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아플 때마다 나는 자주 이문구의 <내 몸은 너무 오래 서 있거나 걸어 왔다>를 생각한다. 젊었을 때도 어딘가 아프긴 했다. 하지만 그건 소소하고 잘 먹거나 잘 쉬면 났던 것 같다. 하지만 나이들수록 잘 났지 않거나 새로운 양상으로 아픈 것 같다. 나았다고 해도 완벽하지도 않고.   

 

작년은 좌골신경통에 걸려 병원을 오래 다녔다. 작년 이맘 때도 병원을 다녔었다. 병원을 다니면서 얼마나 지겹던지. 아마도 지겨워 더 못 다녔을 것이다. 마침 얼추 나아서 완벽한 걸 바라지도 않았으니 치료를 종료시켰지. 올해 코로나 바이러스를 생각하면 작년에 병원 다니길 차라리 잘 했구나 싶기도 했다. 올해 아팠으면 많이 망설였을 것이다. 이제 겨우 살살 다닐만 했는데 지금은 왼쪽 발바닥이 아파 고생하고 있다. 족저근막염이라지 아마. 이 병은 딱히 치료법이 없다는데 그래서 운 좋으면 저절로 나을 수도 있다는데 어쨌든 병원에 가기 싫어 버텨보는 중이다. 작년에 치료를 종료하면서 마지막으로 의사를 만났을 때 무슨 말 끝에 가볍게 뭐 아프면 또 다시오시면 되죠하는데 머리통 한 대 쥐어 박아주고 싶었다. 근데 그 말이 뭔가 마가 걸린 것도 같다.

 

그는 병원이 무슨 놀이방 다니는 줄 아는가 보다. 하긴 나이들수록 병원 가까운 곳에 살라는 말도 있는데 모든 사람들이 병원을 좋아서 다니는 건 아닐 것이다. 우리나라는 병원을 너무 자주 다닌다는 말도 있는데 오죽하면 병원을 다닐까. 나 같은 사람은 아무리 약방은 몰라도 병원은 정말 싫다. 

 

내일은 내 생일이다.

그동안 내 몸은 체중이 전혀 빠질 생각을 하지 않고 있고, 안경도 쓰게 되었으며, 관절은 오래 전부터 안 좋았고, 말했던대로 좌골도 안 좋고, 발바닥도 아프게 되었으며, 이제 완경을 앞두고 있다. 숫자 뒷자리 변한지 6번째 되는 동안 이 모든 변화를 겪으며 살아왔고 앞으로 살아가게 될 것이다. 그것도 그렇지만 자꾸 뭔가 덤덤해지는 것 같다. 뭔가 짜릿하고, 기대되고 뭐 그런 감흥이 갈수록 없어지는 것 같다. 젠장. 옛날 어르신들 말이 조금도 틀리지 않다.

 

이 생일이라는 것도 별로다. 근데 그냥 오랜만에 밝혀 본다. 이게 다 코로나 때문인 것 같다.ㅠ        


댓글(20)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북프리쿠키 2020-09-14 22: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문구님 작품 검색해봤네요.
참 모진 인생이었네요.
텔라님도 천상 작가십니다. 좌골신경통에 무심코 이문구님 소설을 끼워파시다니. 혹했습니다.
생일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stella.K 2020-09-15 10:23   좋아요 1 | URL
ㅎㅎ 역시 쿠키님!
근데 정작 저는 저 소설을 아직 읽어보질 못했어요.
이문구님이 제목 하나는 정말 잘 뽑은 것 같아요. 조만간 읽어봐야겠어요.
저도 죄골신경통을 훈장으로 알아야지 했는데 훈장은 무슨.
다 운동부족에 게으르고 나이들어 생기는 병이죠.
암튼 생일 날 아침에 쿠키님 생일 축하 받으니까 좋네요.
고맙습니다.^^

