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어떤 정치인은 다른 정치인보다 해로운가 - 정치와 죽음의 관계를 밝힌 정신의학자의 충격적 보고서
제임스 길리건 지음, 이희재 옮김 / 교양인 / 2012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 가운데 22번째 자살자가 나왔다. 얼마 전에는 밀양에서 한 할아버지가 분신했다. 조금 더 멀리 보면 한진 중공업의 85호 크레인에서 목을 맨 사람도 있다. 더 멀리 보면 전태일의 분신도 있다. 한진 중공업 노동자들의 자살에 대해 故 노무현 대통령은 "지금은 분신으로 투쟁하는 시대가 아니다."라는 싸늘한 멘트를 날렸던 기억도 있다.

 

  비단 노동만이 아니다. 얼마전 카이스트에서 한 학생이 자살했다. 1년전 같은 학교의 교수와 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대학생만이랴? 중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불과 몇 달 전 괴롭힘에 견디다 못한 중학생이 목숨을 끊었고, 일진을 무력화 시키겠다고 경찰에서 한창 시끄럽게 학교를 들쑤시고 다녔었다.

 

  생활고에 견디다 못한 일가족이 목숨을 끊는 일도 낯선 일이 아니다. 부모가 목숨을 끊기 전에 자식들을 먼저 죽이는 비전한 현실 앞에서 그저 할말을 잃을 뿐이다. 한편에서는 부모가 너무 비정하다 말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오죽 했으면 그랬겠냐고 말한다. 어찌 되었든 간에 그들의 죽음은 자살로 통계가 잡힌다.

 

  한국의 자살율이 OECD국가 중에 1위라고 한다. 그리고 세계 2위라고 한다. 얼마나 되나 싶어서 자살율 통계를 찾아 봤다. 위키백과 사전에서 데이터를 옮겨 왔다.

 

 

  보통 자살율은 10만명 당 몇명 꼴로 기준을 잡으니 파란 그래프는 자살율을 그 좌측에 있는 숫자는 실제 자살자 숫자를 의미한다. 무측에는 하루 평균 자살자 숫자를 의미한다. 이 데이터를 가지고 계산해 보면 2010년 하루 평균 42.6명 자살은 2시간당 3.55명으로 단순 계산하면 40분에 한명 꼴로 자살한다는 말이다. 내가 서재에 글을 남기는 시간이 평균 40분 정도이니 글을 하나 남길 때마다 한명이 자살한다는 말이다. 이 글을 마무리 짓고 등록하기를 누르는 순간 1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는 말이니 무섭다는 말 밖에는 할 말이 없다.

 

  한국이 자살율이 이렇게 높은 이유가 무엇일까? 연예인들이나 유명인들이 죽어서 이를 모방하는 베르테르 효과? 심신의 연약? 실연? 한국의 자살율이 높은 이유에 대해서 평한 한 블로거의 글을 링크해 본다.(http://huntsun.tistory.com/153) 이 글은 한국의 자살율에 대한 자료를 검색하다가 발견한 글인데 이 책의 내용을 한국적인 상황으로 분석한 글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에 흥미가 있는 분들, 혹은 이 책을 읽은 분들이라면 이 글을 읽어보기를 권한다.

 

  한국의 자살율이 높은 이유는 흔히 생각하듯이 단순히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다. 물론 개인적인 문제로 자살을 택한 사람들도 있지만 정확하진 않지만 꽤 많은 사람들이 구석까지 몰리다가 어쩔 수 없이 자살을 택했을 것이다. 위에서 열거했던 경우들로서 이들의 죽음은 통계상 자살로 잡히지만 그 내용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자살이 아닌 타살이다. 그것도 살인범이 존재하는 개인적인 살인 사건이 아니라 이 사회가 살인자인 사회적인 타살이다.

 

  의사 제임스 길리건은 자살과 폭력에 대해서 꽤 흥미있는 연구를 진행했다. 그 연구의 결과가 이 책이다. 200페이지 분량의 짧지 않은 책, 그것고 의사가 기록한 전혀 정치적이지 않을 것 같은 책이지만 그 내용은 매우 정치적인 책이다. 미국의 자살과 폭력을 단순히 개인의 차원에서 이해할 것이 아니라 정치 사회 문화적인 차원에서 이해해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은 꽤 흥미롭다.

