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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괜찮은 하루 (윈터에디션)
구작가 글.그림 / 예담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엘리엇은 4월이 잔인한 달이라고 했던가. 유난히 만발하게 꽃들이 피어나는 4월에 황무지를 보면서 생각했겠지. 나는 다른 의미로 견디기 힘든 3월이 지나 4월에 그런 느낌이었다. 봄이 참 예쁘구나. 이렇게 예쁜 봄을 앞두고 나에게 왜 그토록 버티기 힘든 일들이 일어났을까. 3월이 내게 깊은 상처를 주지 않았다면 지금 이 봄이 미치도록 사랑스러울 텐데 분홍 벚꽃들도 그저 시들해진 마음과 함께 아무 감정이 없을 때 읽게 된 책에 가슴이 훌쩍거렸다. 그녀를 통해 나의 이 괴로움은 스쳐지나가는 봄날의 바람과 같은 것이라는 생각에 그간 훌쩍거린 3월이 미안해졌다.




지난 3월 내부적인 일들로 잠을 못자고 책도 읽지 못하는 날들이 계속되었다. 책을 읽는 일이 부질없어 보였다. 이렇게 책을 읽는다고 한들 그 어떤 것도 나를 위로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간 미뤄 놓은 책들을 모두 다 구석에 넣어 놓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한 달을 보냈다. 그동안 시간이 아까워서 한 번에 두 가지의 일도 했었던 나였는데 이토록 아까운 시간을 휴지처럼 쓰레기통에 넣어버렸다. 제발 빨리 시간이 갔으면 했다. 지겨운 이 마음이 떨쳐 나가길 바랄뿐이었는데, 책속의 주인공은 참 부지런했다.

두 살 때 열병을 앓은 뒤 청각을 잃은 그녀는 소리 없는 세상에 놓이게 되었다. 하지만 아름다운 것을 볼 수 있는 것에 감사드렸고 그녀의 어머니 또한 말을 할 수 있게 혀가 굳지 않도록 연습을 시켰다. 소리를 들을 수 없다고 해도 그녀가 좋아하는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것이 감사했고, 그녀가 마음을 담아 그린 귀가 큰 토끼 “베니”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기 시작했다. 한때 잘나갔던 싸이월드 스킨 작가로 활동했던 그녀가 사람들이 떠나서 이제는 많이 사용하지 않는 스킨 작가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고민할 때쯤 그녀에게 찾아온 또 하나의 불행한 소식은 그녀가 앞으로 더 이상 앞을 볼 수 없게 된다는 것이었다.



개그맨 이동우가 앓고 있는 그 병, [망망색소변성증]. 점점 시력을 잃어 가는 그 병은 그녀가 김연아의 스케이팅을 보면서 아직은 이렇게 볼 수 있는 눈이 있어서 너무 감사하다는 말을 한 그녀였지만 또 한 번의 시련에 그녀는 말했다. 잘 들리지 않아도, 앞이 보이지 않아도 어떤 것이든 만질 수 있는 손이 있지 않느냐고. 하나를 포기하면 나머지 것들에 충실하면 행복한 하루가 되지 않느냐고. 그것을 즐긴다면 인생이 얼마나 아름답냐고 말이다.

그녀의 캐릭터 “베니”가 유독 큰 귀를 가지고 있는 것은 그녀가 듣질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자신은 들을 수 없으니 대신 많은 소리를 듣기 위한 큰 귀를 가지게 된 베니는 앞으로 앞을 보질 못할 그녀를 대신해 더 맑고 예쁜 눈을 가질지 모른다. 그녀의 소원을 들어주는 베니는 그녀가 적어 놓은 버킷리스트 30가지를 모두 클리어 할지 모르겠다.



