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그림이 좋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애니매이션이 알고보면 다 우리나라 기술력라고 하던데 이 작품을 보면 과연 헛말은 아니겠구나 싶다.

상당히 사실적 표현을 하려고 노력을 많이 한 느낌이 든다.

 

그럼에도 아쉬운 건 역시 스토리다.

뭔가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것 같긴한데

뭘 말하려고 하는지 잘 모르겠다.

하긴 애니매이션이다. 

그냥 동화적인 느낌만으로도 봐 줄만 하다.

 

 

더빙은 알아줄만한 톱배우들의 목소리를 썼다.

난 이점도 좀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 많던 성우들은 다 어디로 갔을까?

배우들은 성우질 안해도 먹고 살지 않는가.

 

성우도 배우다. 목소리 배우.

왜 그것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는지 모르겠다. 

공익광고에나 쓰이자고 성우의 꿈을 키운 거 아니지 않는가?

 

옛날에 외화는 다 목소리 전문 배우를 썼다.

물론 그땐 우리나라가 외화를 볼 기회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성우의 쓰임새가 요긴했을 것이다.

지금은 외화를 볼 기회가 너무 많고,

외국어 습득을 위해 역시 영화는 원음으로 들어야 한다고 생각해

어린 아이를 위한 것이 아니면 거의 쓰지 않는다.

그런데 그것도 유치한 발상일 것이다.

지금은 어린 아이들이 오히려 원음을 더 선호할 것이 아닌가.

성우들이 설 자리는 더 없어 보인다.

 

2000년 초반만 하더라도 <주말의 명화> 한 달의 한 번은 원음으로

방송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 성우들은 알았을 것이다. 이놈의 짓도 점점 못해 먹을 거라는 걸.

지금은 프로그램 자체가 폐지되었다. 

 

가끔 애니메이션을 볼 때가 있는데

자막과 더빙 선택을 하라고 하면 난 당연 더빙을 선택한다.

물론 개인적인 이유가 더 많다.

무엇보다 눈이 안 좋다 보니 자막 읽는 것도 일이다.

그런데 난 옛날 아날로그 감성이 남아선지 성우들의 목소리 연기가 그립다.

 

옛날에 특수 공작원 소머즈를 주희라는 성우가 했다.

그런데 주인공과 성우의 목소리가 얼마나 매칭이 잘 되던지

정말 린지 와그너가 한국말을 한다면 주희 같은 목소리를 하지 않을까 착각할 정도였다.

또 그처럼 6백만불의 사나이를 양지운이 맡았는데,

리 메이저스는 양지운 그런 생각도 하고. 

 

성우도 배우다.

그들 역시도 아티스트란 말이다.

그 권리를 인정해 줬으면 한다.

  

이 작품은 별 세 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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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7-08-03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성우가 연기한 경우가 더 좋았어요. 하지만 우리는 일본(예를 들면)과 달리 성우가 다른 배우처럼 이름이 알려지지 않아서 아마도 홍보면에서 배우를 선택하는 경우도 없지않을것 같아요. 그렇지만 외화도 그 배우의 전속 성우 목소리로 먼저 접했을 때는 배우가 연기한 원래의 음성이 낯설기도 합니다.
중국에서 방영하는 드라마에서는 성우가 목소리 연기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전달력이 좋은 것 같았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stella.k 님 오늘도 덥습니다. 시원하고 좋은 오후 보내세요.^^

stella.K 2017-08-04 10:45   좋아요 1 | URL
헉, 서니데이님 상당히 젊으신 줄 아는데
성우 시절을 아십니까? 그럼 서니데이님 몇짤...?ㅋㅋ

cyrus 2017-08-03 20: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인지도 높은 성우 대부분은 연세가 많은데다가 성우가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이 갈수록 좁아지고 있어요. 젊은 전문 성우가 많아져야 해요.

stella.K 2017-08-04 10:49   좋아요 1 | URL
옛날에는 성우들이 연기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어.
지금도 없지 않지. 장광 씨가 대표적이긴 하지만.
그런데 지금은 역전이가 되고 있는 느낌이다.
배우가 성우를 하는.
지금의 젊은 성우들은 목소리 연기를 할 기회가 아예 없으니
인지도를 쌓을 길이 없는 거지.
딱하게 됐어. 왜 시스템이 이 모양이 됐는지.쩝

transient-guest 2017-08-04 01: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좀 다른 이야긴데요, 작화실력으로 얘기하면 확실히 한국이 실력이 좋은 것이 예전 일본애니도 한국에 하청주고 가져간 것들이 많다고 하잖아요. 문제는 작화실력보다 창작력이 부족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이번에 에스퍼맨 그림사건만 해도 급조해서 내려니 표절도 아니고 사실상 모사를 해서 갖다내는 거잖아요...