카알벨루치 2020-09-14 22:5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생신 축하드립니다 스텔라님^^

stella.K 2020-09-15 10:25   좋아요 1 | URL
오, 전 카알님의 축하를 받을 거라고 생각 못했는데
기분 좋네요. 고맙습니다.^^

페크pek0501 2020-09-15 00: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스텔라 님이 작가가 맞네요. 작가들처럼 병을 많이 가지신 듯하네요. 허리 디스크와 목 디스크는 없습니까? 작가들이 많이 걸리는 병이라고 하더라고요.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아서 생긴대요. 저도 디스크 있답니다. 우리 조심하며 삽시다.
코로나 때문인 것 맞습니다. 우리 모두 지쳐가고 있는 것 같아요.

어쨌거나 내일 아니 오늘 9월 15일의 생일을 축하드립니다. 생일은 생일대로 즐겨야지요.
참고로, 저는 생일 때 저를 위해 책을 몇 권 샀습니다. 저를 위한 선물로요. ㅋㅋ

stella.K 2020-09-15 10:35   좋아요 1 | URL
디스크가 있군요. 전 아직 그건 잘 모르겠는데
병이 한 가지 한 가지씩 늘어나고 돌아다니는 것 같더라구요.
여기가 좀 괜찮아지면 저기가 아프고 등등.
좌골신경통은 좀 억울하더라구요.
많이 쓴 것도 세상이 알아주는 작품을 쓴 것도 아닌데
이런 병에나 걸리고. 누가 알면 진짜 작간줄 알겠다
속으로 그러면서 병원에 다녔었죠.
그 보단 저의 엄니가 젊었을 때부터 관절이나 하체쪽에 병이
많았어요. 갱년기 무렵에.
나이들면 여자들이 병이 많아진다던데 정말 그런 것 같습니다.ㅠ

저도 나를 위해 책 몇권 사 볼까 했는데
모처에서 서평 이벤트 한 2주전에 신청했는데
마침 오늘 도착했네요. 정말 읽어보고 싶었던 책이었는데
그 모처가 제 생일 챙겨준 셈이죠. 그걸로 퉁치기로 했습니다.
축하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희선 2020-09-15 02: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스텔라 님 태어난 날 축하해요

구월 한가운데 날이네요 저는 거의 안 아프다 아주 가끔 아프기도 하는데 어제 그랬습니다 어지러워서 다른 건 하나도 못했습니다 누워 있었더니 저녁 때쯤에는 괜찮아졌어요 아플 때뿐 아니라 우울할 때도 거의 누워 있어요 그렇게 쉬는 거죠 스텔라 님도 아프면 푹 쉬세요 안 아픈 게 가장 좋은데...

오늘 좋은 하루 보내세요


희선

stella.K 2020-09-15 10:39   좋아요 1 | URL
그랬군요. 희선님은 저 보다 젊으실 것 같은데
조심하셔야겠습니다. 하긴 어느 때고 우리 몸은 항상
아껴주고 조심시켜줘야죠.
그래서 잘 있어. 잘 가. 건강해라 하는 말이 예삿말 같지가 않습니다.
희선님도 건강하십시오. 고맙습니다.^^

hnine 2020-09-15 04: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생일 축하해요.
우리 나이때 친구들 만나면 처음부터 끝까지 어디 아프다는 얘기만 하다 돌아온다면서요. 이번 생일을 계기로 내 몸을 더 잘 보살펴주기로 해요. 앞으로 수십년 더 나를 지켜줄 몸이니까요.
케잌이라도 한쪽 놓고 함께 커피라도 마시면 좋겠네요.
축하드립니다~

stella.K 2020-09-15 10:45   좋아요 0 | URL
아, h님. 그렇지 않아도 이 글 쓰면서
h님 생일도 9월 어느 날이었는데 하고 있었어요.
저 보다 며칠 뒤 아닌가요? 생일되면 알려주세요.
저도 축하하게.ㅎ

