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의 감각 - 21세기 지성인들을 위한 영어 글쓰기의 정석
스티븐 핑커 지음, 김명남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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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 처음으로 읽어보는 스티븐 핑커의 책이다.

그가 우리나라에 알려지기는 20년쯤 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동안 그의 책들은 특유의 벽돌감 때문에 감히 읽어 볼 엄두를 못 내고 있었다. 이 책 역시 선뜻 읽을 자신은 없었지만 글쓰기에 관한 책이라 용기를 냈다. 사실 글쓰기에 관한 책은 여러 많은 사람들이 쓰긴 한다. 그건 주로 자기 계발 내지는 작가들 그중에서도 소설가들이 많이 써 왔다. 이 책도 얼핏 부제를 보면 어느 영문학 내지는 영미권의 언어학자가 쓴 책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하지만 이 책은 독특하게도 심리학자가 썼다. 또 그래서 그런지 접근이 기존의 그것과는 좀 다른 느낌이 들기도 한다. (앞으로 또 어느 분야의 전문가들이 글을 쓰겠다고 나올지 궁금하다.)

저자는 단순히 글쓰기에 관한 책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그것의 감각에 관해 다루고 있다. 특별히 저자는 글을 쓰는 사람과 그것을 읽는 사람과의 차이를 지적한다. 나도 평소 책을 읽고 글을 쓰면서 느끼는 것인데 그것을 단순히 오독도 독서의 한 형태라며 방관해도 좋을까에 대해 이 책은 정면으로 도전하는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저자는 유독 예문을 많이 들어 설명하고 있다. 예를 들면 이렇게 쓸 수도 있는 글을 '감각'을 살려 이렇게 쓰면 더 좋지 않냐고 독자를 설득하고 있다. 글을 쓰는 입장이라면 반박을 할 수가 없다(무엇보다 저자가 누구인가?). 그러면서 난 지금까지 글쓰기를 어떻게 쓰고 생각해 왔나 너무 쉽게 생각해 온 것은 아닌가 반성하게 된다.

지금까지 글쓰기 강사들은 하나같이 쉽게 쓰라고 강조하다 못해 거의 강요하다시피 한다. 물론 그들의 그런 강조는 틀린 것은 아니다. 글을 써 본 사람은 알겠지만 차라리 어렵게 쓰는 게 낫지 쉽게 쓰기는 오리려 어렵다. 하지만 그래서 그런지 어떤 글은 새털같이 너무 가볍다. 즉 글쓴이의 개성이나 강조점이 드러나지 않는 후유증을 겪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어쨌든 그렇게 가르쳐 온 사람들이 이 책을 읽으면 과연 뭐라고 할지 모르겠다.

저자는 특별히 글을 쓰는 사람들은 은연중 자신이 쓰는 글을 독자도 이해할 거라고 생각한단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수 있다. 그러므로 작가는 좀 더 자기가 쓰는 글에 친절해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쉬운 것과 친절한 건 같은 것 같지만 다르다. 같은 말이라도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읽고 있으면 내가 그동안 얼마나 내 글에 책임을 지며 글을 써 왔을까 반성하게 된다. 나도 이런 리뷰를 비롯해 이런저런 글을 자의든 타의든 쓰게 되는데 적어도 독자를 외롭게 하는 작가는 되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이 책은 번역가들에게 많이 추천이 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과연 그럴 만도 하겠다 싶다. 물론 언어는 다양하지만 아직도 영어를 쓰는 작가들의 작품이 압도적으로 많이 번역되는 것도 있지만, 특별히 번역가들에겐 남다른 언어 감각이 요구되기도 하니 말이다. 무엇보다 가끔 어떤 책에 대해 리뷰를 써 놓은 걸 보면 거의 질타에 가까울 정도로 번역에 대한 불만을 토로한 글을 읽기도 한다. 사실 너무 오래된 번역본인 경우 예전엔 이렇게 번역을 했구나 할 수도 있겠지만 솔직히 언어 감각이 너무 떨어지는 책을 보면 읽기가 싫어지는 건 사실이다. 물론 번역가는 번역가대로 고민이 있겠지만, 과부 사정 과부가 안다고 같은 동종업계의 사람끼리는 몰라도 독자에게 이해받기를 바라선 안 될 것이다.

