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함께 지은 우리집
김진수 글 그림 / 문학동네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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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정집을 지을 때 보니까 콘크리트로 단독 주택 짓는 데 3개월쯤 걸렸습니다. 그런데 이 느림씨네 집은 땅을 고르는 데 3년 걸리고, 흙벽돌을 만드는 데만 3개월이 걸렸다는군요. 얼마나 천천히 지은 집인지 상상이 갑니다. 서울을 떠날 때 엄마 등에 업혀 있던 아이가 집 다 지은 날 줄넘기 놀이를 하고 있는 걸 보니 세월이 느껴집니다.

마음속에 그려놓았던 집을 짓고 살기란 쉬운 일이 아닌데 느림씨는 하나하나 실천해 갑니다. 구경 나와서 참견하던 동네 아저씨들이랑 서울에서 놀러 왔던 아빠 친구들, 심지어는 학교 선생님이랑 언니 오빠들까지 도와줍니다. 집터를 닦는 과정, 기둥을 세우고 들보랑 서까래를 얹는 모습 등 쉽게 볼 수 없는 과정을 자세히 보여줍니다.

일하다 힘들면 새참 먹으며 시간 보내고, 비가 오면 몇날 며칠이고 기다립니다. 엄마 아빠는 비오는 하늘을 원망스레 올려다보는데 아이들은 물장구치며 신나게 놀고 있습니다. 흙벽돌을 쌓고 전기선이랑 보일러도 놓았어요. 모두 가족들이 하는 일이라 삐뚤빼뚤 서툴지만 정성만은 듬뿍 담았지요. 드디어 도배를 하고 문짝을 달고 나니 짜잔 집이 완성되었어요.

집들이 하는 날 동네 아저씨들이 한 말을 잊을 수가 없어요. "제대로 지을 수 있을까 걱정했더니 아주 튼튼하고 훌륭한 집을 지었네 그려." "정성을 모으면 뭣이든 쓸모 있어지는 법이지. 암!"

얼마나 감격스러웠을까요? 많은 이들의 정성이 들어간 집이라서 얼마간은 쉽게 잠이 오지 않았을 것 같네요. 힘든 일도 많았을 텐데 집을 짓는 과정 내내 그림 속엔 즐거움이 가득합니다. 그림 속에 말풍선을 읽어보면 집짓는 분위기가 어땠을지 짐작이 가지요. 우리 아이들은 이 말풍선 읽는 재미에 책을 몇 번이나 반복해서 읽었다니까요.

일 년 내내 지은 집이니 사계절 풍경이 수채화 그림 속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습니다. 제비가 날아다니고 주변 논밭엔 작물이 자라고 있고, 노을진 저녁 풍경은 또 얼마나 아름다운지 몰라요. 첫눈이 내리는 밤풍경 속에 덩그마니 놓인 새 집에서 따뜻한 불빛이 새어나오고 있습니다. 가족들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을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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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6-10-21 14: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참 좋더군요^^

소나무집 2007-05-04 09: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죠?
 
소 찾는 아이 우리 문화 그림책 6
이상희 지음, 김종민 그림 / 사계절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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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에 한번쯤 가본 이라면 법당에 그려진 그림(탱화)들을 본 적이 있을 것입니다. 그 중에 가장 대표적인 그림이 바로 십우도이지요. 십우도는 마음을 닦아 깨달음을 얻는 과정을 목동이 소를 찾는 과정에 빗대어 보여주는 이야기 그림입니다.

이 책은 이런 십우도의 세계를 소개하고자 그림책으로 만들었다는군요. 하지만 그림이나 글 속에서 종교적인 색채는 전혀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림이 정말 마음에 듭니다. 흑백의 판화 그림이 마음을 잔잔하게 해줍니다. 시골 마을 한 소년과 소와의 정다운 우정을 그린 이야기처럼 읽힙니다.

책 속의 주인공 이름도 심우랍니다. 심우는 엄마 아빠가 밭에 일하러 나간 사이 심우는 소를 데리고 풀을 뜯기러 나갑니다. 심우랑 같은 날 태어난 소 이름도 심우랍니다.

중간에 냇가에서 친구들을 만난 심우는 소나무에 소를 매어놓고 신나게 놉니다. 물고기를 잡는 데 정신이 팔렸다가 보니 소가 고삐가 풀린 채 없어졌네요. 목이 터져라 소를 부르며 찾아다니지만 소는 아무 데도 없습니다. 그러다가 발견한 워낭(소 목에 걸어주는 방울)은 무척 반갑습니다.

드디어 소를 찾은 심우는 소를 꼭 껴안아줍니다. 소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심우와 소의 얼굴에 행복이 가득합니다. 집에 돌아온 심우는 소를 잃어버렸던 것도 다 잊은 채 잠이 들었습니다.

