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는 죽은사람처럼 입을 벌린 채 거기 드러누워, 얼음처럼 차갑고 검은 산물이 흐르는 개울 꿈을 꾸었다.
- P25

숲을 가로질러 저 너머에 지붕, 그리고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연기. 그는 도로 양편에 뒤집힌 차 두 대가 만신창이가 된 보초처럼 누워있는 빈터에 이르자 폐물과 쓰레기의 거대한 제방을 지나 쓰레기장 가장자리의 판잣집으로 향했다. 각양각색의 고양이가 허약한 해를 받으며 그가 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밸러드는 라이플로얼룩덜룩한 커다란 수고양이를 겨누고 입으로 빵 소리를 냈다.
고양이는 무심하게 그를 보았다. 그가 별로 똑똑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밸러드는 고양이에게 침을 뱉었고 고양이는즉시 묵직한 앞발로 머리에서 침을 닦아내고 그 자리를 씻기 시작했다. 밸러드는 쓰레기와 자동차 부품들 사이로 난 좁은 길을따라 올라갔다.
- P36

밸러드가 트레일러를 지나가는데 바로 이 딸이 빨래를 널고있었다. 그녀 옆 오십 갤런들이 드럼통에 남자 하나가 앉아 있었는데 그가 고개를 돌려 눈을 가늘게 뜨고 밸러드를 보며 말을 걸었다. 딸은 그를 향해 입을 오므리고 윙크를 하더니 고개를 젖히고 미친듯이 웃음을 터뜨렸다. 밸러드는 싱긋 웃으며 라이플 총열로 자기 다리 옆쪽을 툭툭 쳤다.
어떻게 지내, *젤리빈 , 그녀가 말했다.

*무기력하고 꼴 보기 싫은 남자를 가리킨다 - P39

잘 지내나 다퍼즐, 밸러드가 말했다.
잘 지내나 레스터.
그는 입에 구슬을 잔뜩 문 사람처럼 말하며 염소뼈 아래턱 관절을 힘겹게 움직였다. 원래 턱은 총에 맞아 떨어져나갔다.
밸러드는 마당에서 손님 맞은편으로 가 뒤꿈치에 엉덩이를 대고 쭈그리고 앉았다. 변비에 걸린 *가고일‘들 같았다.

*유럽 기독교 사원의 벽에 붙어 있던 괴물을 본뜬 석상. 날개 달린 용이나 인간과 새를 합성한 모습 등 여러 형상이 있다 - P59

서비어 카운티 보안관이 법원 문으로 나와 포르티코 에 서서밑의 회색 잔디를 살폈다. 그곳에는 벤치들이 놓여 있고 집회를연 서비어 카운티 주머니칼 협회 사람들이 깎고 중얼대고 침을뱉고 있었다. 그는 담배를 말고 나서 담배 봉투를 맞춤 셔츠의가슴주머니에 도로 넣고 담배에 불을 붙인 다음 층계를 내려와주인이나 되는 것처럼 눈을 가늘게 뜨고는 이 작은 고지대 군청소재지의 아침 상황을 살폈다.
- P61

내가 문제가 생긴 건 모두 위스키나 여자나 그 둘 다 때문이었어. 밸러드가 말했다. 그는 남자들이 그렇게 말하는 것을 자주들었다.
내가 문제가 생긴 건 모두 붙잡혔기 때문이었어, 흑인이 말했다.
일주일 뒤 어느 날 보안관이 복도를 따라 걸어오더니 깜둥이를 데려갔다. 집으로 날아가네, 깜둥이가 노래를 불렀다.
날아가고말고, 보안관이 말했다. 네 창조주에게로 날아가지.
니미씨발놈처럼 날아, 깜둥이가 노래했다.
걱정하지 마, 밸러드가 말했다.
깜둥이는 그러겠다 그러지 않겠다 말이 없었다.
- P69

어쨌거나 나는 나와서 거기 링에 올라갔어. 정말이지 바보가된 느낌이더군, 내 친구들이 다 거기서 계속 소리를 지르고 있으니 말이야. 나는 나와 함께 있던 귀여운 아가씨를 내려다보고 크게 윙크를 한 번 해주었는데 그때쯤 그 늙은 유인원을 데리고 나오더라고, 유인원한테는 재갈을 씌웠어. 그 자식이 다정한 눈으로 나를 건너다보더라고, 자, 사람들이 우리 이름을 부르고 난리였는데 그놈의 유인원 이름이 뭐였는지는 기억이 안 나네. 어쨌든 어떤 아이가 커다란 저녁식사 종을 흔들었고 나는 걸어나가 그놈의 유인원 주위를 뱅글뱅글 돌았어. 거기 그놈한테 풋워크를 좀 보여준 거야. 놈은 아무 짓도 하지 않을 것 같아서 내가팔을 뻗어 한 방을 세게 먹였지. 놈은 그냥 다정하게 나를 보기만 하더라고. 뭐, 나야 그냥 자세를 취하고 다시 쳤을 뿐이고, 머리 옆쪽에 정통으로 먹였지. 그러니까 놈의 머리가 뒤로 확 젖혀지면서 눈이 다정하게 야릇해지더라고, 그래서 내가 말했지.
자, 자, 이놈 아주 착하구나. 오십 달러는 이미 번 거나 다름없었지. 나는 몸을 흔들며 돌다가 다시 치러 갔는데 바로 그때 놈이내 머리 위로 뛰어올라 내 입에 발을 쑤셔넣고 내 턱을 찢으려고하는 거야. 살려달라고 소리를 지를 수도 없었지. 사람들이 그걸나한테서 절대 떼어내지도 못할 것 같았고.
- P76

들에서 빛 하나가 타닥타닥하며 떠오르더니 파란 꼬리가 달린 로켓이 큰개자리를 향해 미끄러지듯 날아갔다. 로켓은 하늘을 향해 젖혀진 그들의 얼굴 위 높은 곳에서 터졌고, 불이 붙은글리세린 비말들이 밤을 가로질러 확 퍼지다가 느슨하게 풀리는 뜨거운 빛 띠들이 되어 하늘을 따라 자취를 남기면서 내려오다 곧 타버리고 무無로 돌아갔다.  - P82

사냥개들이 산마루의 비탈에서 눈을 가로지르며 가늘고 어두운 선을 한 줄 남겼다. 한참 아래 그들이 추격하는 멧돼지는 뻣뻣한 다리로 성큼성큼 묘하게 달리며 사선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겨울 풍경을 배경으로 등이 우뚝했고 아주 검었다. 그 옅은푸른색 광활한 공허에서 사냥개들의 목소리가 악마 요들 가수의외침처럼 메아리쳤다.
멧돼지는 강을 건너고 싶지 않았다. 정작 건넜을 때는 너무 늦었다. 멧돼지는 만질만질하게 변한 모습으로 김을 뿜으며 강가버드나무에서 나와 평원을 가로지르기 시작했다. 뒤에서 개들이히스테리에 사로잡혀 곤두박질치듯 산비탈을 내려왔고, 그들 주위에서 눈이 폭발했다.  - P82

