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가는 장소들의 지도 - 잃어버린 세계와 만나는 뜻밖의 시간여행
트래비스 엘버러 지음, 성소희 옮김 / 한겨레출판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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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 기시감이 느껴져서 오랫동안 미루어 두었던 책읽기였습니다. 기시감이 느껴졌던 것은 엘러스테어 보네트의 <장소의 재발견>과 비슷한 주제를 다루었기 때문인 듯합니다. 지도에도 나오지 않는 독특한 모습의 다양한 장소를 소개하고 있는데, 그 중에는 죽은 도시에 관한 이야기도 있습니다. 아마도 그런 내용에 대한 기억이 남아서 <사라져가는 장소들의 지도>를 읽어본 책으로 치부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영국의 평론가이자 작가, 여행작가라고 해도 될 것 같은, 트래비스 엘버러가 쓴 <사라져가는 장소들의 지도>는 사라진, 사라져가는, 사라질 장소 37개를 소개합니다. 사실을 사라진 장소의 경우는 재발견되었기 때문에 사라진 장소라 하기에는 찜찜한 무엇이 남습니다. 여기 소개된 장소와 비슷한 운명을 맞은 장소도 적지 않을 터이니 작가가 이들 장소를 선정한 이유가 있을 것 같습니다. 페트라, 알렉산드리아, 다뉴브강, 사해, 글레이셔국립공원, 베네치아 등 가본 곳도 있지만, 대부분은 처음 듣는 장소입니다. 아마도 작가의 발길은 남들과는 다른 무엇을 찾아내는데 열심인 듯합니다.


동양의 아틀란티스라는 별명을 가진 중국의 스청은 1959년 수력발전을 위한 댐을 건설하면서 만들어진 인공호수 첸다오후가 생기면서 수몰된 도시입니다. 당나라때 건설되었고 전성기에 면적이 0.5에 달했던 도시가 고스란히 물에 잠겼던 것입니다. 그로부터 40여년이 지난 2001년에 잠수부들이 호수를 탐사하던 중에 잘 보존된 도시를 발견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최근에 빈발하는 기상이변 가운데 심한 가뭄이 있습니다. 가뭄이 이어지다보면 강과 호수가 마르고 그 결과 물밑에 숨겨졌던 것들이 드러나기도 합니다.


저자는 이야기 대상이 된 장소에 관한 사실을 샅샅이 찾아 요약하여 설명하고 있습니다. 장소의 흥망성쇠를 모두 이야기해줍니다. 다양한 사진자료도 넉넉하게 준비하였구요. 이런 느낌은 제가 가보았던 장소에 대한 설명을 읽으면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도 가보았던 요르단의 페트라의 경우는 장소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보다는 도시를 건설한 나바테아 사람들에 대하여 깊이 있게 다루었습니다.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의 경우는 고대 도시의 영역에 포함시키고 있습니다. 역사적으로도 꾸준하게 발전해온 도시인데도 고대도시로 분류한 것은 파로스 등대나 도서관과 같은 전성기의 화려한 유물이 사라졌다는 아쉬움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재발견된 도시로 앙코르와트가 빠진 것은 섭섭한 느낌입니다.


파키스탄의 모헨조다로는 인더스문명의 유적인데, 언젠가는 가보려는 장소이기도 해서 좋은 자료로 활용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런가 하면 히타이트 제국의 유적인 투르키에의 하투샤는 터키 일주 관광상품에 포함되지 않은 것이 아쉽기도 했습니다. 잊힌 땅으로 분류된 장소들은 대부분 쉽게 찾아가기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그라지는 곳이나 위협받는 세계로 분류된 장소들은 다양한 이유로 현재의 모습이 바뀔 가능성이 높은 장소들을 다루었습니다. 하지만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는 법이니 변한 모습을 받아들이면 될 것 같습니다. 다뉴브 강이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면서 나이든 하인리히 하이네가 젊은 카를 마르크스에서 주었다는 충고와 작가의 생각을 되씹어 봅니다. 하이네가 강이 물과 다른 점은 기억과 과거, 역사를 품고 있다는 것이네라고 말한 것을 인용한 작가는 다뉴브강은 기억과 역사를 품고 있다. 다만 이 강이 건강한 미래까지 품을 수 있을지는 우리에게 달려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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