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 2 - 세상을 깨우는 시대의 기록 역사 ⓔ 2
EBS 역사채널ⓔ 지음 / 북하우스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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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두려워하는 것은 역사뿐이다."

 

  연산군의 말에 이어서 역사e 시즌 2는 단재 신채호 선생의 말을 표지에 실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단언컨대 이 한문장을 뽑아내는 실력만큼은 대단하다고 하겠다. 이 한마디의 문장만큼 역사의 중요성과 의미에 대해서 가르쳐 주는 말은 없을 것이다. 영광스러운 과거는 영광스러운대로, 수치스러운 과거는 수치스러운대로 기억하면서 피할 것은 비하고 부활시킬 것은 부활시키려고 애쓰는 것, 현재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지혜를 얻고 사례들을 점검할 수 있는 것이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일 것이다. 특별히 수치스러운 과거, 상처가 되었던 과거는 더더욱 기억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각 나라들은 이러한 역사들을 보존하고 기억하기 위하여 애를 쓴다. 특별히 감성적이어서도 아니라 그것이 후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의무이고, 그것이 우리는 물론 우리 후손의 삶을 더 아름답고 좋은 것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독일은 아우슈비츠 형무소를 보존하여 나치의 등장을 경계하고, 베를린 장벽을 보존하여 분단의 아픔을 기억한다.

 

  오랜 세월 나라를 잃고 유랑했던 유태인들은 이러한 면에서 더 철저하다. 혹시 맛사다 요새를 아는가? 헤롯 대왕 시절에 만들어진 천연의 요새로 유사시에 피신할 목적으로 만들어 놓은 장소이지만 이곳이 유명한 이유는 로마에 항거하던 유태인들이 이곳을 근거지로 하여 몇년간 농성을 벌였기 때문이다. 농성을 벌이던 그들을 로마 군단은 압도적인 기술력을 사용하여 포위망을 구축하였고, 결국 함락시켰다. 성벽이 함락될 때 남아 있던 600여명의 사람들은 마지막가지 로마에 저항하기 위하여 투항하지 않고 집단으로 자결을 했다. 물론 자결은 율법에 금하는 것이기 때문에 극소수의 사람들이 대다수의 사람들을 죽이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형태로 자결이 이루어졌다. 신화와 같은 이야기이기 때문에 오랜 세월동안 묻혀 있다가 맛사다 요새 유적을 발견하고, 지금은 그곳을 잘 보존하고 있다. 보존 자체도 훌륭하지만, 유태인들은 맛사다 요새의 비극을 기억하기 위하여 사관학교 생도들의 임관식을 이곳에서 실시하고 있다.

 

  통곡의 벽도 마찬가지이다. 구약 시대 성전의 대부분이 파괴되고 나중에 헤롯이 건축한 성전이 다시 파괴되었고, 남아 있는 서쪽 벽의 일부를 통곡의 벽이라고 부른다. 어느 책에서 우연히 읽었는데 그 벽에 대한 역사적인 진위가 의심된다는 말로 있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그 통곡의 벽을 대하는 유태인들의 태도이다. 그들은 통곡의 벽을 성지로 여기고 그곳에서 율법을 읽으면서 기도를 한다. 그들의 기도는 단순한 종교적인 행위를 뛰어넘어, 아픔의 역사를 되새기고, 오늘의 현실로 받아들이는 행위가 된다. 이러한 역사의 되새김질은 미국의 지원이라는 이유 외에도 중동에서 이스라엘이 존재하게 만드는 또 하나의 힘이 된다.

 

  역사e를 읽으면서 많은 것들을 새롭게 알게 된다. 그런데 그 사실이 결코 유쾌하지만은 않다. 그렇게 오랫동안 학교에서 국사를 배웠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접해보지 못했다는 사실이 의미하는 바가 불편해서이다. 진정한 역사 교육이 되기 위해서라면 이러한 부분들을 수정하고 보완해도 부족할 판에 교학사 교과서를 새롭게 편찬하면서 좌편향으로 치우친 역사 교과서를 바로 잡겠다는 창조적인 사고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가끔 과거를 기억하는 것을 고리타분한 일이고, 성적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사람들을 본다. 혹은 과거는 사랑을 쓰는 것처럼 깨끗하게 지우고 다시 쓸 수 있는 것들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본다. 보다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과거를 조작하고,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교육하려고 애쓰는 사람들도 본다. 그렇지만 이 모든 행위들은 어느날 갑자기 생긴 흐름이 아니라 과거에서부터 지속적으로 있어왔던 일이다. 물론 이러한 행위들이 실패했음은 역사가 증언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그러한 유혹을 느끼고, 그런 시도들을 멈추지 않는 것을 보면 아마도 그들은 과거 국사를 선택으로 배웠든지, 아니면 기억할 의무를 저버린 것인지 모르겠다.

 

  아무리 아픈 역사라도 외면하지 말라. 깨끗하게 밀어버리고 번듯하게 짓는 것을 좋아하는 그러한 세태에 휘말리지 말라. 아무리 잘 복원을 해도 지금 남대문이 진정한 국보 1호일 수는 없다. 형태를 가지고 있는 남대문도 이럴진대 형태가 없는, 사람들의 기억에만 존재하는 역사적인 사실들, 의미들은 더더욱 우리가 기억하고 보존해야 한다. 이를 게을리했을 때 역사의 불행은 반복될 것이다. 아니다. 이미 반복되고 있다.

 

ps.차라리 역사e를 역사 교과서로 사용하는 것이 교학사 교과서보다 낫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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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4-01-09 08: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름답고 알찬 모든 책을 다 교과서로 삼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saint236 2014-01-09 10:07   좋아요 0 | URL
글쎄 말입니다. 괜시리 이상한 책들 가져다가 교과서 한다니 그 저의가 의심스럽지요.

transient-guest 2014-01-23 0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국어와 국사교육을 등한시하는 나라는 아마도 현 대한민국 밖에는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드네요. 또다시 지난 시절의 굴욕과 독재를 다시 경험하게 될까봐 두렵습니다. 우리 시절,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던 사회/국사시간만큼의 교육도 지금의 학생들에게는 이루어지지 않는 것 같네요. 저들이 하는 짓은 그야말로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게 아닌가 싶은데, 무엇인가 개인적인 이득을 노리지 않고서야 어찌 그럴 수 있겠습니까...답답한거죠

saint236 2014-01-28 12:09   좋아요 0 | URL
예전에 누군가 대한민국은 미국의 51번째 주라고 했던 이야기가 생각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