그녀가 적어 놓은 버킷리스트는 사소한 것도 있고 굵직한 테마를 가진 것도 있다. 그녀만의 작업실을 갖기, 엄마에게 미역국 끓여 드리기, 우유니 소금사막에 가서 누워보기, 김연아 선수 만나기, 소개팅 해보기, 운전면허증 따기, 살빼기등 많은 것들이 있지만 이중에 살빼기에서 그녀가 참 착한 심성을 가진 사람이라는 생각과 함께 그녀 역시 여자였다. 예쁜 것을 좋아하고 좋아하는 남자 앞에서는 더 예뻐 보이고 싶고, 사랑하는 사람과 손을 잡고 거리를 걷고 싶고, 때로는 눈물도 흘리는 그런 연애를 하고 싶은, 어쩌면 너무나 일상적인 그런 하루를 가지고 싶은 사람이다. 그녀가 살을 빼고 싶은 이유는 남자에게 잘 보이고 싶어서가 아닌 앞이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은 자신을 초라하게 만들지 않고 누구에게나 예뻐 보이고 싶어서라고 했다. 앞을 보지 못하니 자신의 옷을 입혀줄 사람이 아무 걱정 없이 옷을 입혀 줄 수 있도록, 그리고 그것 때문에 그 사람이 걱정을 하지 않도록 건강하고 날씬한 몸을 가지고 싶은 그녀. 자신은 모습을 볼 수 없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언제나 예쁘게 보이고 싶은 마음에, 아무 옷이나 입어도 예쁠 수 있게 살을 빼겠다는 그녀의 이 소망에 그녀의 마음처럼 예쁜 누군가가 옆에 와줬으면 좋겠다는 소망도 같이 해 봤다.


“서로가 서로를 안아주는 그 온기로

아주 작더라도

위로와 희망을 전하고 싶어요." P189

그녀가 명동에서 프리 허그를 하고 싶은 이유는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몇 주 전 힐링캠프에서 김제동의 “고마워요, 들어줘서”를 보면서 나는 내게 지금 필요한 것이 나의 얘기를 들어주며 나의 등을 쓸어주는 위로였다는 것을 느꼈다. 나에게 3월이 힘들었던 것, 그로인해서 4월도 쓸쓸해서 책을 읽기도 싫었던 것은 어쩌면 가장 필요한 위로를 받지 못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래도 많은 것을 잃어가는 그녀가 느끼는 오늘 하루의 고마움이 내게는 온전한 몸으로 느끼는 가장 부족한 하루였는지도 모르겠다. 들리지 않고 점점 보이지 않은 오늘 하루도 괜찮다는 그녀는 하루를 소중히 여기는 것을 아는 행복한 사람일 것이다. 그녀의 버킷리스트가 꼭 완성되길.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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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5-04-23 1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후즈음님 마음은 괜찮아지셨는지 모르겠어요 저도 가끔씩 힘든 일이 생기면 모든걸 내려놓고 그렇게 흘려보낼때가 참 많아요 어떤분들은 책을 읽으며 위로를 받는다지만 그 기분으론 책도 안들어오고 마음이 어느정도 진정된 뒤에야 글도 보이고 마음도 느껴지고 위안이 되더라구요 그래서 마음이 힘들땐 굳이 무언가 생각해서 하려는것보다 마음에서 하자는데로 편히 지내다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것도 참 좋은거 같아서 몇자 남기고 갑니다^~^ 맛있는 저녁 즐거운 시간 되시길 바래요^~^

오후즈음 2015-04-23 23:15   좋아요 0 | URL
해피북님, 감사합니다. ^^
한달동안 리뷰 기한이 있는 책 말고는 읽지 않고 있었는데 책을 읽었던 시간만큼 참 빨리 흐르네요.
봄인데, 봄을 느끼지도 못하고...벌써 4월말이예요. 뭔가 좀 억울하다는 생각도 들고....