 

  공화당이 백악관을 차지했을 때 미국의 자살율과 폭력에 의한 살인율이 올라가는 것과 민주당이 백악관을 차지했을 때 자살율과 폭력에 의한 살인율이 내려가는 것은 과연 어떤 의미인가? 여기에 대한 질문과 답변이 "왜 어떤 정치인은 다른 정치인보다 해로운가?"라는 책 제목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길리건은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공화당의 정책은 실업과 같은 방법으로 사람들에게 수치심을 유발하고 이 수치심이 내부로 향할 때는 자살로, 외부로 향할 때는 살인으로 나타난다고 해석한다. 반면 민주당이 정권을 잡아 양극화를 약화 시키고 팽창 경제 정책을 진행할 때 수치심이 약화되거나 혹은 수치심을 느끼더라도 직업이라는 지지대가 있기 때문에 자살율과 살인율이 내려간다는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투표라는 행위는 단순히 주어진 권리를 행하는 차원을 넘어서 개인이 죽고 사는 문제까지 결정하게 되는 매우 중요한 행위라는 말이다. 자세한 내용은 책을 보면 이해가 될 것이고 책을 다 읽고 난 다음에 한 가지 생각해 보고 싶은 것은 이것이다.

 

  기형적으로 높은 한국의 자살율은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길리건은 미국의 폭력 치사의 기준을 19.4명으로 잡았다. 폭력 치사는 자살율과 살인율을 합산한 수치이다. 길리건이 19.4명을 기준으로 잡은 것은 의사답게 전염병을 기준으로 잡은 것이다. 기준선 이상을 넘어서 25~26명 선에 육박하게 되었을 때 이는 꽤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하는 길리건의 주장을 있는 그대로 옮겨온다면 한국의 2010년은 거의 자살 공화국 수준이다. 폭력 치사도 아닌 자살율만 놓고 볼 때에도 한국은 이미 31명을 넘어선 것이다.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일까? 길리건의 해석을 따르자면 한국의 정치지형은 철저하게 공화당편에 서 있다는 말이 된다. 양극화의 심화, 실업의 증가, 수치심의 강화(특히 한국 사람들은 수치심을 강하게 느끼는 문화 속에서 살고 있다.)가 지속적으로 이어지니 자살율이 내려올리가 없는 것이다. 진보를 자청하면서도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분신으로 투쟁하는 시대는 지났다."는 故 노무현 대통령의 말은 한국의 지형과 사회가 어느 위치에 서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 주는 예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결론에 이르게 된다. 실업으로, 막다른 골목에 몰려서 수치심 때문에, 존재 이유의 상실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들의 죽음은 자살이 아닌 타살이라는 것이다. 그것도 이 사회가 모두 공범인 사회적인 타살이라는 말이다. 이런 냉혹한 현실 앞에서 우리는 무슨 말을 할 수 있는가? 나는 어떤 위로를 할 수 있으며, 어떤 대답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정치권은? 언론은? 교계는? 그리고 한국 교회는 과연 어떤 위로의 말을 건넬 수 있을 것인가? 자살은 용서받지 못하는 죄라는 말로 그들을 두번 죽일 것인가? 약자라 도태된 것이라면서 자기 갈 길을 바브게 갈 것인가?

 

  총선을 치렀고, 대선을 치를 우리는 이들 앞에서 진지하게 대답해야 할 것이다.(참고로 다른 나라의 자살율도 첨부한다. 이 또한 위키 대백과 사전에서 가져 온 것이다.)

 

 

  한국이 단연 TOP이다. 참고로 2010년 세계 자살율 1위는 리투아니아로 31.5명이다. 한국의 자살율은 OECD 평균의 3배이며 노인과 청소년 자살의 비율이 높다. 청소년 사망 원인 2위는 교통사고이고 1위는 놀랍게도 자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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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큐리 2012-05-07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이 살고 싶지 않은 사회...사람에 대한 가치가 없는 사회니까요..

saint236 2012-05-08 00:24   좋아요 0 | URL
사람 사는 세상이라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요즘 심각하게 생각해 보고 있습니다.

잉크냄새 2012-05-07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사회는 자살을 개인의 영역으로 치환시켜 버리고 마네요.

saint236 2012-05-08 00:25   좋아요 0 | URL
그래서 자살자는 의지박약으로 낙인찍어 버리죠. 책임회피요 유체이탈 화법입니다.

transient-guest 2012-06-01 0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을 멘붕상태로 몰아가는 것에 대한 책임이 더 클텐데 말이죠. 자살하는 그 당시의 심리상태는 이미 정상상태가 아닌거죠, 의지의 문제를 따질 수 없는...

saint236 2012-06-05 11:14   좋아요 0 | URL
개인의 의지만으로는 불가능한 영역도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 부분을 인정할 때 국가가 감당해야할 영역이 보이기 시작하는 것인데 말입니다.

12ㅂㅈ 2012-06-03 19: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사람이 살고 싶지 않은 사회... 공감가는 대목이네요..

saint236 2012-06-05 11:14   좋아요 0 | URL
대한민국이 사람이 살고 싶은 사회가 되기를 원하는데 자꾸 반대로 가는 것 같아서 속이 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