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미
구병모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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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이는 푸른 아가미를 가진 곤을 떠올리며

아가미-구병모



곤,

그의 이름을 불러 본다. 이름을 부르는 호흡이 끝나자 입 밖으로 물밑의 짙은 흙냄새가 풍겨온다. 푸른 아가미에서 훅 뿜어져 나오는 물밑 냄새가 싫지 않다. 곤은 그런 존재이니까. 곤의 향기가 싫지 않은 것은 목과 귀밑으로 이어져 있는 그의 아가미에서 깊은 상흔의 흔적 때문일까.



어느 날, 아들과 함께 삶을 끝내기로 한 남자는 호수로 뛰어 들었다. 하지만 남자만 목숨을 잃고 아들은 살아남았다. 아비만 죽고 아들은 어찌 살아남았을까? 그에게는 목과 귀 사이에 깊게 패어 있는 상처를 가졌다. 그것은 물고기들에게서 볼 수 있는 아가미였다. 호숫가에서 살고 있는 노인과 손자 강하는 아가미를 가진 아이를 구하고 그의 이름을 “곤”이라고 지었다. 그런 곤은 부모의 사랑을 받아 본적 없는 강하에게 늘 분풀이 대상이 되어 매를 맞고 아가미를 가진 그를 악랄하게 호수에 집어넣고 못나오게 했다. 그런 강하의 폭력을 조용히 견뎌내야 했던 곤은 물속에서 오히려 자유를 느끼며 점점 더 오랫동안 아가미를 펄럭이며 살아나갔다. 흔들리는 곤의 유년시절은 강하의 물리적인 폭력과 함께 커갔다.


 

해류는 강하를 만나게 되면서 강하와 해류, 그리고 곤의 연결고리가 만들어 진다. 해류가 없었다면 곤은 홍수로 노인과 강하가 떠내려갔다는 것을 알지 못했을 것이다. 강하와 노인을 떠나고 싶지 않았던 곤이었지만, 강하의 친모가 집으로 찾아오면서 벌어진 일로인해 어쩔 수 없이 곤이 집을 떠나게 되었다. 그것 때문에 곤은 강하의 마음을 알 수 있었다. 해고 된 가게에서 받은 남은 월급 30만원이 들어 있는 조끼를 곤에게 줄 수 있었던 것도 곤을 위한 것이었다. 곤을 괴롭혔지만 강하는 늘 곤의 아가미가 타인들에게 들킬까봐 가리고 다니게 해주었다. 사랑을 배워보지 못한 강하가 누군가에게 행할 수 있었던 애정의 마음은 투박하고 거칠었지만 곤은 알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런 소중한 가족과도 같은 그들이 물속에서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 곤은 그들을 찾아야 했다. 이제는 살점 하나 남지 않고 백골이 되었을 그들이라도 강화와 노인을 만나야 했을 것이다. 그것이 강하가 곤에게 마지막으로 했던 그 말을 자신이 잘 실현하고 있다는 것으로 보여 줄 수 있는 기회가 될 테니까.


 

< “그래도 살아줬으면 좋겠으니까.”


살아줬으면 좋겠다니! 곤은 지금껏 자신이 들어본 말 중에 최선이라고 생각했던 ‘예쁘다’가 지금 이 말에 비하면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를 폭포처럼 와락 깨달았다. 언제나 강하가 자신을 물고기가 아닌 사람으로 봐주기를 바랐지만 지금의 말은 그것을 넘어선, 존재 자체에 대한 존중을 뜻하는 것만 같았다. P159>


 

그래서 곤은 그들을 찾기 위해 강에서 바다로 점점 더 멀리 헤엄쳐 나갔다. 곤은 강하를 만날 수 있을까.

 

구병모의 <아가미>는 2011년에 자음과 모음에서 한번 출간되었다가 2018년에 위즈덤하우스에서 다시 출간되었다. 그의 이야기가 나온지 벌써 10년이 되었다. 촌스럽게 느껴지지 않는 문장들에 감탄이 나온다. 이상하게 짧은 문장에 긴 한숨이 나왔다. 슬프고 애가 타는 이야기를 이렇게 아름답게 쓸 수 있다니.

나는 심연 공포증이 있어서 물을 싫어한다. 아득하게 보이는 물속의 기억 때문에 필리핀 바다에서 한번은 스노클링을 시도했다가 실신을 한적 있다. 그 이후 물 공포를 극복하기 위해 수영을 배워보려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고 결국 포기했다. 곤을 만날 수만 있다면 까만 어두운 심연을 벗어 날 수 있지 않을까 어이없는 생각도 해 본다.


 

언젠가는 이 어둡고 숨이 막혀오는 그 순간을 벗어나고 싶다. 물속에 있으면 어디선가 곤의 모습을 발견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사나운 물이 강하의 흔적을 모두 가져갔다고 해도 곤은 찾아내겠지. 푸른 아가미를 반짝이며 헤엄치고 있을 곤의 모습을 떠 올려본다. 그리고 어디 선가 흔적을 남기며 살아가고 있을 곤의 이름을 다시 불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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