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의 주거문화 산책
김종인 지음 / 밀알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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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물이나 실내 구조에 대해서는 관심을 가져본 적이 있지만 도시에 대해 알아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이 책을 통해 도시와 주거 문화를 살펴볼 수 있어서 좋았다. 내가 살고 있는 집과 도시, 그리고 외국의 도시와 건물 등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도시로 몰리는 사람들을 위해 아파트가 수없이 많이 보급되었지만 오히려 그로 인해 인구 밀집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 것을 느낀다. 자연과 더불어 살던 중소도시 사람들까지도 도시로 몰려들면서 거대 도시들이 탄생하게 되었다.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도 있겠지만 이런 인구 집중으로 인해 많은 문제들이 발생한다. 과거 프랑스도 밀집해서 살던 지역에 큰 불이 나 엄청난 피해를 입기도 하고, 미흡한 상하수도 시설 때문에 전염병이 크게 돌기도 했었다. 우리나라도 서울이나 부산 등 대도시들이 급속히 발달해 많은 문제들이 발생하기도 했다. 첫째 원인이 무분별한 건물과 아파트 건축일 것이다. 사실 외국인들이 거대도시를 탐방하고자 여행을 오지만 우리 도시만의 매력이 크게 작용하지 못해 끊임없는 발걸음을 이끌어내지 못한다. 이 책의 저자도 조금만 생각해서 도시를 키워 나갔다면 지금처럼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한다.

 

  위성도시나 베드타운도 문제가 있다. 사람들이 잠만 자고 도시로 출근하게 될 경우 이동에 따른 환경오염과 시간 낭비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것은 주거지만 분산할 것이 아니라 상업시설이나 일터, 그리고 녹지를 함께 분산 조성하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굳이 서울까지 오지 않더라도 근처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자족도시를 만드는 것이다. 여기에 문화시설이나 관공서까지 더한다면 더 완벽해질 것 같다. 한 예로 든 곳이 일산처럼 넓은 호수공원 주변의 녹지 조성, 아람누리 같은 문화시설, 여러 상업시설, 관공서 등 멀리 가지 않고도 누릴  수 있는 것들이 많은 도시들을 만드는 것이다.

 

  이 책에는 한옥의 장단점도 소개되어 있는데 읽으면서 과거에 태어나지 않은 것을 감사했다. 여성들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했던 과거 한옥이 아파트로 변하면서 여성들의 활동도 더 활발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러 가지 불편한 점이 있음에도 온돌이나 다른 사람들과의 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했던 나지막한 창문 등 지금까지 우리의 거주지에 남아 있는 조상들의 지혜는 무시하면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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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금지된 공간 내가 소망한 공간 - 금지와 소망이라는 실로 책의 그물을 엮고 생각의 집을 지은 한 여자의 이야기
서윤영 지음 / 궁리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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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 가까운 곳에 새 도서관이 하나 생겼습니다. 기다리고 기다렸던 공공도서관이라 아이들을 데리고 도서관 나들이를 갔습니다. 새 건물 냄새가 폴폴 나는 아기자기하게 예쁜 건물 안에는 아름다운 공간들이 쓸모 있게 나뉘어 있었습니다. 종합자료실에 종류는 많지 않지만 새책 향기 풍기는 예쁜이들이 조로록 꽂혀 있어 그 아이들을 둘러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서가를 지나다 우연히 이 책을 발견했습니다. 간략한 도면이 첨가된 책은 눈길을 끌기 마련입니다. 게다가 서재가 둘 있는 집. 책을 좋아하는 저에게 흥미로운 주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상당한 페미니스트에 속하는 이 책의 저자는 독특하게 수학을 공부하다 건축 공부를 하게 됩니다. 전통적으로 여성에게 강요되는 것들을 벗어내고자 면사포를 벗고, 스스로 메이크업을 하고 결혼식장에 간 용감한 여성입니다. 어린 시절 책의 등급을 스스로 책정하며 책을 읽어대던 그녀는 바쁜 20대를 책 없이 보냅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다시 접하게 된 책을 통해 그녀는 100권에 한 권씩 세상에 책을 띄워 보냅니다. 이 책이 벌써 여섯 번째 책이면서 자신의 이야기가 담뿍 들어있는 자서전 격인 셈입니다.

 

  책을 좋아하는 데다 여성의 권위를 높이고 싶어 하는 그녀의 집에 아이는 없어도 서재는 두 개입니다. 남편의 서재와 자신의 서재. 최근에는 응접실까지 두어 가정 내에서도 전업 작가로서 자신의 지평을 점점 넓혀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책을 쓰고 싶은 저에게 그녀는 마냥 부러움의 대상입니다. 인터넷에 글을 쓰다 출판 제의를 받았다는 그녀의 경험담이 남 이야기 같지 않습니다. 글 쓰고 책 내기가 수월해지는 책 한 권 쓰기가 큰일은 아닐 수 있겠지만 그녀는 벌써 여섯 아이를 태동시켰으니 대단합니다.

