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맑음
약간 쌀쌀.
1. 지인이 책을 냈다.
그 지인이 누구냐면 내 책을 내 준 출판사 싸장님이시다.
어제 사이트에 들어갔더니 책이 막 인쇄를 마쳤고 다음 주에 서점에 깔릴 거란다.
사실 난 수포자다. 이 책을 보고 있노라니 새삼 나의 학창시절 수학 때문에 겪었던 고난과 수치가 나의 머리를 아프게 찔

러댔다. 그리고 나는 학교를 졸업하면서 자연스럽게 수학은 나의 뇌리에서 지워졌다. 수학없이도 사는데 아무런 지장도 없었고.
그래도 저자님(여기부턴 싸장님 대신 저자님이라 부르겠다.) 이 내책도 내 줬는데 옛 성의를 봐서라도 한 번 읽어줘야겠지.ㅋ 마침 출간 기념으로 이벤트를 한다. 관심 있는 분은 가서 신청하시라.
http://www.readersguide.co.kr/
1-1. 오늘 사이트에 들어가서 책을 보고 있는데 문득 작년 가을 일이 생각났다.
사실 저자님은 책 출간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작년인가, [지속 가능한 세상을 위한 데이터 이야기]란 책도 냈다. 언젠가 기념으로 한 권 보내주셨는데, 내가 책에는 관심이 많아도 독서 멘탈이 그다지 강하지가 못해 앞부분만 조금 읽다 말았다. 그리고 작년 가을, 코로나로인해 내내 못 만나고 있다가 실로 3년만에 만났다. 아, 일대일로 만났다는 게 아니고 사실 난 오래 전부터 이 출판사 회원이고, 내 책이 나온 후 저자님(편집자를 겸함)과 작가(나)와 교열자와 독자(번역가)로 구성된 이름하여 '네.멋.읽'란 소모임이 구성되었다.
이렇게 말하면 대단한 모임처럼 보일 수도 있는데 그런 건 아니고, 한때 여기에서의 모임은 나름 막강했었다. 그런데 다 흩어지고 최소 인원이 모인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저자님이 처음 모임을 구성할 때 자기 아는 사람들을 초청했다. 그리고 나를 포함한 순수 회원을 모이게 하고. 그러다 저자님 개인으로 알던 사람들이 빠져나가고, 순수 회원들이 빠져 나가고 그렇게 소박하게 남은 거다.)
그렇게 3년만에 만났으니 오죽 할 말들이 많을까. 그런 와중에도 우리의 저자님 자신의 책에 대한 얘기를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그래서 거짓말하기는 싫고, 읽다 말았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그러자 오히려 나의 솔직함을 너무 좋아한다.
지금 생각해 보면 때가 좋았다는 생각도 든다. 만일 코로나가 아니고 여느 때 같으면 다른 반응을 보였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그땐 코로나의 긴 터널을 뚫고 처음 만나는 자리 아니던가.
아무튼 그때 저자님의 너무 좋아하던 모습이 생각나 웃음이 났다. 사실은 속으론 분노했는지도 모르지. 내 책도 안 읽고 나를 만날 생각을 하다닛! 하며.
책 소식을 알리는 페이퍼에 나 같은 수포자도 읽을 수 있겠냐고 댓글을 달았더니 최소 100p는 읽을 수 있을 거란다.
솔직히 내가 이 책을 읽을 생각을 하는 건 아는 분이 책을 낸 것도 그렇지만 지난 주 막방을 했던 [알쓸인잡]의 김상욱 교수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런 이과 계통의 교수들이 그동안 나와서 열심히 자기 전공에 대해 떠들어주니 나같은 이과 문외한도 솔깃해지는 것이다.
어쨌든 100p는 무난히 읽을 수 있을거라니 믿어보는 수 밖에.
2. 코로나 시대의 화장법
며칠 집콕만하고 있다 어제 처음으로 마스크 없이 마트를 다녀왔다.
그렇게 붐비지 않은 시간임에도 마스크를 안한 사람 보다 한 사람이 더 많았다. 사람이 습관이 무섭다고 나도 한 3년 마스크 하고 다녔더니 벌거벗고 다니는 기분이었고,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는데도 눈치가 보였다.
그동안 마스크가 꼭 나빴던 것도 아니었다. 무엇보다 여자들은 굳이 화장을 안해도 되니 얼마나 편했던가. 그런데 지금까지 우리 엄마는 꼭 화장을 했다. 하면 전체를 다하지 않는다. 마스크에 화장 묻는 거 싫다고 마스크 닿는 바로 위만 쿳션을 바른다. 처음엔 그걸 보고 얼마나 웃음이 나던지.
그런데 알고 봤더니 그런 화장은 울엄마만 했던 게 아니었다. 적잖은 사람들이 그렇게 화장했던 걸 얼마 전에 알았다. 코로나가 대단하긴 했다. 사람의 화장법도 바꾸니.ㅋ
2-1 그런 와중에 나의 또 다른 지인은 최근 코로나에 걸려 죽다 살아났단다.
항상 바쁜 양반이라 전화하기도 뭐해 좀 소원해진 느낌이었는데 반가웠다. 그렇게 앓고 있을 때 난 뭐하고 있었을까 미안해지기도 했다. 그러니 참 마스크를 떼는 게 맞는 건지 계속하는 게 맞는 건지 갈팡질팡이다. 그런데 그 양반은 하나 안하나 별차이는 없는 것 같다고. 그럴 바엔 안하는 게 차라리 낫다고 했다. 참고로 그는 마스크 알러지로 코로나 내내 고생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