밸러드는 기울고 회전하고 눈을 파고들어 진흙을 휘젓는 이발레를 지켜보았고, 매혹적인 피가 넘실거리며 그 자리에 전투를 기록하고 파열된 허파에서 터져나와 흩어지는 것을 지켜보았다. 시커먼 심장의 피, 바람개비처럼 돌아가고 피루엣을 하다가마침내 총소리들이 울려퍼지면서 다 끝났다. 어린 사냥개 한 마리는 멧돼지의 귀를 물고 당겼고 다른 한 마리는 밝은색 밧줄 같은 내장을 눈 위에 포개놓은 채 죽어 쓰러졌고 또 한 마리는 낑낑거리며 자기 몸을 질질 끌고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 P87

그거하고 어울릴 것들도 몇 가지 필요해.
필요한 게 전부 뭔데요? 여자가 말했다.
속바지가 몇 벌 필요해, 밸러드가 불쑥 내뱉었다.
여자는 주먹에 대고 기침을 하더니 몸을 돌려 통로를 거슬러올라갔고 밸러드는 불이 붙은 얼굴로 뒤따랐다.
- P123

이제얼어붙어라, 이 개자식아, 그는 창문 너머 밤에게 말했다.
- P128

아침이 되기 한참 전에 밸러드를 눈비에서 지켜주었던 집은발치에 연기가 피어오르는 판자 더미를 거느린 시커먼 굴뚝만남았다. 밸러드는 질척한 땅을 가로질러 노에 올라서서 올빼미처럼 그 위에 앉았다. 그 온기를 찾아서. 그는 혼잣말하는 버릇이 든 지 오래였으나 내내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 P131

정말이지 무시무시하게 추운 겨울이었다. 그는 겨울이 끝나기전에 자신이 가파른 산등성이의 이끼 낀 이판암에서 바람이 부는 방향으로 비스듬하게 자란 스산한 가문비나무들 중 하나처럼보이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겨울의 파란 어스름을 뚫고 커다란숲에 엎드린 거대한 나무들의 잔해와 바위 사이를 올라가다가그는 그런 격변에 놀랐다. 숲의 무질서, 나무는 쓰러지고 새길이필요했다. 책임이 주어졌다면 밸러드는 숲과 사람의 영혼에 더질서 잡힌 것들을 만들었을 것이다.
- P167

봄에 혹은 따뜻해진 날씨에 숲의 눈이 녹으면 겨울의 발자국들이 가느다란 발판들 위에 다시 나타나고, 눈은 예전에 묻힌 어슬렁거림, 다툼, 죽음의 현장을 겹쳐 쓴 글씨처럼 드러낸다. 다시 빛을 본 겨울 이야기들은 자기 자신에게로 되돌아선 시간과같다. 밸러드는 발길질을 해가며 전에 다니던 좁은 길을 따라 숲을 통과해 내려가, 길이 언덕을 넘어 자신의 예전 집으로 방향을트는 곳에 이르렀다. 오래전에 오고간 것들, 작은 버섯들처럼 눈에서 음각 무늬로 솟아오른 여우의 발자국들과 새들이 눈 위에피 같은 선홍색 똥을 싸놓은 곳의 산딸기 자국들.
- P170

그는 오래전부터 그에게 당한 여자들의 속옷을 입고 있었으나이제는 여자들의 겉옷도 입고 나타나는 버릇이 들었다. 잘 맞지않는 옷을 입은 고딕 인형, 하얀 풍경 속에서 동떨어져 밝게 등둥 떠다니는 그 암적색 입, 저 아래 골짜기에는 녹이 슨 듯한 지붕 몇 개와 아주 흐릿한 연기. - P173

어느 날 저녁 불 옆의 요에 누워 있던 밸러드는 작은 굴의 어둠으로부터 박쥐들이 나와 하데스에서솟아오르는 영혼들처럼 재와 연기 속에서 날개를 거칠게 퍼덕이며 머리 위의 구멍을 통해 올라가는 것을 보았다. 박쥐들이 사라진 곳에는 차가운 별무리가 연기 구멍을 가로질러 제멋대로 뻗어 있었고 그는 그것을 살피며 저것들은, 또 자신은 무엇으로 만들어졌을까 생각했다.
- P173

그는 라이플을 잡은 팔을 그 위에 걸쳤다. 상자가 뒤집히더니 둥둥 떠내려갔다.
밸러드와 통나무는 계속 여울 아래 급류로 밀려내려갔고 밸러드는 소리들의 대혼란 속에서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이제 어떤정신 나간 영웅처럼 또는 늪지로 떠밀려온 애국적 포스터의 지저분하게 젖은 패러디처럼 한쪽 팔로 허공에 쳐들고 있는 라이플. - P190

그는 팔다리를 허우적거리며 위로 올라와 물을 뱉어냈고, 두팔을 휘저으며 가라앉은 개울둑을 표시하는 줄지은 버드나무들을 향해 나아갔다. 그는 헤엄을 칠 줄 몰랐지만, 그를 어떻게 익사시키겠는가? 분노가 그를 물위로 띄우고 있는 것 같았다. 사물의 이치가 여기에서는 정지하고 있는 듯했다. 그를 보라. 그는같은 인간들, 당신 같은 인간들에 의해 지탱되고 있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는 그들과 함께 기슭에 이르렀고 그들은 그에게 외치고 있었다. 불구자와 미친 자들에게 젖을 먹이고, 자신들의 역사에서 잘못된 피를 원하고 또 그런 피를 늘 가지기 마련인 종족.
하지만 그들은 이 남자의 목숨을 원한다. 그는 그들이 밤에 랜턴을 들고 저주의 외침을 내지르며 자신을 찾는 소리를 들었다. 그렇다면 그는 어떻게 밀어올려지고 있는 것일까? 아니, 왜 이 물은 그를 데려가지 않을까?
- P190

그는 구덩이에서 걸어나와 밝아진 날을 보면서너무 지쳐 흐느낄 뻔했다. 죽어 전설이 된 그 광야에서는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았고 숲은 서리꽃 화환을 두르고 있었으며 잡초가 하얀 수정 환상들로부터 동굴 바닥의 돌 레이스처럼 삐죽삐죽 솟아 있었다. 그는 욕을 멈추지 않았다. 그에게 말을 거는 목소리는 악마가 아니라 가끔 제정신이라는 이름으로 나타나는 오래전에 벗어던진 자아였다.  - P192

그건 우연이었는데 좁은 장소라 양쪽무리 모두 달아날 수가 없었거든, 아니, 그자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안타까운 인간들이었어. 죄다 삼백육십 도 개자식들이었다.
고, 이건 우리 아버지가 쓰던 말인데 어디에서 보나 개자식이란뜻이야.
- P202

그의 뼈는 달걀 껍데기처럼 깨끗하게 닦여 광택이 나고, 골수가 흐르던세로 홈에서는 지네가 잠을 자고, 갈비뼈들은 거무스름한 돌 사발에 담긴 뼈 꽃처럼 늘씬하게 흰빛으로 구부러져 있고, 그는 어떤 야수 같은 산파가 그를 이 바위 감옥으로부터 쪼개서 떼어내주기를 바랄 만한 이유가 있었고 실제로 그렇게 바랐다.
- P233

그는 어떤 범죄로도 기소되지 않았다. 녹스빌 주립병원으로옮겨져 사람들 두개골을 열고 숟가락으로 뇌를 퍼먹던 미친 신사의 옆 감방에 들어갔다. 밸러드는 바람을 쐬라고 밖에 내보내줄 때 그를 가끔 보았지만 미친 사람에게 할 말은 없었고 그 미친 사람은 자기 범죄의 극악무도함으로 인해 오래전부터 말을잃어버렸다. 그의 금속 문 걸쇠에 구부러진 숟가락이 꽂혀 있어서 밸러드는 그게 미친 사람이 뇌를 퍼먹던 숟가락이냐고 한 번물었지만 답은 얻지 못했다.
- P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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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11-04 17: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미미님
맥카시옹의 묵시록의 세계로!!

