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죽은 자의 집 청소 _김완지음

2. 작별의 의식 _ 시몬 드 보부아르

3. 어떤 죽음이 삶에게 말했다. _ 김범석





 

모두 다른 내용이지만 결국 하나의 결론으로 이뤄진 이야기였다는 생각이 든다. 이틀 동안 다 읽고 나니 생각하는 세포가 모두 사라져 버리는 느낌이었다. 뇌의 절반이 점점 죽어가서 아무것도 생각이 나지 않는, 아니 영화의 끝부분의 페이드아웃 느낌이라고 할까.


 

8월 8일은 세계고양이의 날이다. 이 날을 위한 것은 아니었지만 어쩌다보니 루키에게 나의 휴가를 반납했다. 하루 종일 놀아주기, 같이 있기, 간식 세 번이나 주기 등등 그동안 바쁘고 지치고 힘들어서 해주지 못했던 것을 다 해줬다. 그것을 루키가 알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좋아했을 것이라고 자고 있는 모습을 보며 나 혼자 착각 중.

긴 잠을 깨고 내일은 출근을 해야 하는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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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람 만나지 마세요 - 지식생태학자 유영만 교수의 관계 에세이
유영만 지음 / 나무생각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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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한 사람은 한 세상이다. [이런 사람 만나지 마세요. _ 유영만]



“나는 곧 내가 만나는 사람입니다.

내가 만나는 사람이 나를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나를 바꾸려면 내가 만나는 사람을 바꿔야 합니다.”




내가 만나는 사람들이 곧 나라는 말이 있다.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나의 모습이 녹아 있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나를 바꾸기 위해선 직업을 바꾸거나 사는 근거지를 바꿔야 한다고 하는 것은 결국 내가 달라져야 한다는 얘기일 것이다.


 

유투브 강의로도 유명한 유명만 교수의 <이런 사람 만나지 마세요.>는 당신을 바꾸고 싶다면 이런 사람이 되지 말라는 얘기와 같다. “귀 막힌 사람, 필요할 때만 구하는 사람, 나뿐인 사람, 365일 과시형, 많은 문중에서 말문 막는 사람, 과거로 향하는 꼰대, 감탄을 잃은 사람, 책을 읽지 않고 책잡히는 사람, 단점만 지적하느라 장점을 볼 시간이 없는 사람, 대접 받고 은혜를 저버리는 사람” 총 10가지 유형의 이런 사람들을 만나지 말라고 제시하고 있다. 10가지의 유형중 의문을 가졌던 감탄을 잃은 사람이란 어떤 사람일까. 매 순간을 감탄하면서 살수는 없는 것 아닌가 의문을 가졌는데 저자의 표현 중 감탄을 잃은 사람은 이런 사람이라고 한다.


 

[ “ 시인은 자두를 봐도 감탄할 줄 아는 사람이다.”

앙드레 지드의 <지상의 영식>에 나오는 말입니다. 예술가는 평범함 속에서 비범함을 찾아내는 사람입니다. 시인 역시 당연함을 부정하고 시비를 거는 사람입니다. 일상을 반복해서 살아가는 우리들은 감탄보다 한탄하는 일이 많습니다. 익숙함의 덫에 걸려 다르게 생각하기를 포기한 사람들에게 배울 것은 없습니다. 타성에 젖으면 탄성을 잃어버리고 감탄할 일도 없습니다.] P44~45



 

1부는 만나지 말아야 할 사람들의 유형과, 2부에서는 피해야 할 사람들을 말해주고 있다. 그리고 1,2부를 총 아우르는 3부는 뭔가 다른 이런 사람 되기 위한 사례들을 알려주고 있다. 3부는 이런 사람이 되기 위한 나의 노력들을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 관계 속에서 나의 행동이 잘못되었다면 분명 개선되어야하는데 그것을 어디서부터 해야 할지 모른다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책이겠지만 어디서 많이 들어본 말들이 많아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기는 하다.

내가 만나지 말아야 할 사람의 유형에는 어쩌면 나도 포함이 되어 있을지 모르니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성찰 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의 책이긴 하지만, 책의 마지막 부분인 물음표에서 느낌표 속에 저자의 맺음말에 다소 당황스러웠던 부분이 있다. 이런 사람 만나지 말고 이런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말해 놓고서는 사랑은 혁명을 시작하는 신호탄이라고 말하면서 사랑타령으로 끝을 내는 것일까.


