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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훈의 나는 왜 쓰는가
한창훈 지음 / 교유서가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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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비령의 작가 이순원이 쓴 에세이를 읽은 기억이 난다. 그는 자신의 고향 얘기를 많이 썼더니 때로는 고향 사람들이 자신의 방문을 싫어하더라는 내용이었다. 좋은 얘기로 고향이 묘사되면 좋겠지만 간혹 밝히고 싶지 않은 자신들의 과거가 책으로 나올 때는 싫기도 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번에는 또 뭘 찾아 쓰려고 고향에 왔을까, 그런 눈빛으로 자신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그 고향에 살면서 고향 얘기를 쓰고 있다면 그는 어떻게 밖을 다닐까 걱정을 해 봤지만 한창훈 작가의 에세이를 읽으면서 이토록 쿨 한 남자에게는 그런 걱정 따위는 필요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동안 그의 소설만 읽은 터라 이토록 쿨하고 시크한 남자였다는 것을 알게 된 것에 나도 모르게 웃으며 읽게 되었다.



<한창훈의 향연 - 끝나면 수평선을 향해 새로운 비행이 시작될 것이다>의 개정판으로 나온 이 책의 제목이 왜 [나는 왜 쓰는가]로 바뀌었는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그의 소설과 에세이 등의 글쓰기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지 않을까 하는 좁은 소견을 가져 본다. 만약 왜 제목을 이렇게 바꾸셨냐고 물어 본다면 그는 어떻게 대답할지 사실 눈에 좀 그려진다고 할까.

혹여 소설을 어떻게 쓰는 것인지 알고 싶어 이 책을 고른다면 크게 후회 하겠지만 분명 다 읽고 나면 그가 살고 있는 섬 밖에서 출렁이는 파도처럼 어떤 감정 하나는 분명 건져 갈 것이라고 생각한다. 소설가가 소설을 쓴다는 것, 시인이 시를 쓴다는 것이 뭐 특별하겠는가. 작가가 글을 쓴다는 것, 그러니까 그의 말을 빌면 원고료를 받고 글을 쓰는 일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그는 남들이 돈을 주지 않는 일기는 쓰지 않는다고 했다. 남들이 일할 때 그도 그 시간에 글을 쓰는 전업 작가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작가의 이미지는 어떤가? 고뇌하며 새벽을 맞는 작가의 수척해진 모습을 떠 올리겠지만 그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남들이 잘 때, 그도 잠이 드는 매우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그런 작가란다. 그래서 그런지 그의 딸도 가정신문에 아버지에 대한 얘기가 그런 부분이 있다. 직업이 소설가인데 소설 쓰기를 굉장히 싫어하고 밤새우면서 쓴 적이 없는 작가라고. 글을 왜 쓰냐고 하는 부분에 원고료를 받기 위한 일이라고 답하면 뭔가 삭막해 보이고 새벽에 감성이 풍부해져 글을 쓰는 작가의 고뇌에 찬 모습을 떠 올리며 그를 생각해보면 뭔가 참 깍쟁이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가 고향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일화를 보면 그렇지도 않다.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에 거지처럼 혹은 부랑자처럼 보이는 사람과 형과 아우가 되어 그와 술잔을 기울인 일화들을 보면 절대 속물처럼도 느껴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가 사랑에 빠졌다고 했을 때 응원했다가 그 상대가 자신의 여동생이라는 것을 알고 난 후 여동생을 사랑하는 마음을 단념 시키려고 그 형을 다시 찾아 가는 동안 얼마나 많은 말들을 머릿속에 지었다가 부수었을까. 자신의 여동생을 지키기 위해 사랑의 허무함을 얘기해야 했던 그날 밤은 참 슬펐을 것 같다. 그런 그가 들려주는 그의 살가운 집안 얘기들은 읽는 동안 한 여름의 바다처럼 빛이 나고 겨울 바다처럼 고요하기만 했다.