청아 2021-11-04 17:52   좋아요 2 | URL
♡.♡ 묵시록 딱입니다. 아찔했어요! 😭

2021-11-05 11: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11-05 11: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자크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킁킁거리는 짐승의 소리, 식식거리는 멧돼지 소리, 으르렁거리는 사자 소리가 들려온 것이다. 그는 조용히 주위를 살폈다. 그것은 자신의 거친 숨소리였다. p.514


 <목로주점>의 주인공 제르베즈의 둘째 아들 자크 에티엔은 6살에 홀로 고모에게 맡겨지는데 그는 자라서 일등기관사가 된다. 하지만 워낙 어린 나이에 가족에게 버림받았다는 무의식적 반감이 자리했던 것인지 대대로 내려오는 유전적 기질과 맞물려 여성에게 성적 욕망을 느끼면 그와 동시에 불같은 살의를 품게 된다. 그래서 그는 오직 기관차로 달리며 무념무상에 빠지는 상태에서만 행복을 느끼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법원장이자 철도회사 이사장인 그랑모랭이 살해당한 일에 연류된 세브린이라는 유부녀와 정열적인 사랑에 빠지고 그녀로 인해 자신의 병이 치유됐다고 느낀다.    


그때부터 두 사람은 둘만의 화젯거리를 갖게 되었는데, 일종의 우정의 공모 관계라고 할 수 있는 그 상황에서 그들은 마침내 눈짓만으로도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방문할 때마다 그는 그녀에게 눈짓으로 그동안 새로운 걱정거리가 생기지는 않았는지물었다. 그녀도 같은 식으로 살짝 눈꺼풀을 깜빡이는 것으로 대답했다. 그런 다음 그들의 손은 남편의 등뒤에서 서로의 손을 갈구했고 그손길은 점점 더 대담해졌다. 그들은 오랫동안 손을 꼭 쥐는 것으로 감정을 전달했으며, 상대방의 생활에서 일어나는 아주 소소한 부분에 이르기까지 점점 더 커져만 가는 관심을 따뜻한 손가락 끝으로 전하며, 서로 묻고 답했다.  - P252


 자크와 세브린이 불륜관계를 이어가며 매주 금요일 오붓한 시간을 함께 하기 위해 파리행 열차를 타고 이동할 때마다 자크를 오랜 시간 짝사랑했던 사촌 누이 플로르는 질투로 점점 눈이 먼다. 그녀는 건널목 차단기 앞에서 일했는데 짝사랑하던 자크가 지나갈 때마다 놓치지 않고 그의 모습에 눈길을 주었던 그곳에 서서 이제 두 연인의 행복한 일탈 여행을 매주 지켜봐야만 하는 신세가 되어버린 것이다. 


그녀가 찾고 있는 사람이 바깥을 내다보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지 못해 고개를 아무리살짝 들려고 조심한들 아무 소용이 없었다. 연적은 늘 발각되었으며 두 여자의 시선은 마치 장검이 부딪치듯 그렇게 마주쳤다. 기차가 휩쓸고 지나가버리면 기차가 싣고 가는 그 행복에 억장이 무너져서 하릴없이 눈으로 뒤쫓기만 하는 한 여자가 땅바닥에 우두커니 남겨졌다.- P399


 자크의 연인이 된 세브린을 비롯해 그녀의 남편, 철도회사와 관련된 인물들의 이야기들이 그물망처럼 연결되어 논리와 맥락으로 잘 짜인 놀라운 드라마가 완성된다. 졸라는 <인간짐승>이 자신의 작품 중 가장 정교한 서사 구조를 갖추었다고 자부했다. 세기말 20 세기를 향해 가는 인간군상의 짐승적인 범죄 본능과 욕망을 기계문명의 상징인 기관차를 통해 보여 주는 것이다. 여태까지 에밀졸라의 작품 중<목로주점>과 <제르미날> <인간짐승>을 읽었는데 이 작품이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다. 기관차가 달리는 과정을 섬세하게 묘사하는 장면에서는 마치 현장을 생생하게 눈앞에서 보듯 속도감과 입체감을 느낄 수 있었다. 러시아에 톨스토이가 있다면 프랑스에는 에밀졸라가 있다고 주장하고 싶다. 마지막 페이지를 읽을 때 기관차의 폭주와 함께 몰아치는 주제의식이 숨막히게 다가와 울컥하고 뭉클했다. 


졸라는 "분노하며 살 것, 한 줄이라도 쓰지 않으면 하루라도 살지 말것"을 좌우명으로 삼는다. 고결한 증오,곧 분노로 표현된 일종의 힘의 의지, 그것이 바로 1871년부터 1893까지 거의 매년 한 권꼴로 발표된 루공마카르 총서의 동력이 되었다는 사실은 졸라를 읽을 때 항상 새겨야 할 사항이다. ㅡp.577 옮긴이 이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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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책읽기 2021-11-01 22:5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1등~~~^^ 와우. 졸라행 기관차에 오르게 싶게 하는 리뷰에요. 저 정신 없는 사이 플친들 쭉쭉 달리시는 모습, 걍 부럽게만 바라본다는. ㅋ 졸라의 좌우명을 읽다, 윽!! 나 살면 안되는 거였구나. 심장을 찔렸습니다^^;;;

청아 2021-11-01 23:05   좋아요 4 | URL
ㅋㅋㅋㅋㅋ저도 살면 안되는 1인입니다🤦‍♀️ 행복한책읽기님은 대신 깊이있는 쓰기를 하시잖아요! 1등 고맙습니다♡(❀╹◡╹)♡

scott 2021-11-01 23:0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졸라행 주행 필수코스는 영화 ^^

청아 2021-11-01 23:08   좋아요 4 | URL
맞습니다ㅋㅋㅋㅋ안그래도 바로 찾아보니 이 작품 흑백영화가 있어서 책읽고 보려고 맛만봤어요!!♡(๑>∀<๑)♡

그레이스 2021-11-01 23:4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그 기관차 저도 타고 싶네요
근데 짐이 너무 많아요~^^

청아 2021-11-02 00:08   좋아요 5 | URL
걱정마세요ㅎㅎ그레이스님을 위해 1등석 예약해 놓을께요~♡(๑˃̵ᴗ˂̵)♡

새파랑 2021-11-02 00:12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이 작품이 가장 좋았다. ‘ 이게 키포인트네요 ^^ 이 책 가방에 넣어놨는데 내일부터 읽겠습니다 ㅋ
11월 시작도 미미님의 독서는 폭주기관차 같아요 😄

청아 2021-11-02 00:17   좋아요 4 | URL
ㅋㅋㅋ새파랑님 분명 반하실거예요👍에밀 졸라식 거침없는 질주에 어질어질했습니다.♡(๑>ᴗ<๑)♡

페넬로페 2021-11-02 00:4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언젠가는 저도 졸라행 기차에 탑승하고야 말겠습니다. 제목 그대로 인간짐승이란 말이 무척이나 섬뜩해요^^
하루에 한 줄이라도 쓰자**

청아 2021-11-02 09:09   좋아요 2 | URL
페넬로페님♡인간짐승이 누구인지 찾아보는 재미는 덤입니다. 제 예상과 살짝? 달라서 더 좋았어요!!ㅋㅋㅋㅋ

독서괭 2021-11-02 01:0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매년 한권꼴로 발표하다니 굉장하군요..! 매년 알라딘 달력이나 노트에 혹해 사놓고 한달 쓰고 내버려두기를 반복하는 나란 인간은..!!😭

청아 2021-11-02 09:11   좋아요 2 | URL
앗ㅋㅋㅋㅋ괭님♡ 제 얘기 하셔서 깜놀했어요. 저도 해마다 반복입니다. 졸라의 좌우명 자극이 되지요!👍

붕붕툐툐 2021-11-02 07:2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건 정말 폭주 기관차네용~ 자동으로 표 끊게 만드는 리뷰네요~ 아 졸라 만나야 하는데~!!ㅎㅎ 저는 왜 분노도 안하고 쓰지도 않고 사는 걸까요?ㅎㅎ
미미님 파이팅, 파이팅!!

