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에 맞서 너무 오래 싸운 이는 
그 자신이 괴물이 되고 만다.

심연을 너무 오래 응시하다 보면 
어느새 심연이 그를 응시할 것이다.]

크리미널 마인드에 나왔던 인상적인 경구였는데 이게 니체가 한 말이었네요!(미미) - P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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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1-02-02 12: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크마 덕후분을 알라딘에서도 만나니 넘 좋습니다!!!!

미미 2021-02-02 12:24   좋아요 0 | URL
아앗~~!!🙌🙌 저두요!!!비연님도 좋아하신대요♡

비연 2021-02-02 13: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크마에서 이런 말이 나올 때면 전율이 돋죠. 니체의 말을 인용하고. 정말 멋진 각본가들이야! 이러면서~
여기 크마 덕후분이 두 분이나!! ㅎㅎㅎㅎ

미미 2021-02-02 13:43   좋아요 0 | URL
저 다시 시즌 초반까지만이라두 저런 격언들 적어두면서 정주행할까 고민중이예요! 😍

mini74 2021-02-02 23:3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크마 팬 ㅎㅎ 뭔가 에피 내용을 꿰뚫는 멘트 저도 참 좋아합니다 ~

미미 2021-02-03 08:48   좋아요 1 | URL
제 댓글이 지워졌네요!미니님도 팬이라니 반가워용! 역시 통하네요!😆🤭

psyche 2021-02-03 04:2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크마 팬이에요!ㅎㅎ 여기 모였군요. 요즘 맘에 드는 드라마가 없는데 이야기 나온 김에 크마 처음부터 다시 볼까하는 생각이 드네요. ㅎ

미미 2021-02-03 08:50   좋아요 0 | URL
오! 반가워요!!저도 다시 볼 맘 90프로 넘었어요😁🤭
 

파시스트의 목적은 그런 식민화가 아니다. 생활권이 더 필요하다는 부르짖음은 가식일 뿐이다. 그들이 진짜 원하는 건 땅이 아니라 노예다. 그들은 임금을 최소한으로 지급하고도 자신들을 위해 밤낮으로 부릴 수 있는 대규모 인구를 원한다. 독일이 꿈꾸는 유럽의 모습은 100만의유럽인 노예가 아침부터 밤까지 일한 뒤 굶어 죽지 않을 정도만 남기고 모든 생산물을 독일에 바치는 것이다. 일본이그리는 아시아의 모습도 별반 다르지 않다. 독일의 구상은어느 정도 이미 현실화됐다. 바로 이 시점에서 사보타주의중요성이 대두된다.
- P143

사보타주가 단 며칠만 이어져도 독일의 군수산업 전체가 정지할 것이다. 큰 망치로 정확한 지점을 몇 번만 후려쳐도 발전기 한 대를 멈춰 세울 수 있다. 신호 레버를 한 번만 잘못 당겨도 기차 한 대를 완파할 수 있다. 약간의 폭약만으로도 배 한 척을 가라앉힐 수 있다. 성냥 한 갑, 아니성냥 한 개비만 있어도 수백 톤의 가축 사료를 불태워버릴수 있다.

이런 행위가 유럽 곳곳에서 점점 잦아지고 있다. 독일이직접 발표하는 사보타주 혐의 총살 건수만 봐도 그렇다. 노르웨이에서 그리스에 이르기까지 유럽 곳곳에는 독일 통치의 본질을 깨단고 목숨을 바쳐 나치 체제를 무너뜨리겠다.
는 용감한 이들이 존재한다. 히틀러가 권력을 잡은 이후 자주 볼 수 있다. 스페인 내전을 예로 들어볼까? 종종 공화군전선 안쪽으로 날아든 포탄이 폭발하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 포탄을 열어보면 그 안에 화약 대신 모래나 톱밥이 들어 있었다. 독일 또는 이탈리아 군수 공장 어딘가의 이름모를 노동자가 한 일이다. 단 한 발의 포탄이라도 좋으니그의 동지들을 죽이지 못하도록 자기 목숨을 걸었다는 뜻이다.
- P144

전쟁은 원래 야만적이다. 차라리 인정하는 게 낫다. 우리가 야만인이라는 걸 먼저 인정해야 문제를 개선할 엄두라도 낼 것 아닌가.
- P155

전쟁에 임하는 어떤 국가는 자국의 어린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공습에 의한 아동 사망률은 전체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로 볼 때 낮을 거라 예상한다. 여자들이 아이들만큼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여자 살상을 더 맹렬히 비난하는 건 순전히 감상벽일 뿐이다. 어차피 살인 자체는 인정하지 않는가. 여자를죽이는 게 남자를 죽이는 것보다 왜 더 나쁘다는 건가? 