성우이야기는, 외화가 더빙보다는 자막방송으로 나오면서 점점 더 설 자리가 없어지는 것 같다는 생각도 합니다. 그 목소리 연기라는게 참 어려운 것이고 전문영역인데도 말이죠. 그야말로 한국형 애니메이션의 활발한 작업도 좋겠고, 헐리우드 유명극장만화가 들어올 때 더빙을 배우한테 맡기지 말고 전문성우들을 기용하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stella.K 2017-08-04 10:54   좋아요 0 | URL
맞아요. 창작력의 부재.
그것만 받혀주면 우리나라도 일본을 능가할 수도 있을텐데...
에스퍼맨 그림사건...? 그런 사건도 있었군요.
전 전혀 몰랐습니다.

옛날이 그리워요.
지상파 방송들 명절 때만 영화 딥따 보여주지 말고
한달에 한 번만이라도 더빙 외화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옛날 추억 좀 더듬어 보게.ㅋ
 

오늘 대출 연장을 위해 은행엘 갔다.

빚없이 사는 사람이 몇명이나 되겠냐만

이놈의 대출은 언제 쫑이 날런지 모르겠다.

아마 모르긴 해도 내가 이 땅에 죽어 없어져도 끝날 것 같지가 않다.

울오빠가 끝맺지 못하고 간 것을 나와 엄마가 대신하고 있는 거니까

돈벼락을 맞거나 산속으로 들어가지 않는 이상

누군가는 계속 바통을 이어 받아 연장의 연장을 거듭하지 않을까?

 

그런데 이것을 위해 얼마를 기다렸는지 모른다.

오후엔 붐빌 것을 예상에 오전에 갔는데

한 시간 넘게 기다린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다른 업무를 보는 창구는 몇 개가 되는데

대출업무를 보는 창구의 직원은 한 명이다.

원래는 두 명이 더 있나 보다.

그런데 하나는 뭐 때문인지 직원이 없고,

다른 하나는 공석이다.

그러니 시간이 그렇게 오래 걸릴 수 밖에.

 

은행이 시원해서 좋긴 하지만 시간이 너무 지체가 되니

짜증이 안 날래야 안 날 수가 없다.

불평이 절로 나왔다.

은행이 돈 회수하는 거야 신나겠지만

돈을 내주거나 연장 신청 반갑지 않으니까

갑질은 못하겠고 이런 거에서 지 잘난 척 하는 거 아닌가.

 

얼마만에 우리 차례가 돼서, 많이 기다렸다고 한 마디 했더니

미안하다는 형식적인 사과를 하면서 직원이 없어서 그렇단다.

은행 전체적으로 감원을 3천명을 했다나?

갑자기 말문이 막혔다.

점점 은행이 줄어들 거라더니 3천명씩이나?

그렇다면 이 3천명은 지금 어떻게 됐을까?

아찔한 생각이 들었다.

차장이란 직함을 달긴했지만 그도 언제 짤릴런지 모르고

이 업무를 보고 있는 거겠지 갑자기 측은한 생각이 들었다.

화장실도 못 가고, 점심 시간인데도 우리 다음 손님을 맞이하느라

여전히 분주한 모습이었다.

 

작년에 우리를 맞아줬던 직원은 어떻게 됐을까?

개설된 나의 통장에 돈이 하나도 없는 것을 보고

약간 거들먹대며 한마디 했었는데  그는 지금도 잘 살고 있나

새삼 궁금해졌다.

 

만기에 의한 연장이기 때문에 새로운 금리가 적용이 될 거라고 했다.

미국의 금리가 올랐기 때문에 따라서 은행 금리도 오를 거라고.

난 이게 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왜 미국의 금리가 오르면 덩달아 우리나라 금리도 요동을 쳐야하는 걸까?

뭐 나비효과니, 미국이 기침을 하면 우린 독감에 걸린다며

어떻게든 이해해 보려고 하는데 그런 식으로

미국에 의해 우리나라가 좌지우지 되야한다는 게 마땅치가 않다.

물론 그게 우리나라뿐이겠냐마는.

 

지금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는 부탄이라고 한다.

뭐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그 나라가 행복할 수 있는 건

세계화의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은 아닐까?

세계화의 영향에 휘둘리지 않고  독자적으로

행복의 길을 모색해 가는 것 말이다.

우리도 그럴 수는 없는 걸까?

 

아무튼 우린 오늘 은행을 다녀 옴으로 다시 한 번 1년 동안 지금의 집에서

행복하고 안정된 삶을 살 수 있는 걸 허락 받았다.

오른 금리의 이자를 내면서 말이다.

우리 집을 우리 집이라 말하지 못하고 사는

우리나라는 좋은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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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8-02 2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집 근처 시장 안에 있던 은행이 갑자기 폐쇄되는 바람에 ATM을 이용하려면 좀 더 걸어 가야해요. 은행 직원이랑 안면이 있어서 이별 인사 한 마디라도 하지 못한 게 아쉬워요.

stella.K 2017-08-02 20:22   좋아요 0 | URL
와, 우리가 어느새 이런 세상에 살고 있구나.
예전에 은행원도 희망 직업 수위에 있었던 걸로 알고 있는데 말야.
그렇다면 내년에 나도 은행 찾아 삼만리를 할지도 모르겠구만.
지금도 거래 은행이 지점이 가장 작은 줄 알고 있거든.

