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에 걸린 병
고경숙 글 그림 / 재미마주 / 200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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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과후 수업을 하는 아이들에게 읽어주었습니다. 스물다섯 명이나 되는 1, 2학년 아이들이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정신 없을 때 책을 펼쳐들었죠. 처음 관심을 갖는 아이는 서너 명이었지만 점점 책을 읽어주는 목소리 커지자 아이들이 모여들기 시작하더군요.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아이들도 마법에 빠져드는 듯했어요. 제 주변으로 몰려들어 집중하던 눈빛이 얼나마 예뻤는지 모릅니다.

처음 제목을 읽은 아이들이 '병'을 아픈 '병'으로 알아들어서 다시 한번 제목을 보기도 했습니다. '걸렸다'는 말 때문에 그럴 수도 있겠다 싶더군요. 그런데 마법사가 걸어놓은 마법은 무엇이었을까요? 평범한 병에다 마법사가 무언가를 숨겨놓았답니다.

첫번째 하하물비누가 나올 때까지도 아이들은 별 것도 아니라는 듯한 표정이었지요. 그러다 오른쪽 페이지에 있는 플랩을 펼치는 순간 모두 깜짝 놀라 달려들더군요. 플랩이 있을 줄은 몰랐던 거지요. 그 다음부터는 서로가 플랩을 펼치겠다고 야단이 나서 애를 먹기도 했답니다. 그런데 마법에 걸린 물비누 병 속에는 물비누가 아니라 하마가 들어 있었지요. 그래서 하마 목욕시키느라 엄청 힘들었대요.

두번째 우유대장 병 속에는 코끼리가, 모발보호제 병 속에는 코알라가, 쌍둥이 초콜릿 병 속에는 쌍둥이 펭귄이, 케이오 콜라 병 속에는 악어가, 어흥 꿀단지 속에는 호랑이가  들어 있었죠. 플랩을 펼칠 때마다 전혀 상상하지 못한 동물들이 튀어나오는 바람에 아이들의 환호성이 더 커졌죠. 아이들이 너무 좋아해서 연거퍼 두 번이나 읽어주었네요.

맨 마지막 장에는 아직 수거되지 못한 마법에 걸린 병들이 슈퍼 진열대에 남아 있다며 조심하라고 경고까지 합니다. 이 대목에서 제가 그랬죠. "얘들아, 오늘 집에 가서 슈퍼에 가거들랑 잘 살펴보렴. 아직 수거되지 못한 병이 그 슈퍼에 있을지도 몰라." 아이들은 아이들입니다. 그게 진짜냐고 물었거든요. 어쩌면 한두 명의 아이는 진짜 슈퍼에 가서 마법에 걸린 병을 찾았을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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