그의 얘기에는 그가 소설가로만 활동했던 얘기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한때 그는 포장마차를 운영하는(운영하기 보다는 장사를 하는) 주인이었고 바다를 오가는 어부도 되었다가 단출한 배를 모는 선원도 되어 그의 나이테를 만들었다. 그때 만났던 그의 지인들은 그에게 좋은 영양분을 주어 글을 쓰게 해주었고, 그는 그 모든 것들을 그냥 바다 속에 흘려보내지 않았다. 그가 포장마차에서 참새를 굽기 위해 연탄불을 피웠던 것처럼 그의 삶의 모든 것이 불쏘시개가 되어 글 속에 피어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에세이를 읽는 동안 이토록 재미있었던 적이 없었다. 그렇구나, 소설가가 쓰는 에세이란 이런 것이라며 모처럼 나는 정말로 좋아하게 될 작가를 만나 설레게 되었다. 그가 앞으로 내 놓은 얘기는 또 얼마나 짙은 바다 냄새를 몰고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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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북 2015-06-25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한창훈`이란 작가님의 이야기를 서재에서 많이듣게 되는것 같아요 야나님을 시작으루 보슬비님두 또 오후즈음님까지의 설레이는 마음들이 제게도 전달되는것 같아요 ㅋ 그래서 저는 오늘 ` 내 밥상위의 자산어보`를 받기로 했는데 무지 기대가 됩니다 ㅋ

오후즈음 2015-06-25 12:33   좋아요 0 | URL
저는 그 책을 고민하다가 안사고 못 읽었거든요. 정말로 이 책을 읽고 나서 바로 사서 읽고 싶을만큼 너무 매력적인 분이십니다. ㅋㅋ 완전 빠졌어요. 요 앞전에 읽은 박상미님의 에세이를 읽고 정신이 좀 지쳤었는데 이 책은 읽으면서 역시...글은 이렇게 쓰는거지 그러면서 읽었네요. 강추입니다! 물론 4부로 구성된 1,2부만 좀 잼있고 3,4부는 좀 그냥 그랬어요

해피북 2015-06-25 12:53   좋아요 0 | URL
오후즈음님의 뜨거운 반응에 전염되었나봐요ㅋ 막 설레이구 빨리 만나보고 싶어집니다 자산어보 다 읽게되면 이 책도 읽어볼께요 즐거운 오후시간 보내세요^~^
 
[나의 사적인 도시]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나의 사적인 도시 - 뉴욕 걸어본다 3
박상미 지음 / 난다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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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긴 여행의 여독이 지독하리만큼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밤에는 눈이 멀뚱멀뚱 떠지고 낮에는 병든 닭처럼 졸다가 깨다가를 몇 번을 계속하면 다시 불면의 밤을 맞이했다. 그래서 더 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아 아주 천천히 읽던 중에 이름도 몰랐던 어떤 연극배우의 죽음의 기사를 보게 되었다. 3개월 전에 이사 간 그 고시원에서 사망한지 5일 만에 발견되었다고 한다. 그의 안타까운 죽음을 생각하며 나는 박상미 작가가 쓴 사적인 도시라고 말하는 뉴욕을 떠 올렸다. 이런 쓸쓸한 생각에 그저 뉴욕이 머릿속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2006년부터 블로그에 올린 글을 모아 만들어진 이 책이 독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알 수 없지만 무지하고 부족한 내게는 나에게 시를 가르치셨던 교수님의 유행어가 떠올랐다. 그러면서 가수 양희은의 유행어도 함께 떠오르며 “이 책의 의도는 뭐니?”

구반포에서 초등학교와 대학교까지 나와 졸업 후인 1996년 뉴욕으로 건너가 뉴욕에서 살면서 느꼈던 일들을 블로그에 올리기 시작했고 그것을 토대로 만들어진 이 책을 읽는 동안 떠오르는 색은 화이트였다. 하얗고 하얀, 정말 어떤 그림을 그리며 책을 읽어야 할 것인가 고민을 하는 도중 책의 마지막 페이지에 도달했고 이내 내가 만약 뉴욕이라는 도시에서 느끼는 에세이를 낸다면 어떤 것들을 쓰고 그려 내고, 편집을 하면 좋을까 생각해 보았다.


