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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사교육 - 내 아이를 학원에 보내고 싶지 않은 학부모를 위한 교육 필독서
이범 외 지음 / 시사IN북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지난 교육감 선거 때 곽노현 후보를 찍었다. 그라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실망만 더 할 뿐이었다. 온갖 진보적인 정책들을 내세우고 실행하겠다고 하던 그였지만 결국 자녀 문제에서만큼은 자유롭지 못했던 것이다. 그의 아들도 외고에 입학했던 것이다. 교육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해야 하는 교육감도, 그것도 거의 빨갱이로 몰아가는 진보진영의 후보라고 불리는 곽 교육감마저도 자녀 교육에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한민국이 처한 가장 큰 위기를 꼽자면 사교육 문제, 도저히 어쩔 수 없는 주거 비용, 인구 감소라고 할 수 있다. 그 중에 인구 감소가 가장 커다란 쿤제로 꼽힌다.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서 강남구는 3째인가 5째인가를 낳으면 몇천만원을 준다는 소리까지 들리던데, 진실이 어떻든 간에 각 자치단체에서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서 당근을 제공하고 있다. 그렇지만 그것이 인구 감소 추세를 둔화시키거나 증가로 돌이켜 세우지 못한다. 약간의 당근을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인구 감소의 근본적인 원인은 사교육과 턱 없이 높은 주거비용이다. 이 두가지를 잡을 생각을 하지 않고 당근만 제공한다는 것은 말 그대로 언 발에 오줌누기식 처방이다. 정부는 왜 이것을 잡지 못하는가? 직접적인든 간접적이든 기득권층들이 교육과 부동산에 이익의 줄을 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아무리 현실적이고 좋은 정책을 제시한다고 할지라도 곽 교육감과 같은 웃기는 상황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사교육과 부동산 문제에서만큼은 전국민이 이해당사자가 되어서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있는 어떤 구체적인 답을 선뜻 제시할 수 없다. 그렇다고 무작정 손만 놓고 있을 수는 없다. 지금 이 상황이 지속되어 마지막에 이르게 되면 정글의 법칙이 적용되는 무한 경쟁 사회에서 존재의 위협을 받게 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지금이라도 무엇인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해야한다.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이 책은 "지금 당장 무엇을 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한 진지한 답변이라고 할 수 있다. 여러 사람들이 각자의 생각을 가지고 많은 대답을 내 놓았지만 그것들은 한가지로 귀결된다. 교육의 문제는 신뢰의 문제라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교육받지 못한 이들(중졸 혹은 고졸, 넓게는 전문대 졸까지)도 사회 안에서 적당한 대우를 받으면서 자기실현을 할 수 있다는 믿음, 아이들의 생각을 듣고 믿어 주는 부모, 우리 사회는 비교적 정의로운 곳이라는 사회 구성원 전체의 보편적인 믿음 등 신뢰를 회복하지 못한다면 아무리 좋은 정책을 내세운다고 할지라도 교육 문제는 절대로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당연하지 않은가? 법을 지키고 정직하게 행한다면 손해본다면 누가 법을 지킬 것인가?
어제 저녁의 일이다. 교회에서 성경공부 모임 시간에 한 여자분의 고민을 듣게 되었다. 자식이 고2인데 학원을 다니고 싶지 않다고 하기에 걱정이 된다는 말로 고민을 털어 놓으시기 시작하는데 내용은 이렇다. 아들이 단과 학원을 다니는데 하루에 3시간씩 영어 수학을 격일로 공부하는데 그 시간이 지나고 나면 다른 공부를 할 수 없어서 답답하기에 그만 다니고 자기가 부족한 공부를 스스로 해보겠다는 것이다. 아들이 그렇게 결정을 내린 것이 대견하긴 하지만 다른 아이들 다 학원 다니는데 자기 아들만 학원을 안다니면 성적이 떨어질까 불안하다는 것이다. 그 자리에 앉아 계셨던 모든 분들이 이구 동성으로 한 말이 무엇인줄 아는가? 믿어주라는 것이다. 자식이 결정했으면 한시적으로 기한을 정하고(예를 들어 중간 고사라든지) 믿어주라는 것이다.
이분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교육문제는 결국 신뢰의 문제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되었다. 부모의 불안감을 최대한 조장하는 것이, 그리고 자기 자식은 특별하다라는 환상감을 지속적으로 심어주는 것이 사교육 시장의 시스템이 아닐까? 이 불안감에 휩싸여서 소모적인 군비경쟁을 치르고 있다. 쓸데없이 자주 정책을 바꾸거나, 말로만 하는 탁상공론이나, 경쟁을 가속시키는 무의미한 일들을 젖혀두고 어떻게 하면 교육에서 신뢰를 회복할 것인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하지 않을까? 교실에 에어컨 하나 더 놓는 문제로 학부모 모임을 소집하지말고 교육의 나아갈 방향이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하는 지역 사회 모임부터 시작해야 하지 않겠는가?
이 책이 사교육 없는 세상을 향해 진지하게 모일 수 있는, 더 나아가 진정한 교육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는 움직임들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작은 조약돌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