사찰 법당에 그려진 그림을 보며 궁금증을 느꼈던 아이라면 이 책을 보는 순간 떠오르는 그림이 있을 것 같군요. 우리 아이도 "아, 그때 수덕사에서 본 그 그림!"이냐고 했으니까요.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으니 이 책을 본 아이라면 사찰에 그려진 그림에도 관심을 가질 것 같네요. 유치원생부터 초등 저학년 아이들까지 읽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뒤에 십우도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나와 있어 많은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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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인 2006-09-28 14: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의 리뷰를 읽으니 어릴 때 소꼴을 베고, 책과 같이 소풀을 뜯기던 때가 아련히 생각이 납니다. 제 나이 또래의 아이가 시골에서 자랐다면 모두가 경험했을 일상의 일들이랍니다. 한번 읽어보고 싶은 충동이 느껴집니다. 워낭소리가 귓전에 들려오는 것 같습니다.
 
이름 짓기 좋아하는 할머니 I LOVE 그림책
캐드린 브라운 그림, 신시아 라일런트 글, 신형건 옮김 / 보물창고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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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짓기를 무지 좋아하는 외로운 할머니가 살았대요. 그런데 할머니는 아무한테나 이름을 지어주지 않아요. 반드시 할머니보다 오래 살 수 있는 것에만 이름을 지어주었다는군요. 집이나 자동차, 의자, 침대처럼 죽지 않는 것들에 말이에요.

그러던 어느 날 할머니 집으로 찾아온 배고픈 순둥이 갈색 개가 한 마리 있었어요. 물론 할머니는 단숨에 알았지요. 강아지는 할머니보다 오래 살지 못하리라는 것을. 그러니 강아지에게 이름을 지어 주었을 리 없지요. 매일같이 찾아오는 강아지에게 음식만 나누어 주었답니다. 가끔 밤에도 강아지 생각이 나기는 했지만 이름을 지어줄 수는 없었대요. 이름을 지어주었다가 할머니만 혼자 남겨놓고 먼저 죽는 건 두렵고 싫었거든요. 이름을 지어주지 않으면 강아지보다 할머니가 오래 살아야 한다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잖아요.

그러던 어느 날부터 이젠 자랄 만큼 자라 개가 된 그 친구가 오질 않는 거예요. 할머니는 점점 슬퍼지기 시작했어요. 하루 종일 의자 프레드에 앉아 창밖을 내다보며 개를 기다렸지만 개는 찾아오지 않았어요. 할머니는 마음이 허전하고 쓸쓸해서 견딜 수가 없었어요. 할머니가 개를 정말 좋아하게 된 게 틀림없어요.

결국 떠돌이 개를 보호해주는 사람에게 전화해 보니 그곳에는 이름 없는 갈색  개가 천지라는군요. 이름이 없기 때문에 할머니와 개 사이에 생긴 일을 아무도 알 수 없다는 사실에 할머니는 뭔가를 깨닫게 됩니다. 떠돌이 개 사육장에서 순둥이 갈색 개를 보자마자 할머니는 럭키라는 이름을 지어줍니다. 할머니보다 먼저 세상을 떠났지만 좋은 추억을 남겨준 친구들을 생각하면서 말이지요. 

개의 이름을 불러준 그날부터 순둥이 갈색 개 럭키는 할머니랑 자동차랑 침대랑 의자랑 행복하게 잘 살았답니다.  자동차를 타고 함께 여행도 하고 침대에 같이 누워 잘  수도 있었지요. 그리고 그 친구는 할머니가 이름을 부르면 언제든지 달려와 준답니다.이름 짓기 좋아하는 할머니가 앞으로 더 많은 것들에게 이름을 지어주면서 오래 오래 살았으면 좋겠어요. 할머니, 이젠 외롭지도 쓸쓸하지도 허전하지도 않지요?

할머니가 갈색 개에게 진작에 이름을 지어주었더라면 더 좋았을 걸 그랬어요. 이름이 있어서 불러줄 수 있다는 건 정말 행복한 일이에요. 이름이 없다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과 마찬가지니까요. 이름 있는 것들의 이름을 많이 불러주면서 살아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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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09-19 12: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좋은 내용의 책 같네요.
 
인사동 가는 길 아름다운 우리 땅 우리 문화 1
김수자 그림, 김이경 글 / 파란자전거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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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은 사람들이 한 번쯤 가보고 싶어하는 곳이다. 나도 인사동을 좋아한다. 그래서 아이들과 함께 인사동에 여러 번 다녀왔다. 하지만 갈 때마다 '이게 아닌데' 하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내가 좋아하고, 내가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인사동은 10여 년 전 지금처럼 정비되기 전의 인사동이기 때문이다.

인사동의 주말은 사람들이 홍수를 이룬다. 이리저리 밀려다니다 보면 기억에 남는 건 사람들밖에 없다. 인사동의 참맛은 어디에서도 느낄 수가 없다. 그냥 스쳐 지나면서 볼 수 있는 것은  우리의 옛모습이 아니라 온갖 상인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들 데리고 나왔다가 기념품 몇 가지 사 들고 지쳐 돌아가는 이들에게 이 책은 아주 유익하다. 인사동을 꼼꼼하게 들여다보고 진짜 인사동을 만날 수 있게 도와주기 때문이다.

