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79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김남주 옮김 / 민음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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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과 환희의 순간들...>은 아무래도 와닿지 않았다. 마침 <수용소 군도>를 읽던 중이었고 마침 등장한 1956년이라는 그녀의 시대적 배경, 재즈와 마약, 도박,스피드, 사르트르에 대한 그녀의 경의에 한숨과 씁쓸함만 더했다. 제목을 <풍요와 한계를 넘나들며>로 지었으면 어땠을까. 스피드를 즐기다 3일간 무의식의 경계까지 넘나든 실제 경험만 해도 그렇다. 그래도 어찌어찌 인내를 발휘해 절반이상은 읽어냈다. 그리고 양심껏 다 읽은 책에 넣지 않았다. 와중에 찰스 부코스키의 <죽음을 주머니에 넣고>와 페기 구겐하임의 자서전이 떠올랐다.

그리고 나서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를 읽는 순간. 그녀의 천재성이 무엇인지 그제야 이해했다. ‘여기에는 감동이 있고 저기에는 유머가 넘쳤던 것‘ (<고통과 환희의 순간>의 편집자의 머릿말)은 오히려 그녀의 삶보다는 작품이었다.

대화속에서, 의식속에서 흘러나오는 이런저런 의미와 표현들이 가슴과 머리로 와 닿았다. 그런 결과물들은 아마도 경계를 넘나들만큼 열정을 쏟아본 사람이기에 가능한 것은 아닐까?

어디선가 들은 이야기가 떠오른다. 엘리트 코스를 밟고 무난한 인생을 살아 성공한 사람보다 이런저런 범죄에 휘말리고 파란만장한 삶을 산 뒤 자신의 자리를 찾은 사람이 더 매력있지 않냐란 말. 사강의 글도 그녀의 타오르는 열정을 마음껏 쏟고 마신 뒤라 더 매력적인 맛이 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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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은 다음과 같은 이론에 근거하는 것이었다. 즉, 어떤경우에도 직업적 범죄자들과 자본주의적 분자들(이를테면기사, 대학생, 농업 기술자, 수녀 등)을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
후자는 한결같이 프롤레타리아트 독재를 적대시하지만 전자는 <단지> 정치적으로 불안정할 뿐이다. (직업적 살인자는 <단지 정치적으로 불안정할 뿐이라는 것이다!) 룸펜은 재산을소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계급적 적대 분자들 편에 끼어들수가 없고 프롤레타리아트 편에 기꺼이 가담하게 된다. (과연그럴까!) 그렇기 때문에 수용소 관리 본부의 공문서에서는 이들을 <사회적 친근 분자>라 지칭하고 있다.  - P129

도둑들은 에스토니아인들의 금니를 부젓가락으로 쑤셔 뽑아내기도 했다.
그자들은 (끄라스노야르스끄 수용소에서 1941년에) 리투아니아인들이 받는 소포를 자기들에게 넘겨주지 않는다고 그들을 변소에 던져 넣어 오물 속에 빠져 죽게 했다. 도둑들은 죽음을 선고받은 사람들의 물건까지 약탈했다. 도둑들은 새로운 사건을 일으켜 재판을 받음으로써 겨울을 따뜻한 지방에서 보냈으며, 혹은 조건이 아주 나쁜 수용소를 빠져 나가기위해 같은 감방의 죄수를 아무나 장난삼아 죽이기도 했다. 무서운 추위 속에서 누구의 옷을 벗긴다거나 배급된 빵을 빼앗는다거나 하는 일 따위는 거론할 가치조차 없는 하찮은 일들이다.
- P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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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울한 하늘 아래 불로뉴 숲의 얼어붙은 호수가 두 사람 앞에 펼쳐져 있었다. 조정 경기 선수 한 사람만이 그곳에 여름을되돌려 놓기 위해 고된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 P79

그는잘못 알고 행복해하기보다는 제대로 알고 불행해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다.  - P80

하루는 여기서 또 하루는 저기서 - P107

"나는 <슬픔이여 안녕>의 문학적 가치와 그것을 둘러싼 소란 사이의 차이를 알 만큼은 좋은 책을많이 읽었다"
ㅡ사강이 아카데미 프랑세즈 회원자리를 거절하며 - P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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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이 그녀를바라보고 있기 때문인지, 아니면 숨어 있기 때문인지 그는 더이상 알 수 없었다. 그는 늘 숨는 것을 좋아했다. 그러면서 오른손에 권총을 쥐고 있는 것처럼, 혹은 습진에 뒤덮여 있기라도 한 것처럼 왼손을 다양한 형태로 비틀어 댔는데, 그 행동은상점 안의 사람들을 겁에 질리게 만들었다. 그는 분명 정신분석이 필요했다. 적어도 그의 어머니의 주장은 그러했다.
- P37

"저분 말이 맞아요. 그 편이 훨씬 더 도발적이에요." 디자이너가 말했다.
"무엇을 도발한다는 거죠?" 폴이 냉정하게 반문했다.
두 사람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아무것도,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런 다음 시몽은 혼자 웃기 시작했다. 어찌나 유쾌한 웃음이었던지 폴은 그 웃음에 말려들지 않으려 고개를 돌렸다.  - P39

"당신은 이제 가서 자야 할 것 같군요."
"저는 배가 고픈걸요." 그가 말했다.
"그렇다면 가서 점심을 드세요."
"저와 함께 가지 않으시겠어요?"