그래야 되겠죠? 그래서 건강식품에 눈이가고 그러나 봐요.풉~
고맙습니다. 오늘 하루 잘 지내겠습니다.^^

blanca 2020-09-15 08: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생일 축하드려요. 그런데 스텔라님 저는 앞자리 여섯 번이라는 데 고개 갸우뚱, 훨씬 젊으신 줄 알았어요. 글에서도 생기가 느껴지고. 생일 날짜도 너무 좋아요. 15일. 빨리 몸이 낫기를 기원합니다. !! 저는 위염이요.--;; 약 먹는 중입니다.

stella.K 2020-09-15 10:08   좋아요 0 | URL
앗,제가 정녕 그렇게 썼단 말입니까? 죄송함다. 정정합니다.
뒷자리요. 어제 밤에 갑자기 쓰는 바람에 확인한다고 했는데
딱 미스가 나 버렸네요. 나이들면 실수가 잦아지더라구요.
저 생각 보다 나이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ㅋㅋㅋ
암튼 고맙습니다.^^

2020-09-15 12: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9-15 13: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9-15 16: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9-16 11: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20-09-15 1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생일 축하드려요. 그래도 생일은 스텔라님을 우리에게 보내준 고마운 날이니까요. ^^

나이 든다는건 여태껏 잘 써왔던 몸이 하나 둘 고장이 나는거같아요. 나이드는게 하나도 안 슬픈데 딱 그거 하나 슬퍼더라구요. ㅎㅎ

stella.K 2020-09-15 19:30   좋아요 0 | URL
그럼 다 슬픈 거 아닌가요?ㅎㅎㅎㅎ
하긴 뭐 젊었을 때도 안 아팠던 거 아닌데
특별히 유난 떨 것도 없는데 괜히 나이드는 게 서러워 이러는 거죠.
축하 고맙습니다. 바람돌이님 그렇게 생각해 주시면 더 감사하구요.
저도 태어나서 세월을 돌고돌아 바람돌이님을 알게되서 기쁩니다.^^

레삭매냐 2020-09-16 15: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미 지났네요... 뭐 그래도 해삐 벌쓰데입니다.

stella.K 2020-09-16 18:16   좋아요 0 | URL
아유, 지나면 어떻습니까? 고맙습니다.^^
 

요즘 <유희열의 스케치북>을 보면 문득 옛날에 보았던 <쇼쇼쇼>란 프로가 생각이 난다.

유스케가 코로나 때문에 무방청객으로 진행하는 게 꽤 된다. 사실 그 옛날 <쇼쇼쇼>도 방청객 없이 했고 당시엔 그건 너무 당연했었다. 유스케가 무방청객으로 진행하는 거 난 좋다고 생각한다. 온전히 게스트에게만 집중할 수 있으니.  <쇼쇼쇼>가 생각나니 당대 불세출의 명 MC 곽규석 씨도 생각난다. 늘 오프닝 때 안녕하십니까 세 번 정도 하고 '후라이 보이(그는 꼭 이렇게 발음했다)' 곽규석이라고 했다.


최근 드라마 <하이에나>를 봤다.

김혜수가 소위 말하는 '센 언니'로 나오는데 제법 하더라. 기왕이면 목소리도 따라줬더라면 좋았을 텐데 여기선 좀 안 어울린다. 주지훈을 아주 많이 좋아하지는 않는데 그는 맡는 배역마다 잘 소화해내고 있어서 여기서도 만족스러웠다. 이 둘의 조합은 '센 언니 옆에 섹시(또는 댄디) 남'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무엇보다 센 언니의 신분상승이 볼만하다. 김혜수가 맡은 정금자는 결코 넘 볼 수도 없는 상류사회를 그 센 언니 이미지로 가뿐히 넘어간다. 그러면서도 결코 자기 이미지를 포기하지 않는다. 그 안에서도 마이 웨이를 걷는데 콧대 놓은 그 사회는 또 그녀를 얼마나 하찮게 보는지. 당연 처음엔 '네가 감히' 했다가 결국 하나로 동화된다. 그럴 수 있는 것은 정금자 특유의 이미지와 실력인데 이게 참 현실에서는 0.0000001%의 확률일 거란 말이지. 그래서 드라마겠지만 말이다.    

