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 볼 일이 있어서 갔다. 주로 카드로 생활하는 생활 패턴 때문에 현금을 거의 가지고 다니지 않는다. 어쩌다 현금이 생기면 지갑에 넣어두지 않고 무조건 은행으로 직행한다. 아는 사람은 알 것이다. 지갑에 현금을 넣고 다니는 것은 오뉴월 땡볕에 아이스크림을 방치하는 것과 똑같다는 것을. 도대체 언제 썼나 싶을 정도로 돈이 녹아 없어져 버린다. 아니다. 증발한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어찌되었건 요즘은 은행에서도 CD기를 사용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는지라, 그리고 실제로 왠만한 것들을 창구에서 기다리는 것보다 무인창구를 사용하는 것이 시간이 훨씬 덜 걸리는지라(이런 걸 보면 난 아직 젊은 것이 확실핟.) 자주 무인창구를 사용한다. 그런데 말이다. 요즘은 은행에 가서 업무를 보기 위해 기다리는 시간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입금할 수 있는 CD기가 옆에 버젓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이 기다려야 한다. 문제의 5만원권 때문이다. 신사임당 누님의 초상이 그려진 5천원권과 비스므리한 이녀석이 문제를 일으키는 원흉이다.

바로 이게 문제의 핵심이다. 오만원권 사용가능합니다. 이런 젠장이다. 원래 은행 가면 아무 기계에서나 오만원권을 사용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 아닌가? 내가 위조지폐를 사용하는 것도 아니고 분명히 조폐공사에서 찍어내서 유통되고 있는 현찰인데, 왜 사용가능한 기계가 다로 있어야 한다는 말인가? 그것도 2:1이나 3:1 비율로 사용할 수 없는 기계가 더 많다. 국가에서 하는 일이 이렇게 주먹구구식이어서 될 것인가? 일단 찍어내고 보자는 것은 분명히 잘못된 행정 아닌가? 조폐공사 직원들은 은행에 입금하러 가지 않나보다. 그러니 이렇게 현실과 동떨어져서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드니 말이다.
오만원권때문에 빈정상하는 하루였다. 언제나 "오만원권 사용가능합니다."이런 스티커를 보지 않으려나. 젠장, 괜시리 전시행정이라는 케케묵은 단어를 끄집어 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