그런데 이번 휴가 때 일본 간다고? 부럽구만.
부러우면 지는 거라고 하지만 너를 위해 마구 져줄게.
근데 너 휴가 가서도 책 본다고
크레마나 종이책 몇 권 싸 가져갈 것 아니냐?
눈 생각해서 그런 거 싸 가져가지 말고
그냥 좋은 거 많이 보고 맛있는 거나 많이 먹고오렴.
그게 내 소원이다.ㅠㅠㅋㅋ

cyrus 2017-08-02 20:22   좋아요 2 | URL
일본에 가는 이유가 실컷 먹고 쉬려고 가는 거예요. 책을 들고 가면 일본에서 살 수 있는 물건을 못 챙겨와요. ㅎㅎㅎ

stella.K 2017-08-02 20:23   좋아요 0 | URL
내 선물도 사와!ㅋㅋㅋㅋ

cyrus 2017-08-02 20:24   좋아요 0 | URL
받고 싶은 거 있어요? ^^

stella.K 2017-08-02 20:27   좋아요 0 | URL
왜, 진짜 사서 보내주게...?
아냐. 됐어. 그냥 한번 해 본 소리야.ㅋㅋㅋ

2017-08-02 23: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8-03 13: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transient-guest 2017-08-03 0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은행이나 마트의 계산대에서 사람이 줄어들기 시작한지도 꽤 되었답니다, 여긴. 사람을 줄여서 얻는 이익, 고객이 대신 일해주는 셈이니 거기서 얻는 이익, 물건값이나 서비스비용의 상승으로 얻는 이익은 다 어디로 가는 건지 얼마전에 유PD가 던지더라구요. 이거 향후 10년 안에 지금보다도 훨씬 더 큰 문제가 될 듯.

stella.K 2017-08-03 13:29   좋아요 0 | URL
문명의 이기 앞에 인간이 철저히 굴복하고 마는 거죠.
기계를 만들어 내고 그것을 쓸 줄 아는 자만이
세상을 지배하려나 봅니다. 으흠~
 

        

            

예능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내가 챙겨보는 프로가 있다면,

<미운 우리새끼>와 이거다. 이름하여 알쓸신잡.

솔직히 처음부터 기대에 차서 본 것은 아니었다. 

먹방이 대세인 요즘 이젠 하다하다 먹물들 까지 끌어 들이는구나 탐탁치가 않았다.

그런데 하도 여기저기서 알쓸신잡을 떠들길래 늦게 1회분 재방송을 챙겨 보고

그 다음부턴 본방사수 했다.

 

보면서 나영석PD가 크게 한껀 했군 싶었다.

잡학다식에서 결코 밀리지 않는 남자 5인방.

유희열은 정말 MC를 너무 잘 한다. 5인 중에 지적인 면에서 가장 쳐지는 것으로

나오고 있는데 역시 그건 컨셉이었다.

모름지기 MC가 잰척을 하면 안 되는 거 아닌가?

그런 점에서 유희열은 매회 합격점이었다.

 

인간적인 매력을 뿜었던 건 곰돌이 푸우 정재승이라고 생각한다.

겸손을 무기로 할 말은 다한다. 막내라 그런지 아직 풋풋함이 가장 많이 남아 있지만

이게 또 변질이 되려면 너구리로 변할 수도 있는데 뭐 남의 이미지에 대해

왈가왈부할 입장은 못 되고.

미소천사는 역시 황교익이다.

 

분명 울거나 시무룩한 표정보다 웃는 얼굴이 좋아 보이긴 하다.

하지만 웃는 얼굴이 오히려 웃지 않는 얼굴 보다 못한 얼굴도 있더라.

그러니까 미소가 아름답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황교익은 미소가 정말 좋다.

미간을 찡긋하며 입술에 미소를 가득 담았다.  

웃으면 입이 얼마나 커지던지.

 

8회였나? 거의 끝나갈무렵 사진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황교익은 자신은 이만큼도 웃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그때가 신문사 기자했을 때라고.

그것을 받아 유시민이 그런 말을 했다.

자신의 얼굴을 일주일간 매일 찍어 보라고.

그것을 보고 좋은 인상이면 현재 행복한 거고

안 좋은 인상이면 불행한 거라고.

그렇다면 지금하고 있는 일을 그만둘 것을 신중히 생각해 보라고.

자신의 국회시절은 하나도 행복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리고 그의 국회시절 사진 몇 컷을 보여주는데 정말 지금의 인상과 많이 달랐다.

 

그건 나도 이미 감지하고 있는 바다.

난 국회의원들 치고 인상 좋은 사람을 거의 보지 못했다.