여튼...파이팅중입니다. ^^
 
김 팀장은 왜 나한테만 까칠할까 - 회사에서 통하는 사람 공부
윤태익 지음 / 더난출판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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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초년생일 때는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게 살아가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아니 좋은 방법보다는 그것이 나의 소신이었던 것 같다. 나는 뒤에서 뒷담화를 하는 것을 싫어하니 당연히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하는 것이 좋은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것은 정말로 유아기적 발상을 가지고 사회에 첫걸음마를 한 것이더라. 첫 회사를 그만두고 나의 잘못을 깨닫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었다. 빨리 알았다면 그동안의 사회생활이 그렇게 고달프지 않았을 텐데.



 

 

사회생활이 힘들다고 말하는 것은 과중한 업무도 있겠지만, 사실은 사람과의 관계 때문에 힘들었던 부분이 훨씬 많은 것 같다. 그것은 내 맘과 같지 않은 수많은 사람들과 일어나는 화학반응으로 인한 스트레스였다. [김팀장은 왜 나한테만 까칠할까]는 그동안 내 맘과 다른 사람들과 어떻게 하면 보다 효과적으로 지낼 수 있는지 알아보고 그 해답을 찾아가는 내용이 담긴 책이다.



 

 

“ 결국 인간관계의 모든 갈등은 성격의 ‘다름’을 잘 모르는 데서 비롯된다. ‘다름’을 서로 몰라 직장 동료 간의 다툼으로, 더 크게는 조직 내부의 커뮤니케이션 부재로 이어지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 대화와 타협의 문화가 성숙하게 자리 잡지 못한 이유 역시 서로 ‘다름’을 모르거나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P 21




 

서로가 다르다는 것을 알아가는 것이 가장 중요한 관점인데, 그렇다면 타인은 나와 어떻게 다를까 살펴 본 것이 사람마다 다른 성향을 분석해 내는 것이다. 저자는 사람의 다른 성향을 크게 세 가지로 분류를 했다.


 

 

첫째는 장형: 행동파- 도전과 용기의 용장 스타일

둘째는 가슴형: 감성파- 안화와 믿음의 덕장 스타일

셋째는 머리형: 이성파- 전략과 준비의 지장 스타일



 

이 세 가지를 다시 분석해서 나오는 성격이 총 9가지의 유형이 나오고 그 유형에 맞게 사람을 어떻게 대하는 것이 좋은지 예를 들어 주고 있다. 그 9가지의 유형에 맞게 상사가 부하 직원에게 동기 부여를 하기 위한 방법이나, 상사에게 인정받기 위한 부하 직원의 예시, 그리고 9가지 유형으로 분류된 형태의 고객을 내 편을 만들기 위한 실전 예시들을 많이 들어 놓았다.

 

사람의 성격을 9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없겠지만 어느 정도 맞아 떨어지는 부분도 있지만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크게 공감했던 부분은 탐구형 상사와 예술가적 사원의 에피소드였다.




 

뭔가를 탐구하기를 좋아하는 직장 상사에게 감성 많은 예술가적 사원이 어떤 부분을 잘 모르겠다고 생각하는 질문에 탐구형 상사는 책을 한권 주면서 이 책을 읽어 보라고 하고 가자, 예술가적 감성 많은 사원은 알려주지 않고 가는 상사에게 기분 나빠했다. 하지만 책을 한권을 주고 간 그 탐구형 상사는 이것이 가장 큰 배려였던 것이다. 그는 남에게 알려주는 것에 인색한 탐구형 성격이고, 책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그 책을 빌려 준 것만으로도 큰 배려라는 것을 예술가적 성격의 사원이 알 턱이 있을까. 상당한 시간이 흐른 뒤에야 직장 상사에게 내게 건넨 그 책의 가치가 그의 인격과 성품상 가장 큰 배려였다는 것을 알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흐르거나 심리학적 마인드를 가져 그를 보자마자 그가 탐구형 인간이라는 것을 알수 있다면 그날의 일이 기분 나쁘게 받아드려지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그런 과정을 겪어봐야 그 책 한권의 진가를 알 수 있는 것이다.



