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내가 챙겨보는 프로가 있다면,

<미운 우리새끼>와 이거다. 이름하여 알쓸신잡.

솔직히 처음부터 기대에 차서 본 것은 아니었다. 

먹방이 대세인 요즘 이젠 하다하다 먹물들 까지 끌어 들이는구나 탐탁치가 않았다.

그런데 하도 여기저기서 알쓸신잡을 떠들길래 늦게 1회분 재방송을 챙겨 보고

그 다음부턴 본방사수 했다.

 

보면서 나영석PD가 크게 한껀 했군 싶었다.

잡학다식에서 결코 밀리지 않는 남자 5인방.

유희열은 정말 MC를 너무 잘 한다. 5인 중에 지적인 면에서 가장 쳐지는 것으로

나오고 있는데 역시 그건 컨셉이었다.

모름지기 MC가 잰척을 하면 안 되는 거 아닌가?

그런 점에서 유희열은 매회 합격점이었다.

 

인간적인 매력을 뿜었던 건 곰돌이 푸우 정재승이라고 생각한다.

겸손을 무기로 할 말은 다한다. 막내라 그런지 아직 풋풋함이 가장 많이 남아 있지만

이게 또 변질이 되려면 너구리로 변할 수도 있는데 뭐 남의 이미지에 대해

왈가왈부할 입장은 못 되고.

미소천사는 역시 황교익이다.

 

분명 울거나 시무룩한 표정보다 웃는 얼굴이 좋아 보이긴 하다.

하지만 웃는 얼굴이 오히려 웃지 않는 얼굴 보다 못한 얼굴도 있더라.

그러니까 미소가 아름답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 황교익은 미소가 정말 좋다.

미간을 찡긋하며 입술에 미소를 가득 담았다.  

웃으면 입이 얼마나 커지던지.

 

8회였나? 거의 끝나갈무렵 사진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황교익은 자신은 이만큼도 웃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그때가 신문사 기자했을 때라고.

그것을 받아 유시민이 그런 말을 했다.

자신의 얼굴을 일주일간 매일 찍어 보라고.

그것을 보고 좋은 인상이면 현재 행복한 거고

안 좋은 인상이면 불행한 거라고.

그렇다면 지금하고 있는 일을 그만둘 것을 신중히 생각해 보라고.

자신의 국회시절은 하나도 행복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리고 그의 국회시절 사진 몇 컷을 보여주는데 정말 지금의 인상과 많이 달랐다.

 

그건 나도 이미 감지하고 있는 바다.

난 국회의원들 치고 인상 좋은 사람을 거의 보지 못했다.

그들은 국회가 아닌 곳에선 형님 아우하면서 잘 지낸다고 하는데

그게 얼마나 진심인지는 그들만이 알이다.

사사건건 발목을 잡는데 좋게 지내는 것도 한계가 있지 않을까?

 

그런데 그 장면을 보고 있으려니 나도 옛 생각이 났다.

연극을 했을 때 얼마나 얼굴이 안 좋았던지.

유시민의 말이 과연 맞다 싶다. 

그런 것을 오랫동안 다시 해 볼 생각을 했었다.

물론 그래봐야 난 대본이나 쓰겠지만

다시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땐 즐겁게 해 보리라 생각했는데

어줍잖은 희망 같은 건 갖지 않는 것이 좋겠다 싶다.

나의 그 성마름을 누구에게 풀려고.

그래서 미련을 버렸다.

 

사실 이 프로는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컨셉은 별거 없다.

그냥 각 분야에서 똑똑한 사람을 섭외해 여행시켜 주고 

맛있는 것 먹여줘 가면서 그야말로 수다 떠는 게 전부다.

이게 또 얼마나 부럽던지.

부러우면 지는 거라는데 솔직히 인정할 건 인정하자.

이래서 억울하면 출세하라는 거구나 싶다.

일찍이 유명한 사람이 되고보니 이런 호강도 누리는 것 아니겠는가.

물론 그런 호강이 그냥 얻어지는 건 아니겠지만.   

 

그들의 잡학다식이 부럽다.

