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박근혜 신천지 연관 검색어가 포털 사이트의 1위로 등극했다. 지금까지 박근혜를 강력하게 받쳐주던 지지 세력이 보수 기독교 단체임을 감안해 본다면 박근혜가 신천지와 연관이 있다는 주장은 새누리당 측에 매우 큰 타격이 될 것은 번하다. 국정원 여직원 사건이 자기편의 이탈을 이끌어 내기보다는 상대방의 결집을 이끌어낼 가능성이 있다면 박근혜가 신천지와 관계가 있다는 사안은 박근혜 지지층 소위 말하는 집토끼의 이탈을 불러올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것도 한두명의 이탈이 아니라 대량 이탈을 불러올 지도 모른다. 산 옮기기를 비롯하여 교묘한 술수를 써가면서 교회를 공략하던 신천지에 대한 기독교계의 반감은 다른 이단에 비할 바가 아니다. 아직까지도 기독교는 신천지와 격렬한 전투를 벌이고 있다.
이런 배경을 이해한다면 박근혜 후보 측에서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것이 이해가 갈 것이다. 조선 일보 기사(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12/13/2012121302096.html)에 의하면 박근혜 후보는 13일 어제 오후 원주에서 자신은 신천지와 무방하다, 이것은 민주당의 네거티브다라는 취지의 유세를 했다. 그런데 참 묘한 것이 원주라는 곳이다. 원주는 신천지 세력이 강하기로 유명한 곳 가운데 하나이다. 혹 박근혜 측에서 이 사실을 알고서 원주에서 신천지와 무방하다는 취지의 브리핑을 한 것인지, 혹은 알지 못하고 우연히 그렇게 된 것인지 모르겠지만 이는 신천지 쪽에서 본다면 꽤나 괘씸한 일처럼 느껴질 수도 있다. 그래서 일까? 신천지 장로 황일중씨가 자신이 박근혜 캠프에서 과거부터 상임고문으로 일했다는 주장을 했다. 물론 그의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5월에 박근혜 캠프에 합류했고 자문 위원으로 일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신천지 사태는 선거판의 막판 변수로 떠올랐다. 아무리 덮으려고 해도 박근혜 캠프에서 일하는 사람들 중에 일부가(대표적인 예로 이경재 박근혜 캠프 기독교 본부장) 신천지 쪽과 직간접적으로 관계를 맺었던 사실들이 공개가 되면서 파장은 더 커져만 간다. 막판으로 갈수록 선거의 양상이 정책 대결보다는 네거티브로 흐른다는 것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신천지에 관한 글들이야 인터넷에서 검색을 해보면 더 자세하게 나올 것이고, 그 부분에 대해서 다루고 싶지도 않다. 혹 이 문제가 선거법 위반으로 걸리지 않을까라는 소심함 또한 부인하지는 않겠다. 그렇지만 내가 더 문제를 삼고 싶은 것은 위에 링크된 기사에 대한 내용이다. 링크된 기사의 제목은 "朴 "신천지 알지도 못해…또 거짓말"…김용민 "文지지자 걱정 받아들여…죄송" 사과"이다. 다른 기사들은 더 자극적이다. "한기총 "박근혜 신천지, 김용민의 정치적 모함"(데일리안)", "박근혜 "신천지 김용민 조작질로 밝혀져"(프런티어)", "김용민 "박근혜, 이단 신천지와 협력관계"---선거개입"(해럴드 경제)" 등등 박근혜, 신천지, 김용민이라는 연관 검색어를 치면 수도 없이 기사들이 등장하는데 제목들이 하나같이 다 박근혜는 김용민의 모함을 받고 있다, 희생자다라는 늬앙스를 풍긴다. 거기서 한발 더 나간 신문들은 김용민이 자기의 잘못을 사과했다고 한다. 근거가 무엇인가 검색을 해보니 김용민의 트윗이 근거란다. 그 트윗을 고스란히 옮겨보면 이렇다.
"신천지건과 관련해 문재인 후보 지지자들의 걱정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이와 관련한 트윗은 않겠습니다. 심려를 드려 죄송합니다."라는 김용민의 트윗을 김용민이 자신의 네거티브 꼼수를 시인하고 사과한 것으로 해석한 것이다. 도대체가 난 이 트윗이 이렇게 해석되는 이유를 모르겠다. 내용을 보면 김용민은 여전히 박근혜가 신천지와 관련이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김용민에게 있어서 이것이 네거티브가 아니라 팩트에 근거한 엄연한 사실이다. 다만 김용민이 박근혜와 신천지의 관계에 대해서 논쟁의 소재로 삼는 것이 문재인에게 있어서 마이너스로 다가오지 않을까 걱정하는 문재인 지지자들로부터 김용민은 자제 요청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김용민은 이 요청이 타당하다고 생각을 해서 더 이상 논쟁을 벌이지 않기로 결심하고 문재인 지지자들에게 심려를 끼쳐 드려서 죄송하다고 사과를 한다. 김용민의 사과는 어디까지나 문재인 지지자들에 대한 사과지 새누리당에 대한 사과도 아니고 박근혜 후보에 대한 사과도 아니다. 그런데 이것을 가지고 소위 기자라고 하는 분들이 김용민이 박근혜에게 네거티브를 하다가 꼼수가 들통나자 사과했다는 식으로 해석해 버린 것이다. 이 정도면 내용을 곡해한 것도 아니고 오역한 것도 아니다. 그들은 난독증이 있는 것이다.
글의 내용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난독증이 있는 사람이 기자란다. 도대체 기자를 뽑는 기준은 무엇인가? 그들이 시험 문제는 제대로 해석하고 시험을 본 것일까? 아니면 기자 정신을 다른 것과 마바꾸면서 난독증이 생긴 것일까? 선천적인 난독증이야 치료를 할 수 있지만 이렇게 후천적인 난독증은 치료도 불가능할텐데, 이들은 어떻게 계속 기사를 쓸 것이며, 이를 통하여 밥 벌어 먹고 살 것인가? 문득 나꼽살에서 자기가 동아일보 기자를 그만둔 이유에 대해서 선대인이 했던 말이 생각이 난다.
"내가 동아 일보 기자를 그만 둔 것은 나중에 내 아들이 내 기사를 볼 것이 너무 창피해서였다."
이게 최소한의 기자로서의 양심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