 

  책은 힘이 셉니다. 이 책을 읽고 집에 오자마자 아이들 방 구조를 싹 바꿨습니다. 침대와 책상이 겹쳐 있던 방구조를 바꾸니 훨씬 넓어 보여 좋습니다. 사람이 사는 공간을 가족의 기호에 맞게 쓸모 있고 아름답게 꾸미는 것은 중요한 일인 것 같습니다. 집의 넓이에 상관없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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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밀란 쿤데라 전집 6
밀란 쿤데라 지음, 이재룡 옮김 / 민음사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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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문학 모임 ‘작은숲’에서 이번 달에 함께 읽을 책으로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선택했다. 그전부터 읽어보고 싶었지만 이번 기회에 함께 읽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게 되어 벌써부터 기대가 되었다. 인터넷 헌책방에서 이 책을 주문했는데 한 번도 펼친 적 없는 새 책이 왔다. 줄긋기가 좀 아깝긴 했지만 기억하고 싶은 부분이 많아서 죽죽 그어 나갔다.

 

  지금까지 읽은 책들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문체와 소재가 독특했다. 체코 출신 문인으로서의 다른나라에 짓밟힌 조국에 대한 안타까움이 사랑 이야기 속에 녹아 있어 읽는 동안 과거 우리나라의 아픔을 떠올려 보기도 했다.

 

  화가이자 강인한 여성인 사비나를 중심으로 테레자와 토마시 커플, 그리고 프란츠와 마리클로드 커플이 등장한다. 사비나는 이들 커플의 남자들과 묘한 관계를 형성하는데 이 책은 언뜻 보기에 남성편력을 다룬 소설처럼 느껴지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사실 토마시는 젊은 시절 여성들을 수없이 많이 데리고 논 것을 자랑으로 생각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죽을 때까지 그의 곁에는 테레자가 있게 된다. 어머니의 불운한 결혼과 이혼으로 어머니로부터 심리적으로 독립하지 못했던 테레자는 자신의 발목을 잡는 그녀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토마시를 찾아간다. 그녀가 의지할 곳이 어머니로부터 토마시로 옮아갔을 뿐 그녀는 죽을 때까지 독립된 인격체로 홀로 서지 못한다. (마지막에는 그녀가 키우던 개 카레닌을 의지한다.-'카레닌'이라는 이름은 아마도 토마시의 집에 들어가는 출입증 정도로 생각하고 옆구리에서 놓지 않았던 안나 카레니나에서 따온 것이 아닌가 한다.) 프란츠는 굳센 아내 마리클로드에게서 벗어나고자 사비나를 비롯한 여자들을 만나지만 결국 그의 마지막은 마리클로드 곁에서 맞게 된다.

 

  이 두 커플의 공통점은 변화 많은 시대에 영향을 받는다는 점인데 러시아의 체코 침공으로 숨죽이며 살아가는 지식인의 고뇌와 갈등이 드러난다. 목소리를 높이다 직장에서 쫓겨나고 계속 감시를 받거나 죽음을 당하기도 하는 시대 상황, 같은 입장에 처한 캄보디아의 죽어가는 사람들을 위한 운동 등 오래지 않은 과거 우리가 겪었던 격동의 시절이 이 책 속에서도 펼쳐진다. 체코 출신의 프랑스인 밀란 쿤데라가 바라본 당시의 과격함과 무엇을 위함인지 모를 정치적 키치들 속에 희생되어가는 개인의 삶, 그리고 그 와중에 끊임없이 추구하는 개인의 안락. 결국 죽음 이후 남은 건 묘비에 새겨진 한 줄이라는 파란만장한 인생 이후 큰 흔적 없이 사라져 가는 인간 존재의 허무함도 담고 있다.

 

  변사가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독특한 스토리 진행과 이야기 주인공 변화에 따른 시간과 관점의 전환, 그럼에도 전 스토리를 관통하는 은유들(책, 벤치, 베토벤 등)이 엉기어 걸작을 만들어냈다. 저자는 신화와 역사, 예술 그리고 신학에 이르기까지 해박한 지식을 이 책 속에 녹여 냈다. 성적 방황과 정치적 방황이 묘하게 어우러진 책이다. 그의 독특한 화술에 끌려 저자의 다른 책들도 읽고 싶어진다. 그리고 언젠가 이 이야기의 무대이자 저자의 고향인 체코에도 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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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 플러스 원 - 가족이라는 기적
조조 모예스 지음, 오정아 옮김 / 살림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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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문: http://blog.naver.com/kelly110/220203588331


  우리나라에서 가족의 개념이 점점 바뀌기 시작합니다. 영국이 배경인 이 책에서도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말하고 있습니다. 전남편의 전 여자친구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를 아들로 키우는 여자 주인공 제스는 전남편과 자신의 딸인 텐지와 자신들이 기르는 개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청소부와 바텐더 일을 함께 하면서 혼자 근근이 아이 둘과 개를 키우는 제스는 하루하루 빚 없이 살아가기가 힘에 부칩니다. 요금 내는 날은 쉼 없이 다가오고 전남편에게 아무 것도 받지 못하는 그녀의 지갑은 늘 말라 있습니다.