이 책은 다소 호불호가 있을 것 같긴 하다. 단순히 좋다 나쁘다의 기준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다. 어떤 사람에겐 더없이 좋은 책이 될 수도 있지만 솔직히 나는 좀 버거운 책이었다. (역시 스티븐 핑거는 나에겐 쉬운 사람은 아니다.) 책이 이렇게 어려운데 기분이 꿀꿀한 건지 글쓰기에 대해 만만하게 생각했던 나 자신이 좀 부끄럽게도 느껴진다. 하다못해 글쓰기에 관심이 많다는 것도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우리 말도 제대로 구사하지도 못하면서 하물며 영어를...? 하지만 그러다가도 사람으로 태어난 이상 말하기와 글쓰기는 평생 가는 것. 우리는 학교만 졸업하면 '읽기와 쓰기'도 졸업하는 사람이 많은데 사실은 그때부터가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때가 아닐까. 그것을 포기한다는 건 인간이길 포기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요즘은 SNS의 발달로 누구든지 또 언제든지 글을 쓸 수 있다. 하지만 홍수 중 마실 물이 없다고 과연 제대로 된 소통을 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이 책을 통해서도 도전받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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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르바나 2024-10-01 01: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스텔라님, 글쓰기 감각에 대한 어렵고 두꺼운 책을 읽으셨네요.
글쓰기가 작가들만의 전유물이던 시대에서
블로그, SNS의 개인 글쓰기 시대로 변화하면서
확실히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는 세상으로 바뀌었지만
아무나 잘 쓸 수 있는가 하는 관점에서 보면
아직도 글이 쓴다는 것에 어려움이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스티븐 핑커라는 작가 이름을 스티븐 핑거라고 반복해서 쓰셨는데
영어 이름이 Steven Pinker면 스티븐 핑커가 맞지 않나요.
영어 발음이라 저도 자신이 없지만...

stella.K 2024-10-01 15:01   좋아요 1 | URL
ㅎㅎ 아니 언제 스티븐 핑거가 핑커로 개명을 했을까요?
저는 핑거가 더 좋은데. 성을 고치는 일은 없겠죠?ㅋㅋ
니르바나님 말씀 안하셨으면 큰 일 날뻔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솔직히 이 책 좀 어렵더군요. 전 점점 머리가 굳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가끔은 어렵고 힘든 책에도 도전하고 그래야할 것 같은데 역시 쉽지는 않네요.

니르바나 2024-10-01 16:15   좋아요 2 | URL
고치시는 김에 태그도 고치시죠. ㅎㅎ

희선 2024-10-01 03: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스티븐 핑커 잘 모르지만, 찾아보니 제목 아는 거 있군요 책 제목만 기억하고 작가 이름은 기억하지 못했네요 그 사람이 글쓰기 책을 썼군요 글을 쓰다 보면 자기만 알게 쓰기도 하죠 그런 건 아무도 모를 텐데... 어떤 건 일부러 그러기도 하고, 어떤 건 저도 모르게 하는 거겠지요

글은 누구나 써도 잘 쓰는 건 쉽지 않은 듯합니다


희선

stella.K 2024-10-01 15:00   좋아요 2 | URL
오래 전에 심리학에 관심이 있었는데 지금도 관심있으면
그동안 한 권쯤은 읽었을지 모르겠어요. 근데 역시 저는
심리학은 이제 좀 별로더군요. 저는 글쓰기는 작가들이 쓴 게
관심이 가요. 그거나 기회있는대로 읽야겠어요.
글쓰기는 평생가는 거죠.

cyrus 2024-10-01 21:0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가 좋아하는 번역가 김명남 님의 책은 사서 보는 편인데, 제가 영어로 글을 쓸 일이 없어서 안 샀어요.. ㅎㅎㅎㅎ

stella.K 2024-10-02 10:10   좋아요 0 | URL
ㅎㅎㅎ 이거 농담 맞지? 근데 김명남 씨가 알아주는 번역간가 보다. 네가 좋아할 정도면...!