사람들은 여자를 죽이는 건 번식 개체를 죽이는 거라고 말한다. 여자가 남자보다 희소가치가 높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인간을 짐승과 마찬가지로 교배시킬 수 있다는착각에 기인한다. 종자용 숫양 한 마리가 암양 수천 마리를 수정시키듯 남자 한 명이 수많은 여자를 임신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 상대적으로 남자 한 명의 목숨 가치는떨어진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인간은 가축이 아니다.  - P160

재앙에 가까운 기근과 1917년의 혁명으로 러시아에서는 수백만 명에 달하는 고아가 생겼다. 떠돌이 생활을 하던 고아들은 강도나 살인을 저지르며 악명을 얻었다.
- P167

최근에 또 다른 신문은 하리코프에서 러시아인에 의해교수형을 당한 독일인의 시신이 밧줄에 매달린 모습을 보도했다. 이 신문은 독자들을 위해 친절한 설명도 덧붙였다.
처형 광경은 영상으로도 촬영됐으며 독자들은 가까운 시일 내 뉴스 상영관에서 이를 관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아이들도 입장이 가능했는지 궁금하다). 이쯤에서 예전에인용한 바 있는 니체의 말을 다시 인용해야겠다.

[괴물에 맞서 너무 오래 싸운 이는 
그 자신이 괴물이 되고 만다.

심연을 너무 오래 응시하다 보면 
어느새 심연이 그를 응시할 것이다.]

여기서 ‘너무 오래가 의미하는 바는 아마도 ‘괴물을 물리친 이후까지‘가 아닐까.
- P169

전쟁 전에는 자유형 레슬링의 광적인 애호가, 태형을 금지하면 안 된다며 정치인에게 항의 서한을 보내는 사람들,
《고문실의 쾌락》 같은 제목의 책을 찾아다니며 중고 서점직원들을 겁먹게 했던 사람들의 경우 주변으로부터 매우불쾌한 의심을 사곤 했다. 당사자들도 자기 내면의 욕구를인지하고 다소 수치스럽게 여겼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다르다. 이제는 메스꺼울 만큼 고문과 학살을 자세히 묘사한 글을 누구나 탐닉해도 된다. 죄책감 따위 느낄 필요 없다. 나아가 자신이 칭찬받을 만한 정치 행위를 수행하는 걸로 여겨도 문제없다.

지금 전해지고 있는 나치의 잔학 행위가 거짓이라는 게아니다. 난 대부분 실화라고 믿는다. 독일 수용소에서 벌어지는 잔혹 행위들은 전쟁 시작 전부터 있었고, 지금이라고해서 그만두었으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언론이 이런행위를 일부러 과장 묘사하면서 포르노를 지면에 싣기 위한 구실로 삼는다는 것이다.
- P178

오늘 아침 신문에는 나치의 잔학 행위에 관한 영국군 측보고서가 일제히 보도됐다. 이들은 나체의 여성들이 채찍질을 당했다는 정보를 공유하면서, 때로는 그 세부 정보를헤드라인에 올려 강조했다. 당사자인 언론 기자들은 자신들이 무슨 짓을 하는지 잘 알고 있다. 그들은 셀 수 없이 많은 독자가 고문을 떠올리며 사디스트적인 쾌감을 느끼는걸 안다. 특히 여성을 고문한다고 할 때 그렇다.
- P178

한 독자가 집중 폭격 전략에 대한 내 의견에 거세게 반발하면서 자신은 절대 평화주의자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독일놈들은 혼쭐나야 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단지우리가 지금 사용하는 야만적인 전투 방식에 반대하는 거라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내 생각은 이렇다. 누군가를 ‘독일놈Huns 이라고부르는 것보다 그들에게 폭탄을 떨어뜨리는 게 덜 해로운행위다. 그 누구도 일부러 사람을 죽이거나 상처입히고 싶지 않을 것이다. 사람의 죽음 그 자체가 마치 이 세상에서가장 심각한 일인 것처럼 받아들이는 데 나는 공감하지 않는다. 우리 모두 100년도 채 안 되어 자연사로 죽지 않나.

