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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전집 4 - 국가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플라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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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란 무엇인가?

 

  인류 역사상 이만큼 많은 사람들이 많은 공을 들였던 질문은 없을 것이다. 인류의 역사를 통털어서 날고 긴다는 모든 철학자들이 한번씩은 고민하면서 족적을 남겼을 질문인데 이 질문을 처음으로 시작한 사람(방대한 저서로 남겨서 오늘까지 내려 온다는 것을 의미한다.)은 아마도 플라톤일 것이다. 플라톤의 국가론으로부터 시작하여 아리스토텔레스, 어거스틴, 아퀴나스, 루터를 잇는 신학의 입장에서의 국가론, 근대적인 국가론의 이론서 중 최고라고 할 수 있는 홉스의 리바이어던, 경찰국가, 법치국가 등등등...국가에 대해서 한마디라도 소리친 철학자들을 꼽자면 아무리 많은 지면을 할애한다고 해도 모두 다 기록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국가란 수없이 많은 사람들이 매우 오랫동안 연구해왔고, 지금도 연구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연구하게 될 담론이란 말이다.

 

  모든 철학자들이 국가에 대해서 이야기하면서 이상적인 국가의 정체를 꿈꾼다. 오늘날에는 이미 폐기된 왕정 국가도, 경찰 국가도, 귀족제도, 참주제도, 과두제도 모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버렸다. 새로운 정체가 나타나고, 사라지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국가의 정체는 민주주의로 발전해 왔으며, 이것은 정체의 완성이라기보다는 아직도 발전할 여지를 품고 있는 미완의 작품일 뿐이다. 끊임없이 이상 국가를 꿈꾸면서 이상을 향해 나아가지만 한발 나아가면 한발 멀어지는 것이 이상국가가 아니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 철학자들은 가장 이상적인 국가를 꿈꾸면서 그에 대해서 역설했으며, 이것들을 어느 하나로 딱 묶어서 말하기는 불가능하기에 역사의 흐름 속에서 각 학자들의 이상국가가 무엇인지를 파악해 보고, 오늘날에 그것을 어덯게 이해할 것이냐 살펴보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자세가 아니겠는가?

 

  플라톤이 생각한 이상적인 국가란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철인국가이다. 우리가 철학시간에 한두마디로 주워들은 바에 의하면 이런거다.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본성이라는 것이 있고, 그 본성에 맞는 역할을 감당할 때 그 사회는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굴러가게 된다. 철인은 국가를 다스리는 정치인이 되어야 하고, 용기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군인이 되어서 나라를 보호해야 하며, 생산의 욕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생산계층에 종사하면 된다는 것이다. 상당히 거칠게 표현했지만 플라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국가는 이것인데 왜 철학자가 국가를 다스려야 한다고 주장했는가? 철학자는 냉철한 이성을 가지고 본질적인 것과 비본질적인 것, 형상과 질료, 이데아와 이데아의 모방을 구분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플라톤의 사상은 중세를 거치면서 어거스틴과 아퀴나스, 루터를 통하여 인간의 도성과 하나님의 도성이라는 신국론으로 발전하게 된다.

 

  다른 것은 뒤로 젖혀두고 나는 철학자에 의한 국가 통치에 대해서 곰곰히 생각해 보고자 한다. 철학자가 다스리는 국가가 과연 이상 국가일까? 태어나면서 정치 지도자에 맞추어 진 사람이 과연 존재하는가? 철인이 다스리는 국가가 이상 국가라는 말을 조금 비틀어보면 절대 왕정, 혹은 동양의 천자와 매우 흡사하게 닮아 있는 것처럼 보인다. 특정한 인물(그것이 철학적인 식견이 있는 인물이어도 좋고, 천명을 받은 천자여도 좋다.)이 정치에 특화되어 있다는 말은 사실은 체제를 강화하는 기제로 이용될 가능성이 더 크지 않을까? 마치 아무런 능력이 없으면서도 혈통이 모든 것을 정당화하듯이 말이다. 멀리갈 필요도 없다. 우리 주변에서 이와 유사한 일을 보지 않았는가? 정작 본인이 무엇인가 정치적인 능력을 보여주기 이전에 벌써부터 위대하신 영도자 박정희 대통령의 영애로 차기 대선후로로 이름으로 올린 박근혜 대통령이 있지 않은가? 그를 깎아 내리는 것이 아니라 등장과 동시에 대통령감이라는 평가를 받은 사람이 얼마나 있는가? 그게 합당한 것인가? 플라톤의 입장에서 본다면 합당할 수도 있다. 그가 철학이 있다면 말이다. 그런데 그 철학이라는 것을 어덯게 해석할 것인가? 어떤 사람이 정치에 합당한 철인이라는 판단은 누가 도 내린다는 말인가?

 

  플라톤의 이상국가는 사실상 실패가 이미 예견된 국가론이 아니겠는가? 그의 대부분의 철학이 그렇듯이 감히 범접하기 어려울 정도로 현실을 무시하니 현실적인 감각이 필요한 국가론이란 얼마나 형용모순의 말인가? 감히 되먹지도 않게 플라톤을 비판하고 있지만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넘어가주기를 바란다. 다만 그가 한 말 중에 철학이 필요하다는 말은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과연 우리나라 정치인들 중에 철학이 있는 사람이 있기는 한가? 국정 철학, 국정 철학하는데 그게 있는 사람이 있기는 한가? 철학이라는 것은 중심을 잡아 주는 것인데 그 중심이 없이 당파적인 이해타산에 따랄 끌려다니던 것이 우리 나라 정치 지형의 모습이 아닌가? 한국에게 이상국가는 그저 이상으로만 존재할 것 같아서 씁쓸하다.

 

 마지막으로 고전의 힘이란 무섭다. 읽는 것만으로도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니 말이다. 국가를 읽어본 모든 사람들이 말하듯이 서광사에서 나왔던 플라톤의 국가에 비하면 천병희의 국가는 읽기가 쉽다. 철학적인 용어라든지, 개념 설명, 편역 같은 것이 빠져버리고 가독성을 높인 결과물이기 대문이다. 이것 대문에 천병희를 욕할 생각은 추호에도 없다. 천병희는 철학자가 아니라 언어학자이기 때문이다. 그의 노고 때문에 국가론을 이렇게 쉽게 읽을 수 있다는 것, 나아가서 고전들을 쉽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은 대단히 감사할 일이기 때문이다. 좋은 고전들을 번역해주는 천병희와 출판해 주는 출판사 숲에게 무한 감사할 뿐이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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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nsient-guest 2013-04-25 0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천병희 역본을 찾아서 주문했어요. 아직 받지는 못했지만. 그전부터 읽고 싶었는데, 가격이 상당히 높게 책정되었더라구요. 배송비까지 하면 꽤 높잖아요 여기서는...
어떤 특정 계층이나 직업군이 리더가 되어야 한다는 논리는 상당히 위험하죠.

saint236 2013-04-25 08:39   좋아요 0 | URL
가독성은 서광사판보다는 훨씬 좋습니다. 특정 계층이 리더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아직은 한국에 팽배합니다. 일본을 따라 가려는 것인지도 모르지요. 몇대를 이어서 국회의원을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