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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 가는 길 ㅣ 아름다운 우리 땅 우리 문화 1
김수자 그림, 김이경 글 / 파란자전거 / 2005년 5월
평점 :
인사동은 사람들이 한 번쯤 가보고 싶어하는 곳이다. 나도 인사동을 좋아한다. 그래서 아이들과 함께 인사동에 여러 번 다녀왔다. 하지만 갈 때마다 '이게 아닌데' 하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내가 좋아하고, 내가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인사동은 10여 년 전 지금처럼 정비되기 전의 인사동이기 때문이다.
인사동의 주말은 사람들이 홍수를 이룬다. 이리저리 밀려다니다 보면 기억에 남는 건 사람들밖에 없다. 인사동의 참맛은 어디에서도 느낄 수가 없다. 그냥 스쳐 지나면서 볼 수 있는 것은 우리의 옛모습이 아니라 온갖 상인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이들 데리고 나왔다가 기념품 몇 가지 사 들고 지쳐 돌아가는 이들에게 이 책은 아주 유익하다. 인사동을 꼼꼼하게 들여다보고 진짜 인사동을 만날 수 있게 도와주기 때문이다.
책표지를 넘기면 인사동 지도가 나온다. 경복궁 주변 미술관에서부터 인사동을 아우르는 지도가 한눈에 알아보기 쉽게 나와 있다. 사람들 물결 속에선 전혀 보이지 않던 장소들이 보인다. 그리고 내가 진짜 보고 싶어하는 한적한 인사동 거리가 그림 속에서 펼쳐진다.
3호선 안국역을 나와 만날 수 있는 곳부터 인사동의 봄이 시작된다. 그리고 그냥 지나치기 쉬운 필방과 고서화 가게가 나온다. 아이들 3학년이 되면 동양화를 배운다. 나도 그때 쓸 요량으로 벼루랑 먹이랑 한지를 샀던 기억이 있다. 쌈지길은 새로운 길이다. 이곳에 식당을 비롯해 기념품 가게들이 많다. 이곳저곳 둘러보다 지칠 때 쌈지길 3층에 올라가면 다양한 음식점이 있어 꼭 들르라고 권하고 싶다. 아이들은 배부를 때 가장 행복해한다.
나도 이 책을 보고는 미술관 나들이 버스가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인사 아트 센터 옆길에서 버스를 타면 아트 선재 센터, 국립 민속 박물관, 청와대 앞길을 지나 환기 미술관, 이응노 미술관, 가나 아트 센터로 이어진다. 하루에 이 미술관을 다 둘러볼 수는 없겠지만 꼭 한 번 아름다운 음악이 흐른다는 미술관 버스를 타보고 싶다.
경인 미술관도 꼭 들러보라고 권하고 싶다. 책 속의 미술관 정원엔 가을이 내려와 분위기가 그윽하다. 향기로운 차 한 잔 마시며 원래는 철종 임금의 사위였던 박영효의 집이라는 사실을 이야기해주면 아이들의 기억에 오래 남을 것이다. 내게 경인 미술관은 전시회보다 차를 마시러 간 기억이 더 많다. 이러면 안 되겠지?
잊을 수 없는 곳, 귀천(歸天).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나 하늘로 돌아가리라/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나 하늘로 돌아가리라/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가서,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천상병 시인의 아내가 지키고 있는 작은 찻집 귀천도 빼놓을 수 없는 인사동의 명소인데 없어질 위기에 놓여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 같다.
책말미에는 인사동에 관한 유래가 자세히 나와 있어 아이들과 함께 꼭 읽으라고 권하고 싶다. 책을 읽은 후 찾아간 인사동은 틀림없이 그 전의 인사동과는 다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