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길도 기행 - 비밀의 정원 보길도에서 만난 자연과 사람들
김나흔 지음, 구자호 사진 / 현실문화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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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길도. 언젠가 들어 본 이름이긴 하다. 하지만 이곳을 여행지로 선택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우리나라에 섬이 600 곳이 넘는다고 하지 않는가? 대표 여행지도 아직 채 다녀보지도 못한 내가 이렇게 입술로나마 떠올려 주는 것만으로도 보길도는 충분히 이름값을 다하지 않을까? 그런데 보길도. 언제 누구한테서 들은 이름일까? 그리고 난 그곳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는 걸까?

 

고산 윤선도의 유배지로도 유명한 곳이다. 세도가 이이첨 등의 불의를 폭로하다가 오히려 귀양살이를 했고, 병자호란을 맞은 임금께 서둘러 문안인사를 올리지 않았다는 죄목으로 두 번째 귀양살이를 했다. 또 이는 잘못 알려진 바, 사실은 임금을 구하러 가솔들을 데리고 강화도를 출발했지만 도중에 삼전도의 굴욕 소식을 듣고 뱃머리를 돌렸다고 한다. 원래는 제주도로 귀양을 가야했지만 풍랑에 잠시 머문 곳이 이곳이다.

 

아무튼 입신양명의 길과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은 윤선도가 평생 좋아했던 곳이 보길도이기도 했다. 특히 세연정이라는 곳을 좋아했다고 하는데 책을 읽다보면 새삼 이 역사적인 귀양지도 세월이 한참 흐르면 기념비적인 곳이 되는 것을 볼 때 우리나라 어느 한곳도 허투루 여길 곳은 없겠다 싶다.

 

책은 그런 역사적인 추적을 비롯해 그곳의 천혜의 비경과 특산물,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비교적 자세히 소개해 놓고 있다. 사진과 함께 보면 이 글에 당장이라도 떠나고 싶다고 써야하는 것이 맞는 것 같긴 하지만, 평생 날지 못하는 공작새처럼 우아하게 사는 나에게 이건 차라리 고문에 가깝다 싶다. 아니 떠나지 못하니까 이렇게 책이라도 보며 위로를 삼아야 하는 것이 맞는 걸까?

 

책 뒤에 보면 여행서답게 먹을 곳과 잠잘 곳을 부록으로 실었는데, “그래도 언젠간 꼭 떠나 보세요라고 속삭이는 것도 같다. 언제고 이 책을 다시 발견하게 되면 그땐 책 들고 꼭 한 번 떠나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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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7-08-02 12: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사서 보길도로 향하는 여행을 해 보고 싶군요.
책과 함께하는 여행, 머릿속에서 상상해 봅니다. 좋은 정보 감사드려요.
가을 여행으로 생각해 보겠습니다. 고산 윤선도의 <오우가>를 생각하며...

stella.K 2017-08-02 13:12   좋아요 0 | URL
맞아요. 어차피 여름에 떠나지 못할 여행이라면
가을에 떠나는 여행이 좋죠.
햇볕은 여전히 따갑겠지만 습기는 없을 거잖아요.
읽으면서 귀양도 꼭 불행한 것만도 아니겠구나 싶어요.
천혜의 자연이 위로에 줄 텐데 말이죠.
암튼 조만간 언니의 보길도 여행 사진 볼 수 있겠군요.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