그들은 국회가 아닌 곳에선 형님 아우하면서 잘 지낸다고 하는데

그게 얼마나 진심인지는 그들만이 알이다.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데 좋게 지내는 것도 한계가 있지 않을까?

 

그런데 그 장면을 보고 있으려니 나도 옛 생각이 났다.

연극을 했을 때 얼마나 얼굴이 안 좋았던지.

유시민의 말이 과연 맞다 싶다. 

그런 것을 오랫동안 다시 해 볼 생각을 했었다.

물론 그래봐야 난 대본이나 쓰겠지만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땐 즐겁게 해 보리라 생각했는데

어줍잖은 희망 같은 건 갖지 않는 것이 좋겠다 싶다.

나의 그 성마름을 누구에게 풀려고.

그래서 미련을 버렸다.

 

사실 이 프로는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컨셉은 별거 없다.

그냥 각 분야에서 똑똑한 사람을 섭외해 여행시켜 주고 

맛있는 것 먹여줘 가면서 그야말로 수다 떠는 게 전부다.

이게 또 얼마나 부럽던지.

부러우면 지는 거라는데 솔직히 인정할 건 인정하자.

이래서 억울하면 출세하라는 거구나 싶다.

일찍이 유명한 사람이 되고보니 이런 호강도 누리는 것 아니겠는가.

물론 그런 호강이 그냥 얻어지는 건 아니겠지만.   

 

그들의 잡학다식이 부럽다.

책을 아주 안 읽는 사람에 비하면  읽긴 읽지만

나의 지식이라는 건 일천하기 짝이 없다.

뭐 하나 제대로 깊지도 넓지도 못하다.

 

그들은 수다를 떤다고 생각을 하겠지만 그런 문화 권력이 방송에 나와서

어떤 말을 하느냐에 따라 그것의 파급력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그야말로 수다가 세상을 구원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솔직히 우리나라 행정을 담당하는 사람들 뭘 그리 많이 알겠는가.

다 우물안의 개구리들이지.

그러므로 많이 알고, 많이 떠드는 건 너무 중요한 일이다.

 

그들의 수다 중 가장 희망적이었던 건 9회에서였다.

지금까지는 노동을 신성시 해서 마치 놀고 먹는 것이 죄가 되는 세상에서 살았지만,

(그건 또 마르크스의 영향이 크다)

이제는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에 의해 사람이 하던 일을 로봇이 대신하면 인간은 가난하게 되고

로봇이 만든 물건들은 사서 쓸 수가 없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나라에서 개인에게 돈을 주고 재화를 쓸 수 있도록 해 줘야 

한다는데, 가능성이 있고 없고를 떠나 상당히 설득력 있는 말처럼 들렸다.

앞으로는 잘 노는 사람이 살아남을 거라더니 그게 맞는 말 같다.

 

순간 옛날에 나 일 안 한다고 생구박을 했던 후배 하나가 생각이 났다.

물론 걔의 시각에서 보면 내가 문제있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볼 때 걔는 뭔가에 쫓기듯 했고,

일에서 자신의 존재 의미를 찾는 것 같긴 한데 그렇다고 행복해 보였냐면

그렇지도 않았다. 그런 후배가 나에게 뭐라고 할 자격이 있는 건지

싫은 소리하고 싶지 않아 못 들은 척 넘기고, 넘기고 했었다.

내가 가난해지면 보태줄 것도 아니면서 잘난 척 하기는.

사람은 어차피 어느 때가 되면 멀어지고, 안 만나게 되던데

참는다고 영원히 만나는 것도 아니면서 그때 왜 내가 참았는지 모르겠다.

그런 그 후배가 이렇게 달라진 세상에서 여전히 노동은 신성한 거라고 우길 건지

그도 궁금하다.

 

그런데 이 프로가 뭔가 획기적이긴 한데 아쉬운 것도 있다.

무엇보다  이 프로를 남자가 아닌 여성 출연자로 구성한다면 안 되는 건가?

솔직히 남자의 수다만이 세상을 구원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그런데 문제는 여성 출연자로 하면 누구를 섭외할 건가 마땅한 사람이  떠오르지 

않는다.

 

글쎄, 문학소녀를 읽은지 얼마 안 되서일까? 

설마 여자는 감성적인데다 지적인 능력이 떨어질 거라고

생각한다든지, 남자만큼 웃기지 못할 거라고 생각해서

꿈에도 생각해 본적이 없는 건 아닌지?

 

나는 보지 못했지만 언젠가 친구가 <꽃보다 누나>를 보고

나에게 하는 말이, 모르긴 해도 나영석 PD는 다시는

여자들만 나오는 꽃보다 시리즈를 찍지 않을 거라고 했다.

그때 나왔던 여성 출연자들이 얼마나 짜증을 많이내고,

사람을 어렵게 만드는지 당황한 적이 많았다고. 