 

요즘 센 언니에 대해서 과연 남자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물론 고전적 여성스러운 이미지에 비하면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돌려대지 않고 스스로는 스스로가 지킨다는 측면에선 센 언니의 이미지도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다. 지금도 기억에 남는 건 정금자가 자신을 사랑하는 로펌 변호사 윤희재(주지훈)에게 '서초동 도령'이라고 펀치를 날리는데 웃기기도 하지만 머리에 쏙 박힌다. 센 언니에게 잘못 보이면 섹시남은 이렇게 초식남으로 바뀔 수도 있다는 걸 보여준다.

둘의 케미가 정말 볼만하다. 아직 안 봤다면 강추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6)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페크pek0501 2020-09-14 15: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센 언니, 저는 좋은데요. 남자에게 의존적인 약한 여성보다 좋아요.
일단 인간은 독립적인 면이 있는 게 멋져 보이고 편해 보여요.
남보다 자기 자신을 믿고 살면 가장 초라한 밑바닥까진 내려가지 않을 듯합니다.
배신당해서 우는 여성들을 떠올리면 말이죠.

센 여성은 남자들한테 인기가 없을 수 있겠네요. 개인 차가 있겠지만요...

stella.K 2020-09-14 19:17   좋아요 1 | URL
저도 동감입니다. 센 언니는 차버릴지언정 차임을 당하진 않죠.
김혜수가 맡은 역할이 대체로 그런 것 같긴한데
여기선 거의 그런 이미지의 끝판왕을 보여주고 있지요.
근데 분명 남자들은 좋아하기가 힘들죠.
암튼 한번 보세요. 아주 괜찮은 드라마예요.^^
 
기도가 된 편지 - 한국을 사랑했던 프랭크 윌리엄스 선교사의 편지
서만철 지음 / 두란노 / 2019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번쯤 읽어 볼만하긴 하다. 유관순 열사의 모교이기도 한 공주의 영명학교에 관한 이야기다. 근데 약간 산만한 느낌이들기도 한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2020-09-07 12: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9-07 14: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9-07 12: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9-07 14: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래도 꿈꿀 권리
한동일 지음 / 비채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출판년도가 2014년이면 비교적 최근인데 벌써 절판됐다. 몇몇 중고서점에 있긴 하지만 2만원이 넘는 가격에 판다. 출판사에 어떤 사정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출판해 줬으면 한다.

댓글(7) 먼댓글(0) 좋아요(17)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moonnight 2020-08-20 05: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_@; 라틴어수업 작가님의 책인가봐요. 재출간 되었으면 좋겠네요. 2만원 넘게 판매되고 있다니@_@;;;

stella.K 2020-08-20 16:01   좋아요 0 | URL
네. 얼마 전 tv에서 강연하는 걸 봤는데 정말 감동이더군요.
라틴어 수업은 언젠간 읽어야지 했는데 이제야 읽고 있네요.
이분 책이 몇권 되는데 전작하고 싶더군요.
초판을 적은 양을 찍은 건지 아니면 그때도 워낙에 유명해
일찍 다 팔린 건지 원...
한동일 교수가 유명해진 건 라틴어 수업 출간 때였다고 생각하는데 말이죠.