청아 2021-11-02 09:14   좋아요 2 | URL
툐툐님♡ 이미 멋진 인생을 살고 있는거 북친들은 다 알겁니다. 졸라도 툐툐님도 타인에게 본보기가 되는 행동파(♡.♡)👍

다락방 2021-11-02 07:3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와 이거 너무 재미있겠어요. 지금 읽는 책 당장 집어던지고 인간짐슴 읽고 싶네요. 인간짐승 제 책장에 꽂혀 있는데 말입니다. 읽으면 어쩐지 할 말도 아주 많을 것 같고요!! >.<

Falstaff 2021-11-02 09:01   좋아요 3 | URL
맞아요, 맞아요. 다락방 님은 분명 몇 번 빡칠 겁니다. ㅋㅋㅋㅋ

청아 2021-11-02 09:18   좋아요 3 | URL
네!! 여성주의 관점에서도 보이는 것들이 많은데 특히 이번에 읽은 <제2의 성>에서 본 내용들이 거의 그대로 담긴듯한 대목에서는 소름이 끼쳤어요!(보부아르👍)ㅎㅎ 다락방님♡ 어서 던지고 <인간짐승> 읽으시길 강력히x10 추천드립니다!!

잠자냥 2021-11-02 10:25   좋아요 4 | URL
다락방 님 인간짐슴은 뭐예요? 근데 뭔가 더 인간짐슴이 짐승스럽네요. ㅋㅋㅋ

청아 2021-11-02 10:35   좋아요 3 | URL
아앜ㅋㅋㅋㅋㅋ잠자냥님♡!! 짐슴좋아요~♡ 고치지마세요 다락방님ㅋㅋㅋ

다락방 2021-11-02 11:19   좋아요 4 | URL
아니 대체 나란 인간은 오타의 신이란 말입니까... orz

붕붕툐툐 2021-11-02 17:51   좋아요 2 | URL
다락방님은 오타까지도 문학적이네용~ 인간짐슴~ 짐승 머슴? 찾아내신 잠자냥님도 대단~ㅋㅋㅋ 미미님처럼 저도 짐슴이 좋아요!ㅎㅎ

Falstaff 2021-11-02 09:0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시공사에서 찍은 <여인들의 행복 백화점>이 빠졌어요. 아이고, 그거 되게 재미나요!
지만지의 <쟁탈전>, 을유의 <꿈>도 루공-마카르 총서예요.
지금 모처에서 루공-마카르 총서 전 작품의 번역을 시도하고 있답니다!
어느 출판사인지는 저도 모르지만 메이저 출판사는 아니랍니다.

청아 2021-11-02 09:24   좋아요 3 | URL
아니 제가 그 책을 빠트렸네요!!! (찰싹찰싹)이 책 주석에도 나오는 책을요. 다음은 그 책을 읽으면 되겠습니다ㅋㅋㅋㅋ한곳에서 전 작품을 ‘제대로 번역‘해 준다면 다시 꼭 구입할꺼예요! 폴스타프님 덕분에 인생소설,인생작가가 추가되었습니다. 감사해용~♡♡♡

다락방 2021-11-02 11:20   좋아요 4 | URL
여인들의 행복 백화점 너무 재미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정말 재미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사랑을 그대품안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청아 2021-11-02 11:28   좋아요 2 | URL
으앗ㅋㅋㅋㅋㅋㅋㅋ주문했어요!!
♡.♡👍

Falstaff 2021-11-02 12:24   좋아요 3 | URL
을유에서 나온 <작품>도 빠졌군요. 전 다른 출판사 같은 역자 책으로 읽어 기억하지 못했나봅니다. ㅋㅋ
제르베즈 아줌마의 첫째 아들 클로드 얘기예요!

청아 2021-11-02 12:28   좋아요 2 | URL
네! 고맙습니다~♡ 추가해놓을께요ㅋㅋ👍

mini74 2021-11-02 18: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그 기차 타려면 여기 줄 서면 되나요 ㅎㅎ삶은 계란 파나요 ㅎㅎ 미미님 글 너무 재미있게 읽었어요 *^^*

청아 2021-11-02 18:21   좋아요 2 | URL
아이참 그런 걱정을 왜하세요~♡ 미니님하고 수다떨면서 함께 먹으려고 사이다랑 실어놨지요ㅎㅎ
♡ଘ(˵╹-╹)━☆♡뿅!

서니데이 2021-11-03 00: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엔 그렇게 관심있게 읽어보고 싶지 않았는데, 좋다고 하시니 다시 보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미미님, 좋은 밤 되세요.^^

청아 2021-11-03 08:31   좋아요 1 | URL
네! 저에게는 꽤 강렬한 작품이었어요~♡ 다시 보인다 하시니 기쁩니다ㅎㅎ서니데이님 즐겁고 유쾌한 수요일 되세요.♡(~˘▾˘)~♡
 

그때가 내 삶에서 유일하게 소설 같았던 시절이지.  - P14

* 1869년 이전까지 프랑스 제2제정의 의회는 루이 나폴레옹(나폴레옹 3세)의 일당독재나 다름없었다. 그러나 1860년대 말부터 의회는 황제와 그 정부의 말을 잘 듣지 않게 된다. 1869년 5, 6월에 치러진 국회의원 선거에서 친정부파인 보나파르트파는 정통파와 온건파로 양분되었으며 반정부파는 총 292석 중 71석(구왕당파가 41석, 공화파가 30석)을얻는 데 그쳤지만 이전에 비한다면 그 자체로 선전이었으며, 특히 총 득표수에서는 보나파르트파에 크게 밀리지 않았고, 무엇보다 도시에서 대약진을 했다.
- P19

그가 그런 식으로 고통을 가하면서 그녀의 몸속에 밀어넣고 싶은 것은 바로 자신의 의지였다.  - P49

그녀는 넋이 나간 채 어둠이 내리기 시작한,
끔찍하리만치 비통한 이 밤에 갇혀 두 처녀의 웃음소리를 들었다.
- P50

그는 극미그리량의 알코올에도 자신이 미쳐버린다는 것을 잘 알기에 단 한 잔의 술갔다도 입에 대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그는 자신이 다른 사람들 때문에 대가를 치르는 것은 아닌가 하고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술을 마셨던 그의 아버지 대, 할아버지 대, 그 술주정뱅이 가계로부터 자신이 나쁜 피를, 서서히 진행되는 중독성을, 여자를 잡아먹는 늑대 무리에 자신을끌어넣어 깊은 숲속으로 몰고 가는 야만성을 물려받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 P86

