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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사노바 호텔
아니 에르노 지음, 정혜용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3월
평점 :
2022년에는 노벨문학상에 대한 관심이 그리 크지 않았던가 봅니다. 프랑스 작가 아니 에르노가 수상하였다는 사실을 도서관에서 책을 고를 때 알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카사노바 호텔>에는 열두 편의 작품을 담았습니다. 이런 방식의 책들은 대체적으로 비슷한 분야의 글을 묶어내는 경향이 있을 듯한데, 이 채근 분야의 성격이 아주 다채로운 것이 특징입니다. 표제작인 <카사노바 호텔>을 비롯하여 이어지는 <이야기들>, <귀환>, <방문> 등은 자전적 수필로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이어지는 <문학과 정치>는 문학과 정치와의 관계를 논하는 수필인데, 진정한 문학의 범주에 들려면은 정치와 거리를 두어야 한다는 일반적인 편견에 대한 비판을 담았습니다. 저자는 “글쓰기는 허구를 통해 사회적 질서를 승인 혹은 규탄하는 견해를 아주 복합적인 방식으로 실어나름으로써, ‘참여’하게 된다.(53쪽)”라고 말합니다.
“문학은 초기 단계, 그러니까 내밀한 독서의 단계에서는 느리게 말없이 진행되는 혁명이다. 방금 읽은 책이 독자의 뇌리에 ‘머무르고’ 있음을 곁에서 보면 누가 알아보겠는가? 가끔은 문학이 실제로 이루어지는 혁명이 되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혁명과 뒤섞이지 않고 혁명을 넘어선다.(55쪽)”라는 대목은 앞으로 곱씹어 볼 필요가 있는 대목이었습니다.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연방, 이미지와 물음>은 1988년 모스크바를 방문하면서 적은 수필입니다. 1985년 소련의 공산당 서기장으로 취임한 미하일 고르바초프가 1986년 제안한 페레스트로이카는 경직되어 있던 소련의 경제와 행정체계에 혼합경제의 새바람을 불어넣겠다는 취지에서 시작했지만, 1991년까지 이어지면서 소비에트 연방의 이념체계를 뒤흔들어 놓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작가 역시 페레스트로이카의 본질이 손에 잡히지 않았던 듯, “갈색머리의 튼실한 여자로 특색이라고는 전혀 없다. 그녀에게 페레스트로이카는 무엇이며 페레스트로이카에세 그녀는 무엇일까?(72쪽)”라고 글을 마무리합니다.
<라이프치히, 이행>은 1990년 11월에 다녀온 라이프치히의 여행에 관한 수필입니다. 그러니까 1990년 10월 3일 서독과 동독이 통일을 된 사건 이후의 시기였습니다. 저자는 ‘당시 그 누구도 가능하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일’이라고 했습니다. 저자는 라이프치히에서의 마지막 몇 시간을 미술관에서 보냈다고 합니다. 특히 ‘뵈클리의 음울하고 지독한 그림 <망자들의 섬>과 프리드리히의 및이 있는 <삶의 단계>를 감상한 느낌을 적었습니다. 두 작품이 어찌나 상호보완적인지 두 작품이 한 공간에 있다는 게 당혹스러울 정도’라고 했습니다.
<금세기 저편에서>는 1875년에 태어나서 1997년에 122세를 일기로 사망한 프랑스의 장수여성 장 루이즈 칼망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아마도 그녀가 생존한 세계인 가운데 최장수인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 세인들의 관심을 끌었지만, 결국은 망각 속에 묻힐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았습니다. 그래서 “그 누구도 장 칼망을 기억하지 못하리라. 나 자신조차 왜 이런 글을 썼는지를, 우리 삶의 일부를 삼키는 한 세기와 내가 확실히 죽음을 맞이하게 될 또 따른 거대한 세기, 이 두 세기 사이에서 느꼈던 박탈감과 공허함을 잊어버리고 말겠지.(94쪽)”라고 글을 마무리하였습니다.
<C소재 우체국의 남자>에서도 독특한 대목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작가가 글을 쓰고 있는 순간에도 존재하는 사람들, 계속해서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해 글을 쓸 때, 이야기의 종결은 없다. 더 정확히는, 대상과의 사이에 다른 아무것도 없이, 글쓰기로만 관계가 지속된다면 종결은 있을 수 없다.(113쪽)” 개인적으로는 이야기는 종결을 지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체적으로 적지 않게 난해한 느낌이 남는 책읽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