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늘 연이어 책폭탄을 맞았다.(어디다 쌓아 놓는담.ㅜ) 



 이번에 문학동네에서 대상 먹은 문학전집 3차분. 저렇게 찍어서 그렇지 실제로 보면 섹쉬하게 잘 빠졌다.  

어렸을 적, 엄마가 계몽사에서 나온 소년 소녀 문학전집이던가? 그것 외에 문학전집을 가져보지 못했다. 그것도 나만을 위한 것도 아니었다. 나 보다 좀 커 보이는 언니와 오빠를 위해 샀을 뿐 어렸던 나와 내 동생은 애착도 없었다. 그저 남의 것이려니 할뿐. 

어렸을 때 독서하는 습관을 들일려면 자기만을 위한 책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근데 그게 꼭 정답은 아닐 수도 있다. 울언니 오빠는 지네들을 위한 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꽂아만 놓을뿐 잘 읽지도 않더만. 

오르한 파묵의 <하얀성>과 르 클레지오의 <황금 물고기>, 엘프리데 예리네크의 <피아노 치는 여자>가 생겼다. 이는 지난 번 헤르타 뮐러의 <숨그네> 예판 때 사면서 경품으로 받은 책. 그리고 <올리브 키터리지>를 아는 지인으로부터 선물 받았다.      

  

 

 

 

 

 

 

 

 

 

또한 어제 나도 처음으로 당일배송을 체험해 봤다. 그동안 알라딘에서 제때 책을 받은 기억이 거의 없어놔서 정말 당일배송이 될까?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신청해 보았다.  

그래도 알라딘이 바쁜 고비는 넘기긴 넘겼나 보다. 정말 알사탕 500개가 걸려있는 저 <은교>를 정말 미끈하게 당일로 보내줬다. 근데 기분이 나쁘진 않은데 또 썩 좋은 것도 아니었다. 택배 아저씨한테 왠지 모를 미안한 마음이 든다. 난 그저 오늘 신청하면 담날 너무 늦지 않게만 받을 수 있으면 되는데...하긴, 택배 아저씨 오늘 배달이나 내일 배달이나 배달의 기수 어디 안 가는데 왜 미안한 마음이 드는지 모르겠다.  

 암튼 요즘 한창 뜨거운 <은교>. 나에게도 <은교>가 생겼다. 오늘 밤, 은밀히 침이나 발라볼까나?  

그나저나 알사탕 500개 생기면 어떻게 써야할지 모르겠다.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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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29 22: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30 12: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카스피 2010-04-29 2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열심히 읽으셔야 겠네요^^

stella.K 2010-04-30 10:28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입니다. 한 달에 스무권씩 팍팍 읽어야할텐데...ㅜ

L.SHIN 2010-04-30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지금까지 '당일배송 체험'을 1,2번 밖에 못 해봤답니다. -_-

stella.K 2010-04-30 11:20   좋아요 0 | URL
12시 이전에 신청한 거 맞나요?
그니까 한창 바쁜 신학기 시즌은 그런 거 같고,
지금은 그때 비하면 좀 나진 것 같기도 해요.^^

L.SHIN 2010-04-30 21:54   좋아요 0 | URL
네, 물론, 정오 이전 주문 중에 한 말이에요.
사실, 언제 주문하느냐, 언제 받느냐는...평소 그다지 신경쓰지 않기도 하고.

울보 2010-04-30 16: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좋으시겠다
전 눈독만 열심히 드리고 있다지요,
저도 읽고 나중에 류에게도 읽혀야 하는데 나중에 언젠가는 제 손에도 들어올날이 있겟지요,,ㅎㅎ

stella.K 2010-04-30 16:32   좋아요 0 | URL
그럼요. 언제고 한질 장만해 보세요.^^
 
지성에서 영성으로
이어령 지음 / 열림원 / 201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가끔 간증집을 읽게되는 경우가 있다. 뭐 그런 책이 어떤 건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것이다. 이를테면 내가 어떻게 하나님을 믿게 되었는가를 밝혀 놓은 책이 그것이다. 물론 그런 책을 읽으면 나름 은혜가 되고 감동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간증집이 워낙에 많이 나오고, 교회를 다니게 되면 직간접으로 듣게 되는 것들이 또한 간증이라 굳이 그런 책을 일부러 사 보게 되지는 않는것 같다. 하지만 이 책은 출간 때부터 나의 관심을 끌었던 책이다. 저자가 남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전 문화부장관이면서 교수인 이어령 교수가 기독교에 귀의하고 그 느낌, 체험, 사색, 간증을 쓴 책이니 어찌 관심을 안 가질 수 있을까?       

