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가 좋아 아기 그림책 나비잠
마거릿 와이즈 브라운 원작, 인강 지음 / 보림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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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글자 안 되는 마거릿 와이즈 브라운의 글이 우리 작가를 만나 예쁜 책으로 태어났다. 처음에는 글과 그림 둘 다 마거릿 와이즈 브라운의 작품인 줄 알았다. 그림이 글이랑 잘 어울려 서로 다른 작가의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책을 천천히 한 장 한 장 넘기다 보니 기와집이 있는 마을 풍경이랑 아이 방에 붙어 있는 가족 사진에 시선이 꽂혔다. 표지로 돌아와 다시 확인해 보니 그림을 그린 이가 우리 작가다. 그래서 더 반갑다.

까만 물고기, 하얀 물고기, 금빛 물고기, 은빛 물고기. 재료만 있다면 한 번 만들어 보고 싶을 정도로 예쁜 물고기들이 다 모여 있다. 레이스, 스팽글, 금실, 은실 등 여자 아이들이 깜빡 넘어갈 재료로 물고기를 만들었다. 나도 물고기가 좋아!

기다란 물고기, 동그란 물고기, 점박이 물고기, 줄무늬 물고기, 어른 물고기, 아기 물고기는 남자 아이들이 더 좋아할려나. 색깔이 다 곱고 예뻐서 남자  여자 가리지 않고 다 좋아할 것 같다. 엄마인 나도 이렇게 좋은 걸! 책을 본 우리 아이들 입에서 "나도 물고기가 좋아"라는 말이 자꾸만 나온다.

호수 속 물고기, 강 속 물고기, 바다 속 물고기, 그리고 내 꿈 속 물고기까지. 물고기란 물고기는 다 등장했다. 이 많은 물고기로 무얼하려나 싶었더니 전시회를 열어 엄마 아빠랑 친구들을 모두 초대했다.

단순한 표현과 단순한 그림 속에서 아이들은 어느덧 물고기가 되어 넓은 바다 속을 헤엄쳐 다니며 무한한 상상을 하게 만들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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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수맘 2007-10-04 15: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벨레가 좋아>라는 책이 떠올라요.
그와 비슷한 느낌이 아닐까 싶네요.

소나무집 2007-10-07 07: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그 느낌이에요. 아기들이 좋아하는.
 
자유 낙하 미래그림책 52
데이비드 위스너 지음, 이지유 해설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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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 잠옷도 벗지 않은 아들 녀석이 이 책을 꺼내와 들여다보고 있었다. 밤에도 이 책을 보다가 잠이 든 것 같은데 아직 뭔가 발견할 게 남아 있는지 천천히 책장을 넘긴다. 늘 꾸물대서 함께 집을 나서는 아빠와 누나의 온갖 원성을 사면서도 아들 녀석은 급한 게 하나도 없다. 빨리 세수하라는 엄마의 말도 들은 척하지 않더니 하는 말.

"엄마, 나도 이런 꿈 꾸고 싶어요."

아들이 있는 동안 우리집은 늘 정신이 없다. 구석구석으로 끌고 다니는 책은 아주 얌전한 축에 드는 물건이다. 만들다 만 레고 블럭, 너덜너덜해진 딱지, 부서진 고무 찰흙 덩어리, 대충 접어서 알아먹지 못할 색종이 작품까지. 이런 거 싹 치우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그랬다가 봉변당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에 스스로 버릴 마음이 생길 때까지 참는 수밖에 없다.

밤에 잠을 잘 때도 이불 속에 뭔가 한가지씩은 숨기고 있다. 아들 녀석이 끌어다놓은 처지 곤란한 곤충 모형과 쓰레기로 분류해야 할 물건들이 여기저기 굴러다니는 통에 아직도 아이들과 한 방에서 잠을 자는 나는 늘 꿈자리가 심란하다.

우리 아들이 이 책에 푹 빠진 이유를 알 것 같다. 주인공 소년의 모습이 영락없이 자신을 닮았다는 것을 알아차린 것이다. 그런데 그 소년은 멋진 꿈을 꾸는데 자기는 그런 꿈을 꿀 수가 없으니 한없이 부러울 수밖에. 

무엇이 제일 부러웠느냐는 말에 "나무가 책으로 변하고 그 책 속에 무시무시하게 큰 용을 집어넣었잖아요." 한다. 자신이 용띠이다 보니 용의 모습이 제일 인상 깊었나 보다. 책 속에 들어간 용은 꼬리만 보이는 난쟁이가 되고, 반대로 거인이 된 소년은 난쟁이들을 흐뭇하게 내려다보고 있다. 평소 어른들을 마음대로 조종해 보고 싶었던 마음이 어른보다 큰 사람이 되는 꿈을 꾸게 한 건 아닐까 싶다.

소년의 꿈 속엔 평소 아이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들어 있다. 크게 변하고 싶은 마음, 자기보다 힘센 것을 조종하고 싶은 마음, 커지고 싶은 마음, 대장이 되어 누군가를 이끌고 싶은 마음, 높은 곳에 오르고 싶은 마음, 하늘을 날고 싶은 마음, 무엇으로든 변해보고 싶은 마음 등.

