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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해도 괜찮아 - 영화보다 재미있는 인권 이야기
김두식 지음 / 창비 / 2010년 7월
평점 :
"북한은 불량 인권 국가이다."
인권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면 꼭 나오는 이야기이다. 우리는 인권이 무시되는 것은 북한같은 독재국가나 후진국에서나 일어나고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실제로 인권 침해는 세계의 여러 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한국 사람들이 생각하는 최고의 선진국이자 그렇게도 닮고자 애쓰는 동격의 아름다운 나라(美國)에서도 인권 침해는 일어나고 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마찬가지다. 이 책은 인권 침해에 대하여, 청소년, 성소수자, 여성, 장애인, 노동자, 종교소수자(양심적 병역거부자), 표현의 자유, 인종차별, 민족차별(제노싸이드)이라는 9가지 주제를 가지고 인권 침해에 대하여 설명한다. 내용이 그렇게 어렵지도 전문적이지도 않고, 영화나 드라마, 책을 기반으로 실생활에서 겪었던 이야기들을 가지고 인권을 이야기하기 때문에 어렵지 않다. 굳이 어렵다고 한다면 표현의 자유를 이야기하는 부분에서 법률적인 설명 정도가 어렵다고나 할까?
人權
인간의 권리가 무엇인가? 도대체 우리는 인권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솔직히 말하면 인권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모르겠다. 인권이 뭐냐는 질문에 대하여 태어날 때부터 인간이 가지고 있는 고유 권한이라는 사전적인 의미 외에는 설명할 방법이 없다. 어떤 사람을 인간의 범주에 넣어야 하는지에 대하여서도 생각해 본적도 없고, 어떤 것들이 인권 침해인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본적이 없다. 막연히 전쟁이나, 강간이나, 강도와 같은 중범죄들이 인권 침해라고 생각하고 있을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인권 침해는 후진국이나, 독재국가에서나 발생한다고 생각하게 된다.
이 책에서도 인권에 대해여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지 않는다. 다만 인권에 대한 우리의 태도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순전히 남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동성애자들이 받고 있는 제도적, 법률적 차별의 장벽은 앞으로 점점 무너져갈 것이 분명합니다. 차별할 근거가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우리 마음의 장벽입니다. 나와 다른 것을 어떻게 대하느냐의 문제는 어린아이와 어른을 가르는 중요한 기준입니다. 아직 사리를 잘 분별하지 못하는 아기들이 '내가 싫기 때문에 나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해서 누구도 그 아이를 비난하지 못합니다. 남과 관계를 맺는 데 서투른 아기들이 자기중심으로 모든 사물을 판단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나 어른이 되어서도 그런 유아적인 주장으로 남을 설득할 수는 없습니다. 성적 소수자들의 권리 보장은 우리 사화의 성숙도를 측정하는 척도입니다.
동성애자들의 인권문제는 전적으로 프라이버시에 속한 문제이기 때문에 이성애자들이 관용하고 말고 할 문제가 전혀 아닙니다. 내가 우연히 이성애자로 태어낫다는 이유만으로 약간 높은 위치에 올라서 '너희들을 받아주겠다'고 선언할 수 없습니다. 이성애자들이 공기처럼 누리고 사는 권리들을 동성애자들도 당연히 누릴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것으로 족합니다.(P.87 ~ 88)
동성애자의 인권 문제에 대하여 이야기하고자 이 부분을 인용한 것이 아니다. 개인적인 경험 때문에 내가 인권에 대해서 얼마나 무지한지, 그리고 무의식 중에 얼마나 다른 사람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는지 깨달았기 때문이다.
몇 년전 군대에 있을 때의 일이다. 헌병대 영창에 면회갈 일이 생겼다. 제대를 한달 정도 남겨둔 병장이 후임병을 성추행해서 영창에 갔다. 선후임 사이라는 강압적인 관계와 조금은 군생활을 편하게 하고 싶어했던 후임의 약삭빠름이 겹쳐져서 발생한 사건인데 몇 달에 걸쳐 성추행을 했고, 그것이 발각된 것이다. 군대에서 성추행은 무조건 영창을 간다. 성폭행같이 심한 경우(실제로 목격하기도 했지만)는 가해자가 군교도소에서 실형을 살기도 한다. 영창에 있는 녀석을 찾아가 상담을 하면서 솔직하게 그녀석에게 해 줄 말이 없었다. 상황이 이해가 안되고, 이성적으로는 이해가 디지만 심정적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치 그 녀석을 정신병자로 생각하는 내 모습을 보면서 나는 아니라는 자신감이 깨졌다. 나도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내가 기준지은 정상인이라는 시선을 가지고 비정상인인 그 녀석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니 어떤 말도 그 녀석에게 공감이 되지 않고 훈계, 혹은 훈시가 되어 버린 것이다.
인권을 생각할 때 가장 기본적인 것은 상대방과 같은 눈높이를 가지는 것이다. 상대방의 상황이나 특이함이 그 사람을 특별한 존재로 만들어 버리면 안된다. 특별하게 떠받들어도 안되고, 그렇다고 특별하게 존중해서도 안된다. 그냥 평범하게 친구대하듯이 대하는 것이다. 이것이 잘 이루어 지느냐가 그 사회의 인권에 대한 건강함의 척도라는 저자의 발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이 사실을 분명히 기억하지 못한다면 상대방에 대한 배려는 배려가 아니라 시혜, 혹은 성은이 되기 마련이며 상대방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기게 된다.
소설 속에서 애티커스 핀치가 딸에게 주는 가르침의 핵심은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보기 전에는 그 사람을 판단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이는 "남에게 대접받고자 하는 대로 남을 대접하라"는 황금률과 함께 함께 인권을 이해하는 데 아주 중요한 명제입니다. 소설의 제목도 '남에게 해를 주지 않는 앵무새 같은 약자'들, 예컨대 톰 로빈슨이나 부 래들리에게 고통을 주어서는 안 된다는 메씨지를 담고 있지요.(P.292)
남에게 대접받고 싶은대로 남을 대접하라. 앵무새와 같은 약자들에게 고통을 주지 않기 위해서는 내가 약자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하지 않을까? 불편해도 괜찮아라는 말은 인권을 존중해 주기 위해서는 불편함을 감수해도 괜찮다는 말과, 불편한 상태라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한다는 말, 그리고 불편함에도 당당하게 살아간다는 말, 불편함을 느끼는 것이 아직은 사회가 인권에 대해서 민감함을 가지고 있다는 말 등 여러가지로 이해가 된다.
영화와의 만남이라는 이제는 식상한 방법이지만 여러가지 영화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고 그것들을 구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이 책을 읽고 브래스드 오프라는 영화를 다시 봤는데 정말 눈물이 다 나더라. 첨바웜바의 "텁썸핑"을 들었을 때의 감격을 다시 한번 느꼈달까? 그냥 책만 읽지 말고 영화를 구해서 같이 읽어본다면 한결 더 재미가 있고, 그 내용이 더 깊이 이해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저자의 습관일까, 아니면 미국에서 공부해서일까 th를 ㅅ으로 발음해서 한참 헷갈렸다. 대처를 새처로 번역한 것이 가장 대표적이다. 게다가 메시지를 메씨지로 적는 등 ㅆ의 된 발음을 사용한 곳이 많은데 의도적이었든 아니든 눈에 거슬리는 것은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