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꽃이 피었습니다 - 영화보다 재미있는 현실 인권 이야기
김예원 지음, 버닝피치 그림 / 이후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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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똑같은 하루, 일상이 되길

-누구나 꽃이 피었습니다_ 김예원-




저자는 태어나면서 의료 사고로 한쪽 눈을 잃었다. 중학생이 되어서야 왜 자신이 한쪽 눈 밖에 없는지 알게 되었지만 크게 슬퍼하거나 분노하지 않았다. 보통의 아이들처럼 학교를 다니고 활발한 학창시절을 보내고 사법고시에 합격을 해 사법연수원을 졸업하며 변호사가 되었다. 누구에게나 똑같이 주어진 일상을 나누며 장애로 많은 편견과 아픔에 놓여있는 이들을 도우며 살아가는 그녀의 삶이 빛나 보인다.

 

비장애인보다 경험하지 않아도 될 것들을 더 많이 경험하면서 살아갔을 그녀가 남들에게 좋은 변호사라고 불리는 이유는 그 수많은 경험에서 나왔을 공감이 가장 클 것이다.


 

언젠가 한 변호사가 쓴 책에서 자신을 찾는 사람들은 사건을 해결해주기 위해서 오지만 그 이면에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공감과 위로가 필요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한때 동생의 일로 변호사 5명을 찾아다니며 상담 받던 그때의 기억을 떠올려보면 저자는 참, 공감이 많은 변호사다. 그것은 경험을 해 보아야 보이는 세상일 것이다. 한쪽 눈을 잃은 그녀는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려고 해도 그녀를 바라보는 시선은 그녀와 마음이 같지 않을 것이고 그것 때문에 그녀가 남몰래 감당해야 했을 외로움과 슬픔은 그 누구도 알지 못할 것이다. 그런 그녀가 선택한 13편의 영화 속 장애인들의 인권이 어떻게 보이는지 살펴보면 미처 생각하지도 못한 부분들을 알려주고 있다. <7번 방의 선물>, <말아톤>, <마더>, <조제>, <애자>등 혹시 나도 손가락질 하는 무리속의 사람은 한번쯤은 있지 않았나 가슴 철렁이며 읽게 된다.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엔딩의 ‘쿵’소리에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렀었던 기억이 난다. 내게는 조제의 장애가 크게 신경 쓰이지 않았고, 남녀의 연애의 시작과 엔딩의 기록이었다. 츠네오가 조제를 부모님에게 소개 시키는 부분에서 걱정한 것은 오로지 조제가 걷지 못하는 장애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집과 조금 학벌과 집안 차이가 나기 때문이었다고 치부했다. 하지만 현실은 츠네오가 그녀의 손을 놓은 부분은 그녀의 장애가 큰 이유가 됐을지도 모르겠다. 헤어지고 나서 조제가 떠올라 바닥에 주저앉아 흘린 츠네오의 눈물은 자신의 비겁함에서 차 올라왔을 것이다. 내가 느낀 조제는 남자와 만나고 헤어진 것이지만, 츠네오는 장애를 가진 여자와 만나고 헤어진 것으로 받아들여졌을지도 모른다.

 

어느 한 지역에서 임대 아파트가 지어진다고 하니 주변 주민들이 집값 떨어진다고 난리가 났었던 것도 있고, 장애 학교가 세워진다고 하니 주변 주민들이 들고 일어나 데모를 하였다. 장애 학교에 아이들을 보내야 하는 부모님들은 잘못한 일도 없는데 무릎을 꿇고 빌어야 했다. 그 과정을 담은 다큐 영화를 상영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자신들이 한 행동이 정당했다면 왜 다큐영화조차 상영하지 못하게 하는 것일까.

함께 생각이라는 코너속의 대답에 그녀가 하고 싶은 얘기가 모두 담겨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것저것 어려운 것 같지만 사실 간단합니다. ‘내가 상대방이라면 어떨까?’를 명심한다면 조금 더 조심하게 됩니다. 장애인이 스스로 삶을 결정 할 수 있다는 것, 장애인이 불쌍해서 좁는 것이 아니라 같은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서로 의지하는 과정이라는 것을 기억하면 장애인과 상호작용하는 것이 수월해질 수 있답니다. P3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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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잠을 자려 누웠는데 카톡이 왔다. 늦은 밤이었다. 물론 내 지인들은 그 시간에 내가 잠을 자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카톡을 보냈을 것이다. 하지만 확인해 본 카톡은 모르는 사람이었다. 나의 이름을 말하며 혹시 그 사람이 아니냐고 물었다.