“뭐든 다 말하는 것이, 똥 싸고 오줌 싸고 방귀 뀌는 걸 다 말하는 것이 솔직한 것만은 아니다. 자기 자신을 최대한 노출함으로써 솔직함에, 진정함에 다다르고자 한다면 그것은 핵심을 벗어난 일이 될 것이다. 일이 핵심에서 벗어나면 부패한다. 매 순간 치열하게 나 자신에게 솔직해지도록 노력함으로써 어디선가 그 솔직함이 그보다 위대한 형태로 다시 태어나게 하는 것, 그것이 솔직함의 의미이고 핵심이다.” P56

마음에 들었던 문장을 읽으며 내가 생각했던 편집이나 에세이의 방향이 어쩌면 이런 똥 싸고 오줌 싸는 아주 사소한 것의 솔직함은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런 솔직함이라 할지라도 저자의 책에 대해 이런 부분은 한번 쓰고 싶다. 블로그에 올린 글을 시간 순으로 모아 편집했지만 저자가 정말 사소한 자신의 도시 뉴욕이라는 곳에서 느끼는 단상들을 좀 더 쉽게 다시 풀어 썼다면 어땠을까. 갱스터가 있는 뉴욕의 어느 후미진 골목이나 우리가 모르는 뉴욕의 또 다른 색깔을 가진 모습은 없고 그저 예쁘게 차려 입고 테이크아웃 한 커피를 들고 횡단보도를 건너는 화려한 커리어 우먼만이 이 책에 우뚝 서 있을 뿐이다. 그녀의 필모 그라프 속에 익숙한 소설의 제목들이 눈에 들어왔다. 줌파 라히리의 책들을 번역한 번역가였다. 그런 그녀라면 더 맛깔 나는 문장들을 만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것은 무지한 독자의 기대일 뿐일 것이다.


걸어본다 시리즈중 이광호의 용산이야기와 강석경의 경주 이야기를 읽으면서 나는 그 도시에 몰랐던 매력에 빠져서 버스를 타고 그 사소한 도시들을 탐색하러 나가고 싶었었다. 내가 살고 있는 서울 속 용산의 밤의 모습은 또 이런 맛이 있었다니 놀라웠고, 늘 해외에 나가 야경에 취해 어쩔 줄 몰라 했던 시간이 서울에도 있었다며 기뻐했었다. 그리고 경주 또한 그런 느낌을 받았지만 뉴욕은 그런 정겨움이나 기대들이 없었다는 것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이 내가 쓴 책에서 원하는 것은 결국 뉴욕일 것이다. 돌이켜보면 사람들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거의 처음부터 나에게 뉴욕이라는 도시는 중요했다. 내가 태어난 도시가 아니라 내가 살기로 선택한 도시. 뉴욕은 나라는 개인에게 매우 사적인 은유였다. 내가 자라나며 불만을 품었던 중산층적 가치들의 전복이 일어날 수 있는 장소. 안정과 위생과 효율보다 도전과 거침과 우회가 인정되는 곳. 불가능하기 치솟은 빌딩들처럼 위대함이 꿈꾸어지고 시도되는 장소로서의 은유. 뉴욕은 내 삶의 변명들을 뭔가 다른 것으로 바꾸어가는 데 필요한 나만의 내면적 장치였다.

책을 쓰는 뭘 쓰든 자기중심적으로 뉴욕을 느끼고 살라고. 모든 것의 시작은 지독하게 사적인 거라고.” P87~88

그녀가 지독하게 사적인 것으로 시작된 뉴욕 살이의 모습이 너무 사적인 것으로만 남은 것 같아서 다소 아쉽지만 문득 그녀의 멋진 모습처럼 한번은 그렇게 뉴욕에 여유를 부리며 바쁜 사람들 틈을 걸어보고 싶어지긴 했다. 높은 빌딩은 서울도 많지만 뉴욕의 공기는 또 어떻게 다를까. 한번도 미국을 가보고 싶다고 생각은 안했는데 문득 나의 세계여행의 지도에 동그라미를 한번 쳐 놓았다. 뉴욕에서 사색이라니, 참 허세스러운 생각을 걷어 들여야 할까.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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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살고 있는 집으로 이사 오는 결정적인 이유는 집 바로 옆에 있는 공원 때문이었다. 공원에서 산책하며 운동도 하고 그런 낭만적인 시간을 원했기 때문에 상당한 언덕을 올라와야 집으로 들어 갈 수 있는 이 엄청난 집으로 이사 오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사 오던 달이 12월이라서 너무 추워 공원 산책과 운동은 할 수 없었고 이후에는 집과 회사를 오가는 노동력에 낭만적 주술을 불러왔던 공원 따위는 갈 수 없었다.