 

 

어쩌면 사람의 성격이 9가지이니 그것에 맞게 행동해야 하는 것보다 서로를 위한 배려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 사람의 성격이 장형이네, 머리, 가슴형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나를 전혀 모를 수 있는 상대에게 매몰찬 말들을 쏟아낼 필요가 있을까 생각되는 일들이 많은 것을 지켜 볼 때마다 가슴이 참 답답하다. 처음에는 참 별걸다 알아본다 생각했지만, 누군가를 위한 한 번의 배려가 나에게도 있었나 생각해보게 된 참, 재미있는 책인 것은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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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5-04-08 17: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팀장을...혼자 김장팀~으로 읽으며..
이런 오독의 즐거움..하곤 피식 웃어봅니다.^^
 
에세이 주목 신간 작성 후 본 글에 먼댓글 남겨 주세요.

내 인생에 이런 3월이 있었나,

고3때 느꼈던 가장 절망적인 3월은 아무것도 아닌 고통스러운 3월을 보내고 나니

집앞 놀이터에 심어진 목련꽃이 모두 손을 벌리며 서 있다.

3월 말쯤 구경 가자던 매화도, 산수유 꽃 구경도 모두 물건나 갔다.

3월에 미쳐 못 읽은 책들을 읽어야겠다.

 

 

 

 

 

 

 

 

 

 

 

 

 

 

 

1. 우리가 사랑해야 하는 이유 _ 생떽쥐베리 잠언집

 

초등학교 6학년때부터 읽은 <어린왕자>는 몇년에 한번씩 다시 읽고 있다.

출판사를 다르게 읽는것도 있고, 마음에 드는 출판사의 책을 여러번 때로는 어린왕자가 사라졌던 그 장만 다시 읽을때도 있다.

그가 남긴 글은 다 읽어 보았지만, 여전히 뭔가 목마르다.

생텍쥐베리와 관련된 잠언집으로 엮었다고 하니 뭔가 그리움의 향수가 훨씬 더 많이 녹아 들것 같다.

 

 

 

 

 

 

 

 

 

 

 

 

 

 

 

2. 태도에 관하여_ 임경선

 

 

그녀의  책을 한권 읽고는 나는 그녀의 문장이 마음에 들어 그녀가 좋아지기 시작했다.

얼굴도 예쁜데, 이렇게 글도 잘쓴다니. 세상은 불공평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녀가 적어 놓은 상처들을 가끔 들여다 보면, 삶은 때로는 누구에게나 공평한것인가 싶기도 하지만

그러기에는 그녀는 좀 잘나보인다.

 

그녀가 그동안 여러곳에 패널로 있었던 라디오의 글들과 엮에 낸 이 책은, 나는 또 그녀를 질투할지 모르겠다.

 

 

 

 

 

 

 

 

 

 

 

 

 

 

 

3. 인도에서 만난 철학자들.

 

인도에 가고 싶다고 생각한것이 벌써 10년이 넘었지만, 인도에 다녀온 사람들의 후기를 보면서

인도를 가지 않겠다고 결심하다니. 이건 뭔가 싶지만 이상하게 인도에 관련된 책은 또 꾸준하게

읽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에도 나의 목록에 추가된 이 책, 나는 정말 인도를 갈 수 있을까?

 

 

 

 

 

 

 

 

 

 

 

 

 

 

 

 

 

4. 하기 힘든 말 _ 마스다 마리

 

마스다 마리의 책을 좋아하고 집에도 여러권 가지고 있고, 읽었지만

계속해서 쏟아져 나오는 책들에 때로는 그녀가 좋으니까 좋기도 하다가

너무 많이 나오면 뭔가 반감이 좀 생기기도 하는데...