 

얼마 전에 직장 동료 한명이 카톡이 해킹 되어 딸이라고 온 메시지에 화들짝 놀랐던 일이 있었는데, 그런 일이 나에게도 생기는 것이구나 싶었다. 어떤 사기를 걸어오나 싶어 맞다고 카톡을 보냈다. 그녀인지 그 인지 모를 상대방은 이름도 안 보였다. 별표시로 되어 있었다. 카톡 프사를 봤더니 온통 꽃이었다. 집안 테라스에서 키우고 있는 꽃들이 참 다양했다.

 

수원에서 특정한 직업군을 얘기하며 만났던 사람인데 혹시 자신을 기억하냐는 것이었다. 보통은 사기는 내 친한 지인들의 이름으로 오거나 가족이던데 그런 분위기는 아니었다.

 

그 특정 직업군이 맞기는 한데, 나는 수원에서 그 일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내 카톡을 실시간으로 보고 있는것 같지는 않았다. 2~3분 후에 읽고는 다시 질문을 했다. 나와 당신이 언제 어디서 만났고 그리고 어떤 활동을 했는지 알려줬다. 그리고 자신과 연락이 끊긴 사연을 말하며 나를 계속 찾고 있었다고 했다.

상대방의 얘기에 오랜 기억을 크게 벌렸다. 하지만 수원이라는 공간은 내 인생에 딱 다섯 번 정도 다녀왔던 기억이 있고 그때는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 갔던 것이라 기억이 뚜렷하게 남아 있다. 그런데 도무지 상대방이 말하는 그 정황이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래서 이름을 물어보았다. 죄송한데, 이름이 뭐예요?

 

“영애에요. 키도 작고 얼굴도 작았던.”


 

이상하게 내 주변에는 연예인 이름을 가진 사람이 없다. 그 흔한 김지연, 김수영, 은지도 없다. 영애라는 이름을 어떻게 잊을 수 있지? 그녀가 말한 정황 속에 영애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은 잊을 수 없을것 같은데, 나는 그녀를 모른다.

 

그녀를 기억 속에 찾아볼까 생각하다 잠이 들었다. 다음날 오후에 당신이 찾는 사람이 내가 아닌 것 같다고 문자를 줬다. 아쉽지만 나는 아니라고. 나는 영애라는 이름을 가진 지인이 없다고. 당신의 기억 속에 내 이름을 가진 그 사람은 좋은 사람이었나 보다. 그러니 이렇게 만나려고 하시는 것 같아 안타깝고. 한참 있다가 카톡이 왔다. 그녀가 내 이름을 가진 그 사람이 좋은 사람이라 꼭 보고 싶었다고.


 

길을 걷다 문득 대충 살고 싶은 마음에 촘촘한 바느질 자국이 생기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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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인간
성석제 지음 / 창비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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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해도 보이는 만수씨 [투명 인간 _성석제]



- 죽는 건 절대 쉽지 않아요. 사는 게 오히려 쉬워요. 나는 포기 한 적이 없어요.

형, 만수 형.




 

성석제의 소설은 항상 좋았다. 그의 소설의 신간은 늘 책상 위에 올려놓고 빨리 읽는 것도 아까워 야금야금 읽었다. 사랑이 어떻게 변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변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나는 <단 한 번의 연애>를 끝으로 그의 소설과 이별했었다. 하지만 내가 헤어지자고 해 놓고서는 그의 SNS를 몰래 드나들며 어떤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지 훔쳐보는 옛사랑처럼 그의 소설을 대하고 있었나보다. 그동안 신간 소식은 옛 연인과 골목길에서 우연히 마주친 어색한 미소처럼 지나쳐 버렸는데 다시 끊겼던 그의 소설을 뒤적이며 읽고 있다. 370페이지의 두꺼운 책을 다 읽고 생각했다. 답답했지만 좋았고, 지루 했지만 아련했고, 한숨이 나오다 눈물이 맺히기도 했다. 역시, 나는 그를 좋아했구나.