책표지를 넘기면 인사동 지도가 나온다. 경복궁 주변 미술관에서부터 인사동을 아우르는 지도가 한눈에 알아보기 쉽게 나와 있다. 사람들 물결 속에선 전혀 보이지 않던 장소들이 보인다. 그리고 내가 진짜 보고 싶어하는 한적한 인사동 거리가 그림 속에서 펼쳐진다.

3호선 안국역을 나와 만날 수 있는 곳부터 인사동의 봄이 시작된다. 그리고 그냥 지나치기 쉬운 필방과 고서화 가게가 나온다. 아이들 3학년이 되면 동양화를 배운다. 나도 그때 쓸 요량으로 벼루랑 먹이랑 한지를 샀던 기억이 있다. 쌈지길은 새로운 길이다. 이곳에 식당을 비롯해 기념품 가게들이 많다. 이곳저곳 둘러보다 지칠 때 쌈지길 3층에 올라가면 다양한 음식점이 있어 꼭 들르라고 권하고 싶다. 아이들은 배부를 때 가장 행복해한다.

나도 이 책을 보고는 미술관 나들이 버스가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인사 아트 센터 옆길에서 버스를 타면 아트 선재 센터, 국립 민속 박물관, 청와대 앞길을 지나 환기 미술관, 이응노 미술관, 가나 아트 센터로 이어진다. 하루에 이 미술관을 다 둘러볼 수는 없겠지만 꼭 한 번 아름다운 음악이 흐른다는 미술관 버스를 타보고 싶다.

경인 미술관도 꼭 들러보라고 권하고 싶다. 책 속의 미술관 정원엔 가을이 내려와 분위기가 그윽하다. 향기로운 차 한 잔 마시며 원래는 철종 임금의 사위였던 박영효의 집이라는 사실을 이야기해주면 아이들의 기억에 오래 남을 것이다. 내게 경인 미술관은 전시회보다 차를 마시러 간 기억이 더 많다. 이러면 안 되겠지?

잊을 수 없는 곳, 귀천(歸天).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나 하늘로 돌아가리라/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나 하늘로 돌아가리라/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천상병 시인의 아내가 지키고 있는 작은 찻집 귀천도 빼놓을 수 없는 인사동의 명소인데 없어질 위기에 놓여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 같다.

책말미에는 인사동에 관한 유래가 자세히 나와 있어 아이들과 함께 꼭 읽으라고 권하고 싶다. 책을 읽은 후 찾아간 인사동은 틀림없이 그 전의 인사동과는 다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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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무엇이 똑같을까 아기 그림책 나비잠
이미애 글, 한병호 그림 / 보림 / 199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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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보림의 나비잠 시리즈가 페이퍼북일 때 아이들을 키웠다. 우리 아이들을 키울 때 보여준 페이퍼북은 몇 번 넘기다 보면 쉽게 찢어져서 늘 안타까운 마음이 들곤 했다. 찢어진 책 붙이느라고 들어간 테이프가 몇 개인지 셀 수가 없다. 이젠 아가들이 물고 뜯어도 엄마들은 걱정 없을 것 같다.

흉내 내기를 좋아하는 아가들에게 꼭 필요한 책이 잘 찢어지지 않는 보드북으로 나왔다. 그림을 그린 한병호 님의 아들이 실제 모델이란다. 그래서인지 더 정이 간다. 아이를 바라보는 아빠의 따뜻함이 그림 구석구석에서 배어 나온다. 가는 펜으로 그린 그림 위에 약간만 살짝살짝 덧칠을 해서 칼라풀한 그림에서 느낄 수 없는 잔잔함이 배어 나온다.

우리가 너무나 잘 아는 동요 <똑같아요>를 기본으로 글을 써서 책을 읽는 순간 바로 노래가 되어 나온다. 무엇이 무엇이 똑같을까? 깨끗이 이닦기 똑같아요. 악어는 악어새가 콕콕콕, 나는 혼자서 치카치카.  이렇게 동물의 행동과 아기의 행동을 비교하면서 어떤 점이 똑같은지 말해 준다. 재미있고 쉬운 의성어를 써서 아기들도 금방 따라 부를 수 있다. 

이제 말을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한 아이들이 의성어를 접하면서 좀더 다양한 우리말 표현을 배울 수 있다. 엄마와 함께 실제 행동을 하면서 책을 읽으면 더 재미있다. 엄마가 곰처럼 쩝쩝쩝 물고기 먹는 흉내를 내거나 거북이처럼 등딱지에 목만 쏘옥 집어넣는 흉내를 내면 아이도 금방 이 놀이에 동참하게 된다. 구성 자체가 아주 단순해서 아이들이 더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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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6-09-14 05: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도 그림도 믿음이 가는 분이 담당했네요. 참 재미있을 것 같은 책이에요. 이런 책으로 아이랑 같이 보던 시절이 갑자기 그리워지는 건... ^^

하늘바람 2006-09-14 1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한병호 선생님 그림으로만 만났는데 제대로 봐야겠네요

소나무집 2006-09-15 07: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바람님 아기도 아주 좋아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