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부끄러운 이야기를 좀 해야할것 같다. 어제 이 책을 읽고 기구했던 여왕'메리'의 삶이 좀 더 알고싶어져 나무위키에 나온 '메리1세'를 찾아 읽었다. 그런데 나무위키 자료 읽어보신 분들은 아실테지만 글이 작아서 술술 읽히는 편은 아니다. 그래서 평소 인명자료를 찾을 때 나무위키를 즐겨찾지 않지만 이번에는 어쩌다보니 나무위키로 읽은거다. 글씨가 작았지만 흥미진진해서 어느새 푹 빠져들어 그 많은 자료를 거의 대부분 읽어냈다. (그래서인지 아직도 좀 어지럽고 메스껍다.) 읽다보니 책에서 본 것과는 다르게 흘러갔다. 나는 바보같이 읽고나서야 알았다. 이 '메리'가 '그 메리'가 아니란걸. 하.......영국 역사에 관심이 있어서 언젠가 공부하리라 다짐에 다짐만 반복한 결과였다. 그래서 이 책에 나온 스코틀랜드 여왕 '메리'를 다시 찾아 읽었다. -역사 공부의 중요성!
일명 '피의 메리'로 알려져 있는 튜더왕가의 메리1세가 살았던 시기는 1516.2.18 ~ 1558.11.17 이고 옥스포드 북웜으로 내가 이번에 읽은 '메리 스튜어트'는 1542년 ~ 1587년 동안 살았다.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점은 둘다 마찬가지다. 하지만 스코틀랜드 여왕이었던 '메리 스튜어트'(이하 메리)는 제대로 권력을 ('생후 6일'의 여왕이란 말이 있을정도로)잡아보지도 못했고 20년이란 기간을 엘리자베스1세에 의해 갇혀살았다. 이 책은 그녀가 갇혀있는동안 아들 James에게 보낸 편지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당시는 카톨릭과 개신교의 갈등으로 왕위계승에 종교문제가 얽혀있었다. 또한 유아사망률이 높아 '정통성'을 유지하는것이 더 어렵기도 했고 그만큼 중요시되었다.
여왕 메리는 복잡한 이해관계로 어릴때 프랑스로 가 '프랑수아'황태자와 결혼했었다. 얼마 후 그가 즉위하며 그녀는 왕비가 되었지만 워낙 남편 '푸랑수아'가 몸이 약했던 탓에 후사없이 사망한다. 이에 메리의 시어머니가 섭정을 하게되었고 쭉 고부갈등이 있던 터라 메리는 스코틀랜드로 내쫒기듯 돌아오게된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그녀가 카톨릭교인것이 쭉 문제가된다. 신념에 따라 자신의 종교를 유지하고자 했지만 반발이 컸다. 그렇게 여왕의 신분임에도 종교등을 이유로 늘 입지가 불안했던 그녀는 두 번의 혼인을 더 하게 되지만 결국 모두 불행하게 끝난다. 엘리자베스1세는 결혼을 안해 자녀가 없었기 때문에 '메리'의 아들 James마저 빼앗아가 친모에 대해 적대적으로 가르치고 키운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메리'를 주축으로 한 카톨릭 지지세력의 반역의 위험등을 고려해 20년이나 그녀를 가둬둔다. 어느날 '메리'는 늘 예상하던대로 엘리자베스로부터 편지를 받는다. 반역을 꽤했다는 혐의였다. 단두대에서 그렇게 생을 마감하는데, 수백명이 보는 앞에서 목이 한 번에 잘리지 않아 세 번이나 내리쳐진 대목은 비참하기도 하고 충격이었다. 처형당할때 키우던 강아지를 치마폭 안에 넣어두었는데 그녀가 죽자 강아지가 나와 주인의 머리곁에서 한참 울었고 슬픔때문인지 얼마후 죽었다고 한다.