진정한 악은 상대가 평화로운 삶을 유지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행위다.  - P180

전쟁이 문명의 본질을 파괴한다고 할 때 단순히 물리적 파괴를 말하는 게 아니다. 사람의 목숨을 앗아가기 때문도 아니다. 전쟁은 증오와 거짓을 확산시킴으로써 문명의 본질을 파괴한다. - P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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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1-02-02 12: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굉장히 쉽게 풀어 썼군요.
제가 오웰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흥미가 생기는 걸요. 흠....

미미 2021-02-02 13:09   좋아요 1 | URL
네! 기자로 일하면서 올린 내용들인데 이해하기 쉽게 쓰곤 했대요. 당시 영국의 분위기와 정세를 느낄 수 있어요. 오웰을 좋아하지 않으신다니 안타깝지만 뭔가 글의 분위기가 팔스타프님하고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촌철살인 뭐 그런느낌요!^^*
 
독서의 궁극 : 서평 잘 쓰는 법 - 읽는 독서에서 쓰는 독서로 더행의 독서의 궁극 시리즈 1
조현행 지음 / 생애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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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책에 관해 리뷰를 꾸준히 쓰다보니 부족함도 번번이 느껴지고 마음만큼 표현 못할 땐 답답한 생각도 종종 들었다.
서평에 대한 책이야 워낙 많아 선뜻 어떤 책을 고르진 못했는데 마침 ‘사이러스‘님의 리뷰를 읽고 이 책을 알게 되었다. 역시나 나에게 필요한 귀한 가르침이 한가득이다.

예문으로 서평이나 글귀가 많이 담겼는데 이중에 워낙 주옥같은 명언들이 많아 플레그 테이프가 많이 필요했다.
저자는 삶에 대한 깊이있는 통찰부터가 달인의 경지에 있는 사람이다.

덕분에 단순한 독서를 넘어 읽은 것을 쓰는 것의 중요성과 가치를 좀 더 깨닫게 되었다.

글을 쓰는 행위는 자신의 내면을 들춰보는 과정이다. 우리의 내면은보이지 않고, 설명할 수 없는 무수히 많은 감정과 경험, 관념들이 겹겹이 쌓여있다. 살아오면서 쌓인 이 복잡한 내면은 얽히고설켜 있는 실타래와 같다. 인간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내가 모르는 무수히 많은 내가 수시로 튀어나와 나를 당황하게 만들고, 불안하게 하고, 좌절과 고통에 빠지게 한다. 책은 이런 인간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인간 군상의 집약체인 것이다.
우리는 책을 통해 자신을 비추어 볼 수 있다. 인간은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혼자만의 힘으로는 알기 어렵다. 그래서 자신을 알게 해줄 무엇이 필요한데, 그것이 책인 것이다. 책 속 인물의 생각과 행동, 상황에 자신을 대입하면서 도리어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알게 된다. 책은 나를 비추는 거울이요, 나를 더 세밀하게 들여다보게 하는 현미경이다.  - P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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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나리자 2021-02-01 19: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보면서 치유도 하고 글쓰기 실력을 키울수도 있고 일석이조라고 할수 있죠. 글쓰기 란.^^

미미 2021-02-01 20:07   좋아요 3 | URL
일기도 꼬박꼬박 더 써야겠어요! 😁👍

scott 2021-02-01 20:3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 책은 나를 비추는 거울이요, 나를 더 세밀하게 들여다보게 하는 현미경이다. ]밑줄 쫘악~५✍⋆*

