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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최고의 10경 - 영화평론가 김소영이 발견한
김소영 지음 / 현실문화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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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평론에 관한 책들이 요즘들어 쏟아져 나오기 시작한다. 진중권의 이매진도 그렇고 영화로 철학하기, 수학하기, 게다가 설교까지. 왜 갑자기 최근 10년 사이에 영화에 관한 책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일까? 살만해 진 것인지, 아니면 영화라는 시각적인 자극이 없다면 사람들이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정말로 영화라는 장르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인지? 물론 모두 다 이유가 되겠지만 사람들이 영화에 관한 비평책을 접하는 이유는 그것이 쉽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그리고 적당히 자극적이고,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공감이 가게 중간중간에 사진도 첨부 되어 있고 유명한 대화도 기록되어 있다면 금상첨화가 아니겠는가? 

  이러한 면에서 본다면 이 책은 낙제를 면하기 어렵다. 홍상수의 영화야 그렇다 치자. 최소한 이름은 들어보고 한두번은 봤을 법한 영화이니. 그러나 김기덕의 영화는 도무지 공감이 가지 않는다. 김기덕은 작품 이름은 들어봤지만 나쁜 남자 외에는 케이블에서 해주던 시간이라는 영화를 우연찮게 보게 된 것이 전부이니 말이다. 그것도 거의 끝나갈 무렵에. 그래도 인내심을 가지고 김기덕에 관한 평을 읽으면 읽을 수는 있다. 그런데 도무지 흑백영화는 공감이 안간다. 70년대 후반에 출생한 나에게 도금봉, 신상옥, 문희와 같은 배우들, 그들이 출연하는 영화는 도무지 공감이 가지 않는다. 그 사람들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는 판에 그들이 출연한 영화를 봤을리는 만무이며 특별전을 한다고 해서 영화에 몸을 담고 있지 않은 내가 궂이 그곳을 찾아가고 챙겨서 볼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한국영화 10경이라는 대단한 제목으로 영화에 관한 평론을 작성한 것일까? 일반 사람들에게 영화에 대하여 친절하게 계도하기 위해서라면 안타깝지만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이 책을 보고 난 후에도 난 여전히 그 영화들에 대하여 관심을 갖지 않기 때문이다, 어찌하랴? 내가 흑백영화를 즐기지 않는 무지몽매한 대중인 것을. 만약 이 책이 매니아들에게 내가 얼마나 잘난 사람인지 잰체하기 위해서라면 충분히 성공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매니아들은 저자의 지식과 난해한 말투에 무릎꿇고 경배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영화 평론은 다른 평론과는 달리 카메라의 앵글까지 다룬다. 이런 앵글은 저자의 이런 의도이고, 복선은 어떻고, 줌인과 줌아웃은 무엇을 위한 것이고 시시콜콜하게 늘어 놓지만 이 책을 보고 그 영화를 다시 본다고 할지라도 앵글까지는 전혀 의식하지 못할 것이다. 주절주절 이 책에 대해서 떠벌린 평가의 결론을 한마디로 말하면 "이 책이 대중성에 실패했다."는 말이다. 대중을 향한 배려보다는 점점 매니악해진다. 마지막에 도금봉을 비롯한 여배우 3인의 작품과 배우로서의 특징에 대하여 평한 것은 매니악의 절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면서도 이 책은 소통을 말한다. 영화는 현실을 반영하기 때문에 현실과 소통하면서 관람하지 않는다면 진정한 의미를 모른다는 말이다. 맞는 말이다. 기러기 아빠가 사회 문제로 대두되지 않았다면 "우아한 세계(송강호 주연)"는 아마도 그렇게 등장하지도 쓸쓸함을 주지도 못했을 것이다. 현실과 소통하는 것, 역사적인 배경과 맥락을 가지고 영화를 해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렇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중요하지만 필수는 아니라는 말이다. 현실과 소통하지 않아도 영화 자체로도 충분히 재미있을 수 있다. 그냥 보는 것만으로 감동을 느낄 수 있고, 영화값이 아깝지 않을 수 있다. 저자는 평론가이자, 영상 교수이기 때문에 이 측면을 무시하는 것 같다.  

  영화는 꼭 철학을 담아야 하고, 사회와 역사를 담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가지고 해석해야 한다며 고집을 부린다. 저자가 고집부리고 그 고집에 입각해서 책을 쓰는 것이 문제는 아니다. 문제는 그 고집이 말을 어렵게 한다는 것이다. 상당히 쉬운 말로 이런저런 어려운 외국어, 학술 언어, 전문 용어를 사용하면서 어렵게 포장한다. 비평이란 것이 이렇게 어렵게 쓰지 않으면 먹히지 않는 것일까? 씌여진 글이 학술회에서 발표되는 것이라면 무방할 것이나 대중을 위한 영화회나 혹은 대중잡지에 씌여진 글들이 그렇다면 문제가 있지 않겠는가? 나처럼 삐딱한 독자들을 만나면 내용이 어떠하든 반발감을 주기 딱 좋을테니까 말이다. 저자는 "아무리 좋은 글이라도 읽히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깨달았으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어렵게 산다는 생각을 해본다. 평론가는 평론가대로 어렵게 살고, 영화 감독은 감독대로 평론가들의 평론을 의식해야 하니 얼마나 어렵겠는가? 영화 관람객들은 평론가들의 온갖 말을 귀담아 듣고 챙겨들으면서 자기의 생각을 표현하길 주저해야 하니 얼마나 어렵겠는가? 그렇기 때문에 나는 그냥 편하게 영화를 보련다. 휴식, 즐거움, 감동, 재미 이런 것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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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인 2010-04-28 1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평이 되었든 평론이 되었든 또는 수필이나 소설 등도 독자들과의 교감이 중요한 것 같아요. 물론 글에는 깊이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개인적으로는 그 깊이를 따지고 싶지는 않습니다. 내가 읽어서 다른 사람이 읽어서 공감할 수 있으면 때론 비평도 되고 때론 평론도 되지 않을 까 싶어요. 어렵게 쓰는 글 읽어주기도 힘듭니다. ㅋㅋ

saint236 2010-04-28 22:21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어렵게 쓴 글 정말 읽어주는 것도 힘듭니다. 너무 난척하는 것이 지식인의 고약한 점인데 혹시 제게도 그런 모습이 있을까봐 조심합니다. ㅔ두사의 시선 어제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재미있네요.

마녀고양이 2010-04-30 14: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인트님도 숙제하시는 중 이시군요? ㅋㄷㅋㄷ
그런데 아래 책도 별 둘, 이번 책도 별 둘 이여염? 에고고...
저두 그냥 편안하게 영화 보렵니다, 제 느낌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