우리 아들도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것을 꿈 속에서라도 다 이루었으면 좋겠다. 오늘부터는 아들 녀석이 끌고 다니는 잡동사니에 좀더 애정을 가져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글자가 없는 책이기 때문에 아이들이 더 열심히 구석구석 오랫동안 그림을 보는 것 같다. 사실 이게 글자 없는 그림책의 매력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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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7-10-02 11: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궁금하네요. 이책.
님 님이 말해주시는 아이들 이야기는 정말 너무 아름다워요.
정신없다고 하시는데도 말이에요.
저번에도 말했었나요? 전 아주 자주 바닷가 에서 딸이 아빠에게 달려가는 그 사진을 생각한답니다.

소나무집 2007-10-02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바람님, 고마워요. 데이비드 위스너의 글자 없는 그림책은 무조건 권해주고 싶어요. 그림 속에서 아이들이 발견하는 이야기들은 사실 글로 표현할 수 있는 것보다 더 많거든요.
 
도서관을 구한 사서 - 이라크의 알리아 이야기 인문 그림책 6
마크 앨런 스태머티 지음, 강은슬 옮김 / 미래아이(미래M&B,미래엠앤비)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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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세상에도 도서관 같은 공공 건물이 홀라당 불에 타버리는 일이 있을 수 있을까요? 전쟁은 불가능할 것 같은 일들도 실제로 일어나게 만듭니다. 2003년 전쟁중인 이라크에서 실제로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전쟁은 사람이나 역사나 문화보다 당사자들의 이익만을 우선으로 합니다. 그런 사람들의 눈에 한 동네의 공공 도서관이 불에 타 사라지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 책은 전쟁통에 몽땅 사라질 수도 있었던 한 도서관의 책을 구해낸 용감한 사서의 이야기입니다. 이라크의 한 도시인 바스라 중앙도서관의 관장이었던 알리아는 전쟁이 다가오자 불안한 마음에 책을 안전한 곳으로 옮겨놓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시청에서는 규정상 안 된다고만 합니다. 결국 전쟁은 시작되고 도서관에는 군인들의 작전 본부가 세워집니다.

알리아는 위험을 무릅쓰고 혼자서 책을 옮기는 일을 시작합니다. 책을 옷과 가방에 숨겨 숨을 죽이며 정부 관리들 앞을 지나기를 수십 번. 이렇게 매일같이 집으로 책을 옮기던 알리아는 도서관이 공격당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이웃들에게 도움을 청합니다. 이미 한 차례 약탈자들이 훑고 지나간 도서관에 그래도 무사한 것은 책뿐이었습니다. 알리아는 책을 구해야 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급해졌습니다.

처음에는 알리아의 친구와 이웃들뿐이었으나 나중에는 지나가던 사람, 글자를 모르는 사람들까지도 도서관의 책을 구하는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역사와 소중한 문화 유산에 대한 기록이 사라지는 걸 누구도 원치 않았던 거지요. 책을 다 옮기지도 못했는데 도서관이 불에 타버리는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말았습니다.

알리아에게 책은 살아 숨쉬는 소중하고 사랑스런 친구들이었습니다. 그 친구들을 다 구하지 못한 충격으로 알리아는 앓아 눕고 맙니다. 하지만 알리아의 노력으로 구해낸 책들이 무려 3만 권이나 되었습니다. 지금 그 책들은 새로 지은 도서관에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 합니다. 도서관 사서 알리아의 용기와 노력이 없었다면 지상에서 사라졌을 소중한 책입니다. 그 전쟁중에 바그다드에 있는 국립중앙도서관의 책은 모두 사라졌다 하니 알리아의 노력과 용기가 얼마나 대단한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됩니다.

책과 도서관이 얼마나 소중한지, 또 전쟁은 얼마나 많은 것을 파괴하고 사라지게 하는지 알게 해주는 책입니다. 만화 형식으로 되어 있고 28쪽밖에 안 되어 초등 저학년인 우리 아이들도 여러 번 재미있게 읽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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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인 2007-10-01 14: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근들어 사서라는 직업을 다시금 알게 되었습니다.
지식전달사라고나 할까요? 암튼 좋은 직업인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 마음의 양식을 선물할 수 있다는 것이.....

소나무집 2007-10-02 23:08   좋아요 0 | URL
사서는 묻혀져 있던 직업인 것 같아요. 요즘 도서관의 인기가 하늘로 치솟으면서 사서의 중요성과 역할이 커지고 있지요.

프레이야 2007-10-13 0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나무집님, 리뷰 당선 축하 드려요^^
미래 그림책, 좋은 게 많지요. 추천!

소나무집 2007-10-15 11:26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리뷰 당선 정보가 어디 있는지 한참 찾았네요.
미래 그림책은 우리 아이들이 다 좋아해요.

아영엄마 2007-10-14 16: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소나무집님~ 리뷰 당선 축하드려요오오~~. ^^

소나무집 2007-10-15 11:27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님 소식 보고 알았습니다.