페크pek0501 2020-08-20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고가 오히려 더 비싸군요.
한동일 저자의 라틴어 수업, 괜찮게 읽었어요. 그 저자 맞지요?

stella.K 2020-08-21 15:17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책이 좀 들쑥날쑥 해요.
어떤 책은 절판인데도 중고서점에서 싼 가격에 팔리고,
어떤 책은 이렇게 판매가 보다 비싸게 말아요.
정말 희귀본에 가까우면 말을 안 하겠는데
이 책은 초판이 2014년이고 비교적 최근에 나온 건데
이런 식으로 거래되고 있다는 게 좀 거시기해요.
한동일 교수 넘 좋아요. 이번에 팬됐습니다.^^

2020-08-23 20: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20-08-24 15:07   좋아요 0 | URL
ㅎㅎㅎ 아니 저랑 똑같은 아이디가 유튜버에 있다굽쇼?
그 사람도 책 관련 영상을 올리나요?
저는 못 생긴대다 카메라 울렁증이 있어서
아마 이번 생엔 그런 거 못하지 싶네요.ㅠㅋ

2020-08-24 16: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철도원 삼대
황석영 지음 / 창비 / 202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문득 아사다 지로의 <철도원>이란 책이 떠올랐다. 물론 그것과 이것은 내용도 결도 다르다. 더구나 뒤에 '삼대'가 붙었다. 그러니 또 염상섭의 소설이 생각났다. 어쨌든 철도원과 삼대라는 조합이 근사하게 느껴졌다. 책 표지도 마음에 든다. 무슨 책인가 했더니 전에 모 인터넷 서점의 무가지 잡지에 '마터 2-10'이란 작가의 소설 연재를 단행본으로 내면서 제목이 그렇게 바뀐 것이다. 어떻게 해서 처음에 그런 제목을 정하고 그것이 뜻하는 바가 뭔지는 모르겠지만 '마터 2-10'라니 무슨 SF물 같기도 하고 영 낯설었다. 역시 책은 제목이 반이다.


이 작품은 작가가 무려 30년 동안 묵히고 어르고 달래서 나온 작품이라고 한다. 처음 생각한 게 1989년 방북을 했을 때였다고 하는데 물론 30년 동안 이 작품만 붙들었다는 얘기는 아닐 테다. 작가는 그 이름이 주는 무게감만큼이나 왕성한 글을 쓰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가 쓴 작품만 해도 결코 만만치 않고 짬짬이(?) 근대 작가들의 작품을 편집도 했다. 언제 그 많은 작업들을 하는지 모르겠다. 그러는 중에 이 작품도 썼다는 것이다. 그는 우리나라 근대 문학작품을 보면서 일제 시대 노동사를 다룬 작품이 거의 없다는 것을 알고 이 작품에 착수했다고 한다. 


이해가 전혀 안 가는 건 아니다. 우리나라는 노동운동을 한다고 하면 무조건 빨갱이로 보는 경향이 있고 이것은 꽤 오랫동안 우리 사회 전반을 지배해 왔다. 지금도 여전하고. 그러니 노동사 자체를 다루는 것도 쉽지 않지만 그것을 문학으로 녹여낸 작품은 더더욱 기대할 수가 없다. 모르지. 북한 문학엔 우리 남한보다 많이 있을지. 솔직히 우리나라 근대 문학이라는 것도 한정적이란 느낌이 들긴 하다. 근대에 활동했던 작가들의 작품이든, 근대를 배경으로 한 작품을 쓰는 요즘 작가든지 간에 말이다. 그런 점에서 황석영 작가의 이 작품은 남다른 의미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별히 우리나라 철도의 역사를 배경으로 했다. 흔치 않은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내가 최근에 읽었던 안재성의 <경성 트로이카> (조선희 작가의 <세 여자>도 포함)와도 맥락을 같이해 뭐 이런 우연이 있나 반갑기도 했지만 우리나라 근대를 들여다보면 어느 지점에서든 만날만한 인물들이란 생각이 든다. 게다가 작가 특유의 작품을 엮는 재주는 거의 신기에 가까워서 읽는 것만으로도 그림이 그려진다. 누가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어 주면 좋겠다 싶다. 한동안 역사 드라마가 붐이었는데 요즘엔 좀 뜸한 편이라 좀 아쉽다.