 

3남 3녀의 자식 중에 메인으로 이야기를 끌고 가는 인물은 넷째 김만수다. 그는 첫째 형보다 훨씬 부족한 스펙을 가지고 있다. 형보다 훨씬 못생긴 얼굴, 공부 잘하는 형과는 달리 느리고 부족한 만수였다. 물론 형을 이길 수 있는 가족들 중에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는 완벽하게 태어난 사람이었으니까. 공부 잘하는 자식이 있으면 못해서 부모 마음 상하게 하는 자식도 있는데, 만수는 공부는 느리고 힘들게 하지만 부모의 마음을 아프게 하는 인물은 아니다. 천성이 착한 만수 주변에는 늘 사람들이 따르고 그의 선함을 믿는다. 회사와 소송을 위해 변호사를 구하고 소송을 하며 법원을 찾아가는 모든 일을 만수가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모인 사람들 중 만수가 가장 많이 배웠고 믿음직했기 때문이다. 결국 그것이 그의 마지막을 가장 힘들게 만들기는 했지만 만수가 좋은 사람이었다는 것은 부정 할 수 없을 것이다.


 

6남매의 이야기는 어느 지방의 가난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한 가족의 일화부터 시작이 된다. 만수를 중심으로 그가 어떤 사람인지 가족과 주변 인물들이 에피소드들을 돌아가며 얘기하고 있다. 때로는 따뜻하지만 안타까운 엔딩이 더 많았다. 그래서 김만수라는 인물에 연민으로 시작된 눈물이 끝까지 멈추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만수 일가의 이야기는 영화 <국제시장>과 닮아 있다. 만수의 집에서 가장 명석한 큰형은 베트남 전쟁으로 떠나게 되고, 온 식구의 기둥이었던 형은 고엽제로 목숨을 잃고 말았다. 서울로 올라 온 누나들이 겪어야 했던 연탄가스 중독은 만수가 짊어져야 하는 가족의 큰 책임이 또 하나 생기고 만다. 1970년대를 지나 80년의 역사 속에서 어떤 이들이 겪어야 했던 세월의 큰 흐름 속에 영화의 주인공처럼 김만수라는 인물이 충실히 연기해내고 있다. 그가 지나 왔던 삶이 우리의 역사였고 흔적이었다. 영화 <국제시장>속 황정민이 김만수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다.


 

만수는 어린 시절부터 가족을 위해 희생해 왔다. 학교에서 나눠주는 우유조차 동생들과 형들을 위해 희생했고, 베트남 전쟁의 고엽제로 사망한 큰형, 연탄가스 중독으로 바보가 된 누이, 무능력한 술꾼으로 변한 아버지, 행방불명된 동생의 자식까지 만수가 해결해야 할 몫이었다. 이것이 끝이 아니었다. 공장을 버리고 도망간 사장대신 공장을 지키고 싶었지만 그에게 끝내 돌아온 것은 어마어마한 손해배상 청구액이었다. 그것도 만수가 갚아 나가야 할 몫으로 남았다. 처연한 그의 얼굴이 스쳐지나간다. 고단한 그의 발소리가 책 밖으로 쏟아질 것 같다. 그래서 그의 모습이 점점 투명해지기 시작한 것일까. 그가 지나가도 그의 모습을 보지 못한다. 하지만 그처럼 세월에 혹은 가족에 때로는 그 어떤 사회 속에서 투명인간으로 변한 이들과 마주치고 그들과 함께 말을 이어 갈 뿐이다. 다리 위에 올라 선 어떤 이들 옆에는 이런 투명 인간들이 더 있을지 모르겠다. 김만수, 그가 투명하지만 투명하지 않고,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그런 인간으로 또 어떻게 살아가고 있겠지.



 

- 죽는 건 절대 쉽지 않아요. 사는 게 오히려 쉬워요. 나는 포기 한 적이 없어요.

형, 만수 형. P369


만수씨, 포기하지 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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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견문록 - 유쾌한 지식여행자의 세계음식기행 지식여행자 6
요네하라 마리 지음, 이현진 옮김 / 마음산책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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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을 부르는 음식 - 미식견문록-요네하라 마리




“아침은 자신을 위해 먹고, 점심은 친구와 나누고, 저녁은 적에게 줘라”



 

러시아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고 한다. 자신의 건강을 어떻게 지켜야 하는지 알려주는 것 같다. 늦은 저녁 9시에 저녁을 먹는다는 러시아의 식 문화에 기반을 둔 속담이라고 하니, 더 그 뜻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러시아 통역을 오랫동안 한 마리 여사의 러시아 음식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었던 책이었다. 오랫동안 사 놓고 못 읽고 있다가 문득 그녀의 책 중에 고양이와 관련된 책을 다시 읽게 되었다. 그러다 발견된 이 책. 왜 이 책을 다 못 읽었을까 기억해 보니 재미가 없었던것 같다. 큰 감동도 없고 읽으며 키득 거렸던 부분도 없었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읽어보니 저자가 고른 음식들에 나도 모르게 나만의 추억 소환을 하고 있었다.