하지만 그녀의 쉼표 같은 글에는 반가울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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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5-04-02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두 `인도에서 만난 철학자들` 궁금했어요^~^ 마스다 미리의 `하기 힘든말`은 읽었는데 요게 출판사별로 번역해서 그런지 연도수가 좀뒤주박죽인게 좀 아쉽더라구요 ㅋ 수짱이나 여성공감 만화는 이렇게 탄생되었구나 하고 느낄수 있던 책인거 같아요^~^

오후즈음 2015-04-22 17:03   좋아요 0 | URL
이제야 덧글을 달아요. ㅠㅠ 요즘 제가 메롱인 정신이라서...이제 메롱 정신은 업했습니다. ㅎㅎ

알라딘 신간평가단을 하고 있는데 그중에 읽고 싶은것을 이렇게 골랐는데....인도에서 만난 철학자는 뽑히지 않았습니다. ㅜㅜ
제가 사서 읽어야겠네요.
 
오기사, 행복을 찾아 바르셀로나로 떠나다 - 행복한 오기사의 스페인 체류기
오영욱 지음 / 예담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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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네이버 블로그에서도 유명한 오영욱 건축가의 블로그 네임은 오기사다. 그의 블로그를 야금야금 보면서 자신을 캐릭터한 귀여운 그림에 참 재미있는 사람이다 생각했는데, 그는 어느덧 영화배우이자 탤런트인 여배우와 작년에 결혼해 유부남이 되었다. 그러니까 이 책은 유부남이 되시기 이전의 총각 시절의 1년 바르셀로나 자유 체류기라고 해야 하는 걸까?




 

스페인 관련 책을 사서 읽고 있다가 헌책방에서 만난 오기사님의 책을 발견했다. 그동안 오기사님 블로그를 자주 들락거리긴 했지만 정작 책은 사보지 못했는데 이번 기회를 맞아 한번 읽어 보자며 책을 사서 집에서 읽다가 문득 출판 날짜를 확인하니까, 2006년에 출판된 책이다. 1년만 지나도 여행 정보가 달라지는 요즘에 출판 된지 10년이나 된 책을 덥석 사서 온 나는 대체 뭔가 싶지만 이건 여행에 관련된 정보를 제공해주는 그런 책이 아닌, 여행 에세이니 그냥 읽기로 했다.


출판된지 10년이 지났지만 바르셀로나에 있는 가우디의 구엘 공원이 없어지거나 카사 밀라가 이사를 갔을라고. 아무렴, 아름다운 것들은 그대로 남아 있을 것이다.

 

 

책 뒷면을 보니까 " 2006년 우수만화기획 출판지원도서”라고 쓰여 있다. 그때 이런 책이 신선했었나 생각해보니 한참 유럽 여행의 붐이 막 불었던 것도 같고.

 

오기사님이 1년 동안 건축 공부를 하면서, 아마도 그냥 친구들을 만나고 스페인어도 배우고 재미있게 놀면서 지내며 느낀 바르셀로나는 어떤 도시일까.


 

요즘 유명 유럽 카페에 스페인 관련 정보를 보면 “소매치기 당했어요!”가 많이 올라오고 있다. 아직 출발도 하지 않은 이 도시는 나에게는 지갑을 단단히 묶거나 핸드폰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체인을 둘둘 말아 다녀야하는 도시라는 생각만 들어서 여행을 떠나기 전부터 스트레스를  너무 받게 된다. 세계유산 보유국 중에 1위라는 나라가 어째서 여행객 지갑만 터는 직업을 가진 사람들만 이렇게 득실거리는 걸까. 그런 것을 생각하면 핸드폰 테이블에 올려놓고 커피 전문점에서 커피 받으러 갔다가 와도 그대로 있고, 심지어 화장실도 갔다 왔던 적도 있으니 우리나라 치안이 좋구나!는 아니더라도 이런 걸로 스트레스를 받을 만큼은 아니라는 생각에 부정부패가 심해도 나름 살만하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표지에 “가우디 건물 세 개 봤으니 떠나야지”라는 문장에 허거덕 했다. 우리도 그렇게 계획을 세우고 있었으니까. 사그리다 파밀리아 성당과, 구엘 공원, 카사 바뜨요만 구경을 가자며 일정을 짜고 다른 곳으로 이동할 생각을 했는데 책속에 나온 구석구석은 못 가더라도 하루는 바르셀로네타 비치에 누워 있어 보거나 시에스타를 즐기는 그들과 함께 타파스와 상그리아를 마시고 와야겠다.