책을 좀 읽는 사람이라면 이어령 교수가 쓴 책 한권쯤은 독파를 했으리라. 나 역시도 한때는 이분의 책이 좋아 몇권 사 모았다. 사실 다른 사람도 그렇겠지만, 이분의 책이나 강연을 들으면 이분이 쏟아내는 지식의 양이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는 것을 금방 느낄 수가 있다. 그의 지식의 스펙은 국문과 교수라고는 하지만 국문학 한가지에만 국한 하지는 않는다. 물론 이분이 세상에 알려지기는 한국과 일본의 문화를 비교한 일련의 작업들로 더 유명하긴 하지만 실제론 기호학이나 문학평론, 소설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런 분이 신앙 간증집을 냈으니 그 향취는 어떠할까? 자못 궁금해졌다. 

이런 분을 두고 이런 말하기는 뭐하지만, 뭐 눈엔 뭐만 보인다고, 자기 전공분야 안에서 하나님을 증거하는 것. 나는 같은 간증이라고 하더라도 그런 간증을 좋아한다. 자기의 삶 전체를 아우르는 간증. 이를테면 자기 삶 따로, 신앙 따로의 간증은 때로 역겨울 때가 있는 것이다. 마치 하나님이 자기만 사랑하는 양. 또는 간증을 못해 안달 난 암고양이 마냥 빤히 들어나 보이는 간증은 금방 그 바닥을 들어내는 법이다. 그런 의미에서 내가 읽어 본 간증집 중에 나름 좋아하는 책이 있다면 오래 전에 읽은 카피라이터 이만재씨가 쓴 <막쪄낸 찐빵>이다. 이책은, 누가 글쟁이 아니랄까봐 신앙에 문외한인 사람이더라도 읽으면 킥킥대고 웃음이 나올만큼 재미도 있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정말 자기 전공분야 밑바닥에서 우러나는 좋은 간증집이다. 사실 그에 비하면 이책은 다소 묵직하고 어려운 책일 수도 있을 것 같다. 왜 그런지에 대해선 굳이 말하지 않겠다. 

이어령 교수는 한때 무신론자로서 기독교와 배치된 글을 썼다고 밝히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부자가 천국에 들어가기 어렵듯이, 인간의 허다한 많은 지식이 하나님께 눈을 뜨기는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그는 흡사 바울을 많이 닮은 듯도 하다. 하지만 부자가 천국에 들어가기 어렵다고 했지 못 들어간다고 하지는 않았다. 마찬가지로 지식인 역시 천국에 못 들어 가는 것은 아니다. 들어가는 사람도 있다. 부자나 지식인이나 안 믿던 사람이 신앙에 귀의해서 180도 달라진 삶을 산다면 그건 또 얼마나 강력한 것일까?  

내가 이책을 읽으면서 감탄했던 건 저자의 지식으로 하나님을 증명하고 있다는 것이다. 사람의 지식이 때로 하나님을 부정하는데 쓰일수도 있는데 그 지식이 오히려 하나님을 증거하는데 쓰이는 것이다. 그것을 이름하여 이어령 교수는 '지성에서 영성으로'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굳이 안 믿는 사람의 편에서 얘기한다면(어차피 간증이라는 것도 안 믿는 사람을 믿게끔 만드는 것이기도 한만큼) 모든 지성 중의 최고는 하나님을 아는 지식인만큼 그것이 바로 영성이라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어령 교수는 재대로된 수순을 밟고 결국 영성에로의 방점을 멋있게 찍은 분은 아닐까 한다. 그래서 리더십에서도 하나님을 증거하고 있고, 기호학으로도, 문화에서도 하나님의 원리를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읽다보면 하나님을 학문적으로 증거한 학문이라는 변증학의 대가 겸 20세기 최고의 지성 중의 한 사람이라던 C.S 루이스가 생각이 난다. 말하자면 이어령 교수는 한국의 C.S 루이스라는 생각을 하게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가 학자로서만 하나님을 말하고 있다면 나름 권위만 지녔다고 할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그의 삶이 하나님을 다 증거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의 글에선 부성애가 느껴진다. 그는 특히 따님인 민아 씨의 전도로 하나님을 믿게 되었는데, 사실 이어령 교수 그 자체로는 그다지 신앙에 귀의할 것 같지는 않아 보인다. 당대 우리나라를 대표할만한 최고의 지성인이요, 문화부장관이란 명예까지 누린 사람이 무엇이 아쉬워 예수님을 믿었겠는가? 그러나 그의 따님인 민아씨의 고통스러운 삶을 보면서 그는 하나님 앞에 무릎을 꿇고만다. 즉 민아씨의 많은 어려움 중 정점을 찍었던 건 그녀의 망막파열로 실명이 될거라고 했을 때 아버지로써 결국 하나님께 무릎꿇을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어찌보면 이땅의 부모들은 자식들 앞에 가장 강한 척하는 약한 자인지도 모른다. 그때야 비로소 그는 딸의 병을 고쳐주시면 예수님을 위해 평생 헌신하는 삶을 살기로 서원을 했다고 한다.   