전속력으로 달리는 기관차 바퀴의 격렬한 진동에 몸을 실었을 때, 신호등을 주시하며 선로를 살피느라 정신을 집중하면서 역전기逆轉機 핸들에 손을 올려놓았을 때 비로소 그는 무념무상이 되어 폭풍우 소리를 내며 무섭게스쳐가는 맑은 대기를 폐부 깊숙이 들이마실 수 있었다. 그가 마음에위안을 주는 애인과 진배없이 자기 기관차를 그토록 열렬히 사랑하는것은 그 때문이었다. 그가 기관차로부터 기대하는 것은 오직 행복이었다. 그가 직업기술학교를 졸업하고 머리가 똑똑한데도 기관사라는 직업을 선택했던 것은 고독과 황홀 속에서 살 수 있는 길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는 별다른 야심도 없어서 사 년 만에 일등기관사의 자리에 올라 일찌감치 2800프랑의 본봉에 화차 관리와 정비 수당까지 합쳐4천 프랑이 넘는 수입을 올리면서도 그 이상은 아무것도 바라지 않았다.  - P88

 어떤여자를 우연히 마주쳤을 때 그 즉시 그 여자를 덮치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다시 싸움을 벌여야 하는 것이다. 그러다가 압도적인 침묵과 끝 모를 고독감이 그를 조금이나마 위로해주면서 사람 하나 마주치는 일 없이 계속 걸을 수 있을 것만 같은 이 황량한 고장처럼 적막하고 인적 없는 삶을 동경하도록 이끌었다.  - P91

루앙의 검찰청 검사가 전직 법관이 희생자로 발견된 이 석연치 않은 참극에 지레 겁을 먹고 머리를 굴려 장관에게 사건을 이첩했고, 장관은 그것을 다시 자신의 사무처장에게 넘기고 자기는 손을 털었던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하나의 인연이 있었다. 카미라모트는바로 그랑모랭 법원장의 동창이었다. 그랑모보다 몇 살 아래인 그는그랑모랭과 막역한 우정을 나누는 사이여서 그랑모랭에 대해서라면그의 비행에 이르기까지 속속들이 꿰뚫고 있었다.  - P142

 예심판사는 자신으로서는 무모하게 덤비지 않는 것이 상책이며, 사전 승인없이는 어떠한 것도 감행하지 말아야 처신에 이롭겠다는 것을 간파했다. 더 나아가 그는 사무처장 역시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본부 차원에서 수사관들을 가동시켰다는 확신을 안고 루앙으로 돌아왔다. 세상이진실을 알고 싶어하는 것은, 필요한 경우 그 진실을 보다 효과적으로은폐하기 위해서였다.
- P142

그는 자기가 왜 법무부가 아니라 사무처장의 개인 거주지로 불려왔는지 그 이유를 알고 있었다.
"요컨대, 사무처장이 잔뜩 굳어 있는 것을 확인하고 드니제가 결론을 지었다. "우리가 꽤 골치 아픈 사건을 다루게 될 거란 말입니다."
카미라모트는 고개만 끄덕였다. 그는 다른 경우의 재판, 곧 루보 부부의 재판 결과를 따져보고 있었다. 만일 남편이 중죄재판소에 선다면그자가 다 불고 말 것이라는 점은 불을 보듯 뻔했다. 자기 부인 역시처넛적부터 꾐에 빠졌고 이후에는 간통을 일삼았다는 점, 그리고 자기는 질투에 눈이 멀어 살인을 저지를 수밖에 없었다는 점 등을 까발릴것이다. 이 사건이 더이상 한 하녀와 한 전과자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질 것이고, 그 예쁜 여자와 결혼한 철도원이 부르주아계급과철도 분야의 일각을 완전히 와해시켜버릴 것이라는 점은 일단 논외로치더라도 말이다. 그렇게 되면 사람들이 법원장과 같은 인물을 기화로무엇을 더 능멸하게 될지 어찌 알겠는가? 어쩌면 사람들은 예측하지못한 혐오감에 빠져 동요할지도 모른다. 안 된다. 결단코 안 된다. - P207

그녀는 그에게 이제 말할 테면 해보라고 다그친 것이다. 그녀가 그의 것이 되었듯이 그는 그녀의 것이 되었다. 고백이 그들을 하나로 묶어주었다.
"앞으로 날 힘들게 하지 마요, 당신은 나를 믿지요?"
"그래요. 당신을 믿어요." 그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 P218

"알다시피 나는 당신 친구이고 당신은 나를 두려워할 아무런 이유가없어요." 그가 그녀의 귀에 대고 소곤거렸다. "나는 당신의 일을 알고싶지 않아요. 당신이 바라는 대로 될 거예요…… 내 말 알겠어요? 나는 전적으로 당신 거예요. 당신 마음대로 해도 돼요."
- P219

그때부터 두 사람은 둘만의 화젯거리를 갖게 되었는데, 일종의 우정의 공모 관계라고 할 수 있는 그 상황에서 그들은 마침내 눈짓만으로도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방문할 때마다 그는 그녀에게 눈짓으로 그동안 새로운 걱정거리가 생기지는 않았는지물었다. 그녀도 같은 식으로 살짝 눈꺼풀을 깜빡이는 것으로 대답했다. 그런 다음 그들의 손은 남편의 등뒤에서 서로의 손을 갈구했고 그손길은 점점 더 대담해졌다. 그들은 오랫동안 손을 꼭 쥐는 것으로 감정을 전달했으며, 상대방의 생활에서 일어나는 아주 소소한 부분에 이르기까지 점점 더 커져만 가는 관심을 따뜻한 손가락 끝으로 전하며,
서로 묻고 답했다.  - P252

그녀가 자크에게 반한 것은, 그녀가그의 손을 살그머니 쥐었을 때 그의 손이 그녀의 몸을 함부로 더듬지않는 것을 보고 실감했던 그의 그 부드러움, 그 온순함 때문이었다. 난생처음으로 그녀는 사랑을 느꼈다. 그래서 절대로 몸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녀가 이전의 두 남자에게 몸을 준 것과 똑같은 방식으로 이 남자에게 순순히 몸을 준다면 그것은 자신의 사랑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일이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무의식적인 욕망은 지극히 달콤한이 기분을 영원히 연장하는 것, 더럽혀지기 전의 새파란 젊음으로 되돌아가는 것, 좋은 남자친구를 사귀어 열다섯 살 때 그러듯 문 뒤에서입술을 고스란히 내주고 깊은 포옹을 하는 것이었다.  - P257

그렇게될 운명이었기에 그렇게 된 것이다. 비는 창고 지붕 위로 더욱 거세게퍼부었고, 역으로 들어가는 파리발 마지막 열차가 기적을 울리면서 평음을 내고 지축을 뒤흔들며 지나갔다.
- P266

"오, 내 사랑, 날 가져, 날 지켜줘, 난 당신이 원하는 대로만 할게.
"무슨 소리! 아니야, 내 사랑, 당신이 주인이야, 난 당신을 사랑하고당신에게 복종하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거야."
- P268