치유 2007-10-16 2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소식이 있었군요,..축하드려요..

miony 2007-10-17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축하드립니다.^^

소나무집 2007-10-19 00:27   좋아요 0 | URL
고맙습니다.

홍수맘 2007-10-19 13: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에서야 봤어요.
리뷰당선 되심에 너무너무 축하드려요. ^^.

하늘바람 2007-10-19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축하드려요

세실 2007-10-20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축하드립니다~~~
사서의 책임감이 팍팍 느껴지는 글이었습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충성!

소나무집 2007-10-24 23: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끄럽구만요. 이 책 보면서 저도 세실님 생각했답니다. 저도 충성입니다.
 
마법에 걸린 병
고경숙 글 그림 / 재미마주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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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후 수업을 하는 아이들에게 읽어주었습니다. 스물다섯 명이나 되는 1, 2학년 아이들이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정신 없을 때 책을 펼쳐들었죠. 처음 관심을 갖는 아이는 서너 명이었지만 점점 책을 읽어주는 목소리 커지자 아이들이 모여들기 시작하더군요.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아이들도 마법에 빠져드는 듯했어요. 제 주변으로 몰려들어 집중하던 눈빛이 얼나마 예뻤는지 모릅니다.

처음 제목을 읽은 아이들이 '병'을 아픈 '병'으로 알아들어서 다시 한번 제목을 보기도 했습니다. '걸렸다'는 말 때문에 그럴 수도 있겠다 싶더군요. 그런데 마법사가 걸어놓은 마법은 무엇이었을까요? 평범한 병에다 마법사가 무언가를 숨겨놓았답니다.

첫번째 하하물비누가 나올 때까지도 아이들은 별 것도 아니라는 듯한 표정이었지요. 그러다 오른쪽 페이지에 있는 플랩을 펼치는 순간 모두 깜짝 놀라 달려들더군요. 플랩이 있을 줄은 몰랐던 거지요. 그 다음부터는 서로가 플랩을 펼치겠다고 야단이 나서 애를 먹기도 했답니다. 그런데 마법에 걸린 물비누 병 속에는 물비누가 아니라 하마가 들어 있었지요. 그래서 하마 목욕시키느라 엄청 힘들었대요.

두번째 우유대장 병 속에는 코끼리가, 모발보호제 병 속에는 코알라가, 쌍둥이 초콜릿 병 속에는 쌍둥이 펭귄이, 케이오 콜라 병 속에는 악어가, 어흥 꿀단지 속에는 호랑이가  들어 있었죠. 플랩을 펼칠 때마다 전혀 상상하지 못한 동물들이 튀어나오는 바람에 아이들의 환호성이 더 커졌죠. 아이들이 너무 좋아해서 연거퍼 두 번이나 읽어주었네요.

맨 마지막 장에는 아직 수거되지 못한 마법에 걸린 병들이 슈퍼 진열대에 남아 있다며 조심하라고 경고까지 합니다. 이 대목에서 제가 그랬죠. "얘들아, 오늘 집에 가서 슈퍼에 가거들랑 잘 살펴보렴. 아직 수거되지 못한 병이 그 슈퍼에 있을지도 몰라." 아이들은 아이들입니다. 그게 진짜냐고 물었거든요. 어쩌면 한두 명의 아이는 진짜 슈퍼에 가서 마법에 걸린 병을 찾았을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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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밥의 겨울눈 - 화가의 생태 이야기
이주용 지음 / 보림큐비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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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논이나 연못을 새파랗게 덮고 있는 물풀들이 있다. 바로 개구리밥풀이다. 우리 어린 시절엔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었다. 봄에 한두 개씩 생겨나던 개구리밥은 날이 따뜻해지면서 순식간에 논을 가득 채우곤 했다. 논을 매던 친정아버지께서 개구리밥을 걷어내던 것도 생각이 난다. 개구리밥 때문에 논에 그늘이 진다면서...

요즘은 화원에 가면 부레옥잠 같은 물풀과 함께 팔기도 하는 모양이다. 양재동 꽃시장으로 부레옥잠을 사러갔을 때 보았던 기억이 난다. 연못을 들여다보고 논에 가볼 수 없는 아이들에겐 어항에 물풀 몇 줄기 사다 넣어주는 것도 좋을 것 같기는 하다.

물 아래 뿌리를 내리고 동동 떠다니다 개구리나 백로의 몸에 붙어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기도 한다. 생이가래나 물개구리밥도 개구리밥처럼 물 위를 동동 떠다니며 사는 식물이다. 가을이 되면 물풀들은 빨갛게 물들거나 시들어버린다. 하지만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개구리밥 같은 물풀도 봄을 기다리며 겨울눈이 생겨난다. 이렇게 작은 물풀이 겨울을 준비하고 있으리란 생각은 미처 못했는데 생명이 있는 것은 다 대단하다 싶다.

세밀화를 그리는 이주용 화가가 유아들을 위해 그리고 쓴 생태 그림책 중 하나다. 옆에서 선생님이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한 어투여서 아주 친근하다. 이제 막 생태 그림책을 보기 시작한 유아들에게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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