결국 그것은 그를 구원하시기 위한 하나님의 섭리였을 터. 이책에 수록된 글들은 딸을 통해 예수님을 영접하고 하나님께 헌신하며 산 그의 발자취를 기록해 놓은 것이나 다름없다. 한마디로 지성이 무엇이고 영성이 무엇인지를 그 특유의 화법으로 잘 전달해 주고 있다. 그래서 그럴까? 그는 자주 자주 딸 민아씨의 얘기를 하곤 한다. 그리고 한 평생 책만보고 연구만 하느라 아버지 노릇은 잘 하지 못했다는 자책도 하지만 실제로 읽어보면 그의 부성이 곳곳에 느껴지기도 한다. 그것은 마치 작고한 수필가 피천득 선생이 딸에 대한 부성을 그의 수필집에 기록한 것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세상의 어느 아버지가 자기 자식을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책은 저자에겐 참회록이라할지 모르지만 나 같은 독자에겐 인문학적 향취가 가득한 저자의 영성에 대한 기록같아 읽는 내내 즐거웠고 뿌듯했다. 믿는 사람 뿐만아니라 안 믿는 사람에게도 읽으면 좋을 책이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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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a,moderna 2010-07-01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떤 책일까 궁금했는데.
그런 책이군요.
얼마전부터 알라딘 서재에 가입하고 서재글을 보고 있었고, 님의 서재를 즐겨찾는 서재에 등록하고 읽고 있었는데(순전히 운명이다 때문에요), 님이 여자라는 것은 오늘에야 알게 되었네요.
오늘 읽은 싸움의 기술은 좀 무서웠습니다.^^

stella.K 2010-07-01 11:42   좋아요 0 | URL
정말요? 뭘 그 정도 가지고...ㅋ
암튼 반갑습니다.^^
 
어느 날 나는 바깥으로 들어갔다 - 스물여섯의 사람, 사물 그리고 풍경에 대한 인터뷰
최윤필 지음 / 글항아리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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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제, 지난 2008년도에 방송한 가수 비(정지훈)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봤다. 말하자면, 그가 오늘 날 월드 스타가 되기까지의 그 이면을 보여줬던 프로그램이었다. 그걸 보면서 월드 스타도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구나를 새삼 느꼈다. 어디 그뿐인가? 우리의 자랑스러운 김연아 선수는 어떤가? 한번의 트리플 악셀을 성공시키기 까지 천번도 만번도 더 엉덩방아를 쪘을 그녀의 지난한 과정을 보면서 우린 김연아에 대해 무한한 사랑과 찬탄을 보내지 않는가? 그들은 모두 1등이고, 세계 제일이다. 뭐 그래서 나쁠 것은 없다. 아무리,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 이라고 외쳐도 그들은 1등을 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고, 자격이 있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그것도 알려지는 과정에서 아무래도 자본주의 논리 또는 적자생존의 원리를 비껴가지는 못한다. 그러니 비나 김연아 같은 주목 받는 사람의 이야기는 이책의 제목대로 따지자면, '어느 날 나는 안으로 나갔다'쯤이 되는 것은 아닐까? 사실 그들이 1등이 되기까지는 수 많은 2등과 3등이 있기에 가능한 것인지도 모르는데, 우린 1등만 기억하는 세상에 살기에 2등과 3등이 어떻게 2등과 3등이 될 수 있었는지 알 수가 없다.      

