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금지된 공간 내가 소망한 공간 - 금지와 소망이라는 실로 책의 그물을 엮고 생각의 집을 지은 한 여자의 이야기
서윤영 지음 / 궁리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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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 가까운 곳에 새 도서관이 하나 생겼습니다. 기다리고 기다렸던 공공도서관이라 아이들을 데리고 도서관 나들이를 갔습니다. 새 건물 냄새가 폴폴 나는 아기자기하게 예쁜 건물 안에는 아름다운 공간들이 쓸모 있게 나뉘어 있었습니다. 종합자료실에 종류는 많지 않지만 새책 향기 풍기는 예쁜이들이 조로록 꽂혀 있어 그 아이들을 둘러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서가를 지나다 우연히 이 책을 발견했습니다. 간략한 도면이 첨가된 책은 눈길을 끌기 마련입니다. 게다가 서재가 둘 있는 집. 책을 좋아하는 저에게 흥미로운 주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상당한 페미니스트에 속하는 이 책의 저자는 독특하게 수학을 공부하다 건축 공부를 하게 됩니다. 전통적으로 여성에게 강요되는 것들을 벗어내고자 면사포를 벗고, 스스로 메이크업을 하고 결혼식장에 간 용감한 여성입니다. 어린 시절 책의 등급을 스스로 책정하며 책을 읽어대던 그녀는 바쁜 20대를 책 없이 보냅니다. 그러던 중 우연히 다시 접하게 된 책을 통해 그녀는 100권에 한 권씩 세상에 책을 띄워 보냅니다. 이 책이 벌써 여섯 번째 책이면서 자신의 이야기가 담뿍 들어있는 자서전 격인 셈입니다.

 

  책을 좋아하는 데다 여성의 권위를 높이고 싶어 하는 그녀의 집에 아이는 없어도 서재는 두 개입니다. 남편의 서재와 자신의 서재. 최근에는 응접실까지 두어 가정 내에서도 전업 작가로서 자신의 지평을 점점 넓혀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책을 쓰고 싶은 저에게 그녀는 마냥 부러움의 대상입니다. 인터넷에 글을 쓰다 출판 제의를 받았다는 그녀의 경험담이 남 이야기 같지 않습니다. 글 쓰고 책 내기가 수월해지는 책 한 권 쓰기가 큰일은 아닐 수 있겠지만 그녀는 벌써 여섯 아이를 태동시켰으니 대단합니다.

 

  책은 힘이 셉니다. 이 책을 읽고 집에 오자마자 아이들 방 구조를 싹 바꿨습니다. 침대와 책상이 겹쳐 있던 방구조를 바꾸니 훨씬 넓어 보여 좋습니다. 사람이 사는 공간을 가족의 기호에 맞게 쓸모 있고 아름답게 꾸미는 것은 중요한 일인 것 같습니다. 집의 넓이에 상관없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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