뭐 일견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방송 구조의 탓은

아닌지 의심해 볼 필요는 있지 않을까? 

 

방송이 언제 여성을 배려하고 이해하려고 했었나? 다 남자들이 만들어 놓은 구조에

맞추느라 가랭이가 찢어지는 줄도 모르고 일해 오지 않았던가.

적어도 그런 프로를 만들 생각이었다면 여성 PD와 함께 하던가 여자에 대해 뭘 알고

덤볐어야 했던 것 아닐까? 그걸 무조건 여자의 탓으로 모는 건

프로답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번에 알쓸신잡에 나왔던 F5들 환상의 호흡을 자랑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착각 안했으면 좋겠다. 그들의 촬영기간은 2개월이었다.

서로 잘 모르고 있다가 공통의 일 때문에 알게되면 응집력이 생기는 법이다. 

운이 좋아 좀 빨리 생긴 것도 같은데, 이건 짧게는 3개월 길게는 1년도 간다.

이걸 두고 허니문 기간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그들이 원래 인간성이 좋아서 2개월 내내 좋았을 거라고 착각하면 안 된다.

카메라 밖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보지 않는 이상 말할 수 없는 것이고.

 

내 말은 여자도 카메라 안에서 저 정도는 연출할 줄 안다는 것이다.

단지 그것이 빠르고 늦고의 차이는 아닐까?

그러므로 무조건 여자에게 그런 기회도 주지 않고 재미없을 거라고 단정 짓는 건 

위험할 수도 있다는 말씀.

여자의 우정이 얼마나 끈끈할 수 있는지는 여자가 되보지 않고는 모르는 것 아닌가.

(아,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냐? 암튼...)

 

어쨌거나 내가 볼 때 알쓸신잡은 언젠가 시즌 2를 하지 않을까?

그땐 또 누가 당첨이 될까 그도 궁금하긴 하다.

내가 볼 때, 마침내 태어난 우리들의 스타 서민 교수도 한 자리 끼워주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은데 말이다.

 

그나저나 이번 주부터 불금 때 뭘하며 지내나...?

난 삼시세끼 재미없던데.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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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8-01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쓸신잡 시즌 2가 제작된다면 정말로 서민 교수님이 캐스팅되었으면 좋겠어요. 만약에 회식 자리에서 기생충을 주제로 대화를 나눌 때 나머지 패널들의 표정과 반응이 어떨지 궁금해요. ^^

stella.K 2017-08-01 14:40   좋아요 0 | URL
ㅎㅎ 나도 그 생각을 해.
얼마나 웃기겠어?
PD의 관건은 섭외력에 있다고 하던데
나 PD 과연 어디까지 발을 뻗혀 줄 수 있을까?
빨리 시즌2 해줬으면 해.
아, 그리고 못 쓴 말도 있는데,
이 프로보면서 우리나라도 정말 볼게 많구나 하는 거였어.

페크pek0501 2017-08-02 1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제인가 저녁 때 5~6명의 사람들이 나와서 과학 이야기를 하는데 꽤 흥미롭게 봤어요.
인간이 만든 로봇의 지능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앞으로의 세상에 대한 예견 등 들을 만한 게 많았어요. 프로그램 제목은 모르겠어요.
앞으로 이런 프로가 많았으면 좋겠어요. 마치 독서를 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지식과 정보가 풍부했거든요. 그런데 왜 이런 프로에는 남자들이 대부분일까요?

stella.K 2017-08-03 13:58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이어요.
얻어 듣는 게 많아요.
요즘 아침마다 알쓸신잡 재방송 해 주거든요.
잠깐 받는데 또 새롭더군요.
복습이 필요하겠구나 싶어요.
진짜 이런 프로 여자들은 거의 없죠.
있어도 한 두 명.
이러니 남자들이 여자를 언제 이해하겠습니까?ㅠ

transient-guest 2017-08-03 0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거 재미있게 봤어요. 유시민은 정말 인간의 능력치를 넘어서는 듯, 모르는게 없고, 안 읽은 책이 없는 것 같은, 게다가 두루 세상경험도 많이 해본 고수의 풍모가 느껴집니다.. 알쓸신잡 시즌 2는 여자고수들로 편성해도 흥미있을 것 같아요.

stella.K 2017-08-03 13:33   좋아요 1 | URL
저도 같은 생각인데 그런 모험을 할까 싶어요.
나 PD가 좀 보수적인 것 같아서리..

transient-guest 2017-08-03 13:47   좋아요 0 | URL
아무래도 사회적인 걸 무시할 수 없으니 ㅜ.!
 
보길도 기행 - 비밀의 정원 보길도에서 만난 자연과 사람들
김나흔 지음, 구자호 사진 / 현실문화 / 2014년 5월
평점 :
품절


보길도. 언젠가 들어 본 이름이긴 하다. 하지만 이곳을 여행지로 선택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우리나라에 섬이 600 곳이 넘는다고 하지 않는가? 대표 여행지도 아직 채 다녀보지도 못한 내가 이렇게 입술로나마 떠올려 주는 것만으로도 보길도는 충분히 이름값을 다하지 않을까? 그런데 보길도. 언제 누구한테서 들은 이름일까? 그리고 난 그곳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는 걸까?