 

“사람과 사람 사이에 감동의 느낌표가 축적되면 마침내 두 사람 사이에 혁명이 일어납니다. 혁명은 지금과 다른 삶을 살고자 하는 사람에게만 주는 선물입니다. 사랑은 아픔과 슬픔을 희망과 용기로 변신시켜주는 촉매제입니다. 사랑의 물음표를 만나는 사람은 이전과 다른 삶을 살기 시작합니다. 사랑의 물음표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침투하면 경계가 무너지고 튼실한 신회가 자라는 관계로 바뀝니다. 사랑이 전제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입니다.” P251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면 내가 먼저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많이들은 얘기를 해주시더니 갑자기 이런 엔딩의 말에 당황스럽지만 그 사랑의 전제가 내가 나를 사랑하기 시작하는 순간부터라는 얘기로 대입해보며 고개를 끄덕이기로 했다. 문제의 원인을 상대보다 나에게서 먼저 찾아보라고 하지만 그 원인이 나에게 있을 것이라고 다그치지는 말자. 다만 상대방이 화를 낸다면 분명 이유가 있으니 화를 내기 전에 그 원인이 혹시 나에게는 있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면 밖에서 난장판으로 싸우는 일들은 좀 없어지지 않을까.



어찌되었건, 이런 사람 만나지 마세요의 그 이런 사람이 내가 되지 않도록 성찰의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겠지만 나를 자책하는 시간으로 변질되지 않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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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꽃이 피었습니다 - 영화보다 재미있는 현실 인권 이야기
김예원 지음, 버닝피치 그림 / 이후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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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똑같은 하루, 일상이 되길

-누구나 꽃이 피었습니다_ 김예원-




저자는 태어나면서 의료 사고로 한쪽 눈을 잃었다. 중학생이 되어서야 왜 자신이 한쪽 눈 밖에 없는지 알게 되었지만 크게 슬퍼하거나 분노하지 않았다. 보통의 아이들처럼 학교를 다니고 활발한 학창시절을 보내고 사법고시에 합격을 해 사법연수원을 졸업하며 변호사가 되었다.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진 일상을 나누며 장애로 많은 편견과 아픔에 놓여있는 이들을 도우며 살아가는 그녀의 삶이 빛나 보인다.

 

비장애인보다 경험하지 않아도 될 것들을 더 많이 경험하면서 살아갔을 그녀가 남들에게 좋은 변호사라고 불리는 이유는 그 수많은 경험에서 나왔을 공감이 가장 클 것이다.


 

언젠가 한 변호사가 쓴 책에서 자신을 찾는 사람들은 사건을 해결해주기 위해서 오지만 그 이면에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공감과 위로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때 동생의 일로 변호사 5명을 찾아다니며 상담 받던 그때의 기억을 떠올려보면 저자는 참, 공감이 많은 변호사다. 그것은 경험을 해 보아야 보이는 세상일 것이다. 한쪽 눈을 잃은 그녀는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려고 해도 그녀를 바라보는 시선은 그녀와 마음이 같지 않을 것이고 그것 때문에 그녀가 남몰래 감당해야 했을 외로움과 슬픔은 그 누구도 알지 못할 것이다. 그런 그녀가 선택한 13편의 영화 속 장애인들의 인권이 어떻게 보이는지 살펴보면 미처 생각하지도 못한 부분들을 알려주고 있다. <7번 방의 선물>, <말아톤>, <마더>, <조제>, <애자>등 혹시 나도 손가락질 하는 무리속의 사람은 한번쯤은 있지 않았나 가슴 철렁이며 읽게 된다.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엔딩의 ‘쿵’소리에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렀었던 기억이 난다. 내게는 조제의 장애가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고, 남녀의 연애의 시작과 엔딩의 기록이었다. 츠네오가 조제를 부모님에게 소개 시키는 부분에서 걱정한 것은 오로지 조제가 걷지 못하는 장애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집과 조금 학벌과 집안 차이가 나기 때문이었다고 치부했다. 하지만 현실은 츠네오가 그녀의 손을 놓은 부분은 그녀의 장애가 큰 이유가 됐을지도 모르겠다. 헤어지고 나서 조제가 떠올라 바닥에 주저앉아 흘린 츠네오의 눈물은 자신의 비겁함에서 차 올라왔을 것이다. 내가 느낀 조제는 남자와 만나고 헤어진 것이지만, 츠네오는 장애를 가진 여자와 만나고 헤어진 것으로 받아들여졌을지도 모른다.