미미 2021-02-01 20:45   좋아요 3 | URL
ㅋㅋㅋㅋ스콧님 덕분에 새로운 이모티콘도 더 알아가요ㅋㅋ😎🙆‍♀️

바람돌이 2021-02-01 22:3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음 지금도 서평계의 강자인데 이 책 다 읽고 나면 엄청난 히어로로 거듭나실 듯요. 화이팅입니다. 기대하고 있습니다. ^^

미미 2021-02-01 22:54   좋아요 2 | URL
빈수레인데 너무 요란하지 않았나 부끄러워요. 부족한것 계속 채워보겠습니다!응원 고맙습니다!계속 함께해 주세요!😅😁

붕붕툐툐 2021-02-02 03:03   좋아요 2 | URL
와~ 진짜 내가 하고 싶은 말 바람돌이님이 그대로 해주셨어!!!! 미미님, 제 마음이 이 마음이어요!!

미미 2021-02-02 08:43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고마워요 툐툐님😆

scott 2021-02-02 10:29   좋아요 1 | URL
맞아요
미미님은 알라딘 서재방에 라이징 스톼~◡‿◡✿

미미 2021-02-02 10:44   좋아요 1 | URL
꒰( ˵¯͒ꇴ¯͒˵ )꒱저는 그저 열심히 따라갈뿐입니다.계속 졸졸~♡
 

모든 글은 문장들의 총합으로 이루어진다. 주어와 서술어는 그 문장을 이루는 주요 골격이라 할 수 있다. 그 중에서도 문장의 완성도를 갖추게 하는 것은 서술어이다. 서평을 쓰는 사람이라면 서평에서 사용되는 서술어의 종류를 잘 알고 다양하게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서평에서어떤 서술어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글에서 나오는 분위기와 품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좋은 서평은 서술어 사용에 따라 갈린다고 해도 과언이아니다.
- P108

• 서평에서 많이 사용되는 서술어

- 들려준다.
-펼쳐진다.
-닮았다.
- 말한다.
- 요약된다.
-표상한다.
-이야기한다.
-묘사된다.
-보여준다.
- 역설한다.
-사라진다.
-비춘다.
- 설명한다.
-복기한다.
-환기한다.
- 서술한다.
- 뒷받침한다.
-찾는다.
- 다룬다.
- 묘파한다.
-증폭된다.
- 알려준다.
- 대응한다.
- 형상화한다.
- 매력이 있다.
-그려낸다.
- 암시한다.
- 고백한다.
- 이끌어낸다.
- 겨냥한다.
-은유한다.
-빠져든다.
- 나타낸다.
-파고든다.
- 따라간다.
-비슷하다.
- 매혹된다.
- 변주된다.
-함의한다.
- 상징한다.
-생각하게 한다.

- P109

"지성은 자유를 위해 매우 중요한 능력이다. 모르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자명해 보이는 것에 물음을 던질 줄 모른다면, 지성이란 그 안에들어앉은 관념의 권력을 확장하고, 그에 대한 복종을 심화하는 능력에머물 뿐이다. 

지성이란 대개 추론을 통해 작동하는데, 추론이란 전제된것들 속에 함축된 것을 찾아내는 절차이다. 지성은 잘 알고 있는 것이아니라 잘 모르는 것, 이해할 수 없는 것을 통해 비로소 자유의 계기가
된다...후략. ㅡ사회학자, 이진경 - P134

그렇다면, 왜 우리는 지성을 갈고 닦아야 하는가. 위의 글에서 사회학자 이진경이 언명했듯이, 바로 ‘자유‘를 얻기 위해서이다. 인간은 자유롭기 위해서 지성의 작업을 발전시켜야 하는 노정에 놓여있다. 인간이삶에서 추구하는 궁극의 목표중 하나가 자유라고 할 때, 우리는 이 자유를 얻기 위해서, 이 세상에 대해 알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알고 이해하면 자유를 얻을 수 있다. 이 세상이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고, 그것이 어떤 방식으로 작동되는지 모르면, 이 세계를 알 수 없고, 알 수 없으면 이해할 수 없다. 이해할 수 없고, 알지 못하면 두려움에 갇히게 된다. 