서곡 2024-10-03 12: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시월 잘 보내시길 바랍니다 지금 날씨 참 좋습니다!

stella.K 2024-10-03 14:37   좋아요 1 | URL
그러게요. 날씨 참 좋죠? 10월이 없었으면 어쩔뻔했나 싶을 정도에요. 서곡님도 시월 잘 보내십시오. 고맙습니다.^^

yamoo 2024-10-06 12: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핑커의 책이네요! 음...핑커가 글쓰기 책도 냈군요! 핑커 첫 책으로 글쓰기 책이라니...ㅎㅎ 뭐, 입문으로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요^^

stella.K 2024-10-06 21:34   좋아요 0 | URL
ㅎㅎ 아마도 핑커의 이 책은 저에겐 첫 책이자 마지막 책이 될 것 같아요.
물론 그의 저서들이 흥미롭긴하지만 넘 두껍고 읽기가 쉽지 않아서...ㅠㅠ

페크pek0501 2024-10-06 13: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많이 들어본 저자 이름이라 제가 읽은 책이 있는 것 같아서 ‘나의 계정‘에서 검색해 보니 스티븐 핑커의 <마음의 과학>이란 책을 읽었더군요. 글쓰기 책을 저도 (읽지 않은 것) 몇 권 가지고 있는데 좀처럼 손이 가질 않네요. 천천히 음미하며 읽으면 좋을 텐데 급히 읽어야 할 책이 많은지라 차례가 오지 않아요. 언제나 부족한 건 시간...^^

stella.K 2024-10-06 21:39   좋아요 0 | URL
그렇죠? 언제부턴가 글쓰기 책이 읽긴 읽어야겠는데 잘 안 읽게되요.
최근 우연찮게 청소년 소설을 하나 읽었는데 이게 딱 내 수준이었구나
새롭게 깨닫게 되었죠. 아, 이제 어려운 책은 정말 못 읽겠어요.ㅠ

2024-10-09 12: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10-09 15: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10-11 10: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10-11 20: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희선 2024-10-11 02: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stella.K 님 축하합니다 이달 당선작... 어제 노벨문학상 한강 작가가 받았는데, 그런 역사에 남을 날과 같은 날 됐네요 지금은 좀 괜찮은데 아까는 좀 느리더군요 그게 다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아서였나 봅니다 노벨문학상 발표됐을 때는 더했다고 하더군요


희선

stella.K 2024-10-11 20:41   좋아요 1 | URL
아, 고맙습니다. 어제 마비가 됐었군요.
저는 어제 인터넷 안 들어가고 잠깐 스마트폰 잠깐 들어갔나 해서
잘 몰랐어요. 같진 않지만 음악계 임윤찬, 문학에 한강까지 우리나라에
겹경사입니다. 그죠?^^

니르바나 2024-10-12 17: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싸! 이달의 당선작 패치가 붙어있네요.
이게 언제 붙었나 니르바나는 지금 보았습니다.
스텔라님, 축하드립니다.^^

stella.K 2024-10-12 18:11   좋아요 1 | URL
ㅎㅎ 고맙습니다. 사실 전 이글로 될 줄 몰랐습니다. 오히려 된다면 이거 전에 쓴 나의 두번째 이름은 연아입니다가 될 줄 알았거든요. ㅎ
주말 잘 보내십시오.^^

젤소민아 2024-10-16 20: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직, 축하드립니다. 저도 이 책 주문해서 오고 있습니다. 기대만땅~~

stella.K 2024-10-17 10:59   좋아요 0 | URL
아고, 고맙습니다. 잘 지내시죠? 즐독하시기 바랍니다. ^^

thkang1001 2024-10-18 09: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stella.K님! 이달의 당선작 선정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stella.K 2024-10-18 21:54   좋아요 0 | URL
오, 고맙습니다. 어느새 밤이네요. 편히 쉬시기 바랍니다.^^

thkang1001 2024-10-20 13: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Stella. K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고양이라디오 2024-10-25 10: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글쓰기에 관한 책을 한 권 읽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스티븐 핑커가 쓴 글쓰기 책이 있었군요! 근데 이 책도 600페이지나 되네요. 스티븐 핑커는 왜케 벽돌책을 좋아하는지...

stella.K 2024-10-25 16:02   좋아요 1 | URL
ㅎㅎ 그러게요. 벽돌책이어서 나와는 인연이 없겠구나 아예 쳐다보지도 않고 살았는데 일케 글쓰기에 관한 책을 낼 줄은 몰랐습니다. 저는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였습니다만 고라님은 이책 좋아하실 것 같아요. 언제고 기회시면 한 번 읽어보세요.^^

고양이라디오 2024-10-25 17:44   좋아요 1 | URL
스티븐 핑커 책 한 번도 안봤는데 이 책으로 시작해야겠군요!

Stella.k 님 믿고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ㅎ

2024-11-08 18: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11-08 20:0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