버리는 것이다. 만약 내가 보았던 멍청이의 모습을 묘사해버린다면 여러분이 보았던 멍청이의 모습은 끼여들 자리가 없어지게 마련이다. 그렇게 되면 내가 원하는 작가와 독자 사이의 유대감이 다소 허물어진다. 묘사는 작가의 상상력에서 시작되어 독자의 상상력으로 끝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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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log.naver.com/kelly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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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기억에서 사라진다 해도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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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후기
-"당시에는 나의 전부였을 그것들을 지금의 나는 기억조차 하지 않고, 긴 시간을 두고 나를 형성해 온 많은 사건들 역시 그 의미마저 잊은 채 외면하고서,나는 현재를 아주 다를 사람처럼 살고 있다. 내가 지나왔던 것처럼, 그리고 이야깃 속의 주인공들처럼 내 딸 역시, 아니 이 땅의 모든 여고생들이 성장기란 어두운 터널 속을, 그 감정의 도가니 속을, 그리고 언젠가는 기억에서 멀어져 갈 현재를 힘들게 통과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 책을 읽으면서 일본의 개방적인 성문화와 개인적인 생활모습을 다시 발견하게 되었다. 사이 좋지만 오랜 동안 각방 쓰시는 부모님, 지하철에서 기분 나쁘지 않은 성추행한 여자를 동경하며 집에도 따라가는 여고생, 각자 집 주변 음식점에서 혼자 저녁을 먹고 집에 오는 가족들, 왕따 절친을 지켜보는 여고생.. 일본 사회의 한 단면을 엿볼 수 있었고, 또한 나의 어린 시절을 돌아보는 계기도 되었다. 기억에서 사라졌던 그러나 문득 떠오르는 나의 달콤 쌉쌀한 어린 시절.. 지은이도 과거를 회상하며 이 글을 썼을까? 그래도 솔직히 일본의 개방적인 성문화는 아직 공감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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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레바퀴 아래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0
헤르만 헤세 지음, 김이섭 옮김 / 민음사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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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작부터 읽고 싶었는데 이제야 읽게 되었다. 헤르만 헤세의 [유리알 유희]와 [데미안]을 중학 시절에 읽긴 했지만 무슨 내용인지 도통 알 수 없었다. 헤세의 자전적 소설인 [수레바퀴 아래서]에는 한스라는 한 소년이 나온다. 헤세의 청소년기 시절과 많이 닮은 이 주인공은 장래가 촉망되는 청년으로 수준 높은 신학교에 2등으로 입학하지만 거기서 겪게 되는 규율과의 갈등, 그리고 우정으로 인한 학업 소홀 등으로 돌이킬수 없는 결과를 맺게 된다. 결국 친구들의 죽음과 증발로 인해 그 정도가 극에 달하여 결국은 모든 이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들어갔던 학교를 그만두게 된다. 이 내용은 헤세 자신의 청소년기와 매우 흡사하다. 하지만 학교를 그만두고 나서도 기계공이 되어 전전하지만 이렇다할 성과를 내기는 커녕 다른 사람들보다 못한 자신을 비관하게 되고 그 와중에 이성에 눈을 뜨지만 그녀를 보내게 되면서 자포자기한 심정으로 술자리에 참석한 것이 그를 죽음으로까지 이르게 한다.

 

  그를 바라보는 기대에 찬 아버지의 모습이 상상이 되면서 내가 자녀들에게 너무 큰 기대를 함으로 인해 자녀들이 그 부담감으로 고민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한스가 좋아하던 낚시나 여유로운 시간 보내기도 학교 수업을 대비한 보충학습에 뺏긴 것처럼 나도 아이들을 공부만 하라고 읽고 싶은 책을 읽지 못하게 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헤세는 이 책의 주인공과는 달리 85세까지 장수하며 많은 작품들을 남기게 된다. 청년시기를 호되게 보낸 것이 어쩌면 그에게 글감을 제공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의 주요 작품들을 다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울러 그의 유려한 심리묘사 문체는 고전의 묘미를 다시 생각해 보게 해 다른 고전에 도전하고자 하는 의지를 심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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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하는 날
최인석 지음 / 문예중앙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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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혼, 미혼의 몇 커플이 연애하는 이야기. 처음에는 책을 잘못 골랐나 할 정도로 신나게 연애하는 이야기가 나왔는데 뒤로 갈수록 그것들로 인해 벌어지는 돌이킬 수 없는 엄청난 후유증이 사회의 어두운 면과 결합하여 굉장히 흥미롭게 펼쳐진다. 정상적이지 않은 연애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릴만 한 이야기다.

 

  여성 편력을 지닌 돈 많은 부동산 업자, 거기에 빌붙어 살며 몰래카메라로 여성들의 삶을 보는 범죄자 처남, 다른 남자에게 부인을 빼앗기고 직장도 위태로워 피말리는 투쟁에 하루하루 고달픈 남자, 자신의 늦은 결혼식에서 우연히 만난 동네 오빠에게 몸과 마음을 빼앗겨 남편, 아이들 팽개치고 살림 차렸다가 그 집에서도 쫓겨나고 남자도 잃고 새로 임신한 아이까지 잃은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여자... 우리가 사는 세상에 있을 법도 하고 없을 법도 한 여러 인물들이 얽히고 설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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