그렇게 4년이 지난 요즘 3주 동안 공원에서 운동을 하고 있다.

이번 스페인 여행이 그간 했던 여행 중 가장 긴 여행이고 나날이 일어나는 것조차 힘든 체력이라 약으로도 해결이 안 되는 나날들이 있음을 깨닫고 매일 1시간 이상씩 천천히 걷고 있다. 이런 저질 체력으로 무슨 한 달 반짜리 산티아고를 가겠다는 결심을 했었을까. 아, 물론 이번 여행은 산티아고는 아니다. 언젠가는 꼭 가보리라 결심만 하고 있다. 참, 그런데 왜 3주 동안 운동을 했는데 살은 안 빠지는 걸까? 나이드니 체력도 딸리는데 이제는 뭘 안 먹어도 살이 잘 안 빠진다. 왜??

공원 운동을 하면서 엄청난 후회가 쏟아졌다. 이렇게 좋은 공간을 두고 나는 이곳에 사는 4년 동안 뭘 한건지. 이렇게 돈 안들이고 운동을 하면서 산책도 하면서 기분도 전환도 하고, 무엇보다 공원에는 내가 좋아하는 고양이가 만날 나를 기다려 준다. 요즘 그 고양이와 노는 맛에 공원 운동도 잊고 놀다 올 때도 있다. 아, 그래서 살이 안 빠지는 걸까?



좋은 곳을 그동안 사용하지 않았다는 생각에 억울한 생각까지 들었지만 뭐 어찌되었든 이제 알았으니 이곳에서 이사 가는 동안까지 쭉 써보겠다는 생각으로 공원을 오늘도 돌고 오다가 문득 이렇게 좋은 것들을 놓치고 살아가는 것이 내 주변에는 또 뭐가 있을까 생각하게 된다. 그중에 사람도 있다. 늘 나를 걱정해줬던 오래된 친구들과도 요즘 서로 사는 게 바쁘다는 핑계로 소식이 뜸하다. 이제는 전화도 아닌 카톡으로 안부를 묻는 게 전부라서 어쩌면 가슴에 남는 것이 더 없는 것도 같다. 내가 놓치고 있는 것들을 어제는 어떤 것이 있었나 생각하면서 오늘 도착한 열쇠들을 본다.

워낙 소매치기로 악명 높은 스페인이라서 거기에 더 치안 안 좋은 포르투갈까지 오가야 하니 내 가방들을 챙겨줄 열쇠들을 주문했다. 하나는 예전 체코 갔을 때 사온 열쇠였는데 그때는 그다지 필요 없어서 그동안 쓰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총 3개가 모두 동원되게 생겼다. 여행을 이렇게 꽁꽁 묶어 놓고 가야 하는 것인가 생각하면서 뭘 그렇게 많이 가지고 가는 것일까 의문도 해 본다. 아마도 가진 게 없다면 저런 열쇠는 다 필요 없을 텐데. 그래도 챙기고 있어야할 중요한 것들을 사수하기 위해 모든 열쇠의 비번을 일치 시키려다가 몇 개는 다르게 바꾸었다. 아, 비번들 잘 기억해야 할 텐데 걱정이다.


 

 

 

 

 

 

 

 

 

 

 

 

 

스페인 관련 책을 많이 읽었는게 이 책이 가장 훌륭했다. 오늘 밤까지 다시 한번 읽고 가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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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틈에 2015-05-27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심히 잘 다녀오세요.^^

cyrus 2015-05-27 2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늘이 진 공원 벤치에 책 읽는 것이 참 좋더라고요. 저도 공원의 소중함을 최근에 알게 되었어요. ^^

해피북 2015-05-27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앗 스페인 여행! 참 부럽습니다^~^ 스페인은 우리나라와는 다르게 슬로우 국가라는 글을 읽은적이 있어요 다른 나라보다 아침 시작이 느리고 시에스타 때문에 관공서와 은행을 다녀와야 한다면 오전에 일을 봐야한다는등 책여행?으로 자주?다녀온 나라인데 ㅋㅂㅋ 직접 가신다니 너무 부럽습니다 몸건강히 잘 다녀오시구 부디 다녀오신 후에 이야기보따리 마구마구 풀어주소서~😆😆😆😆