 

  이런 그녀에게도 행운이 찾아올까요? 지금까지의 로멘스는 주로 예쁘고 가난하고 어린 여자주인공이 돈 많은 남자를 만나 신데렐라로 산다는 내용이었던 것 같은데 이 책은 독특하게도 아이 둘을 키우는 싱글맘이 원래 부유했지만 감옥에 갈 일을 앞둔 남자를 만납니다. 그들의 만남은 정말 우연이었습니다. 수학 귀신인 딸 텐지의 사립학교 입학을 위해 수학 시험을 치르러 영국의 반대편까지 오래 된 차를 끌고 나가는 초보 운전 엄마. 그들의 시작이 순탄할 리가 없습니다. 버스비가 없어 오랫동안 움직인 적 없던 차를 끌고 나간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그녀가 경찰에게 걸려 차를 뺏기고 엄청난 벌금을 부과 받고 있는 모습을 회사 내부 기밀을 우연히 발설해서 경찰 조사를 받게 된 에드가 본 것입니다. 회사 일로 심난한 데다 아버지를 만나러 가기를 망설이던 에드는 그전날 그녀에게 도움 받았던 것이 기억나 그녀 가족을 태우고 시험장으로 향합니다. 고급 차에 거대한 개까지 태운 그 여정 속에서 그들은 서로의 아픔을 알게 되고 의지하게 됩니다. 

 

  단순한 이야기이지만 저자의 재미난 대사들과 상황 설정으로 웃으며 읽었습니다. 두껍긴 했지만 책을 놓을 수가 없어서 토요일 하루 종일 이 책과 함께 보냈습니다. 저자가 쓴 안락사를 다룬 지난 번 책 <<미 비포 유>>도 한달음에 읽었는데 이 책도 영화 한 편 보듯 상상하며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두 편 모두 영화화 된다고 하네요. 전편은 이미 찍고 있고, 이번 것은 준비 중인가봅니다. 영화가 나오면 책과 어떻게 다른지 비교하며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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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시일反 - 10인의 만화가가 꿈꾸는 차별 없는 세상 창비 인권만화 시리즈
박재동 외 지음 / 창비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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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영화 <카트>를 보면서 우리 사회에 공존하는 약자들에 대해 뜨겁게 공감한 적이 있다. 우리는 닮거나 비슷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별다른 반감을 느끼지 않지만 어딘가 다른 사람들에 대해 관대하지 않을 때가 있다. 사회적으로 볼 때 소외계층의 사람들, 장애인, 외국인 노동자, 비정규직 등 사회적 약자의 위치에서 불편함과 차별을 감수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해 우리는 보다 따뜻한 시선과 관심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 책에는 열 명의 만화가들이 참가해 차별이 없는 세상을 외치며 글과 그림을 남겼다. 이 책을 읽다 보면 내가 생각해도 민망할 정도로 찔리는 부분들이 많다. 과거 그것이 잘못이라는 생각도 하지 못하던 시절이 있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몰라서 그랬다면 알게 된 이후에 달라져야겠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이 학생들의 필독서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 아이들이 자라 어른이 되었을 때는 차별이 사라지기를 바란다.

 

  우리는 어느 집이 더 좋네, 어느 건물이 더 높네 하지만 비행기를 타고 가다 아래를 내려다보면 하나의 점에 불과한 존재들이다. 서로 도토리 키 재기 하듯 나보다 못한 사람을 업신여기거나 차별한다면 그 사람은 정말 자신을 잘 모르는 것이다. 인격이 성숙할수록 다른 사람을 존중할 줄 안다. 차별하는 사람은 자신의 모자란 인격을 드러내는 것이다.

 

  오늘 호주에서 워킹 홀리데이를 마치고 귀국한 한 지인을 만났다. “호주에서 ‘외국인 노동자’로 살다 왔습니다.” 하는 말을 듣고 얼마나 웃었는지. 우리가 외국에서 일하면 우리도 외국인 노동자이다. 가족 중 한 명이 외국 가서 차별 당하고 월급도 못 받고 정신마저 잃은 채 돌아왔다고 생각해 보라. 남 일이 아닌 것이다. 외국인 노동자를 착취해 자신의 배를 채울 생각 하지 말고, 정당하게 인격과 인격으로 대하는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고용주와 노동자가 서로를 존중하기를 바란다.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서로 돕는 세상이 되기를 바란다. 그게 꿈이라고 하더라도 작은 주장들이 만나면 큰 강물을 이룰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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