 

고산 윤선도의 유배지로도 유명한 곳이다. 세도가 이이첨 등의 불의를 폭로하다가 오히려 귀양살이를 했고, 병자호란을 맞은 임금께 서둘러 문안인사를 올리지 않았다는 죄목으로 두 번째 귀양살이를 했다. 또 이는 잘못 알려진 바, 사실은 임금을 구하러 가솔들을 데리고 강화도를 출발했지만 도중에 삼전도의 굴욕 소식을 듣고 뱃머리를 돌렸다고 한다. 원래는 제주도로 귀양을 가야했지만 풍랑에 잠시 머문 곳이 이곳이다.

 

아무튼 입신양명의 길과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은 윤선도가 평생 좋아했던 곳이 보길도이기도 했다. 특히 세연정이라는 곳을 좋아했다고 하는데 책을 읽다보면 새삼 이 역사적인 귀양지도 세월이 한참 흐르면 기념비적인 곳이 되는 것을 볼 때 우리나라 어느 한곳도 허투루 여길 곳은 없겠다 싶다.

 

책은 그런 역사적인 추적을 비롯해 그곳의 천혜의 비경과 특산물,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비교적 자세히 소개해 놓고 있다. 사진과 함께 보면 이 글에 당장이라도 떠나고 싶다고 써야하는 것이 맞는 것 같긴 하지만, 평생 날지 못하는 공작새처럼 우아하게 사는 나에게 이건 차라리 고문에 가깝다 싶다. 아니 떠나지 못하니까 이렇게 책이라도 보며 위로를 삼아야 하는 것이 맞는 걸까?

 

책 뒤에 보면 여행서답게 먹을 곳과 잠잘 곳을 부록으로 실었는데, “그래도 언젠간 꼭 떠나 보세요라고 속삭이는 것도 같다. 언제고 이 책을 다시 발견하게 되면 그땐 책 들고 꼭 한 번 떠나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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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7-08-02 1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사서 보길도로 향하는 여행을 해 보고 싶군요.
책과 함께하는 여행, 머릿속에서 상상해 봅니다. 좋은 정보 감사드려요.
가을 여행으로 생각해 보겠습니다. 고산 윤선도의 <오우가>를 생각하며...

stella.K 2017-08-02 13:12   좋아요 0 | URL
맞아요. 어차피 여름에 떠나지 못할 여행이라면
가을에 떠나는 여행이 좋죠.
햇볕은 여전히 따갑겠지만 습기는 없을 거잖아요.
읽으면서 귀양도 꼭 불행한 것만도 아니겠구나 싶어요.
천혜의 자연이 위로에 줄 텐데 말이죠.
암튼 조만간 언니의 보길도 여행 사진 볼 수 있겠군요.ㅎ
 
문학소녀 - 전혜린, 그리고 읽고 쓰는 여자들을 위한 변호
김용언 지음 / 반비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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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흔히 감수성 예민한 사춘기 시절을 문학소년 또는 문학소녀에 비유하는 걸 좋아한다. 사실 문학소년이란 말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그저 문학소녀의 대응어로 훗날 이 소년이 자라 청년이 되어서도 여전히 문학에 뜻을 두었다면 문학청년 줄여서 문청이란 말로 불러준다. 그리고 이는 작가지망생의 또 다른 말로 사용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문학소녀란 무엇인가? 말 그대로 문학을 좋아하는 소녀다. 일반인들이 그 말을 사용할 땐 시나 소설을 좋아하고 작가가 되기를 꿈꿨다는 의미로 받아들인다. 그런데 이들이 그 꿈을 가지고 성인이 되어 작가가 된다면 여류작가가 될 것이지만 이루지 못한다면 여전히 문학소녀가 될 것이다.

 

그런데 이 여류작가란 말도 일제 강점기 몇 되지도 않았을 여성 작가를 비하해서 썼던 말이다. 게다가 페미니즘에 입각해 작가를 굳이 남자와 여자로 나눠 남자는 그냥 작가라고 부르면서 여자는 굳이 여류란 말을 붙여 차별을 두고, 여자는 결코 일류가 될 수 없음을 조장한다는 반발론을 제기해 폐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을 보니 새삼 언어의 음모가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록 여류작가란 말은 폐기했지만 문학소녀란 말은 여전히 살아남아서 우리의 의식을 떠돌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을 보면 문학소녀란 말은 부정적인 말로 사용되고 있으며, 그렇다면 아직도 여성작가에게 덧씌워진 부정적인 의미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 말이 된다. 그리고 그것을 저자는 문학소녀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는 전혜린에서 찾고자 했다.