 

지금은 그런 일을 절대 할 수 없겠지만, 저자는 40년 전의 도쿄에서도 집안의 쓰레기를 모아 태우다 그 속에서 발견된 노란 것을 발견하고 가슴이 덜컹 내려앉으며 화가 났던 그 물건이 무엇이었을까 궁금했는데, 그것이 그 당시에 상당히 비쌌던 바나나였다는 것에 나의 바나나 추억도 소환되었다. 지금은 한 다발에 3천원이면 사는 바나나지만 당시에는 비쌌던 그 바나나의 소중한 맛을 어떻게 잊을 수 있을까. 잠든 두 딸들을 놓고 부모님이 먹었던 바나나는 나의 비슷한 경험이었다.

 

저자가 여러 나라를 여행하고 프라하에 살면서 주변국들의 음식을 먹으며 자신의 나라의 음식을 그리워하는 부분에서는 태어나서 자라고 먹었던 그 처음의 맛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껴진다. 그런데 그녀의 그 자국문화의 자긍심은 잘 알겠는데, 이런 부분은 읽다가 다음장으로 넘기는 것이 쉽지 않을 때가 있었다.



 

“ 아시아 여러 나라 가운데 일본의 근대화가 한발 앞선 것은 다른 나라들처럼 서구의 식민지가 도지 않고 오히려 주변 국가를 식민지로 삼은 덕분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일본군이 강했던 것은 군인들이 형편없는 음식을 참고 견뎠기 때문이 아닐까. 전쟁은 무기나 연료, 식량 등을 조달하는 병참 능력에 달려 있고, 병참에서 식량이 차지하는 비율이 낮으면 낮을수록 국가로서는 이롭다.” P208~209



뒷부분에 소개된 이야기의 요점은 제 2차 세계 대전에서 싸워 죽는 것보다 굶어 죽었던 병사가 더 많았다는 자료도 나왔고, 영국이나 미국의 음식의 맛이 밍밍하고 맛이 없기 때문에 그런 맛에 익숙한 이들은 전쟁 통에 맛없는 음식을 줘도 잘 싸웠지만 미각이 훌륭한 자국민들은 그러지 못했다는 뭐 그런 이야기 같은데, 이게 전범 국가로서 할 얘기일지는 잘 모르겠다. 그녀의 의도는 알겠지만, 읽는 동안 나는 실소가 터졌던 부분이기도 하다.



 

“일반적으로 미각만큼 보수적인 것도 없다” (P65)는 말처럼 미각에 대한 편견만 사라진다면 어느 민족이나 미각이 상당히 극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말을 했던 저자의 말을 곱씹으며 다른 나라에 가서 먹어 보았던 생경한 음식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싶어도 먹을 수 없는 음식이 분명 있기는 하다. 방콕에 갔을 때 전갈 꼬치를 먹어보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고 계속 먹을 생각은 하지 않을 것이다. 그냥, 생소한 음식이더라도 그 문화의 존중이 있다면 되는 것 아닐까.

 

39바트 팟타이를 놓고 마주 보고 앉아 맥주를 마셨던 날들이 지나간다. 낡은 거리를 거닐며 여행 친구를 만나 어색한 영어로 인사를 하고 연락처를 주고받으며 웃었던 날들. 그렇게 인연이 닿아 각자의 나라에서 그리워하며 메일을 썼던 그 순간들이 그 팟타이라는 음식과 함께 자리 잡았다. 아, 음식이란 함께 한 이들까지 소환되는 즐거운 추억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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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1-09-10 18: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드립니다.^^

오후즈음 2021-09-10 20:17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새파랑 2021-09-10 18: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네하라 마리책~!@ 당선 축하드려요 😆

오후즈음 2021-09-10 20:17   좋아요 2 | URL
감사해요~^^

초딩 2021-09-11 13: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리뷰 당선 축하드립니다~
행복한 하루 되세요~

오후즈음 2021-09-11 22:43   좋아요 0 | URL
초딩님도 축하드려요~~ ^^
 
아가미
구병모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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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이는 푸른 아가미를 가진 곤을 떠올리며

아가미-구병모



곤,

그의 이름을 불러 본다. 이름을 부르는 호흡이 끝나자 입 밖으로 물밑의 짙은 흙냄새가 풍겨온다. 푸른 아가미에서 훅 뿜어져 나오는 물밑 냄새가 싫지 않다. 곤은 그런 존재이니까. 곤의 향기가 싫지 않은 것은 목과 귀밑으로 이어져 있는 그의 아가미에서 깊은 상흔의 흔적 때문일까.