책을 아주 안 읽는 사람에 비하면  읽긴 읽지만

나의 지식이라는 건 일천하기 짝이 없다.

뭐 하나 제대로 깊지도 넓지도 못하다.

 

그들은 수다를 떤다고 생각을 하겠지만 그런 문화 권력이 방송에 나와서

어떤 말을 하느냐에 따라 그것의 파급력이 어떤 결과를 낳을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그야말로 수다가 세상을 구원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솔직히 우리나라 행정을 담당하는 사람들 뭘 그리 많이 알겠는가.

다 우물안의 개구리들이지.

그러므로 많이 알고, 많이 떠드는 건 너무 중요한 일이다.

 

그들의 수다 중 가장 희망적이었던 건 9회에서였다.

지금까지는 노동을 신성시 해서 마치 놀고 먹는 것이 죄가 되는 세상에서 살았지만,

(그건 또 마르크스의 영향이 크다)

이제는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에 의해 사람이 하던 일을 로봇이 대신하면 인간은 가난하게 되고

로봇이 만든 물건들은 사서 쓸 수가 없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나라에서 개인에게 돈을 주고 재화를 쓸 수 있도록 해 줘야 

한다는데, 가능성이 있고 없고를 떠나 상당히 설득력 있는 말처럼 들렸다.

앞으로는 잘 노는 사람이 살아남을 거라더니 그게 맞는 말 같다.

 

순간 옛날에 나 일 안 한다고 생구박을 했던 후배 하나가 생각이 났다.

물론 걔의 시각에서 보면 내가 문제있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볼 때 걔는 뭔가에 쫓기듯 했고,

일에서 자신의 존재 의미를 찾는 것 같긴 한데 그렇다고 행복해 보였냐면

그렇지도 않았다. 그런 후배가 나에게 뭐라고 할 자격이 있는 건지

싫은 소리하고 싶지 않아 못 들은 척 넘기고, 넘기고 했었다.

내가 가난해지면 보태줄 것도 아니면서 잘난 척 하기는.

사람은 어차피 어느 때가 되면 멀어지고, 안 만나게 되던데

참는다고 영원히 만나는 것도 아니면서 그때 왜 내가 참았는지 모르겠다.

그런 그 후배가 이렇게 달라진 세상에서 여전히 노동은 신성한 거라고 우길 건지

그도 궁금하다.

 

그런데 이 프로가 뭔가 획기적이긴 한데 아쉬운 것도 있다.

무엇보다  이 프로를 남자가 아닌 여성 출연자로 구성한다면 안 되는 건가?

솔직히 남자의 수다만이 세상을 구원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그런데 문제는 여성 출연자로 하면 누구를 섭외할 건가 마땅한 사람이  떠오르지 

않는다.

 

글쎄, 문학소녀를 읽은지 얼마 안 되서일까? 

설마 여자는 감성적인데다 지적인 능력이 떨어질 거라고

생각한다든지, 남자만큼 웃기지 못할 거라고 생각해서

꿈에도 생각해 본적이 없는 건 아닌지?

 

나는 보지 못했지만 언젠가 친구가 <꽃보다 누나>를 보고

나에게 하는 말이, 모르긴 해도 나영석 PD는 다시는

여자들만 나오는 꽃보다 시리즈를 찍지 않을 거라고 했다.

그때 나왔던 여성 출연자들이 얼마나 짜증을 많이내고,

사람을 어렵게 만드는지 당황한 적이 많았다고. 

뭐 일견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방송 구조의 탓은

아닌지 의심해 볼 필요는 있지 않을까? 

 

방송이 언제 여성을 배려하고 이해하려고 했었나? 다 남자들이 만들어 놓은 구조에

맞추느라 가랭이가 찢어지는 줄도 모르고 일해 오지 않았던가.

적어도 그런 프로를 만들 생각이었다면 여성 PD와 함께 하던가 여자에 대해 뭘 알고

덤볐어야 했던 것 아닐까? 그걸 무조건 여자의 탓으로 모는 건

프로답지 못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번에 알쓸신잡에 나왔던 F5들 환상의 호흡을 자랑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착각 안했으면 좋겠다. 그들의 촬영기간은 2개월이었다.