그들의 마음은 어린아이의 상태, 서로 어루만지기만 해도 황홀해지는 첫사랑의 그 두근거리는 순결함을 간직한 상태에 머물러 있었던 것이다. 그들 사이에서는 서로의 헌신에 더 덕을보았다고 공을 돌리는 이른바 순종順從 싸움이라는 것이 계속되었다.
그는 그녀를 통해 저주스러운 자신의 유전 질환이 고쳐졌다고 생각했고, 그 점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 P272

그녀는 오로지 사랑하고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그런사랑의 피조물의 모습으로 되돌아와 그를 부여안고 다정하게 어루만졌다. 그러면 상대를 자기 것으로 만들고 싶은 미친 듯한 욕정이 다시그들을 휘몰아쳤고, 때때로 그들은 그렇게 서로의 품에 안겨 한참 동안 혼절해 있기도 했다.
- P273

기관차와 객차는 이미 반쯤 눈에 뒤덮여곧 흔적도 없이 사라질 태세였다. 그 위로 이 새하얀 허허벌판의 전율하는 적막이 내리눌렀다. 아무것도 움직이지 않았다. 눈은 그렇게 하얀 수의를 짜서 세상을 뒤덮었다.
- P304

그녀는항상 다른 사람을 찾는 눈치였는데, 자신의 연적이 이제는 금요일마다.
기차를 타고 지나간다는 것을 빤히 알고 있는 것이다. 그녀가 찾고 있는 사람이 바깥을 내다보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지 못해 고개를 아무리살짝 들려고 조심한들 아무 소용이 없었다. 연적은 늘 발각되었으며두 여자의 시선은 마치 장검이 부딪치듯 그렇게 마주쳤다. 기차가 휩쓸고 지나가버리면 기차가 싣고 가는 그 행복에 억장이 무너져서 하릴없이 눈으로 뒤쫓기만 하는 한 여자가 땅바닥에 우두커니 남겨졌다.
- P399

일각이 여삼추 같았다. 텅 빈 머릿속을 그런 생각만이 넘실대며 흘러가니 시간의 척도가 폐기되어버린 것이다.  - P417

이렇듯 회사 사람들 전체가 이구동성으로 범인을 비난하는 목소리를 높이는 가운데 두 피살자를 동정하는 여론이 형성되었다. 그 가련한 젊은 여인은 과오를 너그러이 용서받았고, 그 노인은 자기를 둘러싸고 횡행하던 불미스러운 소문들을 말끔하게 씻어내고 다시 명망을 되찾았다.
- P548

마침내 세간의 이목이 집중된 그 재판이 도래했지만, 전쟁이 임박했다는 소문이 퍼지고 프랑스 전역이 뒤숭숭한 분위기에 짓눌리면서 논쟁의 반향은 급격하게 사그라졌다. 그래도 루앙은 재판이 열린 사흘내내 열기에 휩싸였고, 법정 문은 사람들로 미어터졌으며, 예약된 자리는 도시의 귀부인들이 독차지했다. 법원으로 개조된 이래 옛 노르망디공국 제후의 궁전에 그토록 많은 인파가 몰린 적은 일찍이 한 번도없었다. 때는 바야흐로 6월 하순, 햇빛 찬란한 무더운 오후였는데, 열장의 스테인드글라스를 환하게 밝히며 통과한 강렬한 햇살이 벽면의떡갈나무 널빤지와, 벌집 문양의 붉은 벽지를 배경으로 도드라져 보이는 흰 대리석 십자고상, 그리고 오랜 세월의 흔적이 묻어 아주 은은하게 금빛을 발하는, 갖가지 문양이 조각된 금박을 입힌 나무 격자무늬가 인상적인 루이 12세 시대의 그 유명한 천장 위로 넘실거렸다. - P551

기차는 이제 볼벡에서 모트빌로 이어지는 평평한 고원지대를 전속력으로 내달렸다. 기차는 급수를 위해 몇 군데 정해진 지점을 제외하고는 단 한 번도 멈추지 않고 한달음에 파리까지 가기로 되어 있었다.
무지막지하게 큰 덩어리가, 인간 짐승들로 꽉 들어차서 발 디딜 틈조차 없는 열여덟 량의 차량이 끊임없이 으르렁거리며 어두운 벌판을 가로지르고 있었다. 살육의 현장으로 실려가는 그 인간 군상들은 목이터져라 노래를 부르고 또 불렀는데, 그 악쓰는 소리가 어찌나 큰지 기차 바퀴 소리를 압도하고도 남았다.
- P566

기관차가 도중에 산산조각내버린 희생자들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있단 말인가! 기관차는 그러거나 말거나 자기로 인해 뿌려진 피는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미래를 향해 전진하고 있지 않은가? 운전자도 없이, 어둠 속 한가운데로, 마치 살육의 현장 한복판에 풀어놓은 눈멀고 귀먹은 한 마리 짐승처럼, 기관차는 이미 피곤에 절고 술에 취해 혼곤한 상태에서 악을 쓰며 노래를 부르는 병사들을 싣고, 그 총알받이들을 싣고, 달리고 또 달렸다.
- P571

졸라는 "분노하며 살 것, 한 줄이라도 쓰지 않으면 하루라도 살지 말 것"을 좌우명으로 삼는다. 고결한 증오, 곧 분노로 표현된일종의 힘의 의지, 그것이 바로 1871년부터 1893년까지 거의 매년 한권꼴로 발표된 루공마카르 총서의 동력이 되었다는 사실은 졸라를 읽을 때 항상 새겨야 할 사항이다.
- P5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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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달한데 불안하고
불안한데 사랑스럽고
복잡한 감흥을 불러일으키는 에밀 졸라의 파워!




둘은 이제 사랑이 싹트기 시작해 데이트를 하는 연인처럼 쾌활하게이야기를 나누었다.
"다른 손도 좀 줘봐요. 내가 따뜻하게 해줄게요."
"아이! 여기서는 안 돼요. 누가 보면 어떡해요.‘
"누가 본다고 그래요? 우리 둘뿐인데... 그리고 이게 무슨 큰 잘…못을 저지르는 거라고요. 이런다고 아이가 생기는 것도 아닌데요 뭘."
- P219

그때부터 두 사람은 둘만의 화젯거리를 갖게 되었는데, 일종의 우정의 공모 관계라고 할 수 있는 그 상황에서 그들은 마침내 눈짓만으로도 상대방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방문할 때마다 그는 그녀에게 눈짓으로 그동안 새로운 걱정거리가 생기지는 않았는지물었다. 그녀도 같은 식으로 살짝 눈꺼풀을 깜빡이는 것으로 대답했다. 그런 다음 그들의 손은 남편의 등뒤에서 서로의 손을 갈구했고 그손길은 점점 더 대담해졌다. 그들은 오랫동안 손을 꼭 쥐는 것으로 감정을 전달했으며, 상대방의 생활에서 일어나는 아주 소소한 부분에 이르기까지 점점 더 커져만 가는 관심을 따뜻한 손가락 끝으로 전하며서로 묻고 답했다.  - P252

열렬한 키스의 호출에 화답하여, 마치 두 심장의 피가 섞여 분출하듯 친근한 너나들이 말투가 서로의 입에서 터져나왔다.
"날 기다렸구나……
"오! 자길 기다렸지, 자길 기다렸어…… - P2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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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서 2021-10-31 13:43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거꾸로 읽는 세계사 개정판을 읽으면서 드레퓌스 편에서서 불의에 항거한 에밀 졸라를 다시 되새김 하여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미미님이 추천하시니까 더욱 관심이 커집니다. 감사! ^^