꽃핑키 2015-05-28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언니 이번엔 스페인이군요! 저렇게 자물통까지 챙겨야 하는 곳이구나 ㄷㄷ 소심한 저는 깜놀 ㅠ 찬찬히 준비 잘 하셔서 건강하게 행복하게 멋진여행 하고 오시기를 기다리고 있을게요♡
 
[태도에 관하여]를 읽고 리뷰 작성 후 본 페이퍼에 먼 댓글(트랙백)을 보내주세요.
태도에 관하여 - 나를 살아가게 하는 가치들
임경선 지음 / 한겨레출판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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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생활을 하면서 만난 동갑친구가 있었다. 대부분 동갑 친구를 만나지 못했었다가 같은 나이이니 같이 공감할 시대적 관심사가 많아 유독 친해졌었다. 주변에서는 그 친구를 많이 까다롭다고 얘기 했었지만 나는 전혀 그런 느낌을 받지 못하다가 지난해에 그 친구와 결국 절교 비슷한 일을 하고 말았다. 그녀는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정말 공손하고 예의 바르게 대하지만 자신과 엮이는 일에 있어서는 절대 손해 보는 일을 하지 않으며 잘 엮이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 친해지면 그간 이런 정(情)들을 어떻게 숨기고 살았을까 궁금할 정도로 애정을 쏟는다. 문제는 그녀의 친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면서 겪게되는 정신적 충격이 생긴다는 것이다. 너무 친해진 사람들에게 그녀는 정말로 말을 함부로 한다. 가끔 내가 그녀에게 이런 말을 들을 정도로 잘못을 한 것일까 고민이 되고 그녀가 나를 이렇게 함부로 생각하는 것처럼 내가 하찮은 사람인가 자학을 해 봤던 일도 있었다. 그녀는 가끔 뭔가 고민을 상담하면 “네가 그렇지, 네가 문제가 많지. 너는 어쩔 수 없이 부족하네.”등 이런 말을 자주 듣게 되었다. 내가 그녀와의 관계를 더 이상 진전시키지 않겠다고 생각했던 것은 파리 여행을 준비하면서 너무 힘들어서 가지 말까 고민했더니 “네 주제에 파리 여행을 어떻게 가겠어?”라는 말을 듣고 나서였다. 나는 그날 그녀가 정말로 나를 친구로 여기고 있는 것일까 고민했었다. 혹 장난처럼 던진 말일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녀가 나를 대하는 태도, 즉 그녀가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에게 대하는 그 불친절한 태도에 대해 결론을 내리고 마음의 빗장을 내렸다.





“둘 사라에 일부러 거론하지 않는 갈등이 있다면 그 갈등을 놓아보자. 시간이 지나야 비로소 자연스레 이해되고 용서되는 것들이 있다. 갈 사람은 가고 돌아올 사람은 분명히 다시 돌아온다. 관계의 상실을 인정할 용기가 있다면 어느덧 관계는 재생되어 있기도 하다. 이러한 관계의 자연스러운 생로병사를 나는 긍정한다.” P102~103

임경선의 [태도에 관하여]를 읽으며 가장 격하게 공감했던 부분은 이 부분이었다. 이 부분에서 나는 그때 그 친구를 많이 생각했고 그녀 때문에 괴로웠던 날들을 떠 올리면서 내가 그녀에게 행한 태도의 부분을 생각해 봤다. 나는 그녀가 너무 함부로 던지는 말들에 묵인했다. 사실 그녀가 말은 함부로 하지만 정이 많고 다른 것들을 챙기는 부분에서는 살뜰하고 정감이 있다. 그녀의 주변 사람들 대부분은 이런 부분 때문에 그녀의 험한 말을 들으면서 그녀는 원래 말을 좀 그렇게 하는 사람으로 생각하며 관계를 유지하는 것 같았다. 사실 나도 그런 부분이 없지 않다. 어쩌면 내가 그녀의 그 험한 말들에 “나는 그런 말들에 상처를 받는다”고 한 번쯤은 말해도 됐을 텐데 친하니까 이해하자는 주변의 반응 때문에 그동안 계속 그녀의 상처 되는 말을 속에만 담아 놓고 모른 척 했었다. 나는 그녀와의 관계가 불편했고 괴로웠지만 이렇게 친한 사람을 하나 놓친다는 생각에 계속 참고 있었다. 불편한 인간관계를 견뎌내는 것 중 가장 표면적인 사회생활도 아닌데 왜 친구 관계까지 참았을까 생각해보면 ‘오래된 친구가 많으면 좋다’는 이상한 명제가 늘 따라 다녔기 때문일지 모른다.


