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잠을 자려 누웠는데 카톡이 왔다. 늦은 밤이었다. 물론 내 지인들은 그 시간에 내가 잠을 자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카톡을 보냈을 것이다. 하지만 확인해 본 카톡은 모르는 사람이었다. 나의 이름을 말하며 혹시 그 사람이 아니냐고 물었다.


 

얼마 전에 직장 동료 한명이 카톡이 해킹 되어 딸이라고 온 메시지에 화들짝 놀랐던 일이 있었는데, 그런 일이 나에게도 생기는 것이구나 싶었다. 어떤 사기를 걸어오나 싶어 맞다고 카톡을 보냈다. 그녀인지 그 인지 모를 상대방은 이름도 안 보였다. 별표시로 되어 있었다. 카톡 프사를 봤더니 온통 꽃이었다. 집안 테라스에서 키우고 있는 꽃들이 참 다양했다.

 

수원에서 특정한 직업군을 얘기하며 만났던 사람인데 혹시 자신을 기억하냐는 것이었다. 보통은 사기는 내 친한 지인들의 이름으로 오거나 가족이던데 그런 분위기는 아니었다.

 

그 특정 직업군이 맞기는 한데, 나는 수원에서 그 일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내 카톡을 실시간으로 보고 있는것 같지는 않았다. 2~3분 후에 읽고는 다시 질문을 했다. 나와 당신이 언제 어디서 만났고 그리고 어떤 활동을 했는지 알려줬다. 그리고 자신과 연락이 끊긴 사연을 말하며 나를 계속 찾고 있었다고 했다.

상대방의 얘기에 오랜 기억을 크게 벌렸다. 하지만 수원이라는 공간은 내 인생에 딱 다섯 번 정도 다녀왔던 기억이 있고 그때는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갔던 것이라 기억이 뚜렷하게 남아 있다. 그런데 도무지 상대방이 말하는 그 정황이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래서 이름을 물어보았다. 죄송한데, 이름이 뭐예요?

 

“영애에요. 키도 작고 얼굴도 작았던.”


 

이상하게 내 주변에는 연예인 이름을 가진 사람이 없다. 그 흔한 김지연, 김수영, 은지도 없다. 영애라는 이름을 어떻게 잊을 수 있지? 그녀가 말한 정황 속에 영애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은 잊을 수 없을것 같은데, 나는 그녀를 모른다.

 

그녀를 기억 속에 찾아볼까 생각하다 잠이 들었다. 다음날 오후에 당신이 찾는 사람이 내가 아닌 것 같다고 문자를 줬다. 아쉽지만 나는 아니라고. 나는 영애라는 이름을 가진 지인이 없다고. 당신의 기억 속에 내 이름을 가진 그 사람은 좋은 사람이었나 보다. 그러니 이렇게 만나려고 하시는 것 같아 안타깝고. 한참 있다가 카톡이 왔다. 그녀가 내 이름을 가진 그 사람이 좋은 사람이라 꼭 보고 싶었다고.


 

길을 걷다 문득 대충 살고 싶은 마음에 촘촘한 바느질 자국이 생기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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