청아 2021-10-31 13:51   좋아요 5 | URL
저도 그 책 찜해두었어요!! 행동하는 지성! 에밀 졸라👍소설도 너무너무 재밌습니다~♡

새파랑 2021-10-31 13:5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역시 에밀 졸라 마니아 미미님👍 저도 곧 읽어보고 싶어요. 복잡한 감흥을 느껴보고 싶어요 😁

청아 2021-10-31 14:05   좋아요 3 | URL
저 남자가 이성에게 보통은 살의를 느끼는 사람인데😱 이 여자에게는 지금 이런 상태예요ㅋㅋㅋㅋ아 빨리 읽어보세요~♡

독서괭 2021-10-31 16:0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엥 뭐라고요? 저런 대화 나누는 사람이 이성에게 보통 살의를 느낀다고요?? 으악 무섭😱😱😱

청아 2021-10-31 16:22   좋아요 4 | URL
😱😱😱네! 주인공이 이성에게 욕망적으로 끌릴때 살의를 강하게 느끼는 병?을 앓고 있어요~♡ㅋㅋㅋㅋㅋ

mini74 2021-10-31 17: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ㅎㅎ 뭐죠 이 분위기는 ㅎ 소재가 너무 독특하네요 욕망과 살의라 ~~ 재미있겠어요

청아 2021-10-31 18:02   좋아요 3 | URL
아~~♡ 불안불안하지만 재밌어요. 노골적인 야한 장면 없는데 야하고요ㅎㅎ아이참 지금 시대에 읽어도 어디하나 공감 되지 않는 부분이 없는 완벽하고 몰입감 높은 소설이예요!!😆

붕붕툐툐 2021-10-31 20:5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이참~ 야하다면 안 읽을 수가 없네요? 지금 젤 빨리 줄 세워도 12월이지만, 얼른 읽고 싶네용!!ㅎㅎ

청아 2021-10-31 21:20   좋아요 1 | URL
오호 툐툐님도 폴스타프님처럼 줄 세우고 읽으시는군요~♡ 저는 큰 욕심? 없고 이정도 야하면 딱 흡족하더라고요ㅎㅎㅎ
♡ฅʕ◍·̀·́◍ʔฅ♡-할로윈어흥!ㅎㅎㅎ

페넬로페 2021-10-31 23:3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계속 에밀졸라 읽으시네요~~
달달한데 불안하다
뭔지 조금은 알 것 같아요**

청아 2021-10-31 23:38   좋아요 1 | URL
새우* 처럼 에밀졸라 작품에 자꾸 손이가네요ㅎㅎㅎ 페넬로페님~♡편안한 밤 되세용
♡[¬º-°]¬♡

책읽는나무 2021-11-01 17: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거 참 외람되지만..북플친님들 태그 올리며 보다가 책표지 그림이 약간 도넛 모양이어 응??하고 클릭해서 들어왔더니 어머!!! 나체였네요??? 이것도 야한????ㅋㅋㅋ
음...읽어야 겠군요!!불끈!!!!

청아 2021-11-01 18:15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나무님~♡ 혹시 도넛 땡기셨던거 아닐까요? 저도 지금 저녁먹기전이라 댓글보고 나니 그렇게 보입니다ㅋㅋ 크리스피**도넛을 사먹어야겠어요♡(*´ ワ `*)“♡
 



희곡을 읽게 되면서 가장 좋으면서 아쉬운점은 소설 읽을 때의 묘사와 달리 무대의 상황을 떠올리기가 좀 더 수월하다는 것과 몰입할 수록 공연을 보고 싶은 갈망이 커진다는 것이다. <에쿠우스>는 여태 읽어본 몇 안되는 희곡 작품들 중에서도 그런 갈망이 가장 컸던 작품이다. 극작가인 피테 셰퍼는 이 이전에도 작품을 내놓았었지만 1973년 초연을 올린<에쿠우스>를 통해 세계적인 극작가로 이름을 알렸다. 우리나라에서도 1975년 처음 공연된 <에쿠우스>는 출연 배우마다 스타반열에 오르게 할 만큼 주목을 받았고 지금까지 국내에서만 무려 천회가 넘는 횟수를 기록하고 있다. 피터 셰퍼는 친구로 부터 들은 단 1분간의 이야기로 이 작품을 만들어냈다. 어떤 소년이 6마리 말의 눈을 찌른 충격적인 사건에 관해서였는데 이후,얼마 지나지 않아 갑작스럽게 이 이야기를 해준 친구가 세상을 뜨는 바람에 셰퍼는 구체적인 정보없이 친구에게 들은 1분간의 내용만으로 살을 붙이고 붙여 <에쿠우스>라는 작품을 만들어 낸다. 대단하다. 소재가 없어 글을 못쓴다는 건 비겁한 변명임에 틀림이 없다.(나에게 하는 말)



해리포터 시리즈의 다니엘 래드클리프가 에쿠우스 공연에서 누드로 열연을 펼쳤다고 한다. 




 지역 판사인 헤스터는 정신과의사 다이사트에게 말 6마리의 눈을 찌른 17세 소년의 정신감정과 치료를 요청한다. 직업과 부부생활 모두에서 회의를 느끼던 의사 다이사트가 우선 이 소년의 가정을 들여다보니 이른바 '바보상자'이론을 신봉했던 것일까 소년 알런의 아버지는 집안에서 TV를 없앨 정도로 고지식하고 가부장적인 사내였다. 그런반면 과거 교사를 했던 어머니는 아들에게 종교이야기만 주로 주입했는데 거기 영향을 받은 알런은 자기방에 골고다로 향해 가는 채찍질당하는 예수의 그림을 걸어두었다. 이게 또 마뜩찮았던 무신론자 아버지는 아내와 싸운날 아들의 방에 걸려 있던 그 그림을 떼어버리고 알런은 이 일로 며칠이나 슬퍼한다. 한창 성에 눈뜰나이임에도 아들에게 성교육은 전혀없었고 오히려 부부의 지나친 간섭과 신앙교육만이 그를 숨막히게 했던 것으로 보인다. 내가 읽은 프로파일 관련책에서도 이런 조건은 사이코패스를 만들어내는 훌륭한 요소로 종종 등장한다. 여기 유전적기질과 뇌의 결함 혹은 이상이 만나 행동으로 이어지면 연쇄살인마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특히 이와 관련한 신경증은 프로이트 이론에 자주 등장한다.(작품에서 다이사트는 괴이한 꿈으로 억눌린 자신을 인지하기도 한다.)




(프로이트 이론 변천의)두 번째 시기에는 히스테리를 비롯한 모든 심리적 증상의 근원에 성욕,즉 섹슈얼리티의 문제가 내재되어 있다는 이론적 전환을 맞습니다.(...)20세기 초엽에 신경증 환자들을 치료하다가 이들 모두 대체로 성적인 문제 때문에 고통을 겪고 있다고 결론을 내리면서 무릎을 칩니다. P.41-'불안은 우리를 삶으로 이끈다' 강우성


  알런은 예수 사진이 있던 자리에 말 사진을 붙인 후 평온을 되찾게 되는데 사실 그는 여섯살 때 바닷가에서 모래를 만지고 놀다 길을 지나던 기수를 만나 말에 올라타는 행복한 경험을 했다.하지만 불행히도 곧이어 나타난 아버지에 의해 말에서 억지로 끌어내려지다 비명을 지르며 떨어진다. 허락없이 아들을 말에 태웠다며 노발대발하는 아버지와 이에 그와 말다툼하게 된 기수의 대화가 읽기에는 조금 우습기는 해도 알런의 사건을 떠올리면 어린 나이에 얼마나 무섭고 충격적인 기억이었을지 꺼림직하고 의미심장하게 느껴진다. 이런 와중에 말을 탔던 어린 알런이 "멋있어.아빠!"라고 자신의 감정을 말하지만 어린 아들을 걱정하다 이성을 잃은 아버지에게 들리지 않은채 그만 묻힌다. 