임경선의 [태도에 관하여]에 그녀가 말하는 총 다섯 가지의 태도들은 자발성, 관대함, 정직함, 성실함, 공정함 들이 있다. 나중에 김현철 정신과 전문의와 대담중 이 중에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자발성’이라는 얘기를 했는데 비슷한 느낌이다. 나 스스로 움직이지 않으면 생각은 결국 실천이 없는 공상으로 끝나는 부분도 있지만 결국 인생을 살아가는 것은 ‘나’이기 때문에 스스로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책을 읽으며 나는 한 친구에 대한 생각으로 마음이 복잡했는데 그녀의 이 문장을 통해 잠깐 시간이 온통 까맣게 타들어 가 버렸다.


“ 내가 어느 순간 타인에 대한 비난으로 열을 올린다면 가는 그것을 내 안의 공허함이나 불안함에 시선을 돌리라는 자가 신호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P210

가끔 지인들에게서 고민 상담을 받을 때 그들은 늘 하는 말은 “나는 아무 잘못이 없다”였다. 나는 문제가 없는데 상대방의 잘못으로 자신이 괴롭다는 것이다. 사회생활을 하는 동안 늘 직장 상사의 문제점을 지적할 뿐 자신의 태도에 대한 부분을 잘 들여다보지 않는 부분이 많은 것 같다. 물론 문제 많은 상사들도 많지만 문제 많은 부하 직원을 둔 상사도 많지만 대부분 어떤 갈등의 문제에는 두 사람에게 모두다 문제가 있지 않을까 하는 부분을 생각해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 또한 그런 부분을 생각하지 않고 멀어진 그 친구와의 관계에서 그녀의 험한 말에 대한 상처만을 기억한 채 그녀를 마음속에 나쁜 사람으로만 만들어 놓지 않았나 생각해 봤다. 분명 그녀가 내게 그런 태도를 취하게끔 나도 뭔가 잘못을 분명 그녀에게 했을 것이다.



“사랑에서 취해야 할 단 하나의 태도가 있다면 나 자신에게는 ‘진실함’, 상대한테는 ‘관대함’인것 같다.” P52

작가가 말한 사랑을 위한 태도는 삶의 전면적인 부분에 필요한 것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나는 나를 스스로 진실 되게 바라볼 필요가 있다. 모든 문제에 ‘나는 잘못이 없다’고 생각하면 한없이 억울해지고 상대방에 대한 증오가 커졌었다. 하지만 일정부분 내가 상대방이 나를 그렇게 대하게끔 대하는 태도가 어땠었는지 중립성을 지키며 돌이켜봐야 한다. 그리고 나의 그런 부분들로 인해 그렇게 행동 할 수 있었던 부분을 관대하게 넘어가 볼 필요도 있는 것 같다. 물론, 정말 억울하게 나는 정말 아무 잘못을 하지 않았던 것도 있음을 인지할 필요는 있겠지만.

