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대출 연장을 위해 은행엘 갔다.
빚없이 사는 사람이 몇명이나 되겠냐만
이놈의 대출은 언제 쫑이 날런지 모르겠다.
아마 모르긴 해도 내가 이 땅에 죽어 없어져도 끝날 것 같지가 않다.
울오빠가 끝맺지 못하고 간 것을 나와 엄마가 대신하고 있는 거니까
돈벼락을 맞거나 산속으로 들어가지 않는 이상
누군가는 계속 바통을 이어 받아 연장의 연장을 거듭하지 않을까?
그런데 이것을 위해 얼마를 기다렸는지 모른다.
오후엔 붐빌 것을 예상에 오전에 갔는데
한 시간 넘게 기다린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다른 업무를 보는 창구는 몇 개가 되는데
대출업무를 보는 창구의 직원은 한 명이다.
원래는 두 명이 더 있나 보다.
그런데 하나는 뭐 때문인지 직원이 없고,
다른 하나는 공석이다.
그러니 시간이 그렇게 오래 걸릴 수 밖에.
은행이 시원해서 좋긴 하지만 시간이 너무 지체가 되니
짜증이 안 날래야 안 날 수가 없다.
불평이 절로 나왔다.
은행이 돈 회수하는 거야 신나겠지만
돈을 내주거나 연장 신청 반갑지 않으니까
갑질은 못하겠고 이런 거에서 지 잘난 척 하는 거 아닌가.
얼마만에 우리 차례가 돼서, 많이 기다렸다고 한 마디 했더니
미안하다는 형식적인 사과를 하면서 직원이 없어서 그렇단다.
은행 전체적으로 감원을 3천명을 했다나?
갑자기 말문이 막혔다.
점점 은행이 줄어들 거라더니 3천명씩이나?
그렇다면 이 3천명은 지금 어떻게 됐을까?
아찔한 생각이 들었다.
차장이란 직함을 달긴했지만 그도 언제 짤릴런지 모르고
이 업무를 보고 있는 거겠지 갑자기 측은한 생각이 들었다.
화장실도 못 가고, 점심 시간인데도 우리 다음 손님을 맞이하느라
여전히 분주한 모습이었다.
작년에 우리를 맞아줬던 직원은 어떻게 됐을까?
개설된 나의 통장에 돈이 하나도 없는 것을 보고
약간 거들먹대며 한마디 했었는데 그는 지금도 잘 살고 있나
새삼 궁금해졌다.
만기에 의한 연장이기 때문에 새로운 금리가 적용이 될 거라고 했다.
미국의 금리가 올랐기 때문에 따라서 은행 금리도 오를 거라고.
난 이게 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왜 미국의 금리가 오르면 덩달아 우리나라 금리도 요동을 쳐야하는 걸까?
뭐 나비효과니, 미국이 기침을 하면 우린 독감에 걸린다며
어떻게든 이해해 보려고 하는데 그런 식으로
미국에 의해 우리나라가 좌지우지 되야한다는 게 마땅치가 않다.
물론 그게 우리나라뿐이겠냐마는.
지금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는 부탄이라고 한다.
뭐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그 나라가 행복할 수 있는 건
세계화의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은 아닐까?
세계화의 영향에 휘둘리지 않고 독자적으로
행복의 길을 모색해 가는 것 말이다.
우리도 그럴 수는 없는 걸까?
아무튼 우린 오늘 은행을 다녀 옴으로 다시 한 번 1년 동안 지금의 집에서
행복하고 안정된 삶을 살 수 있는 걸 허락 받았다.
오른 금리의 이자를 내면서 말이다.
우리 집을 우리 집이라 말하지 못하고 사는
우리나라는 좋은 나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