 

어느 한 지역에서 임대 아파트가 지어진다고 하니 주변 주민들이 집값 떨어진다고 난리가 났었던 것도 있고, 장애 학교가 세워진다고 하니 주변 주민들이 들고 일어나 데모를 하였다. 장애 학교에 아이들을 보내야 하는 부모님들은 잘못한 일도 없는데 무릎을 꿇고 빌어야 했다. 그 과정을 담은 다큐 영화를 상영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자신들이 한 행동이 정당했다면 왜 다큐영화조차 상영하지 못하게 하는 것일까.

함께 생각이라는 코너속의 대답에 그녀가 하고 싶은 얘기가 모두 담겨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것저것 어려운 것 같지만 사실 간단합니다. ‘내가 상대방이라면 어떨까?’를 명심한다면 조금 더 조심하게 됩니다. 장애인이 스스로 삶을 결정 할 수 있다는 것, 장애인이 불쌍해서 좁는 것이 아니라 같은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서로 의지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기억하면 장애인과 상호작용하는 것이 수월해질 수 있답니다. P3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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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잠을 자려 누웠는데 카톡이 왔다. 늦은 밤이었다. 물론 내 지인들은 그 시간에 내가 잠을 자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카톡을 보냈을 것이다. 하지만 확인해 본 카톡은 모르는 사람이었다. 나의 이름을 말하며 혹시 그 사람이 아니냐고 물었다.


 

얼마 전에 직장 동료 한명이 카톡이 해킹 되어 딸이라고 온 메시지에 화들짝 놀랐던 일이 있었는데, 그런 일이 나에게도 생기는 것이구나 싶었다. 어떤 사기를 걸어오나 싶어 맞다고 카톡을 보냈다. 그녀인지 그 인지 모를 상대방은 이름도 안 보였다. 별표시로 되어 있었다. 카톡 프사를 봤더니 온통 꽃이었다. 집안 테라스에서 키우고 있는 꽃들이 참 다양했다.

 

수원에서 특정한 직업군을 얘기하며 만났던 사람인데 혹시 자신을 기억하냐는 것이었다. 보통은 사기는 내 친한 지인들의 이름으로 오거나 가족이던데 그런 분위기는 아니었다.

 

그 특정 직업군이 맞기는 한데, 나는 수원에서 그 일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내 카톡을 실시간으로 보고 있는것 같지는 않았다. 2~3분 후에 읽고는 다시 질문을 했다. 나와 당신이 언제 어디서 만났고 그리고 어떤 활동을 했는지 알려줬다. 그리고 자신과 연락이 끊긴 사연을 말하며 나를 계속 찾고 있었다고 했다.

상대방의 얘기에 오랜 기억을 크게 벌렸다. 하지만 수원이라는 공간은 내 인생에 딱 다섯 번 정도 다녀왔던 기억이 있고 그때는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갔던 것이라 기억이 뚜렷하게 남아 있다. 그런데 도무지 상대방이 말하는 그 정황이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래서 이름을 물어보았다. 죄송한데, 이름이 뭐예요?

 

“영애에요. 키도 작고 얼굴도 작았던.”


 

이상하게 내 주변에는 연예인 이름을 가진 사람이 없다. 그 흔한 김지연, 김수영, 은지도 없다. 영애라는 이름을 어떻게 잊을 수 있지? 그녀가 말한 정황 속에 영애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은 잊을 수 없을것 같은데, 나는 그녀를 모른다.

 

그녀를 기억 속에 찾아볼까 생각하다 잠이 들었다. 다음날 오후에 당신이 찾는 사람이 내가 아닌 것 같다고 문자를 줬다. 아쉽지만 나는 아니라고. 나는 영애라는 이름을 가진 지인이 없다고. 당신의 기억 속에 내 이름을 가진 그 사람은 좋은 사람이었나 보다. 그러니 이렇게 만나려고 하시는 것 같아 안타깝고. 한참 있다가 카톡이 왔다. 그녀가 내 이름을 가진 그 사람이 좋은 사람이라 꼭 보고 싶었다고.


 

길을 걷다 문득 대충 살고 싶은 마음에 촘촘한 바느질 자국이 생기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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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인간
성석제 지음 / 창비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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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해도 보이는 만수씨 [투명 인간 _성석제]



- 죽는 건 절대 쉽지 않아요. 사는 게 오히려 쉬워요. 나는 포기 한 적이 없어요.

형, 만수 형.