책 제목이 아이러니 하면서도 묘하게 끌린다. 저자는 어떻게 이런 제목을 달 생각을 했을까? 저자의 약간의 비딱한 시선이 느껴진다. 모르긴 해도 저자는 기자로서 이 세상에 가리워지고, 숨겨진 것 들 그러면서도 홀로 아름다운 것들을 찾아 길을 나설 생각을 했던 모양이다. 기자 정신에도 부합되는 태도처럼도 보인다. 세상에 아름다운 것들이 얼마나 많은데, 1등은 1등이어서 좋다고 해도 그 1등 때문에 아름다운 것들이 가리워져서는 안되지 않는가? 1등이어서 아름다울 수 있지만, 꼭 1등이기 때문에 아름답다는 등식은 세상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아름다운 것은 아름다운 것이고, 1등은 1등인 것이다. 그러기 때문에 박태환의 훈련 파트너라고 알려진 배준모 선수도 아름다운 것이고, 군무 벨레리나 안지원도 아름답다. 그들이라고 부모님의 사랑을 덜 받았겠나? 그들이라고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싶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 보다는 자신을 찾아 나가는 것. 자신의 위치에 서는 것이 먼저라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그러니 그것이 저자와의 인터뷰 과정이 없이 나 같은 벽안의 독자가 어찌 알겠는가? 어디 그뿐인가? 아름다운 넘버3로 남은 산악계의 휴머니스트 한왕용씨 는 또 어떠한가? 그 사람이라고 1인자가 되고 싶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는 가족을 위해 그 길을 과감하게 포기했다. 고독한 1인자로 남기 보다 여러 사람의 곁에 넘버3로 남았다.고 누가 그를 비난할 수 있을까? 그라고 남자로서의 자존심이 없었을까? 명예롭고 싶지 않았을까? 그러나 무엇이 남자의 길이고 명예를 위한 길인가에 대한 답은 특별히 정해져 있지는 않다. 그것은 그야말로 가치를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여러 가지로 답이 나올 수 있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또한 저자는 바깥으로의 길을 찾는 것을 꼭 사람에게만 국한하지 않았다. 동물이나 사물에로도 눈을 돌렸다. 퇴역마 다이와 아라지의 이야기는 묘한 감동을 선사한다. 다소는 도도하고 자존심 강한 말과 사람과의 교감. 그리고 퇴역을 위한 마지막 경주. 과연 다이와 아라지는 어떤 느낌이었을까? 그리고 녀석은 퇴역을 한 지금도 잘 지내고 있을까? 동물을 좀 좋아하는 나는 곁에 있었다면 한번쯤 쓰다듬어 주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무엇보다 가슴 찡한 건 절판된 책의 운명을 다룬 잘 가게, 40원어치 폐지로 남은 인연들이란 쳅터다. 책에도 사람의 혼이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가끔 책 한 권을 쓰기 위한 저자의 노력과 글자 한 자 한 자 찍어내기 위한 노력을 생각하면 우린 책을 너무 싸게 사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보곤 한다. 물론 인쇄술의 발달로 우린 이렇게 이런 호사를 누리지만. 그런데 그것도 부족해서 독자들이 찾지 않은 책으로 끝내 전락해버리면 몇 개의 단계를 거쳐 결국 40원어치 폐지 밖엔 안 된다는 것이다. 한때는 그렇게 화려한 장정으로 위용을 자랑하던 그책이 휴지 보다도 못한 폐지로 남아 쓸쓸히 생을 마감하는 것이다. 나름 책을 좋아한다는 나도 이 부분을 읽고나면, 나는 그저 책에 아주 조금 관심이 있다는 것뿐 정말로 아낄 줄은 모르는구나 싶기도 하다. 내가 읽을 수 있는 책은 한정되어 있고, 그 사이 죽어 가는 책은 셀 수도 없이 많으니 감히 어디 가서 책 좋아한다는 말을 할 수도 없을 것 같다. 또한 우리나라의 비무장지대 DMZ를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도 참 뭐라 쉽게 말할 수 없는 착잡함을 안겨 주기도 한다.   

그런데 저자는 이런 마이너리티적인 것에만 관심이 있는 줄 알았더니, 아날로그에 대한 추억에도 관심이 많아 보였다. 하긴, 그 또한 386세대인 것을 보면 잊혀져 가는 것에 대한 남다른 아쉬움과 애정이 각별할 것 같다. 그래서 우표도 취재를 했고, 70년대 통기타 가수 대열에 섰던 '이사 가던 날'을 불렀던 가수 주정이씨도 취재를 했을 것이다. 읽는 나도 새삼 감회가 새롭다.  