 

“ 기다림은

어쩌다 저질러 버린

키스의

뒷감당 같은 것.

 

아쉬움은

인색했던 사랑 고백처럼

멀어져 갈 뿐. ”

P296


 

이런 문장도 쓰시고, 페이지마다 웃음이 번지는 책을 읽고 나니 어서 빨리 바르셀로나에 가고 싶어졌다. 이 책을 더 빨리 만났다면 더 빨리 바르셀로나에 갔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깊어진다. 10년된 책이라도 감성은 충분히 지금 같은 책, 참 즐겁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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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5-03-24 21: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 블로그 본것 같아요^^

오후즈음 2015-03-25 00:05   좋아요 1 | URL
헛, 그장소님도 아시는구나~~

얼마전에 결혼하시고 (와이프가 엄지원이시더만요 ㅋㅋ) 와이프랑 생각하셨데요.
해외 여행을 가고 싶은데 가정 형편상 어려워 갈 수 없는 학생들을 일년에 한번씩 한달 정도 같이 떠나는 것이 어떨까? 그게, 또 다른 사회적 기부겠지요? 그래서 더 멋진 분이신것 같아요.
얼마전에 청춘 4명과 인도 다녀 오셨더라구요. ^^

해피북 2015-03-24 23: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옷 저두 이런 여행기 책이 좋더라구요 읽어봐야 겠습니닷 ㅋ 아 그리구 제가 읽은 책에도 잠깐 언급되었던데 소매치기 조심 해야 한대요 여행가시면 복대같은거 꼭 챙기세요^~^

오후즈음 2015-03-25 00:07   좋아요 1 | URL
저도 이런 여행기가 좋긴한데, 여행기가...너무 10년꺼라서 ㅋㅋㅋ
여튼....저는 5월말에 가는데요. 그전에 복대 + 자물쇠 + 안전 지갑 등등 사려고 목록을 적고 있어요
.....그간 유럽 여러번 다녀 왔는데 한번도 뭘 잃어 버린적이 없거든요. 처음으로 단단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장소] 2015-03-25 0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잠깐 서울살던때..였는데..저. 그림체가 좋아서 한참 따라 그린적이 있었거든요.
연습으로요.
책보다..여행기도 좋았지만..건물들을 저..선으로 그려보는 재미였달까요..ㅎㅎㅎ
사심이...듬뿍~오후 즈음 님..5월엔 여행가시는 군요! 잘 준비하셔서.. 탈없늠 즐거운 여행되시길..바랄게요..(뭐지..후딱..빨리 보내?!^^; 아직 안 간다니.)
 

 

 

 

 

 

 

 

 

 

" 세상 모든 사람의 이야기는 재미가 있고 들을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

모든 사람은 자기 무게를 짊어지고 자기 삶을 걸어가고 있고 , 자기 삶을 당당하게 말할 자격이 있기 때문에 "




힐링캠프를 잘 보지 않다가 김제동 토크 콘서트로 이번주는 나온다고 하여 챙겨 봤다.

아침에 다시 보기로 한번 더 봤다.

그동안 나 또한 이렇게 누군가에게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것일까.

마지막 노래를 하는 동안 나도 모르게 훌쩍이고 있었다.


낯선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것이 힘들다는 열여섯살 소년의 고민을 신중하게 들어주는 김제동과 500여명의 사람들이

함께 용기를 주기 위해 모드 일어서서 격려해줬던 그 장면은 잊지 못할 장면이었다.


내가 실수를 하면 그 실수에 대한 타박이 아니라 다음에는 더 잘 할 수 있는 용기를 주는 그런 사람이 필요했던 날들에

가슴 뭉클했던 순간.