어느 날, 아들과 함께 삶을 끝내기로 한 남자는 호수로 뛰어 들었다. 하지만 남자만 목숨을 잃고 아들은 살아남았다. 아비만 죽고 아들은 어찌 살아남았을까? 그에게는 목과 귀 사이에 깊게 패어 있는 상처를 가졌다. 그것은 물고기들에게서 볼 수 있는 아가미였다. 호숫가에서 살고 있는 노인과 손자 강하는 아가미를 가진 아이를 구하고 그의 이름을 “곤”이라고 지었다. 그런 곤은 부모의 사랑을 받아 본적 없는 강하에게 늘 분풀이 대상이 되어 매를 맞고 아가미를 가진 그를 악랄하게 호수에 집어넣고 못나오게 했다. 그런 강하의 폭력을 조용히 견뎌내야 했던 곤은 물속에서 오히려 자유를 느끼며 점점 더 오랫동안 아가미를 펄럭이며 살아나갔다. 흔들리는 곤의 유년시절은 강하의 물리적인 폭력과 함께 커갔다.


 

해류는 강하를 만나게 되면서 강하와 해류, 그리고 곤의 연결고리가 만들어 진다. 해류가 없었다면 곤은 홍수로 노인과 강하가 떠내려갔다는 것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강하와 노인을 떠나고 싶지 않았던 곤이었지만, 강하의 친모가 집으로 찾아오면서 벌어진 일로인해 어쩔 수 없이 곤이 집을 떠나게 되었다. 그것 때문에 곤은 강하의 마음을 알 수 있었다. 해고 된 가게에서 받은 남은 월급 30만원이 들어 있는 조끼를 곤에게 줄 수 있었던 것도 곤을 위한 것이었다. 곤을 괴롭혔지만 강하는 늘 곤의 아가미가 타인들에게 들킬까봐 가리고 다니게 해주었다. 사랑을 배워보지 못한 강하가 누군가에게 행할 수 있었던 애정의 마음은 투박하고 거칠었지만 곤은 알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런 소중한 가족과도 같은 그들이 물속에서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곤은 그들을 찾아야 했다. 이제는 살점 하나 남지 않고 백골이 되었을 그들이라도 강화와 노인을 만나야 했을 것이다. 그것이 강하가 곤에게 마지막으로 했던 그 말을 자신이 잘 실현하고 있다는 것으로 보여 줄 수 있는 기회가 될 테니까.


 

< “그래도 살아줬으면 좋겠으니까.”


살아줬으면 좋겠다니! 곤은 지금껏 자신이 들어본 말 중에 최선이라고 생각했던 ‘예쁘다’가 지금 이 말에 비하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를 폭포처럼 와락 깨달았다. 언제나 강하가 자신을 물고기가 아닌 사람으로 봐주기를 바랐지만 지금의 말은 그것을 넘어선, 존재 자체에 대한 존중을 뜻하는 것만 같았다. P159>


 

그래서 곤은 그들을 찾기 위해 강에서 바다로 점점 더 멀리 헤엄쳐 나갔다. 곤은 강하를 만날 수 있을까.

 

구병모의 <아가미>는 2011년에 자음과 모음에서 한번 출간되었다가 2018년에 위즈덤하우스에서 다시 출간되었다. 그의 이야기가 나온지 벌써 10년이 되었다. 촌스럽게 느껴지지 않는 문장들에 감탄이 나온다. 이상하게 짧은 문장에 긴 한숨이 나왔다. 슬프고 애가 타는 이야기를 이렇게 아름답게 쓸 수 있다니.

나는 심연 공포증이 있어서 물을 싫어한다. 아득하게 보이는 물속의 기억 때문에 필리핀 바다에서 한번은 스노클링을 시도했다가 실신을 한적 있다. 그 이후 물 공포를 극복하기 위해 수영을 배워보려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고 결국 포기했다. 곤을 만날 수만 있다면 까만 어두운 심연을 벗어 날 수 있지 않을까 어이없는 생각도 해 본다.


 

언젠가는 이 어둡고 숨이 막혀오는 그 순간을 벗어나고 싶다. 물속에 있으면 어디선가 곤의 모습을 발견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사나운 물이 강하의 흔적을 모두 가져갔다고 해도 곤은 찾아내겠지. 푸른 아가미를 반짝이며 헤엄치고 있을 곤의 모습을 떠 올려본다. 그리고 어디 선가 흔적을 남기며 살아가고 있을 곤의 이름을 다시 불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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