글쓰는 사람으로서 크게 비전향장기수나 외국인 노동자를 다루는 것은 이제 이채롭다고 말하지 않는다. 사람의 이념의 문제나 인권의 문제는 변하지 않는다. 계속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미얀마 난민 조모아씨老프롤레타리아 이일재씨 를 직업혁명가로 취재한 것은 참으로 적절한 취재란 생각이 든다.  

지면상 다 소개할 수는 없지만, 저자는 이렇게 26 분야의 사람들과 풍경과 사물을 만나 취채하고 그것을 꼼꼼히 기록해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다. 읽다보면 나름 다 특별해 보이면서도 사람 냄새난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1등은 못해도 1등에게 박수를 쳐 줄 수는 있다. 그러나 이렇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남이 알아주건 말건 묵묵히 일하는 사람 보면 가서 손이라도 잡아주고 싶지 않은가? 알고보면 당신네들이 있어 우리가 웃고 사는 거라고 하면서 말이다. 왜 세상은 1등이 되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자기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며 사는 사람도 가치 있는 인생인 것을.  

책을 다 읽고 나서 이런 전달의 가치를 높여준 저자가에게 새삼 고마운 마음이 생겼다. 책 사이 사이에 보여지는 흑백으로 찍은 사진도 저자의 마이너리티하면서도 아날로그한 취향를 더욱 높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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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쟁이, 루쉰
왕시룽 엮음, 김태성 옮김 / 일빛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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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을 나름 익살맞게 하려고 그렇게 했는지도 모르겠다. 우리나라식 표기법이라면 '환쟁이'이가 맞는 표현은 아니었을까? 하지만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그림쟁이라면 천시하는 경향이 있어서 아마도 조심스럽게 하다보니 그렇게 붙여진 제목인지도 모르겠다.  

문학가겸 사상가로 잘 알려진 루쉰이 그림도 그렸다고 하니 그가 달리 보여지는 것도 사실이다. 의학을 공부하다 문학으로 진로를 바꿨고, 그는 평생 문학을 연구하고 글을 쓰는데 바쳤다. 그 사이 언제 또 그림까지 익혔을까, 놀랍기도 하다. 물론 평생 그림을 그리며 산 사람에 비하면 그 숫자는 얼마 되지 않을지 모른다. 그래도 그가 남긴 그림만해도 100여점이라고 하니 비전문가로선 결코 적지 않은 작품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가끔 사람이 한 가지만 잘하지 않고 여러 방면에서 두루 잘 하거나 어쨌든 한 가지 이상을 잘할 때 나는 약간의 심통이 난다. 난 한 가지도 재대로 못 하는데 저 사람은 왜 이렇게 잘 할까 하는 질투쯤? 루쉰이 글만 잘 썼던 게 아니라(그를 단순히 이렇게 표현하는 건 어패가 있긴 하다.) 그림도 잘 그렸다니 이건 질투라기 보다 신을 원망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그가 남긴 그림이 우리가 흔히 생각하듯, 산수화 같은 것을 생각하면 크게 오산이다. 그가 남긴 그림은 주로 낙관이나 전각, 책의 표지 그림 또는 학교 교휘 그런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니 보기에 따라선 다소 생소하고 지루하고 그래서 기대했던 것만큼은 아니라 여겨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적어도 난 그랬다. 저자가 무슨 뜻이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설명이 그다지 풍부하지도 않다. 지극히 건조하달까?  

그래도 새삼 이책을 보면서 놀라운 건, 그가 다른 서양의 문학을 번역하는데도 힘을 썼다는 것이다. 그가 그렇게 한 것엔 단순히 돈벌이 수단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서양의 문학을 당시의 중국에 소개함으로써 중국을 개도하려는 의지가 있었다는 것이다. 그건 확실히 루쉰다운 태도다.  

그래도 루쉰이 그림엔 확실히 재주가 있었던 건 사실이었던 것 같다. 의대시절 그는 해부도를 그렸는데 그것을 본 선생이 해부도는 미술이 아니라며 보기 좋게 그리기 보다 정확하게 그리라고 충고를 했더란다. 하지만 루쉰은 입으로는 그렇겠다고 했지만 속으론, '역시 제가 그린 그림이 낫군요. 물론 실제 형태는 머릿속에 다 기억하고 있습니다.'(49p)라고 했다니, 그의 의학 공부를 얼마나 지루해 했는지 그리고 미술에 대한 애정이 얼마만한 건지 나름 짐작해 볼 수 있는 대목이 아닐까 한다. 