인간이 느끼는 두려움과 불안의 원인은 그 대상을 잘 알지 못하는 ‘무지‘에서 온다. 그래서 두려움에 갇힌 사람은 결코 자유를 얻을 수 없다. 그런의미에서 서평쓰기는 인간이 자유를 얻기 위해 꼭 필요한 최고 지성의작업이라 할 수 있다.
- P134

글을 쓰는 행위는 자신의 내면을 들춰보는 과정이다. 우리의 내면은보이지 않고, 설명할 수 없는 무수히 많은 감정과 경험, 관념들이 겹겹이 쌓여있다. 살아오면서 쌓인 이 복잡한 내면은 얽히고설켜있는 실타래와 같다. 인간이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기 어려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내가 모르는 무수히 많은 내가 수시로 튀어나와 나를 당황하게 만들고, 불안하게 하고, 좌절과 고통에 빠지게 한다. 책은 이런 인간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인간 군상의 집약체인 것이다.
- P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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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까지 역사서에 기록된 주요 사건들은 실제 벌어진 일이었을 확률이 높다. 헤이스팅스 전투는 1066년에 발생한게 맞을 테고, 콜럼버스는 미 대륙을 발견했으며, 헨리 8세는 부인이 여섯 명이었다는 것도 사실일 것이다. 마음에 들지 않는 사실도 진실일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 진실을 기록하는 게 어느 정도 가능했다. 당장 지난 전쟁(1차 세계대전)에 관한 정보가 그랬다.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의 전쟁 관련 항목 중 일부에는 독일이 출처인 내용들도 실렸다. 사상자 수 같은 수치는 중립적인 정보로 간주됐고, 사실 어느 쪽에서나 이의없이 받아들이는 진실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일이 불가능하다. 나치 버전으로 쓰인 전쟁과 나치가 아닌 이들이 묘사하는 전쟁 사이에는 어떠한 공통점도 없다. 이 중 어느 쪽이 역사로 남겨질지는역사적 증거가 아니라 전투의 결과가 결정할 것이다.
- P93

이런 식의 일은 늘 일어난다. 셀 수 없이 많은 증거가 있지만, 그중 검증이 가능한 증거를 하나 들겠다. 1941년과1942년 루프트바페가 한창 러시아를 공습하던 당시, 독일 라디오는 독일 공군이 런던 시내를 초토화하고 있다는이야기로 자국 청취자의 귀를 즐겁게 했다. 자, 우리는 그런 폭격이 없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독일이 영국을 정복한다면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이 무슨 쓸모란 말인가? 미래의 역사가들은 폭격이 있었다고 할까, 없었다고 할까? 히틀러가 살아남는다면 폭격은 실제 벌어진 사건으로,
히틀러가 패배한다면 폭격은 없던 일로 기록될 것이다.
- P95

나는 우리가 전쟁에서 승리해야 하는 단 하나의 이유가,
적어도 우리가 전쟁에서 이기면 적보다 거짓말을 적게 할것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전체주의가 정말로 무서운 이유는 그들이 잔혹 행위를 저지르기 때문이 아니다.
전체주의는 객관적 사실의 존재 자체를 부정한다. 과거만통제하는 게 아니라 미래도 통제하려 든다.
- P96

버나드 쇼는우리가 중세 시대의 사람들보다 훨씬 더 잘 속고 미신적이라고 말했다. 현대사회의 경솔한 신념을 보여주는 예로 쇼는 지구가 둥글다는 광범위한 믿음을 꼽으면서 보통의 사람들은 지구가 둥글다는 믿음을 뒷받침하는 근거를 단 하나도 대지 못한다고 적었다. 그게 20세기적 사고방식에 맞는 듯하기 때문에 그냥 저항 없이 받아들일 뿐이라는 얘기였다.
쇼의 말에는 분명 과장이 섞여 있지만, 여기엔 현대 지식에 관한 시사점이 들어 있어서 좀 더 생각해볼 만한 가치가있다. 우리는 대체 왜 지구가 둥글다고 믿는 걸까?  - P97

자신은 인종차별적 편견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하고,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사례를 수없이 거론한다. 착한유태인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자신이 원래부터유태인 혐오주의 감정을 품었던 건 아니라고 주장한다. 유태인이 하는 짓거리를 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생각이 바뀌었다고 강조한다(히틀러 역시 <나의 투쟁>에서 매우 비슷한 주장을 했다).
- P113