특히 이 작품은 현대와 근대를 교차해서 보여주고 있는데, 첫 장면부터 나오는 노동자의 크레인 고공 농성을 사실적으로 그려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난 몇 년 전 뉴스나 신문에서 고공 농성 소식을 접하면서 그들이 허공에 매달려서 뭘 하는가에 대해 지금까지 한 번도 궁금해하지 않았다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그만큼 내가 우리나라 노동문제에 대해 관심이 없었구나 뜨끔했다. 


노동 문제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지난 8월 14일은 우리나라 택배 역사 28년 만에 처음으로 택배 없는 날이었다고 한다. 난 아직도 그게 이해가 가질 않는다. 당연히 택배 기사들도 남들 쉴 때 쉬는 줄 알았다. 그도 그럴 것이 난 공휴일에 택배를 받아 본 적이 없으니까. 그런데 그들이 28년 역사 동안 한 번도 제대로 쉰 적이 없어서 그런 특별한 날을 지정했다는 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왜 기본적인 게 어떤 사람에 이처럼 특별해야 하는 것일까. 마침 그날은 금요일이었다. 그날 하루를 쉰 택배 노동자들은 그만큼 밀린 일을 그다음 주에 처리해야 한다. 하지만 일단 하루 쉴 수 있다는 게 너무 좋다고 한다. 그건 내가 고공 농성 때 농성자는 크레인에 매달려 뭘 하고 지내는지를 전혀 모르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말 우리나라 노동 문제는 양파 같아서 까도 까도 새롭다. 도대체 우리나라는 빨갱이란 이름 아래 노동자의 문제를 얼마나 많이 숨겨 놓았는지 알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우리나라 노동의 역사는 생각보다 길다. 386 세대 언저리쯤 노동 문학이 나왔던 것을 감안해 얼핏 그 무렵부터를 생각하면 큰일 난다.


이런 작품은 황석영 같은 걸출한 작가가 쓰는 것이 맞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아직 황석영 작가에게 매료당하지 못했다. 본문만 600쪽이다. 유장한 문체를 좋아하는 사람에겐 권할만하다. 독서는 내가 소화해 낼 수 있는 분량만 읽는 것이 아니라 가끔 미친 척하고 읽을 수 없을 것 같은 책에 도전해 봐야 는다고 생각한다. 참고로 난 이 책을 훗날 다시 한번 읽어봐야 할 것 같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바람돌이 2020-08-19 20: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황석영작가와는 딱히 안맞더라구요. 기념비적인 객지같은 작품도 있지만 문학사적 역사적 의의로 읽었지 작품이 확 좋다는 아니었던것 같아요. 그래서ㅜ이 책도 고민좀 하다가 살짝 빼놓았는데 읽지는 않을것같아요

stella.K 2020-08-20 16:08   좋아요 0 | URL
ㅎㅎ 저만 그런 줄 알았더니 아니네요.
저도 전에 한 3권쯤 읽었는데 딱히 좋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어요.
그림은 그려지는데 문체의 맛은 별로 없는. 그냥 스토리텔링이나
서사에 강한 그런 작가라고 봐야할 것 같아요.
주로 남성 작가들이 이렇지 않나요? 김탁환도 그렇고.
저도 사실은 안 읽을까 하다가 일제강점기에 관심이 있어
읽었는데 과유불급이더군요.ㅋㅋ

카알벨루치 2020-08-20 21: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황석영의 문체도 좀 끌리는데... 600쪽이라 큰 일 하셨습니다 ^^

stella.K 2020-08-21 15:18   좋아요 1 | URL
ㅎㅎ 역시 황석영 작가는 여자 보단 남자들한테 인기가 많은가 봅니다.
끌리면 읽으셔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