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시작되었음을 알게 하는 것은 그 파랗던 산이 점차 붉은 색을 띄워 가는 모습을 보았을 때이지만, 가을이 무르익어 감을 알 수 있는 것은 길에 떨어진 낙엽을 치우는 청소부의 빗질에서 느낀다.


가을의 흔적이 완연한 길 위를 지나는 청소부의 빗질은 길에서 가을을 지운다.

깊은 가을을 느끼기도 전에 벌써 가을이 지나간다.

먼 산에는 아직도 그 깊은 가을을 뽐내고 있는데, 나의 발 아래에서는 만끽하지도 못한 가을이 청소부의 빗질로 지워져 간다.


나의 선택이 아니지만,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내가 미쳐 누리고 즐기지 못한 가운데 나를 스쳐 지나가 이제 잡을 수 없는 저 시간이 되어 버린다.

나의 시간을 부여 잡고 나의 시간을 누려야 겠다.

후회와 아쉬움이 아니라 그 때의 기쁨과 지나간 추억으로 나의 시간을 만들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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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 12

 

지금 여기에 두발을 굳게 딛고 서 있어야지

자꾸 뒤돌아 보지 말아야지

돌아봐야

밀려오는 후회와 회한에 그저 눈물 짓게 되지

 

지금 여기에 두발을 굳게 딛고 서 있어야지

그래야 내가 나를 사랑하지

그래야 내가 너를 사랑하지

그래야 내가 여기를 사랑하지

그래야 후회할 시간도 미련도 갖지 않지

 

지금 여기에 두발을 굳게 딛고 서 있어야지

그래야 흔들리지 않고

앞을 똑바로 쳐다 볼 수 있지

내가 더 밝게  더 희망차게

미래를 그려봐야지

 

아무리 흔들리고 울렁거리더라도

굳게 버티고 서 있으며

앞을 봐야지

 

나와 너와 지금과

앞으로도 같이 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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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 11. 20

 

벽난로에는 따뜻한 온기가 퍼져 나오고

그 앞에 놓여 있는 안락한 쇼파에는

여유와 온화함이 함께한 얼굴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차를 마시는 부부

아이들은 시끄럽지도 침울하지도 않게

아주 적당하게 재잘재잘거리며 놀고 있다.

 

창 너머에 있는 남자는 이제 걸어야 할 때다.

가질 수 없는 것을 바라보며 너무 오래 서 있어

냉기가 그의 다리를 저려 오게 한다.

옷깃을 세우고 등을 약간 굽히고 머리도 약간 아래도 내려서

추위를 받아 내어야 한다.

이제 내 삶으로 돌아와 애초에 있지 않았던 그 허상을 벗어날 시간이다.

 

이제 걸어야지.

내가 있는 곳으로

바람이 휘몰아 칠 때는 쉼없이 덜컹러리는 창문과

그것을 뚫고 들어오는 추위를 담는 나의 집으로.

 

꺼진 벽난로에서 뿜는 냉기와

푹 꺼진 쇼파가 주는 불쾌감과

어떤 것도 나눌 수 없는 나 이외의 또 따른 사람의 불편함과

아무것도 모르고 지껄이는 저 볼상스러운 얘들의 소음이 있는 곳

 

나의 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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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10.20

 

하룻만에 길에 낙엽이 흩뿌려져 있다

단풍이 채 들지 않은 그 사이에

너는 낙엽이 되어 흩어져 버리고

 

해와 달이 교차하여 지나간 그 긴 시간은

순간이 아닐진데

너는 순간으로 만들어 버린다

 

그렇게 모든 것이 순간으로 다가온다

 

긴 시간은 순간으로 모두 놓쳐버리고

짧은 순간은 견디지 못하고

그 순간을 기나긴 시간으로 만들어 버린 채 신음한다

 

너의 그 시간을 짧게 다 놓쳐버리고

너의 그 순간을 길고 긴 괴롬움으로

난 붙잡고 있다

출근길에 단풍이 미처 들지도 않았는데 이미 아파트 단지길에 떨어져 있는 낙엽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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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 9. 24

 

당신은 어디에 있나요?

당신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나요?

 

당신을 본다는, 느낀다는 사람들은 나에게 얘기해요.

당신은 내 곁에 있대요.

난 당신을 본적도 느낀적도 없어요

그래도 당신은 내곁에 있대요

 

당신은 어디에 있나요?

내 곁이 아니라, 저사람 옆에 있어 줘요

저 사람곁에서 당신의 존재를 알게 해주세요

 

난 알고 싶어요

당신은 어디에 있나요?

당신은 어디서 찾을 수 있나요?

하나님은 진짜 있나? 그를 믿는 사람에게는 항상 마음속에, 곁에 있나?
그런데 난 기독교인에게서 하나님의 존재를 느껴본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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