기수: 위험하다뇨?

프랑크: 위험하구말구. 저 눈알을 봐. 부릅뜨고 있는 눈알을 말야.

기수:당신의 눈도 그런데요!

프랑크:말은 위험한 동물이야. 이 바닷가의 안전을 위해선 위험한 존재야. 

기수:제 의견을 말할까요, 당신이야말로 바보천치 올습니다!  P.62


  끔찍한 사건이 일어나기 수개월전 전파상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질이라는 여자아이를 만난 알런은 그녀가 일하는 마구간에서 주말 일자리를 얻게 된다. 그곳에서 일하며 드디어 애정하고 갈망하던 말과 시간을 함께 보닐 수 있게 되고 3주에 한번씩 일이 끝난 시간에 알런은 몰래 말과 함께 마구간을 나와 자유로운 그들만의 시간을 만끽한다. 알런은 "에쿠우스~에쿠우스~"를 외치며 말과 자신의 일치를 경험한다. 하지만 평온도 잠시 함께 일하던 질의 유혹으로 알런은 극단적인 혼란으로 치닫게 된다. 





자기의 인생이라고 부르기 위해서는 ㅡ우선 자기 자신의 고뇌와 싸워야 해요. 자기만의 독특한 고뇌 말요.(...)그앤 그 고통과 싸웠어요. 글쎄 그는 병자죠. 비통과 두려움에 싸인 병자란 말입니다. 위험 인물이라구요.ㅡ안 그럴 거라고 믿긴 하지만 ㅡ또 위험한 일을 저지를지는 몰라요. 그렇지만 이 소년은 내가 이제까지 어느 한 순간에도 느껴보지 못한 격렬한 정열을 이미 가져 봤어요. 사실은 난 부러워하고 있어요,그 애를. P.144


 다이사트는 알런이 일으킨 행위의 심리적 근원을 파해쳐가며 외면적으로는 지극히 정상적으로 보이지만 욕망적으로나 이상적 꿈으로 부터 억눌린 자신의 삶과 반대로 불안한 억눌림에 파괴적인 분열 방식으로 저항하고 분출한 알런을 비교하게 된다. '정상'의 범주에 들기위해 사회적 요구라는 틀에 자신의 개성을 죽인채 끼워 맞춰지는 일반인들의 삶과 그 내면의 욕구불만은 과연 온전한 상태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일까? 다이사트는 알런을 '치료'하며 자신이 갇힌 현실적 한계와 무기력을 절감한다. 이 희곡을 읽으며 러시아 작가 안톤 체호프의 '공포' 속 '40명의 순교자'가 떠올랐다. 아름다운 아내와 결혼했지만 그녀의 마음은 얻지 못한 불안한 한 남자와 가진것이 아무것도 없지만 두려움 없이 자유롭게 세상을 누리는 듯한 '40명의 순교자' 말이다.


내겐 어둠 속을 볼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합니다.ㅡ어린이 환자들이 나를 필요로 하는 것보다도 훨씬 간절합니다. 어떤 방법이겠습니까? ....어떤 어둠이겠습니까?....이 어둠을 신이 규정한 거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난 그렇게 멀리까지 갈 수도 없습니다. 그렇지만 이 어둠에 깊은 경의를 표시할 겁니다. 지금 이 예리한 재갈이 내 입안에 끼워져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도저히 빠져 나오지 않는 것입니다. P.197









사진출처: 

1번 사진 https://blog.naver.com/yang456/140041598340

2.번사진 https://blog.naver.com/musicalplus/220494764341

3.번 사진 https://blog.naver.com/23secret/221250643331












*에쿠우스-라틴어로 '말'(horse)이라는 의미 



*여성의 시선에서(아마추어 불편러의)


-판사 헤스터는 이른바 사회적 위계질서의 최고위층이라는 '판사'라는 직책에도 불구하고 번역에 있어서 의사 다이사트에 비해 아랫사람인듯한 느낌을 준다. 아무래도 이 인물이 여성이란 정체성을 강조하기 위한 번역의도에서 비롯된 결과였겠지만 오히려 자연스럽지 않게 여겨졌다. 


-내가 볼 때는 알런이 분노한 근원에는 아버지의 역할이 큰 것 같은데 역시나 그를 파괴적인 행위로 이끄는 것은 질이라는 여자다. 질은 유독 유혹적으로 묘사되고 야한 영화를 보러 가자는 둥 그를 분열하게 만드는 열쇠 역할을 한다. 마침 어제 읽은 맥베스도 그랬는데 고전을 읽는 것이 무척 즐겁고 흥미로운 자극임에도 남녀라는 이분법적 잣대가 문학의 뿌리깊은 속성이라( 당시 사회가 그랬으니 당연한 결과이기도 하지만)앞으로도 이런 것들이 계속 보일 것 같다. 최소한 이런 부분을 발견하며 읽는 것은 내게 의미가있다.



*개인적인 소망이지만 (심지어 이제훈은 연극은 안하는 것 같긴한데) 더 나이들기 전의 이제훈이 알런 역할을 하면 꽤 근사한 작품을 연극으로 볼 수 있을 것만 같다. (제발!)


*오타나 반복 등 잘못된 부분을 알려주시면(되도록 비공개로) 수정하겠습니다-오타남발자 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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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11-05 18:3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소설 희곡 모두 천재 미미님 2관왕 축하드려요~!! 저도 이 책 읽겠습니다~!!

청아 2021-11-05 18:47   좋아요 4 | URL
새파랑님도 좋은느낌 받으셨음 좋겠어요! 머리에 무대가 막 그려지는 그런 희곡이라 특히 더 좋았습니다^^♡

책읽는나무 2021-11-05 19:1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앗~이 책!!! 조곤조곤 말씀 하시는 듯한 느낌으로 읽었었던 페이퍼네요.
그리고 조승우냐~~이제훈이냐~~ 알런역으로 고민 했었던ㅋㅋㅋ
안되겠네요!! 당첨금도 받았으니까 더블 캐스팅으로 갑시다!!!ㅋㅋ

청아 2021-11-05 19:25   좋아요 4 | URL
ㅋㅋㅋㅋ조승우 이제훈 더블 캐스팅이면 둘다 봐야죠~♡♡ 생각만으로도 설렙니다!!!ㅋㅋㅋㅋ

행복한책읽기 2021-11-06 00:3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전 이 페이퍼 당선될 줄 알았음요. 축하축하해요. 미미님^^

청아 2021-11-06 10:47   좋아요 1 | URL
♡.♡감사해요!! 책읽기님ㅎㅎ즐겁고 포근한 주말 보내세요~♡

초딩 2021-11-07 11: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앙 미미님,
이달의 당선 축하드립니다~
^^ 즐거운 하루 되세요~

청아 2021-11-07 11:39   좋아요 1 | URL
우앙 초딩님~♡ 감사해요!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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