얼마나 더 많은 아침과 저녁을 맞이할지는 알 수 없지만, 사회적 관념으로 이뤄진 눈치에 묵인한 감정들에 대해서도 나 스스로의 태도를 정해보려 한다. 그리고 부족한 나와 함께 한 이들에 대해서도 관대함을 놓치지 않도록, 그것이 세상을 살아가는 필요한 사랑에 가장 필요한 덕목이 아니던가.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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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5-06-23 2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자신에겐 진실함, 상대에겐 관대함. 맘에 담아갑니다. 그 친구랑은 헤어진 게 잘하신 것 같아요. 감히 말씀드리자면‥

오후즈음 2015-06-24 23:15   좋아요 0 | URL
그런가요? 저도 미련은 없어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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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내가 사는 게 재미있는 이유 - 30년간 정신과 의사로 일하고 15년간 파킨슨병을 앓으며 비로소 깨달은 인생의 지혜 42
김혜남 지음 / 갤리온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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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이 다 나와 있는 큰 달력을 펴 놓고 2박 이상 여행을 갈 수 있는 연휴들에 색칠공부를 하고 있는 나를 보는 직장 동료들은 늘 “참 재미있게 산다”고 말을 했다. 세상에 가고 싶은 곳은 많지만 저렇게 적극적으로 다닐 수 있는 에너지가 부럽다고도 했다. 여름휴가를 가기 위해 몇 개월 전부터 비행기를 알아보고 예약을 해 놓고 준비하는 나의 지극정성은 아마도 주변 사람들에게 신나는 모습으로 보였던 것 같다. 재미나게 살아가는 모습으로 보이는 것이 나쁜지는 않지만 사실 여행에 미쳤던 것은 삶이 우울했기 때문이고 사는 것이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어느 날 다녀온 유럽여행에 처음으로 여행에 내가 왜 그동안 재미없는 하루들을 보내 왔던가 후회를 했다. 좋아했던 클림트의 그림들을 책이 아닌 반짝이는 황금색이 칠해진 실물 그림을 넋을 잃고 그 자리에 앉아 한동안 말이 없었던 그날은 하루 종일 걸어 발톱이 빠져 고통스러웠던 일도 잊을 수 있었고, 늘 이름만 들어도 애잔한 빈센트의 오르세 미술관에서 본날은 정말로 가슴이 울컥해서 작은 액자 앞에 오랫동안 서 있었다. 왜 나는 그토록 작은 일이 흥분하며 하루를 망치고 때로는 그 일로 일주일동안 괴로워했었나 싶은 것도 여행 중 기차를 타면서 많이 생각했었다. 그래서 일 년에 한 번씩 있는 여름휴가를 위해 수개월 전에 비행기 표를 끊어 놓고 여행지의 책을 읽으면서 설레어하고 여행 루트를 짜는 동안에는 머리가 복잡하고 힘들지만 여행을 하고 오면 그런 시간들도 다 재미났었던 어느 해의 추억이 되어 있었다. 사는 게 매일 재밌지는 않지만 재미있는 며칠을 위해 그동안 나는 참 애를 쓰며 살았었다.



언젠가 읽은 [심리학이 서른 살에게 답하다]라는 책을 읽으면서 좋은 느낌을 받았던 저자 김혜남의 새로운 책 [오늘 내가 사는 게 재미있는 이유]는 일 년 중 일주일을 재미있게 살기 위해 애썼던 나의 지난날들도 재미없었던 것은 아니었다는 것을 생각하게 했다. 왜 그토록 며칠의 즐거움을 위해 오늘은 참는다는 생각을 했을까.




정신과 의사, 두 아이의 엄마, 한 남자의 아내, 그 가족들을 구성한 며느리로 바쁘게 살아 왔던 그녀에게 생긴 파키슨병은 오늘 하루의 소중함을 알게 해줬다. 대학에서 만난 남편과 바쁜 생활 때문에 결혼이 즐겁지 않았다고 했다. 시부모님을 모시고 살았다는 그녀의 이력에 나는 그녀를 다시 한 번 존경하게 됐지만, 그 존경이라는 표현위에 그녀에게는 참는 인내의 시간이 있었다. 누군가 자신의 옷장 서랍을 뒤지고 매번 참견을 한다면 그 갑갑함을 어떻게 견뎌낼 수 있을까. 그녀의 시어머니는 자신이 아들에게 해 줬듯이 옷장 서랍을 뒤져 정리를 해 놓고 잠을 자다가도 아들 걱정에 벌컥 문을 열고 들어오시는 어느 프로에 나왔던 그런 시어머니였다. 퇴근 후 집에 들어와 나도 피곤하다며 아무것도 도와주지 않고 눕는 남편과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겠는가. 그런 그녀가 한때는 이혼도 생각하면서 아이들에게 자신이 없어도 잘 살라며 눈물을 흘렸던 그 날들이 그녀가 지금 말하는 그 “재미”라는 것에 해당이 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병을 얻는 순간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했다.