 

사실 사춘기 시절 자신이 문학소녀였다면 전혜린의 책 한 권 정도는 읽어줬다는 말로, 그만큼 전혜린은 당대뿐 아니라 모든 여성 문학인의 롤모델이자 아이콘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그녀는 어느 날 홀연히 세상을 떠나 버렸으니 거의 전설이 되어버린 느낌이다. 그녀의 책은 주로 일기나 단상을 자유롭게 쓰며 늘 자유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

 

그렇다면 전혜린은 누구인가?

전혜린은 한마디로 고관대작의 영애 소리를 들을만한 집에서 태어났다. 저자는 그녀를 이해하기 위해 그녀의 아버지 전봉덕이 어떤 사람인지를 비교적 자세히 설명해 놓고 있다. 그는 경성제국대학을 나온 엘리트로서 해방 당시 경시(총경) 직위까지 올랐고, 나중에 반민특위로 헌병사령부의 친일파의 도피처란 비난을 받기도 했다고 한다. 다른 것은 다 폐일언하고(전혜린이란 예외적 존재란 곳을 읽어 보라) 딸에 대한 아버지 사랑이 대단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3, 4세 때부터 한글과 일본어 책을 읽을 수 있도록 가르쳐 주었고, 딸에겐 심부름이나 주방 일 같은 건 절대로 시키지 않았다고 한다.

 

그런 것을 보면 그녀가 어떻게 자랐을지 짐작이 간다. 당시 일본은 서양 문물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나라였고, 아버지가 친일파로 책 읽는 것을 직접 가르쳐 줄 정도라니 그녀는 자연스럽게 서양을 동경했을 것이다. 게다가 지식욕이 대단한 노력파이기도 하지만 겉으론 모던 걸처럼 자유분방 했다. 문학소녀가 어떤 캐릭터인지를 안다면 문학소녀=전혜린이란 등식도 설득이 가능할 것 같다.

 

그런데 전혜린은 그토록 문학을 사랑하고 갈망했음에도 소설이나 시를 쓰지 않았다. 전혜린이 자신의 이름으로 낸 책은 오로지 에세이였다. 그나마 그것도 그녀의 사후 그녀가 알던 지인을 통해 엮어낸 것이다. 그런 것을 보면 그녀는 살아생전 책을 낼 생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러니까 전혜린은 오로지 번역가로만 존재했다는 말이 된다. 하지만 이것은 당시의 평자들로부터 그녀를 저평가하기 좋은 것으로 작용한다.

 

오늘 날의 에세이는 어느 정도 인문학적 교양과 격식을 갖춘 것도 많지만, 당시의 에세이 즉 수필이라는 것은 마음가는대로가볍게 쓴 이지 고잉(easy-going)’ 즉 만필이었다. 그러니까 수필은 시나 소설 보다 못한 하위 문학으로 취급 받았던 것이다. 그러므로 전혜린은 문학소녀이면서 만필이나 쓰는 어느 팔자 좋은 모던걸 또는 유한마담처럼 평가되었다는 말이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저자가 주장하는 읽고 쓰는 여자들의 흑역사라는 것이다.

 

이것을 또 어디까지 낮췄냐면, 문학소녀의 일탈 행위를 지적하며 정신적 환상증으로 치부하고, 나아가 문학소녀의 자살로까지 확대해석하며 문화발전에 따른 향락욕과 태타욕(怠惰欲)과 사치욕에 기인한 좋지 못한 사상의 결과로 인식하게 만들었다(154p). 이렇게 보는 관점은 여성은 남자보다 이성적이기보다는 감상적이고 감정적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런 생각을 뒷받침이라도 하듯, 전혜린을 비롯한 당대 엘리트 여성을 가리켜 불란서 시집을 읽는 고운 손이라는 형용구를 쓰기도 했다. 언뜻 들으면 여성을 존경하는 말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이것은 여자를 경멸하여 이른 말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그 손은 전체 국민의 1% 내외의 특권 지배층의 손이라며 우리의 적으로 간주한다. 또한 불란서 시집을 읽으며 허황된 꿈에 잠긴 소녀야 말로 일하지 않는 자라며 비난하고, 문학소녀는 공공의 적이자 국가의 발전을 가로막는 적폐란 말도 서슴지 않는다. 게다가 우리가 잘 아는 고종석이나 김화영 같은 지식인이 한마디씩 거들었다. 요즘 같이 말 한마디 잘못하면 자신의 위신을 보장 받을 수 없는 파급력이 강한 세상에서 아직도 여성 비하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남자들이 글을 쓰고 문학을 하는 건 고양된 정신적 행위이거나 생존이 달린 문제로 진지하게 봐주면서, 왜 똑같은 행위를 여성이 하면 그건 일탈이거나 아니면 잉여 행위로 보는지 모르겠다. 물론 전혜린이 문학 위해 죽은 건 아니지만(그녀의 정확한 사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문학을 하다 죽었다.