아무튼, 미술은 문학책이 아니어설까? 좀 건조한 책이긴 하지만 루쉰을 동경하고 그에 대해 알고 싶다면 한번쯤 봐도 좋을 듯하다. 참고로 난 루쉰을 동경하고 그에 대해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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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 2010-04-15 0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루쉰에 대한 이런 책도 있군요. 중국의 루쉰, 일본의 소세키, 한국의 이광수는 동시대를 대표하는 인물들로 알고 있어요. 소세키만 재주꾼인줄 알았더니 루쉰도 만만찮군요. 저도 루쉰에 관심있는데 스텔라님을 따라가며 배워야겠어요.

stella.K 2010-04-14 19:33   좋아요 0 | URL
아이고, 아닙니다.
전 그저 루쉰 그 이름이 좋을뿐이지 그다지 많이 아는 것도 없답니다.
제가 오히려 반딧불이님께 배워야죠. 고맙습니다.^^

순오기 2010-04-14 2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루쉰이 아큐정전의 루쉰이겠죠?
가끔 눈팅만 하고 다녔는데, 님이 남긴 댓글보고 용기를 내서 댓글 남겨요.
원고청탁서는 궁금할 거 같아 잠깐 올렸다 내렸어요.^^

stella.K 2010-04-15 12:47   좋아요 0 | URL
앗, 이런...민망하네요.
저에게 댓글 남기시길 뭐 그리 어려우시다고...ㅜ
제가 무심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모쪼록 순오기님 좋은 원고 쓰시기 바랍니다.^^

Seong 2010-04-15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은 불공평해요. 한 사람에게 이렇게 재능을 집중시키면 나머지 사람들은 어쩌라고...
ㅠㅠ

stella.K 2010-04-15 12:47   좋아요 0 | URL
제 말이요. 흐흑~
 
클래스 - The Class
영화
평점 :
상영종료


감독 : 로랑 캉테
주연 : 프랑수아 베고도



우선 이 영화 시사회 때 볼 수 있었는데 안 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프랑스 영화가 좀 그렇긴 하다. 어딘가 모르게 지루하고, 딱딱하고, 뭔지 모르겠는 모호함이 있다는 거. 같은 프랑스 영화라도 허리우드 냄새 팍팍 풍기는 영화는 나름 볼만 한데 말이다. 

같은 프랑스인이 보면 자유와 평등적 사고방식 때문이라고 할지 모르지만 우리나라 사고 방식으로 볼 땐 좀 살벌 하다는 생각이 들고, 그나마 우리나라 교육이 아주 나쁜 것마는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사실 우린 너무 문제점만 봐서 그렇지 여타의 나라에 비해 꿀릴 것이 없다. 장점은 더 살리고, 문제점은 개선해 나가면 우리도 교육 선진국 될 수 있는데, 그놈의 사교육이 뭐고, 비교의식이란 뭐란 말인가?  

그래도 우리가 누구인가? 의지의 한국인 아닌가? 지난 주일, 한 초등학교 취재한 걸 TV에서 잠깐 본적이 있는데 과연 이런 학교가 있었다니. 괜히 내가 다 뿌듯하고 기분이 좋아졌다. 모르긴 해도 대안학교도 우리나라가 가장 우수할 걸? 뭐든 1등이 안 되면 성에 안 차지 않는가? 우리나라 좋은 나라다.

가끔 사람들은 인생을 다시 산다면 10대는 살고 싶지 않다고 말하곤 하고, 나 역시 그것에 동감이지만, 아마도 인생을 다시 산다면 필히 10대는 다시 거쳐봐야 하고, 안 그러길 바라더라도 신은 얄궃으셔서 꼭 그렇게 하고야마실 것이다. 

이 영화 보면, 저 포스터에 실린 글이 정말 딱이란 생각이 든다. 무슨 다큐멘터리 보는 느낌. 이렇게 지루해도 나중에 뭐 하나라도 묵직하게 던져주지 않을까 싶었는데 역시 좀 허무하다.  

영화는 영화여야 한다. <죽은 시인의 사회>가 엄청 생각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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