아이디어 자체는 새롭지 않더라도 사람들이 주목하는내용은 끊임없이 변한다. 예를 들어 ‘네 보물이 있는 그곳에 네 마음도 있느니라‘라는 성경 구절은 마르크스 이론의핵심을 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마르크스가 자신의이론을 주창하기 전에는 크게 영향력이 없던 구절 아니었던가.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던 구절이다. 누구도 그 구절을 읽고 법과 종교, 도덕률이 재산 소유관계 위에 있는 상부구조라고 추론하지 못했다. 복음서를 통해 예수가 처음말한 건 맞지만, 이 말에 의미를 불어넣은 건 마르크스다.
마르크스의 분석이 있었기 때문에 대중은 정치인, 종교인,
재판관, 윤리학자, 자산가의 행동 동기를 끊임없이 의심하기 시작했다. 권력자들이 마르크스를 치가 떨리도록 증오하는 이유다.
- P126

살아있는 동안 두 번의 세계대전을 겪은 오웰은 전쟁에 대해 많은 글을 썼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전쟁과 파시즘, 강제수용소, 고무 경찰봉, 원자폭탄‘에 관한 글이다. 오웰은 자신이 이런 주제를 논할 수밖에 없는 시대적필요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렇게 표현했다. "침몰하는 배에 타고 있다면, 머릿속이 온통 침몰하는 배에 관한 생각일 수밖에 없다."
오웰은 전쟁이 불러오는 희생과 부조리를 강력하게 비판했지만, 전쟁을지지하기도 했다. 스페인 내전에서 돌아온 직후 오웰은 전쟁 반대 노선을고수하는 독립노동당에 가입했는데, 막상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당론과 달리 전쟁을 지지하는 입장으로 돌아섰다. 전쟁에는 반대하지만 조국인 영국의 참전을 지지하는 모순적 태도에 대해 그는 이렇게 해명했다.

"전쟁이란 어느 악을 선택할 것이냐는 물음이다. 나는 조국 영국의 제국주의를 겪었고, 그 폐해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전쟁 상대가 독일의 나치즘이나 일본의 제국주의라면 ‘차악‘으로 영국을 지지하겠다."

오웰은 모든 결정이 ‘선과 악 사이의 선택‘인 것으로 착각하지 말라 경고했다. 그런 생각은 유치원을 졸업하면서 버렸어야 한다고 비꼬았다.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해서 그게 옳은 일이 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피할수 없어서 전쟁을 치르더라도 그게 옳다고 정당화할 수 없으며 그 행위가온당한 것도 아니라고 말했다.
(옮긴이)
- P130

공산주의나 파시즘을 물리치려면 우리도 그들만큼 광신적으로행동해야 한다고 결론짓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그 말에 절대 동의할 수 없다. 광신적인 믿음을 타파하려면 반대로 광신적이지 않게, 지성을 활용해 행동해야 한다. 

호랑이처럼 행동해서는 호랑이를 잡을 수 없다. 그래서 인간은 두뇌를 사용해 소총을 만들지 않았던가.
- P131

이보다 더 인상 깊은 현상을 꼽자면 아마 지난 2년 동안폭증한 문학에 대한 관심일 것이다. 사람들의 독서량이 엄청나게 증가했다. 증가 폭의 일부는 외딴 군부대에 있는 수많은 군인 때문이었다. 여가 시간에 할 일이 없으니 말이다. 

독서는 현존하는 오락거리 중 가장 돈이 덜 들고 자원낭비가 없는 방식이다. 책을 수만 권 찍어도 하루치 신문을찍는 것보다 종이가 적게 든다. 그리고 책 한 권이 만들어지면 재생지 공장으로 갈 때까지 수백 명의 손을 거치게 마련이다.

독서량이 눈에 띄게 늘었고, 책을 읽는 과정에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뭔가 자꾸 배우게 됐다. 그러다 보니 시중에나오는 책의 수준도 현저히 오르는 결과를 낳았다. 빼어난문학작품이 나오지는 않지만 그래도 3년 전과 비교하면 일반 독자가 읽는 평균적인 책의 수준이 올라간 건 분명하다.

- P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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