 

성석제의 소설은 항상 좋았다. 그의 소설의 신간은 늘 책상 위에 올려놓고 빨리 읽는 것도 아까워 야금야금 읽었다. 사랑이 어떻게 변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변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나는 <단 한 번의 연애>를 끝으로 그의 소설과 이별했었다. 하지만 내가 헤어지자고 해 놓고서는 그의 SNS를 몰래 드나들며 어떤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지 훔쳐보는 옛사랑처럼 그의 소설을 대하고 있었나보다. 그동안 신간 소식은 옛 연인과 골목길에서 우연히 마주친 어색한 미소처럼 지나쳐 버렸는데 다시 끊겼던 그의 소설을 뒤적이며 읽고 있다. 370페이지의 두꺼운 책을 다 읽고 생각했다. 답답했지만 좋았고, 지루 했지만 아련했고, 한숨이 나오다 눈물이 맺히기도 했다. 역시, 나는 그를 좋아했구나.


 

3남 3녀의 자식 중에 메인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는 인물은 넷째 김만수다. 그는 첫째 형보다 훨씬 부족한 스펙을 가지고 있다. 형보다 훨씬 못생긴 얼굴, 공부 잘하는 형과는 달리 느리고 부족한 만수였다. 물론 형을 이길 수 있는 가족들 중에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는 완벽하게 태어난 사람이었으니까. 공부 잘하는 자식이 있으면 못해서 부모 마음 상하게 하는 자식도 있는데, 만수는 공부는 느리고 힘들게 하지만 부모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인물은 아니다. 천성이 착한 만수 주변에는 늘 사람들이 따르고 그의 선함을 믿는다. 회사와 소송을 위해 변호사를 구하고 소송을 하며 법원을 찾아가는 모든 일을 만수가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모인 사람들 중 만수가 가장 많이 배웠고 믿음직했기 때문이다. 결국 그것이 그의 마지막을 가장 힘들게 만들기는 했지만 만수가 좋은 사람이었다는 것은 부정 할 수 없을 것이다.


 

6남매의 이야기는 어느 지방의 가난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한 가족의 일화부터 시작이 된다. 만수를 중심으로 그가 어떤 사람인지 가족과 주변 인물들이 에피소드들을 돌아가며 얘기하고 있다. 때로는 따뜻하지만 안타까운 엔딩이 더 많았다. 그래서 김만수라는 인물에 연민으로 시작된 눈물이 끝까지 멈추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만수 일가의 이야기는 영화 <국제시장>과 닮아 있다. 만수의 집에서 가장 명석한 큰형은 베트남 전쟁으로 떠나게 되고, 온 식구의 기둥이었던 형은 고엽제로 목숨을 잃고 말았다. 서울로 올라 온 누나들이 겪어야 했던 연탄가스 중독은 만수가 짊어져야 하는 가족의 큰 책임이 또 하나 생기고 만다. 1970년대를 지나 80년의 역사 속에서 어떤 이들이 겪어야 했던 세월의 큰 흐름 속에 영화의 주인공처럼 김만수라는 인물이 충실히 연기해내고 있다. 그가 지나 왔던 삶이 우리의 역사였고 흔적이었다. 영화 <국제시장>속 황정민이 김만수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


 

만수는 어린 시절부터 가족을 위해 희생해 왔다. 학교에서 나눠주는 우유조차 동생들과 형들을 위해 희생했고, 베트남 전쟁의 고엽제로 사망한 큰형, 연탄가스 중독으로 바보가 된 누이, 무능력한 술꾼으로 변한 아버지, 행방불명된 동생의 자식까지 만수가 해결해야 할 몫이었다.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공장을 버리고 도망간 사장대신 공장을 지키고 싶었지만 그에게 끝내 돌아온 것은 어마어마한 손해배상 청구액이었다. 그것도 만수가 갚아 나가야 할 몫으로 남았다. 처연한 그의 얼굴이 스쳐지나간다. 고단한 그의 발소리가 책 밖으로 쏟아질 것 같다. 그래서 그의 모습이 점점 투명해지기 시작한 것일까. 그가 지나가도 그의 모습을 보지 못한다. 하지만 그처럼 세월에 혹은 가족에 때로는 그 어떤 사회 속에서 투명인간으로 변한 이들과 마주치고 그들과 함께 말을 이어 갈 뿐이다. 다리 위에 올라 선 어떤 이들 옆에는 이런 투명 인간들이 더 있을지 모르겠다. 김만수, 그가 투명하지만 투명하지 않고,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그런 인간으로 또 어떻게 살아가고 있겠지.



 

- 죽는 건 절대 쉽지 않아요. 사는 게 오히려 쉬워요. 나는 포기 한 적이 없어요.

형, 만수 형. P369


만수씨, 포기하지 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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