나는 누군가의 얘기에 공감을 하지 않고 훈수만 두고 있는 것은 아니었나 많은 생각했던 밤.



나는 한때 김제동이 싫었었다.

이유는 그의 결혼관때문이었다. 한때 그는 자신은 결혼할 여자보다 며느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던 적이 있었다.

나이 사십에 자신을 다섯째 딸 다음으로 낳은 어머니를 모시며, 자신의 누나들과 함께 있어줄 그런 며느리.

대체 어떤 여자가 아내가 아닌 며느리 자리에 가서 살겠다고 하겠냔말이다.

 

이번 힐링캠프에도 그런 얘기를 했다. 자신에게 시집을 오면 많이 힘들것이라고.

늦은 나이에 아들을 낳은 어머니의 집착과 다정한 다섯 누이들의 참견을 견뎌야 한다고 말이다.

그 말을 듣는순간 이 사람, 주변에서 많이 욕을 먹었나?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뭔가 마음을 많이 내려 놓은 듯한 발언에 그를 아무 사심없이 멀뚱히 계속 보게 되었다.

 

한시간동안 편집에서 보여준 김제동의 토크 콘서트를 보고 있노라니 마음이 흘쩍거려서 지금이라도 콘서트를 한다면

달려가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누군가 내 얘기를 이렇게 진정성 있게 들어줄 사람이 있었던가 싶고, 나도 그의 얘기를 진정성 있게 들어 주고 싶어서

그의 얘기를 듣는 동안 마음이 참, 알딸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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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3-24 1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근 모 일간지에서 본건데 요즘 여자들이 선호하는 뇌섹남의 조건이 여자의 말을 경청하는 자세라고 하더군요.

오후즈음 2015-03-24 20:33   좋아요 0 | URL
근데 남자도 그렇지 않나요? 자신의 말을 경청해주는 여자!!
생각해보니 그런 자세로 앉아서 들어주는 남 + 녀를 생각해보니 멋지네요.

김제동의 어제 힐링 토크 콘서트는 정말, 요 근래에 본 방송중 최고였어요.
보면서 저도 정말, 마음의 일부분이 느슨해지면서 기분 좋더라구요.

해피북 2015-03-25 0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결혼관에 대해 말하기 까지 상당한 고민을 했을거 같아요 저렇게 속 깊은 이야기를 꺼낼수 있는 사람이라면 다른 이의 속도 잘 들여다볼거 같아 왠지 아내되실분께 정말 잘할꺼 같단 생각이 들어요 좋은 분을 만나야 할텐데 말이죠 김제동씨 책 읽어본 적있는데 저두 토크 콘서트에 가고 싶더라구요^~^

오후즈음 2015-03-25 00:12   좋아요 0 | URL
아마도 처음에 며느리가 필요하다고 했었던때는 거의 7~8년이 된것 같구요. 그동안 많이 변했었는지
사실 이번에 얘기하는데 정말 마음이 너무 짠해 지더라구요.
심적으로 참 고민이 많겠구나. 아들 하나 낳았는데 저렇게 결혼도 안하고 있으니 어머님이 참...속이 속이 아니겠다는 생각도 했다가...그전 얘기를 떠 올리면 아우, 누가 결혼을 할까? 생각도 들기도 했다가....

뭐 여튼...좋은 분은 만나셨으면 좋겠다는. 토크 콘서트는 보니까 제주도를 끝으로 이번엔 계획이 없으신것도 같고 ㅠㅠ 가고 싶어요~~

꽃핑키 2015-03-25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그 발언 오히려 겸손하게 들리더라구요. 친척언니 중에 8남매 장손에게 시집간 언니가 있는데 샤기 결혼 비슷하게ㅋㅋ 어릴때 였고 딱히 형부가 거짓말 한건 아녔지만 나중에 엄청 울고 힘들어 하던거 기억나서요. 첨부터 재동씨 처럼 까주면, 마음의 준비라도 단단하게 할 수 있겠다. 했어요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