그녀는 망설였다. 로제는 전화로 틀림없이 일이 생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녀는 맞은편 바에서 샌드위치를 하나 먹고 몇가지 물건을 살 생각이었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이 햇살의 호소>에 카페의 타일 바닥이나 대형 상점의 복도가 따분하게 느껴졌다. 가을이 깊어 이미 누레지긴 했겠지만 그녀는 풀밭을보고 싶었다.
- P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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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꿀라끄였던 사람이 자기의 10년 형을 거의 다 마쳐 가고 있었다. 그는 수용소의 어린 수소와 함께 일하면서 그 소가 굶주림에 시달리고있는 것을 보고 몹시 안타까워했다. 그래서 그는 그 어린 수소에게 사탕무를주었는데 그 대가로 8년 형을 선고받았다. (자기 자신이 먹은 것도 아닌데 말이다!) 물론 <사회적 친근 분자>라면 그 수소에게 먹을 것을 줄 리가 만무했겠지만! 바로 이와 같이 우리 나라에서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인민이 둘로, 즉 살수 있는 자와 살 수 없는 자로 갈려 있었던 것이다.
- P54

그다음에는 형사범들과 제58조에 의한 장기수들, 즉 중대 정치범들을 보내왔다. 도둑들은 이 중대 정치범들을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것은 그들이 25년의 형기를 받고 있어서, 전후의 상황하에서 파렴치범을 죽인다 해도 그 이상 형기는 연장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때는 이미 그런 행위를 해도 계급의 적의 행위(운하 건설 때처럼)라고는 보지 않았던 것이다.
- P113

제58조 해당자 중 보통 일꾼들은 거의 모두가 이러한 징벌 수용 지점으로부터 살아서 돌아올 수 없었다.
북방 철도 건설 수용소(소장은 끌류치낀 대령)의 징벌 출장소에서는 1946년과 1947년에 인육을 먹기까지 했다. 즉,
사람을 죽이고 그 고기를 끓여서 먹었던 것이다.
우리 인민의 천지가 진동할 역사적 대승 직후에 이런 일이있었다.
- P114

로빈 후드로부터 오페레타의 주인공에 이르기까지 더없이 고결한 도적들로 찬양되어 왔다. 그들은 동정심  많은 자들이어서 부자의 재물을 약탈하여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는 것으로 인정되어 왔다. 오, 카를 모어와 더불어 공을 세운 고매한 투사들이여! 오, 강한 반항심의 로맨티스트 첼까시여! 오, 베냐 끄리끄여, 오데사의 떠돌이들이여, 오데사의 방랑 시인들이여!
그러고 보니 세계의 문학가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모두가 이무뢰한들을 찬양해 온 것이 아닐까. 

프랑수아 비용은 물론이거니와 빅토르 위고도, 발자크도 이 길을 그냥 지나쳐 버리지는 않았고, 뿌시낀으로 말하면 그의 집시들 가운데서 무뢰한의 근성을 칭송하고 있다. (그리고 바이런은 또 어떠했던가?)그렇지만 소련 문학만큼 폭넓게 목청을 합해서 한결같이 그들을 찬양한 적은 일찍이 없었다. (그 밑바닥에는 고리끼와 마까렌꼬뿐 아니라 더 차원 높은 이론적 근거가 있었던 것이다.)  - P115

1917년에 몇백만 명의 탈주범이 쏟아져 나온데 뒤이어 내전을 통해 모든 인간의 욕망이 해방되었다. 그중에서도 제일 먼저 고삐가 풀린 것은 도둑들의 욕망이었다. 그자들은 더 이상목에다 쇠사슬을 쓰려 하지 않았고 되쓰지 않아도 된다는 선언을 받아 냈던 것이다. 도둑들은 사유 재산의 적이다. 따라서혁명 세력으로 간주하는 편이 유리하다. 그러니까 그들을 프롤레타리아트의 흐름에 합류시켜야 하며 이것은 결코 어려운일이 아니다, 라는 식으로 되어 갔던 것이다.  - P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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