진료 시간이 아닌데 전화로 혹은 면담으로 괴롭히는 환자들을 만나더라도 직업이 있다는 것이 소중해지고 내가 벌어서 내 치료비를 낼 수 있는 그 떳떳함이 자랑스러워지는 것이다. 몸이 점점 안 좋아지면서 이제는 직업이 있다는 것, 사랑하는 아이들이 있다는 것, 소중한 가족이 내 옆에 있다는 것보다 훨씬 더 원초적인 것에 감사함을 느끼게 되었다. 몸이 점점 굳어가는 파킨슨병으로 어느 날 화장실을 가고 싶은데 몸이 움직여주지 않아 고통스러운 그때 5분이 지나서야 화장실 앞으로 딱 한 발짝 움직이면서 이제는 몸이 내 생각대로 자연스럽게 움직여 주는 것, 그 소중한 시간이 자신에게 허락되는 것, 그 삶이 얼마나 즐거운 것이고 가치 있는지 알게 되었다고 했다.


“내가 가려는 먼 곳을 쳐다보며 걷는 게 아니라 지금 있는 자리에서 발을 쳐다보며 일단 한 발짝 떼는 것, 그것이 시작이며 끝이다. 그렇게 한 발짝 한 발짝 내딛는 데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목적지에 도착해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P24

그런 그녀가 자신의 딸과 아들에게 남기듯 얘기하는 이 마흔 두 가지의 얘기가 나이든 꼰대의 참견으로 들리지 않는다. 마지막 장은 그녀의 딸과 아들에게 전달하듯 썼지만 그 얘기 또한 가르침을 주기 위한 얘기들은 아니었다. 뭔가 권유하지만 내가 인생을 지금까지 살아보니까 이런 일도 있었더라, 이런 얘기는 한번 참고해봐, 라는 듯 얘기하는 그의 얘기들은 선하고 부드럽다. 아마도 파킨슨병은 그녀를 바람에 불면 몸을 다 내어주고 흔들리는 풀과 같은 존재로 만들었나보다. 그래서 남에게 휘둘리지 않고 나를 지키는 법에서 그녀는 자신의 맘처럼 행동해주지 않고 상처를 주는 사람들을 대할 때는 그들의 행동을 그냥 외워버리라고 한다. 남편과 자신의 쓰는 장롱과 서랍장을 자신의 방식대로 정리를 해야 직성이 풀리는 시어머니를 어느 순간 어차피 고쳐지지 않으실 테니 원래 저런 분이라고 생각하니 “어떻게 저러실 수 있어?”라는 생각은 들지 않더라는 것이다. 사실 상대방과 내가 다름을 알아가는 순간에 오는 가슴 답답함을 이겨내는 것은 쉽지 않다. 내공이 쌓여야만 가능한 얘기인 것이다. 그 내공을 쌓기 위해 하루를 재미있게 살아가야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미생]에서 김대리가 장그래에게 했던 얘기 중 살아가는 것이 하나의 문을 열고 닫는 일이라는 대사가 생각이 난다. 인턴사원에서 정식 직원으로 가기위해 애쓰면서 이 문을 통과하면 끝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냥 인생의 수많은 문중에 하나의 문을 열어 봤을 뿐인 것이다. 저자 또한 지금 괴롭고 고통스러운 일이 끝이 나면 다 좋아질 것 같지만 사실은 이것은 그냥 하나의 문이 열고 닫혀졌을 뿐이라고 했다. 1학기 중간고사가 끝이 나면 기말고사가 다가오고 한 학기가 끝이 나면 2학기가 시작되고, 졸업을 하면 다른 입학이 있고, 다시 졸업을 하면 이제는 새로운 세상으로 나가는 문을 또 열어야 하는 것이 살아가는 과정이니 지금 고민을 하더라도 너무 괴로워하지 말자. 비록 이 생각이 가슴까지 전달되는 깨달음이 없을지라도 입 밖으로 한번 내보면서 살아가고 싶기는 하다. 아, 오늘 하루 소풍처럼 참 즐겁구먼.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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