 

그렇게 남자들은 전혜린을 저평가하기를 주저하지 않지만, 앞서 말했던 것처럼 우리 여성들이 볼 때 전혜린은 확실히 앞서간 존재임에 틀림없다. 그녀는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독일 유학생이자 독일 문학자요 번역가다. 그녀가 살아생전 독일 문학을 열심히 번역하지 않았다면 헤르만 헷세나 루이제 린저 같은 작가의 작품은 우리가 알았던 때보다 훨씬 늦게 접했을 지도 모른다. 한국의 평자들이 그런 싸구려 저평가를 늘어놓고 있을 때, 그녀가 독일에서 얼마나 생활에 쪼들리며 치열하게 살았는지를 알아야 한다. 그녀에게 그런 평가를 하는 건 확실히 그녀를 모독하는 거나 다름없다.

 

전혜린이 세상을 떠난 지 50년이 넘었다. 그동안 여성의 문학 환경이 얼마나 좋아졌는지 모르겠다. 아직도 이 나라의 정치가와 문학권력자들의 생각이 바뀌지 않는 이상 우리나라 문학 발전의 길은 멀어 보인다.

 

일례로 193, 40년대 우리나라 여성의 문맹률은 굉장히 높은 수준이었다. 그런데 비해 일본 여성들은 그때 문맹을 깨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런데 비해 우리나라는 5, 60년대가 돼서야 비로소 그것이 낮아지기 시작했다.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문학이 여성에게 전파되는 속도가 일본 보다 늦는다는 말이기도 하니, 우리나라 문학은 전반적으로 일본 보다 훨씬 뒤져 있다는 말도 될 것이다. 일본도 문학소녀에 대한 인식이 어떤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가 여성 문학인에 대한 저평가를 쏟아낼 때 일본의 여성 문학은 저만큼 앞서갔다는 얘기다

         

사실 이 책은 건조하고 딱딱한 느낌이어서 마치 한편의 논문을 읽는 것 같다. 또한 여성 문학의 앞으로의 전망은 뚜렷이 제시하지 않고 있어 그 점은 좀 아쉽긴 하다. 그러나 적지 않은 우리나라 문학소녀들도 이런 읽고 쓰는 여자의 흑역사가 있었다는 것을 몰랐을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한번쯤 읽어 볼만하다고 생각한다. 이젠 이 문학소녀란 말도 여류작가란 말과 함께 사라져야할 말은 아닐까 싶다. 여성문학도 그것도 내키지 않으면 그냥 문학도라고 해야 옳지 않을까? 여성과 남성을 구분하는 건 필요하지만 비교하는 건 옳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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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7-23 18: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살아남지 못한 자들의 책읽기》(푸른역사, 2017)에 전혜린 작가의 이야기가 나와요. 작년에 최남선, 이광수 문학상 제정을 추진한다고 말이 많았어요. 다행히 상 제정은 무산되었어요. 그런 친일 작가 이름을 딴 상 만들지 말고, ‘전혜린 에세이 문학상‘이라든가 ‘전혜린 번역상‘을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stella.K 2017-07-24 14:55   좋아요 0 | URL
그렇구나. 그런 책이 있었네.
그런데 전혜린이 그런 평가를 받지 않더라도
그녀의 아버지가 친일파였잖아.
그래서 어떤 식으로든 전혜린을 저평가하려는
시도가 있었을 거야.
에세이는 번역물은 좋은데 우리나라에선 아직도
낮게 보는 시각이 많지.

페크pek0501 2017-07-27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루이제 린저의 <생의 한가운데>가 전혜린의 번역이어서 작가와 번역가를 동일시하면서
이 책을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꽤 인상깊게 읽은 책이라서 오래전에 읽었음에도
기억이 생생합니다.

stella.K 2017-07-27 17:44   좋아요 0 | URL
저는 전혜린 번역본으로는 못 읽은 것 같아요.
하지만 그녀를 동경하지 않는 문학소녀는 없었다고 봐요.
우리 여자들이 그러고 있을 때 이런 흑역사가 있었다는 게
씁쓸하긴 하죠?
책이 쉽게 읽혀지는 건 아닌데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만들어요.

transient-guest 2017-07-31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혜린이 낮은 평가를 받는 다는 건 몰랐네요. 항상 뭐랄까, 시대를 앞서간 천재의 이미지로 남아있어서 그런지 모르겠어요. 예전에 TV드라마 명동백작에서 이재은씨가 연기한 잠깐 나온 모습이 기억나네요.

stella.K 2017-07-31 17:59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입니다. 저도 이번에 새롭게 알았어요.
적어도 전혜린만큼은 그랬는데 말입니다.

그런데 명동백작에 전혜린이 다뤄졌던가요?
저도 그 드라마 너무 괜찮아서 빼놓지 않고 봤다고
생각하는데 전혜린 나온 건 기억에 없네요.
잠깐 나왔다면 역시 그때나 지금이나 남성 문학인 일색이란 말이겠네요.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