서로 잘 모르고 있다가 공통의 일 때문에 알게되면 응집력이 생기는 법이다. 

운이 좋아 좀 빨리 생긴 것도 같은데, 이건 짧게는 3개월 길게는 1년도 간다.

이걸 두고 허니문 기간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그들이 원래 인간성이 좋아서 2개월 내내 좋았을 거라고 착각하면 안 된다.

카메라 밖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보지 않는 이상 말할 수 없는 것이고.

 

내 말은 여자도 카메라 안에서 저 정도는 연출할 줄 안다는 것이다.

단지 그것이 빠르고 늦고의 차이는 아닐까?

그러므로 무조건 여자에게 그런 기회도 주지 않고 재미없을 거라고 단정 짓는 건 

위험할 수도 있다는 말씀.

여자의 우정이 얼마나 끈끈할 수 있는지는 여자가 되보지 않고는 모르는 것 아닌가.

(아,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냐? 암튼...)

 

어쨌거나 내가 볼 때 알쓸신잡은 언젠가 시즌 2를 하지 않을까?

그땐 또 누가 당첨이 될까 그도 궁금하긴 하다.

내가 볼 때, 마침내 태어난 우리들의 스타 서민 교수도 한 자리 끼워주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은데 말이다.

 

그나저나 이번 주부터 불금 때 뭘하며 지내나...?

난 삼시세끼 재미없던데.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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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7-08-01 1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쓸신잡 시즌 2가 제작된다면 정말로 서민 교수님이 캐스팅되었으면 좋겠어요. 만약에 회식 자리에서 기생충을 주제로 대화를 나눌 때 나머지 패널들의 표정과 반응이 어떨지 궁금해요. ^^

stella.K 2017-08-01 14:40   좋아요 0 | URL
ㅎㅎ 나도 그 생각을 해.
얼마나 웃기겠어?
PD의 관건은 섭외력에 있다고 하던데
나 PD 과연 어디까지 발을 뻗혀 줄 수 있을까?
빨리 시즌2 해줬으면 해.
아, 그리고 못 쓴 말도 있는데,
이 프로보면서 우리나라도 정말 볼게 많구나 하는 거였어.

페크(pek0501) 2017-08-02 12: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제인가 저녁 때 5~6명의 사람들이 나와서 과학 이야기를 하는데 꽤 흥미롭게 봤어요.
인간이 만든 로봇의 지능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고 앞으로의 세상에 대한 예견 등 들을 만한 게 많았어요. 프로그램 제목은 모르겠어요.
앞으로 이런 프로가 많았으면 좋겠어요. 마치 독서를 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지식과 정보가 풍부했거든요. 그런데 왜 이런 프로에는 남자들이 대부분일까요?

stella.K 2017-08-03 13:58   좋아요 0 | URL
그러게 말이어요.
얻어 듣는 게 많아요.
요즘 아침마다 알쓸신잡 재방송 해 주거든요.
잠깐 받는데 또 새롭더군요.
복습이 필요하겠구나 싶어요.
진짜 이런 프로 여자들은 거의 없죠.
있어도 한 두 명.
이러니 남자들이 여자를 언제 이해하겠습니까?ㅠ

transient-guest 2017-08-03 0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거 재미있게 봤어요. 유시민은 정말 인간의 능력치를 넘어서는 듯, 모르는게 없고, 안 읽은 책이 없는 것 같은, 게다가 두루 세상경험도 많이 해본 고수의 풍모가 느껴집니다.. 알쓸신잡 시즌 2는 여자고수들로 편성해도 흥미있을 것 같아요.

stella.K 2017-08-03 13:33   좋아요 1 | URL
저도 같은 생각인데 그런 모험을 할까 싶어요.
나 PD가 좀 보수적인 것 같아서리..

transient-guest 2017-08-03 13:47   좋아요 0 | URL
아무래도 사회적인 걸 무시할 수 없으니 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