여성의 권리는 사생활권이나 가족권, 문화적.종교적 신념의 표현권 등과 갈등을 빚을 수 있다.P.49
좀 더 자세한 내막을 알면 생각이 달라질수도 있겠지만,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메리가 '남자보는 눈'이 없다는 거였다. 그녀는 정통성이라는 '권력'을 가졌었지만 계속 배우자를 잘못택해 더 깊은 어려움속으로 빠져든다. 물론 그녀 혼자만의 결정은 아니었을거다. 여왕인 만큼 여러곳의 혼사 제의와 이런저런 정치적 고려가 함께 이루어졌겠지. 그래도 모든 면에서 답이 안나오는 결정을 하고, 그 대가는 모두 그녀가 감당해야만 했다. 어제 나는 다락방님이 알려주신 '내 남자친구는 왕자님'이란 영화를 봤다. 영화에서 주인공 '페이지'는 의사가 되어 '국경없는 의사회'의 일원으로 봉사하고 싶어하는 등 자신만의 꿈을 펼치려 부단히 노력하는 대학생이다. 그래서 결혼으로 미래의 가능성을 닫는 듯한 친구를 아쉽게 바라보기도 한다. 그러던 어느날 덴마크의 철없는 왕자 '에디'가 신분을 속이고 그녀가 있는 미국의 대학에 들어오자 두 사람은 티격태격하는 와중에 사랑에 빠진다. 결국 둘은 결혼을 맹세한다.
이 영화의 독특한 점은 결혼을 마치 로멘틱의 승리인 것처럼 결말로 끝맺는 기존의 헐리웃 영화와 차별화한 부분이다. 그보다는 이들의 결혼약속 이후의 '현실'을 그려낸다. 사랑하는 사람과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지만 '에디'의 왕손이라는 지위와 그로인해 이어질 공적인 삶은 '페이지'가 꿈꾸던 인생과 전혀 달랐다. 그녀는 훗날 세계 곳곳을 돌아다니며 꿈을 '현실'로 만드는 삶을 살기 위해 지금까지 노력해왔고 그래서 '결혼'에 회의적이었는데 왕실은 그런 그녀에게 평범한 결혼 그 이상의 무게와 족쇄를 상징했다. 결국 그녀는 그를 떠나기로 마음 먹는다. 그러면서 '페이지'가 눈물을 흘리는데, 아...나는 이 대목에서 얼마나 놀랐던가! 이런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그녀의 용기와 신념에 감동을 받았던거다. 비록 만들어진 이야기지만 또한 가상의 이야기이기에 실제로 누군가가 이루어낼 수 있는, 시도해볼 수 있는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주는 세계이기도 한 것 아닐까?
게다가 한 번 더 놀라움을 준 것은 학교로 돌아가 졸업식을 하게된 그녀 앞에 다시 '에디'가 나타나 "너가 박사학위를 따고 더 공부하고 싶은 만큼 하는 동안 난 쭉 기다리겠다"고 한 부분이다. '페이지'는 아냐! 덴마크는 나를 받아들일 준비가 안돼있어.'라고 웃으면서 거절한다. 그러자 그는 "내가 준비하면 돼. 너를 기다리며 내가 준비해 놓을께. 너는 그동안 너 하고 싶은걸 다 하고 있어"라고 말한다. '에디'가 가장 멋져보이는 장면이었다. 인생을 살며 우리는 많은 사람을 만나고 또 헤어지고 새롭게 만나 인연을 이어간다. 그중에는 나와 사랑을 나누는 연인이 있고 스쳐 지나가는 사람이 있고 우정을 지속할 수 있는 친구도 있다. 관계 속에서 인간은 성숙해지고 자신을 새롭게 갱신해 나가기도 한다. 나를 살게하고 나를 꿈꾸게하는 인연이란 얼마나 소중한지 점점 깨닫고 있다. 잘못된 만남은 후회도, 잊지못할 상처도 남기지만 좋은 만남은 살아갈 힘과 용기를, 또다른 가능성을 더해준다. 이 책과 영화를 보며 인연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게 되어 참 좋았다.
도서관은 역시 혼자가야 공부가 된다.
*도움이 될 것 같아서 리뷰에 관련된 시기. 영국 왕실의 가계도를 올립니다.
제가 헷갈린 좌측 아래 메리1세, 중앙 파란색 메리 스튜어드-출처:블로그 연우의세계
https://blog.naver.com/hongyw/222389951486